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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전시 <한반도 오감도>는 참가 역사상 최고 영예인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화두에 올랐다. 아르코미술관에서는 베니스에서의 한국관 전시를 옮겨와 3월부터 전시했다. 총감독 렘콜하스가 제시한 국가관 주제는 ‘모더니티의 흡수:1914~2014’였다.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그 시점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2014년은, 우리의 근대기 건축 역사를 보기에 적절한 시기였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베니스 비엔날레가 다소 광범위한 주제를 제시하여 어떠한 작업도 다 포괄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굉장히 구체적인 키워드로 ‘모더니티’를 내건 것이다. 또한 비로서 건축가 보다는 건축에 초점을 둔 비엔날레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분단의 비극’에 초점을 둔 조민석 커미셔너는 남북 공동 건축전인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를 기획하게 되었다. 통일부와 유엔이 노력했지만, 북한의 아티스트와의 공조 기획은 무산되어 결국 남한이 얘기하는 남북한의 건축전이 되었다. 객관성과 타당성, 사실성 등에 오류점이 없도록 하기 위해 기획자들은 더 심도있는 리서치를 수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리서치 아카이브 기반의 남북 공동 건축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북한의 부재를 완전히 메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조민석 커미셔너는 여기에서 이상(1910~1937)의 시 <오감도>에 주목했다. 오감도는 까마귀가 바라보는 시선의 그림이라는 뜻으로 한때 조감도를 식자공이 잘못 인쇄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이상이 의도적으로 새 조(鳥)자에서 한 획을 빼 까마귀 오(烏)자로 쓴 것이란 얘기에 무게가 쏠렸다. 이 내용을 언급하며 조 커미셔너는 “조감도가 보편성과 전체성을 전제로 한다면 이와 대비되는 오감도의 시각으로 분단체제의 건축이 일원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부재 상황이 오히려 분단체제의 건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 논리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이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를 성공에 이끈 요인이 아닌가 싶다.
 


 아르코미술관<한반도 오감도> 전시 전경

그러나 이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건축물을 보여줄 수 없기에 전시장 대부분이 사진, 영상, 설치로 둘러싸이게 된 점이었다. 실제로 베니스 건축비엔날레를 보여주는 전시라는 사실을 모른 채 본다면, 미디어 활용이 두드러지는 전시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설치가 주제를 전달하기에 얼마나 적절했는지? 그저 전시의 디자인적 요소로 자리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더불어 동시대 전시 경향 속에서 미디어가 갖는 특이점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이번 아르코미술관의 전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이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전시 의도 자체는 남과 북의 지난 100년간 건축 진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100년간의 역사 속에서 한반도가 겪은 가장 큰 사건은 한국전쟁이었다. 그리고 건축계에서 보자면 한국전쟁이 일어나 초토화된 국토를 어떻게 재건하느냐가 문제였을 것이다. 전시를 살펴 보면 남과 북은 매우 다른 양식으로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한은 자유와 자본주의, 북한은 사회주의 논리로 접근한 것이었다. 전시는 이 과정을 ‘삶의 재건(Reconstructing Life)’,  ‘모뉴멘트(Monumental State)’, ‘유토피안 투어(Utopian Tours)’, ‘경계(Borders)’라는 4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보여준다.  또 리서치와 전시 구성에 국내외 건축가, 시인과 문인, 화가, 사진작가, 영화감독, 수집가, 큐레이터 등 총 33팀이 협업하였고, 참여 작가로는 안세권, 알레산드로벨지오조스, 크로스 마커 등 사진작가, 미술품 수집가, 화가, 비디오아티스트 등 29개팀이 있다. 이제 개별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삶의 재건 Reconstructing Life


먼저 첫 번째로 마주한 곳 ‘삶의재건’에서는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의 건축물 복구 상황을 보여주었다. 평양을 포함한 북한의 많은 도시는 전쟁 중 폭격으로 초토화되었고, 그 위에 주택, 공공기관, 기념비 등을 지으며 철저히 계산된 도시계획에 따라 건축물이 세워졌다. 반면 서울은 개발을 위한 발전 과정에서 파괴된 경우가 다반사였다. 안세권의 사진, 영상 속 서울은 그 내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국가 주도의 성장 과정에 따라 물리적 재건보다는 사회 경제 체제의 재건에 그 힘이 집중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전형적 특성을 갖는 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을 통해 알게 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냉전체제 하에서도 남북이 서로를벤치마킹하여 건축물을 세운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남북한의 건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람자들은 전시된 사진, 영상을 통해 역사의 아픔과 정치적인 특색 및 개별 도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언어가 아닌 이미지로 전달되어 더 직접적으로 메시지가 와 닿는다.

크리스마커, <북녘 사람들, 무제 #16>, 1957


안세권, <청계천에서보는서울의빛>, 2004


돋보기로 자세히 볼 수 있었던 안세권 작가 섹션 전경



모뉴멘트 Monumental State


기념비적 도시인 서울과 평양을 직접적으로 대조해 볼 수 있었던 ‘모뉴멘트’섹션에서는 차이의 심화를 느낄 수 있었다. 평양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도시의 건축을 규정하고 제어하기 때문에 건축가의 작가적 위상은 찾기 어려웠던 반면, 서울은 개발 위주의 건축이 주를 이루며 건축가는 자신만의 특색있는 표현을 하고자 하나 관료 체제와 철저한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를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과 근거로 제시되는 사료들은관람자에게 남북한의 모순적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베니스에서 많은 외국인 방문객들이 한국관에 오래 머무를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미지의 힘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전세계적으로 유일의 분단 국가 한국의 건축적 양상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오사무무라이, <서울 올림픽 주 경기장>, 1984, 김수근문화재단 제공


  건축가 미상, <김일성종합대학>, 평양, 1946 찰리 크레인 사진, 김일성종합대학, 2006
 

서울과 평양의 사진 비교



유토피안 투어 Utopian Tours


‘유토피안 투어’는 닉보너의 컬렉션과 그가 커미션한 작품에서 선정된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1993년 중국 베이징에 고려그룹을 공동으로 설립한 닉보너는 관광, 영화 제작,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등 북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전시장에는 195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여러 시기에 제작된 판화, 조선화, 선전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닉보너는 북한 건축가, 예술가들과 이번 전시를 이어주었고, 그의 도움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북한 건축가에게 의뢰한 만화<건축가의 하루>도 전시될 수 있었다고 한다. 만화 속 이미지는 북한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건축물과 인물로 구성되어 있어, 사진으로 볼 수 없었던 문화적 특색 등도 읽어낼 수 있었다.

<건축가의 하루> 전시 전경



경계 Borders 


한반도의 특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경계’ 파트에서는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남과 북 사이의 수많은 매개적 경계들에 대해 다룬다. 가장 정치적이면서도 긴장감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는 공간에 대하여 이번 전시는 경계를 갈라 놓기도 하고, 이어주기도 한다. 또 공간, 형태, 개념, 감성의 측면에서 일종의 건축으로서 다룬다. 비무장지대는 물리적으로 철저히 단절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수 많은 국가조직, 기업, NGO, 종교 교육단체들이 서로 얽힌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곳이다. 힘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그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도 하며, 기회와 발전의 공간으로 인지하기도 한다. 이 섹션에서는 DMZ를 생태학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으로 해석하며, 미술, 건축, 문학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상상해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영상 작업들을 설치해 보여주고 있었다. 단순히 사진이나 설치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내러티브적 요소들을 영상을 통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 듯 보였다.
   

DMZ을 보여주는 영상 설치 전경


오감도의 시선으로 바라 본 <한반도 오감도>는 심층적인 연구와 노력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것처럼 보였다. 남북한의 건축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와 발전의 양상을 고스란히 전달 받은 것 같았다. 북한 관계자들의 직접적인 참여의 자리를 많은 사진, 영상 매체 들이 대신하였고, 이로써 모두를 아우르는 건축전을꾸며냈다.좁은 공간에 많은 내용을 알차게 담은 것이 마치 한반도를 보여주는 듯하였고, 전시의 구성도 DMZ을 경계로 남북한의 양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매체가 갖는 특성, 그리고 그 장점을 잘 녹여내었고 일원론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넓게 ‘조감’할 수 있었다. 부족한 점을 채운연구자료들과 갖가지 기획으로 더 풍성했던<한반도 오감도>를다시금 되새겨 본다. 



글. 이진 (앨리스온 에디터)



70년 분단의 역사, '건축'으로 들여다본다, YTN 뉴스 영상




전시 개요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황금사자상 수상 한국관 귀국展


전시기간 :2015.3.12-5.10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국제교류부
주관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추진단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통일부


기획 :조민석 (한국관 커미셔너 및 큐레이터, 매스스터디스 대표) / 배형민 (한국관 큐레이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안창모 (한국관 큐레이터, 경기대학교 교수)


문의 :아르코미술관 ARKO ART CENTER
서울 종로구 동숭길 3 제2전시장
Tel. +82.2.760.4618~4608 www.arkoartcent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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