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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우리를 구해준다면 : Technology Will Save Us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8. 24. 18:17


기술이 우리를 구해준다면 : Technology Will Save Us_aliceview


기술이 우리를 구해줄 수 있을까? 세상의 기술은 로켓을 만들어 우주 비행이 가능하게 하고,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반도체를 개발하는 첨단 기술 외에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불을 켜주고, 태양광 전지와 습도 센서로 화분의 물주는 시기를 알려주고, 아름다운 음악을 스피커로 들려주고, 게임 콘솔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우리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식물의 생명을 지켜주고,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재생하고, 지루한 시간을 즐겁게 바꾸어줄 수 있는 기술은 진짜로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기술이 우리 모두의 일상 속 아주 가까이에서 하루 종일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이토록 중대한 존재임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우리도 내 삶에 꼭 필요한 기술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나에게 오게 되는지를 알아보고 싶지는 않은가? 마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내가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도록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꼭 엄청나고 거대한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 그저 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면 직접 해보고 싶지 않을까? 

 

'Technology Will Save Us(이하 TWSU 혼용)' 는 보통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기술에 대해서 이해하고, 기술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도록 하는 운동, 즉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를 이끌고 있다. 가족, 교사, 청년 - 모든 연령, 배경,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포함 -  등 기술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기술을 통해 배우고 창작할 수 있도록 미디어 키트를 제작하는 교육 분야 디자인/기술 스타트업이다. 런던 동부의 해크니(Hackney)에 위치한 'Technology Will Save Us'는 DIY 장치/도구(Gadget) 키트, 워크숍 및 이벤트, 온라인 리소스를 포함한, 기술을 통한 핸즈온(Hands on) 학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창립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기술과 함께 만들고, 놀고, 코딩하고, 발명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수단으로써 제품을 만든다. 키 트는 특히 일상 생활 속에서 영감을 얻어 사람들이 좋아서 하는 취미활동 - 음악, 가드닝, 사이클, 게임 등 - 과 직접적인 연계성을 갖도록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장비와 필요한 스킬 - 납땜, 전자, 프로그래밍, 디자인, 디버깅, 문제해결, 자신감 - 을 갖추어 무언가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써 기술을 바라보도록 한다. 


Technology Will Save Us



NYU의 ITP(Interactive Telecommunications Program)을 이수한 미국 출신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아티스트, 엄마이자 CEO인 Bethany Koby는 'Technology Will Save Us'의 창립자이다. 공동 창립자 Daniel Hirschmann은 아티스트, 메이커, 에듀케이터로써 Nike, AOL, 사이언스뮤지엄, 휘트니 미술관 등과 협업하여 10년 이상 인터랙티브 설치물, 공간, 오브제 등을 만들어오고 있다. 또한 영국 국내외에서 피지컬 컴퓨팅, 아듀이노, 프로그래밍, 인터랙션 디자인 등을 가르치고 있다. Bethany Koby는 한 매체에서 이들의 활동이 시작된 계기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일하고 있던 해크니에서 다니엘과 함께 걷던 중 한 쓰레기통에 노트북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누군가가 아직 작동될 수 있는 기술 부품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과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기술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나와 다니엘은 당시에 기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일반 교사들이 일상속에 존재하는 기술의 진짜 모습을 이해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가에 대해 강렬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난 이후 이들은  어린이들이 DIY 키트를 가지고 일상 속에서 기술을 활용해 그들만의 유용한 도구 또는 장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DIY 도구 키트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Bethany는 처음부터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지 않고 그녀의 제품 디자인 지식을 살려 키트를 개발하기 위한 워크숍을 운영했다. 10대들을 불러모아 그들이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키트는 10대들의 취향과 능력을 반영한 것으로써 게임, 사이클, 음악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가디언(Guardian) 팟케스트에서 Bethany는 그들의 키트 콜렉션은 사람들을 무지의 상태(zero)에서 메이커(Maker)로 옮겨갈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DIY 게이머 키트는 지난 2014년 MoMA(Museum of Modern Art in New York)의 "Humble Masterpiece"라는 이름의 콜렉션으로 소장되어 현재 MoMA 디자인 갤러리에서도 전시중이다. DIY 게이머 키트는 사용자들이 그들이 직접 만든 게임을 코딩하거나 온라인 라이브러리에 있는 게임을 다운로드해서 손에 쥐고 조작하는 게임 콘솔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한다. 본 콜렉션을 소장한 뉴욕현대미술관에서는 TWSU가 만든 다양한 키트들은 현재 우리의 일상 속 테크놀로지와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중심 역할과, 디자인 지대에서 메이커 문화 - 기술 접근의, 풀뿌리 문화, 공예 주도 - 의 새로운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Technology Will Save Us. DIY Gamer Kit. 2013. Electronic components, dimensions variable. Gift of the designers 


TWSU의 키트는 심플하고, 친근한 도큐멘테이션과 함께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TWSU는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매 년 개최되는 '올 해의 디자인 어워드'에서 2015년 수상 후보로도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웹사이트에서는 DIY 도구 키트의 종류에 따라 사용가능한 대상의 수준에 맞추어 키트의 소개와 기본 사용방법에서부터 다양한 확장 방법과 예시를 동영상 및 매뉴얼 시트를 통해 온라인 오픈 리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를 비롯한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학교 및 단체와 협력해 이들이 만든 키트 또는 개발하고자 하는 키트를 활용한 다양한 만들기 워크숍/이벤트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교사들도 미디어 키트를 활용해 학제간 융합 교육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상황에서의 활용사례와 응용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키트 판매를 위한 온라인 숍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숍 이용에 대한 안내도 되어 있다. 



Technology Will Save Us. Electro Dough Kit. 2013. Electronic components, dimensions variable. Gift of the designers 


Technology Will Save Us. 온라인 리소스 - Electro Dough Kit


Technology Will Save Us. 매뉴얼(부분) - DIY Thirsty Plant Kit 


TWSU의 DIY 도구 키트는 특히 교육용 미디어 키트의 상품화 과정에서 다양한 워크숍 운영을 통해 사람들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상품화한 제작 과정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유아에서부터 전 연령층까지 다양한 사용 대상의 눈높이에 맞춘 기술 요소, 친근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디자인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온라인 숍을 통해 영국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소, 원거리의 한국에서도 키트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키트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너무 특정한 결과물(예: 인형 만들기)로 한정되지 않아 응용을 통해 다양한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 이해뿐만 아니라 보다 창의적인 만들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매우 상세하고 친절한 매뉴얼 및 온라인 리소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잘 살펴보기만 한다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만드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단순히 만드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교육적인 의미를 가지고 구체적인 레벨을 정하여 교육적 미디어 키트로 특화함으로써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충분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그럼으로써 다양한 영역의 교육자 및 일반인들이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것의 필요에 따라 미디어 키트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Technology Will Save Us. 영국의 초등학교 프로그래밍 위크의 일환으로 진행된 DIY Instrument Kit 워크숍

(* 직접 만들기를 통해 회로와 센서 작동 원리, 빛이 사운드로 전환되는 방식, 납땜 기술 등을 배울 수 있다.)


미디어 키트는 단순히 원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교육하기 용이하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 동기를 찾고 그것을 직접 만드는 행위를 실천하도록 하는 자율적인 교육을 지원한다잘 만들어진 미디어 키트는 수많은 말들로 가득 채워진 만들기 강의보다 더 나은 교육 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교사의 역량(교사의 개별 강의력상황과 신체 컨디션 등에 따라 달라짐)과 관계없이 교육 전달 내용에 있어서의 안정적인 전달이 가능하도록 한다. 

'Technology Will Save Us'는 미디어 키트로 만들기를 통해 일상을 구성하는 여러 사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우리를 구해주는 기술이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나아가 기술을 단순히 우리가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무언가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TWSU의 단순하고도 특별한 활동을 살펴보면서 '기술이 우리를 구해준다면'이라는 가정에서 '기술이 우리를 구해줄거야'라는 믿음으로 나의 일상을 새롭게 떠올려 본다. 그리고 해결할 문제를 던져본다.

"오늘은 나를 위해 무엇을 만들어 줄까?"


글. 김아름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