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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온에서는 비음악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며 다양한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전형산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노이즈를 '시끄러운 소리'로 분류하고 인식하지만, 그는 이러한 소음에 관한 판단 기준을 인간의 경험으로부터 추출합니다. 이러한 사운드 아트에 관한 접근 방식은 과거로부터 다양한 작가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전형산 작가의 경우, 이러한 부분들을 사운드 오브제들을 직접 제작하여 연주까지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소리작업을 하고 있는 전형산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운드 인스톨레이션과 퍼포먼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비음악적인 사운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비음악적 사운드가 새로운 형태의 사운드가 될 수 있는 지점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전형산 작가와 그의 작품 Radius>


Q. 작가님은 학부 시절 서양화를 전공 하셨는데, 사운드 작업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미술을 늦게 시작했고 서양화가 순수미술로서 기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는 본래 관심이 많았고 중고등학교 때 뮤지컬의 스텝으로 있었습니다. 조명이나 음향 세트들을 제어하는 일을 했었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인 활동을 항상 가까이 하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음악보다 공연장에 있었을 때의 음향적 울림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공연이나 밴드를 할 때에는 몸으로 전달되는 음향적인 무언가가 내 몸을 감싸는 느낌이 좋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것을 작업으로 바꿔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Q.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A.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반 써클을 시작하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대학교 전공 중에 조소과가 있는지 몰랐고 결국 서양화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인스톨 작업을 더 많이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3~4학년이 넘어가면서는 인스톨레이션을 주로 진행했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을 주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Q.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일상적인 소리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이 질문의 포인트가 ‘일상적인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이 부분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작업적으로 사운드를 생산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일상적인 소리를 듣고 재해석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노이즈의 근원이 산업혁명의 시작이었고 기계화가 진행되어 그 사운드가 부의 상징인 시기가 있었습니다. 노이즈라는 것의 존재 자체가 사회적인 발전과 연관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생산하는 메커니즘 적인 방법에 있어서 많은 시야와 심리적 역사적인 반영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생산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왜 비음악적인 소리에 관심을 가졌는지 생각해보니 음악적인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나름의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음악을 한답시고 했는데 악기를 배우는데 재능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항상 강하게 받았습니다. 밴드에서도 음악보다 음향에 더 관심이 있었고요. 이런 관심이 소리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통해 음악적이지 않은 소리가 비음악적 소리로. 또는, 작가의 개입으로 비음악적 소리가 구조화가 됐을 때, 음악적인 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Q. ‘뉴노멀:선험적 편린들’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여셨는데 주제에 대한 의미가 궁금합니다. 

A.     선험적이라는 것은 경험 이전의 경험을 말하는데, 저의 경우 경험 이전에 우리가 인식하는 범위를 ‘선험적’이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저는 ‘노이즈’가 굉장히 선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것들을 집중해서 들으면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왜 이런 소리가 나는지 알아 들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귀를 기울이기도 전에 ‘노이즈’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선험적 편린들’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게 되었어요. 저는 저의 존재가 이런 노이즈와 무척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비주류 아티스트로서의 제 모습 말이죠. 라디오에 수많은 주파수가 있고, 이를 이루는 시그널들이 굉장히 많지만 우리는 주류 주파수에 채널을 맞추고 그 이외의 시그널들에는 별 관심이 없잖아요. 우리는 무수한 주파수 중에 하나이고, 중요한 건 과연 어디에 주파수를 맞추게 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귀를 기울이기도 전에 어떤 소리들을 ‘노이즈’로 치부하는 것에 빗대어 저의 상황도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커뮤니케이션 모델>

선험적 편린들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작업을 설계했습니다. 사운드 노이즈 존재의 잠재상태에서 현실화 과정을 은유적으로 만들어내고자 했어요. 우리가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송수신 관계를 알고 보지 않는 것처럼 제 작업도 그 부분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곳곳에 상징적으로 배치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Q. 이번 작품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A.   선험적 편린들은 이전의 작업들에 대한 고민에서 이어졌어요. 첫 번째 시리즈인 ‘불완전한 사실성’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감각’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했어요. 불완전한 사실성 #10의 경우, 돌에 마이크를 삽입한 형태로 작업이 이루어졌어요. 비생물인 ‘돌’에서도 과연 소리가 나는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돌에 마이크를 가져가면 어떤 소리가 들려요. 그것이 돌에서 나는 소리인지 주변의 소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 소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지요. 이 작품은 그러한 판단의 과정 없이 기계적으로 감각을 받아들이고 있진 않은가에 대한 반문이었죠. 두 번째 시리즈인 ‘불가항력적인 지각’에서는 불완전한 사실성에서 고민했던 감각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한 개인과 사회의 의사소통에 대한 고민을 이어 갔어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사회구조 안에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불가항력적인 지각 #6의 경우 피아노에 핸들을 장착해서 관객들이 직접 핸들을 돌리는 ‘노동’행위를 함으로써 피아노란 거대한 소리 생산 시스템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도록 했어요. 세 번째 시리즈인 ‘선험적 편린들’의 경우 거대한 시스템 속의 나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시스템 안에서의 나의 위치, 나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전 ‘혁명’보다는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의 ‘나’의 위치를 돌아보고 자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섞여 살아가는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해요. 




Q. 작업관이 노이즈의 ‘구조화’라고 하셨는데 작품에서 이런 구조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A.    최근 미디어아트 작업들이 뉴미디어를 향해 가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예술이 기술을 따라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저의 경우 과거의 기술방식을 예술적으로 소화하고자 하기 때문에 ‘아날로그적’ 방식들을 추구하게 되고, 디지털 방식으로는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동작이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재구현되면서 특유의 구조들을 형성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작업 구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라기 보다는 어떤 결과물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변환하는 작업의 과정에서 철저한 리서치와 기술적 방법 연구를 통해 형성된 구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치밀한 고민에 의해 형성되는 구조에요. 


<선험적 편린들 #3/ Radius _ Mixed media , sound installation/ 2014.11>


Q. 아날로그 방식을 추구하면서 겪었던 기술적 문제가 있었나요?

A.    제가 서양화 전공이다보니 기술적 문제에 익숙하지 않아서 모든 작품을 할 때 기술적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Radius 같은 경우에는 무척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았어요. 작품 내부의 전기,전자적 구조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 디지털 방식으로 기존의 음원을 사용하거나 소리를 다듬을 수 있었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비음악적이고, 불규칙적인 소리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애초에 제가 작업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에 대한 진정성과 당위성을 찾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술적 문제를 겪더라도 이에 부합하는 방식들을 채택하고 싶어요. 


Q. 작업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보통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리나요?

A.    하나의 작품을 구상하는데 3개월 정도 걸리고, 작품이 구상되면 집중된 노동력(?)을 발휘해서 한 달 정도에 걸쳐서 작품을 완성해요. Radius 같은 경우는 기술적 어려움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구상과 제작 모두 합쳐서 약 8개월 정도 걸렸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서 Radius를 완성하기 위해서 휴학까지 감행하게 되었어요.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을 ‘시리즈’로 진행하는 것은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개념에 맞는 퍼펙트한 구조를 모든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저의 경우, 메인 작품이 있고 서브 작품들이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시리즈들 중에 애착이 가는 작품을 굳이 꼽자면 불완전한 사실성 #6과 불가항력적인 지각 #6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선험적 편린들의 경우 아직 메인 작품이 나오지 않아서 그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퍼포먼스에 대해 궁금합니다. 오프닝 대신에 사운드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하셨습니다. 작업에서 퍼포먼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인스톨레이션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    인스톨레이션은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기호학적 혹은 상징적으로 또는 은유적으로 인스톨을 드러냅니다. 미술의 개념 같은 거죠. 음악도 물론 개념적인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 음악적인 기능들에 있어서 감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콘서트대신 ‘퍼포먼스’라는 말을 씁니다. 즉흥음악보다 사운드라는 말을 선호한다. 제가 내는 소리들이 음악적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음향적이기를 바랍니다. 제가 공연장에서 느꼈던 진동과 울림들을 관람자들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소리라는 것 자체 생산의 과정에 있어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자체는 즐긴다고 하지만 딱딱한 부분이 있죠. 관람자가 보는 것 - 해석에 대한 부담감이 미술에서는 작용합니다. 그 지점이 없으면 미술이 아닙니다. 어떤 깊이에의 강요가 미술에서는 당연한 거죠. 반면, 음악에서는 그나마 열려있는 형태입니다. 


Q. 사운드 퍼포먼스의 컨셉과 의도가 궁금합니다. 

A.    일차적으로 소리를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물론 이런 소리와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궁금했습니다. 비음악적, 비주류 이런 용어를 사용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소리의 다양성들을 직접적으로 들려주고, 청자가 그 다양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가에 대해서 알고 싶었습니다. 우현주씨가 어떤 전통음악의 과정을 밟아온 분으로써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궁금했어요. 단순히 건반과 노이즈 사운드의 결합만이 아니라 어우러졌을 때 어떤 대화가 가능한지 테스트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월 '더 미디엄'에서 진행되었던 개인전 퍼포먼스의 한장면


Q. 다른 퍼포머에게 퍼포먼스 전에 지시사항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전혀 없었습니다. 공연시간이 1시간 가량입니다. 최소한 1시간 가량 진행되었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소리를 다양하게 편성하는 방법인 '릴레이 진행'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솔로-듀엣-솔로-듀엣-트리오의 구성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소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방법적으로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미리 이야기 하지도 않았고 공연 전에 딱히 준비하거나 맞춰본 것은 없었습니다. 사실 작품을 가지고 퍼포먼스를 하다보니 사운드 세팅을 하는데 정신이 없었지요(웃음) 


Q. 작업에 영감을 주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평소에 무엇을 듣는가에 대해서는 대중이 없는 것 같네요. 요즘 노이즈적인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알바 노토alva noto, 아오키나 료지 이케다의 음악들을 조금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냥 듣는 것 이외에 다른 사람의 작업이 제 작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기가 따로 있기 때문에 다른 아티스트의 생각보다는 표현을 해내는 구성법에 더 관심이 있어 그 방면으로 연구해서 듣는 편입니다. 제가 만들어 낼 사운드에 어떤 구성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합니다. 좋아하는 작가는 김기철씨 입니다.  그 작가에 대해서 방법론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퍼포머에서는 오대리씨나 권병준씨 류한길씨도 좋아합니다.  물론 아까 말했듯이 듣는 것보다 생산에 관심이 있지만요. 그들이 어떻게 생산했느냐에 관점포인트를 두고 있습니다. 


Q. 인천 플랫폼 레지던시 되신 것 축하 드립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선험적 편린의 처음 구성해놓은 작품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작업을 하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공간이 많이 필요해서 레지던시를 지원했습니다. 전통적인 음악과 사운드의 결합이 되는 지점을 계속 논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현주씨와 같이 앨범작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원예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공연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지만,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우선 앨범화 공연화 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터뷰 진행 : 공다솜, 이종완 [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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