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미디어만다라_‘색’에 대한 인류학적 도상 <Jason Salavon>展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4. 4. 12:50



오늘날의 미술은 사회 내에서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써 확산된 대중적 예술형식을 갖추려 하고 있으며 이것은 미술이 대중적 욕망의 기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정보와 통신의 발달은 동시성을 가져옴과 동시에 대중성을 유발하고 개개인의 차이를 없앨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중사회는 문화적 '소비의 사회'이자 '조작의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가인갤러리’에서 열렸다. 제이슨 샐러번은 대중사회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접하게 되는 화면과 사물의 평균적인 색채를 제시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색’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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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예술_JASON SALAVON이 사용하는 방식은 회화처럼 보이지만 회화가 아니고 사진처럼 보이지만 직접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고, 비디오 작업처럼 보지만 그가 찍은 비디오가 아니다. 때문에 그를 메타-비디오 아티스트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로 구성한 회화의 출현은 미술사에서 일련의 문제를 야기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아티스트는 이 전자 시스템이 그들의 작업장에 있는 어떤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단지 하나의 도구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예술은 많은 부분에서 디지털을 경유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현대 언어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디지털 매체를 통하게 되었다. 예술가에게 현실은, 신비주의자처럼 거대한 기호의 흐름이며, 예술가는 자신의 의식의 장으로 들어가서 형태들이 생기는 것을 지켜본다. 『정보화 사회- 도전과 대응』에 따르면 '테크놀로지'는 사회적 산물이기에 그것이 태어난 사회의 문화와 사회체제를 전차하는 속성이 있어, 그 기술적 산물을 받아들일 때 선진 기술문화사회체계에 동화되거나 지배될 위험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JASON SALAVON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예술가가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컴퓨터가 사용하는 언어를 공부한 JASON SALAVON은 자신이 프로그래밍 한 것을 활용해 기존의 시각이미지를 변형하도록 한다. 변형된 시각 이미지들로 활용되는 것은 대중잡지, MTV 화면, 산업 가구 등이며 이 대상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친숙하게 접하게 되는 대중문화의 일부들이다. JASON SALAVON의 작업을 거쳐 나온 결과물인 작품들은 미디어 작업이라기보다는 마치 색면 추상회화, 혹은 인상파의 작품처럼 보인다. 제목을 보지 않았다면 이들이 대중문화의 평균 색을 제시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프랭크 스텔라에 영향 받은 한 젊은 작가라고만 보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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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비디오 아티스트가 본 대중문화의 평균 색_JASON SALAVON이 사용하는 재료의 주제는 ‘평균’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그 평균은 우리가 통계를 활용한 ‘평균’이 사용되는데 사전상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평균 [平均] [명사]1 여러 사물의 질이나 양 따위를 통일적으로 고르게 한 것. 2 <수학>여러 수나 같은 종류의 양의 중간 값을 갖는 수. 산술 평균, 기하 평균, 조화 평균 따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산술 평균을 이른다. ≒고른값·고른수·연등(連等)·중수(中數)·평균값·평균수·평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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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시각이미지로 사회의 ‘수’적 척도인 통계를 제시한다. 다이어그램도, 막대그래프도 아닌 미적으로 아름다운 원형의 색면으로 우리가 현재TV를 통해 접하는 색의 평균을 볼 수 있게 하였다. 그가 선택한 통계 수치는 이 시대에 영향을 미치는 TV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어쩌면 인류학적으로 이시대의 ‘색’에 대한 연구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그의 작업이 주는 느낌은 미디어 전시에 온 것이 아니라 페인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곳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작품 타이틀과 화면을 함께 보았을 때, 그의 작업을 단지 순수예술이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무척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평균’은 어떤 것도 최상 혹은 최하의 평가나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화면의 모든 채도와 명도를 하나로 합쳐서 제시하는 것은 작가가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대중문화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에 JASON SALAVON이 보여주는 작품은 크게 2001년도에 주로 이루어졌던 색면 추상회화처럼 보이는 디지털프린트, 2004년에 제작된 인상파 화풍의 회화를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디지털 프린트 작품들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 최근 2005년에 이루어진 미디어 영상과 사운드를 작가가 프로그래밍 한 것을 통하여 현대의 대중문화와의 결합을 시도한 것이었다. <Everything All At once(PartⅢ)>라고 명명된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케이블로 방송되는 66개의 채널이 10초마다 변할 때 마다 그 평균색의 파장이 원형중심에서부터 펼쳐나가는 작품이었다. 함께 작은 브라운관 TV에서는 실시간 방송을 보여주고 있어 한동안 프로그램과 비교하면서 작품을 바라보았다. Olive TV는 검은 회색의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골프TV는 초록색, 아디다스 광고는 밝은 하늘 색, EBS방송은 짙은 회색으로 나왔다. 또 몇 초 안되는 시간 내에 많은 음악과 시각적 변동이 일어나는 광고의 경우 파동이 자주 생기는 특징을 보였다. 이와는 반대로 바둑 채널과 같이 정적인 TV프로그램인 경우에는 정적인 원형 파장이 생겼고 두꺼운 원을 만들었다. 어린이 프로는 핑크색원이 그려지는가 하면,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은 밝은 계열의 색채가 파동을 그렸다. 많은 소리와 시각적인 형태가 원과 파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제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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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SALAVON이 그동안 사용해 왔던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앨범에서 모든 여학생과 남학생 졸업사진을 각각 하나로 모으거나, 자신 어머니의 졸업앨범에서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The Class of 1988>과<The Class of 1967)(1988), 10년 단위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플레이보이’잡지에서 가운데 접히는 페이지에 나오는 사진 이미지들을 평균 낸<Every Play boy Centerfold>(2002), 비슷한 가격대의 단독주택 사진 100여장 이상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포개어 얻어낸 평균이미지,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뮤직 비디오 10편으로 각 장면의 평균 색을 일정한 두께의 가는 띠로 연결해 색면을 완성한 <MTV's 10 Greatest Music Video of All Time>(2001), 지극히 객관적인 데이터를 전혀 다른 신비한 형상의 아미지로 패턴화하는 작가 고유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Shoes, Domestic Production, 1960-1998>(2001), 미국 사회의 일상용품들을 최소의 단위로 삼아 복잡한 방사형의 만다라를 구성하는 사진 작업<Modern Lifestyle Mandara>(2001-2002), 란제리, 자동차, 가국, 꽃, 등 미국 생활의 대표적인 네 종류의 상품 군을 작품의 소재로 이용한 것, 미국 전체 인구의 키와 몸무게 분포를 검은색 점으로 나타낸 <Height Distribution, Men&Women, US>(2001) 등이 있다. 그가 선택한 소재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와 너무나 밀접한 것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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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인갤러리에서는 한국에서의 방송을 재료로 프로그래밍 한 미디어작업으로 ‘한국’에서 ‘현재’보게 되는 대중문화 이미지의 변형을 제시한다. 우리가 매일 매일 시각적으로 접하고 있는 평균 색에 대한 환기를 주는 그의 작품은 중심에서 끊임없이 퍼져 나오는 파동을 보면서 최면을 걸리는 듯한 효과를 가진다.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튀지 않는 사회인을 만들어 내고 있는 대중문화의 단면을 꼬집는 것은 아닌지? JASON SALAVON의 미디어 작업은 대중문화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접하게 되는 이 시대 도상들을 ‘색’으로 다시 만나는 기회였다.



글. 송지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 예술사 및 전문사.(klytie@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