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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이 전시를 통해 지향해야 할 점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의 작품들을 발굴하여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미술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이미 많은 것들을 축적해 온 작가의 작업을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도전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 또한 놓쳐선 안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5년 1월에 시작하여 6월 말(기존 5월 31일까지였던 전시기간이 6월 28일까지로 연장되었다)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랜덤 액세스 Random Access>라는 전시는 그 의미에 부합하는 전시이다. 이는 미술관의 전시 소개 글에서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랜덤 액세스>는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과 현대예술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자 하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세대가 제시하는 예술형식과 의미를 논의하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오로지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라는 기준으로 선정된 작가들로 구성되었다고 밝히는 이번 전시에 대한 큰 기대를 안고 앨리스온에서는 백남준아트센터를 찾았다. 


 랜덤 액세스의 의미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1층 전시실에는 백남준 전 <TV는 TV다>가 진행 중이고, <랜덤 액세스> 전시는 2층에서 진행 중이다. 미디어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백남준 작품을 본 후 마주하는 전시라 그런지 몰라도 2층에 올라서자마자 생기가 도는 기분이 든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먼저 들으면 전시에 대한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 전시의 제목이자, ‘임의 접속’이라는 의미의 <랜덤 액세스>는 백남준의 첫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작품의 제목이다. 인터렉티브 아트 작품인 ‘랜덤 액세스’는 즉흥성, 비결정성, 상호작용, 참여 등 백남준의 예술실험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를 담고 있다. 이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그의 첫 개인전을 통해 보여주었던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을 이어받은 현재의 한국 미디어아트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에 그 뚜렷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 


  백남준아트센터 2층을 올라서면 제일 처음 박승원 작가의, 형광봉이 소주 박스에 마구 꽂혀있는 설치 작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멜랑콜리아 1악장과 2악장 합주곡>이라는 이름의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으로 관객들이 가랑이 사이에 형광봉을 끼고 박스 주변을 돌아다니면, 이 모습을 미리 설치된 CCTV가 촬영하여 또 다른 하나의 영상 작품이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박스가 쌓여있는 각각의 면에 설치된 모니터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에서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작품 속으로 직접 참여하는 행위 자체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박승원, <멜랑콜리아 1악장과 2악장 합주곡>, 2009-2015


  박승원 작가의 작품을 지나면 이세옥 작가의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닥이 벽처럼 위로 솟아 있는 설치 작품과 미로를 지나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관람객은 공감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미래의 방>이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이 안에 있는 동안에는 미래뿐 아니라 내가 이 순간 서 있는 현실이 무엇이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실상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이세옥, <미래의 방>, 2015


  차미혜 작가의 영상작품을 보기 위해 설치된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오래된 영화관 안에 온 기분이 든다. 작품 <바다>는 40년간 영화관으로 사용되었던 ‘바다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곳을 관리하는 김과장의 일상을 담은 <김을 바라본다>와 함께 상영되고 있다. 특히 설치된 총 3작품 중 16mm 흑백 필름으로 상영되는 한 작품이 더해져 내용과 사용된 매체와의 조화를 통해 축적된 시간성을 더욱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좌) 차미혜, <바다>, 2015 / (우) 차미혜, <바다>, 2014


  양정욱 작가의 설치작품인 <노인이 많은 병원> 3작품 모두 노인들이 많은 어느 병원의 병실을 떠올리고, 환자들이 겪고 있는 노화에 따른 질환과 그것을 마주하는 그들의 태도를 작품으로 표현 한 것이다. 로우테크의 방식으로 그 안에서의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은, 느리지만 하나의 완전체로 나사가 움직이고 돌아가는 그 순서에 따라 차곡차곡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오랫동안 축적된 삶의 세월과 지혜가 만들어내는 더디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존재하는 노인의 모습을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먹는 것, 보는 것, 기억하는 것’이라는 세 가지를 표현한 각 작품의 느리게 움직이는 행위 속에서 삶에 대한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질문한다.


       

양정욱, <노인이 많은 병원>, 2015


  이 외에도 김웅용 작가의 사운드와 영상이 결합된 작품, 김시원+윤지원+이수성 작가의 설치 작품, 오민 작가의 영상 작품, 서영란 작가와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최은진+양정욱 작가의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게 되면, 모든 작품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다르지만 이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매체와 각각의 내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이뤄진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존의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왜 이렇게 표현해야 했는가’에 대한 각각의 고민과 답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다양성이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 


  백남준이 그의 생애 동안 미디어를 이용하여 다양한 퍼포먼스와 작품을 보여준 이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미디어아트의 현장에서는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 오고 있다. 미술에서 사용되어 왔던 매체의 한계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이끌어갔던 백남준이 있기에는 세상이 그의 실험정신, 도전정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이번 전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실험정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리고, 그 계속된 도전을 응원하기에 좋은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 전시의 목적이 애초에 작가의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 담긴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만 목적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시에서 뚜렷이 보여주고자 했던 이 한 가지의 목적 외에는 제목과 전시된 작품 사이의 내용적인 부분의 연관성이라던가 그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뿐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이 이제는 ‘이러한 작품이 있다’는 소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진지한 이야기들을 심도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글. 김미라 [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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