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결국, 호기심으로부터 :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Sense of Wonder' 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 6. 19:28



앨리스온에서는 지난 9월, 현대의 기술과 예술의 접점에 선 다양한 작품 전시와 미디어아트 창작의 신기술을 제시하는 워크숍, 혁신적 예술의 가치를 주제로 한 렉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페스티벌인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행사에 다녀왔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고 난 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 : 작가, 창의적인 것)들의 축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라는 물음을 떠올려 보았다.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에서 개최하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행사는,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 사업을 통해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 제작을 연간 지원하여 해당 작가들의 작품 제작이 완료되는 시점에 열리는 축제이다.

금천예술공장이 개관 이듬해부터 추진해온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 사업은 금천예술공장이 자리잡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지닌 '첨단산업도시'라는 지역적 정체성 아래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수출을 통한 경제발전을 위해 섬유, 봉제산업 중심으로 조성된 최초의 국가산업단지였던 구로산업단지는 1996년 구로공단 첨단화 계획이 수립되어 '서울디지털산업단지(2000.12월)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IT 및 소프트웨어 산업분야의 벤처기업, 패션디자인산업, 기계 정밀기기 및 첨단제조업 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올 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이 사업은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술(Technology) 기반의 창작아이디어를 선발하여 제작비 및 전문가 컨설팅, 발표회의 기회를 제공하는 예술+과학기술+비즈니스 융합형의 지원사업이다. 

일반공모를 통해 '사업화' 전제의 아이디어를 선발하며, 개발작품 발표회와 프로모션 미팅을 통해 아이디어의 사업화 가능성을 제공한다. 특히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기업체의 부품 협찬을 통해 예술가와 기업체 간 실제 접점을 갖는다는 데서 여타 미디어아트 지원사업과 변별력을 지닌다.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전 작품 연계 행사 연혁


 2010    다빈치 아이디어 전시  <테크네의 귀환>  2010년 12월 9일 ~ 12월 22일

 2011    다빈치 아이디어 전시  <임의적 접근이 가능한 블랙박스>  2011년 11월 3일 ~ 11월 22일

 2012    다빈치 아이디어 전시  <내일의 전야(前夜) : 산업 그리고 미디어 아트>  2012년 11월 3일 ~ 11월 22일

 2013    다빈치 아이디어 전시  <블루 아워 : 기능과 미학의 경계>  2013년 9월 11일 ~ 10월 15일

 2014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렉시컬 갭 Lexical Gap : 미디어 아트의 비언어적 해석>  2014년 9월 3일 ~ 10월 17일

 2015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센스 오브 오브 원더 Sense of Wonder>  2015년 9월 3일 ~ 30일


2010년부터 공모사업을 시작하였고 2014년 부터는 본 사업을 확장하여, 선정된 작품을 전시하고 작품 제작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페스티벌 프로그램인 ‘다빈치 크리에이티브’를 연 1회 개최해오고 있다.

올 해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 센스 오브 원더 Sense of Wonder' 에서는 8월 29일(토) ~ 30일(일) 제작기술 워크숍을 사전 행사로 진행하고, 9월 3일(목) 오프닝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호기심으로부터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가?' 라는 주제의 렉처 프로그램과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가 열렸다. 또한 9월 3일(목)에서 30일(수)까지는 공모사업 선정작가 및 국내외 초청작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이루어졌다.


(좌) 오프닝 퍼포먼스 _ 1024 아키텍처 architecture, 리세션 Recession


(우) 제작기술 워크숍 결과물 전시 _ 참가자+허르만 콜겐 Herman Kolgen, 우리를 둘러싼 영역들: 실제의 자연요소를 사용하여


해외 초청작가 작품 전시 _ 모리스 베나윤 Mourice Benayoun, 이모션 윈즈 Emotion Winds


해외 초청작가 작품 전시 _ 루이-필립 데메르 Louis-Phillippe Demers, 블라인드 로봇 Blind Robot


그렇다면 올 해 '2015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이 되어 자신이 상상하던 작품 제작을 위한 지원을 받고, 구현한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축제의 중심에 서게 된 작가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일까?

올 해 '2015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에서는 지난 2월 27일 ~ 3월 20일 사이 테크놀로지 기반 미디어 아트, 키네틱 아트, 라이트 아트, 미디어 아키텍처, 사운드 아트, 미디어 퍼포먼스 외 다양한 '예술+기술' 아이디어 공모가 진행되었다. 공모 대상은 전문가 및 일반인을 포함하여 개발 아이디어의 구현 기술력 보유 및 외부제작이 가능한 자이며, 외부기술자 협업도 가능하다. 모집부문은 크게 창작자 대상 제작 지원[부문 1, 2]과 시민 대상 아이디어 리서치 지원[부분 3]으로 나누어졌고, [부문 1, 2]에서 선정된 작가에게는 제작 지원비를, [부문 3] 선정자에게는 리서치 비용을 지원했다.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행사를 통해 전시장을 구성하고 개발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와 엔지니어/기술 전문가 1:1 멘토링 기회가 제공되었다. 또한 작품 제작에 필요한 일부 부품 및 기술을 지원하였다.

공모전의 결과물 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브 원더 Sense of Wonder' 행사에서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뇌파(EEG), 사운드 인터페이스(sound interface), 관객 참여형 미디어 스킨(participatory media skin), 키네틱 라이트(kinetic light) 등 호기심 가득한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실험들에 주목하였다. 이와 더불어 빅데이터(big data)에 기반한 감정커뮤니케이션(emotional communication), 미디어 퍼포먼스(media performance), 로보틱스(robotics), 디지털 아키텍쳐(digital architecture), 알고리듬 아트(algorithmic art) 등 끊임없이 자신의 호기심에 충실하며 인간과 기계, 가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놀라움(the sense of wonder)을 선사해 온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들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공모 [부문 1]의 신규 기술기반 창작 아이디어 창작자와, [부문 2]의 2010~2014 다빈치 아이디어 개발작 중 업그레이드 된 아이디어 창작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작품으로 구현하였다. 그리고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함께 신진 '아티스트'로써 나란히 한자리에서 소개되었다.

이렇게 2015년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와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를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로써 새롭게 조명된 창작자 총 8팀의 작품은 어떠한 아이디어와 구현 방식을 통해 제작되었을까?


피아노 연주가 칵테일 맛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코드블루, 센티멘테일, 인터렉티브 사운드 아트, 2015


‘센티멘테일’은 관객에게 자신의 감정을 맛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관객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함으로써 칵테일이 제조된다. 관객에 의해 연주되는 음악에 포함된 ‘감정’과 칵테일이 주는 ‘미각’을 연결지으려는 시도가 신선하다. 피아노는 관객의 직관적 참여를 이끌어 내며, 다채로운 액체가 호스를 통해 즉각적으로 흐른다.


거울로 빛을 반사하여 쓰는 글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최영환, 폐허 - 협업작가: 최성수(문학가), 시: 홍현수(미디어아티스트), 키네틱 기술, 2015


‘폐허’는 한 시인이 재개발 현장을 목격하고 쓴 시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미디어 설치 작품이다. 사라진 삶의 터전과 그 위에 피어나는 새로운 생명 사이의 시적 대비는 거울에 반사된 LED 조명 빛이 모이고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단어를 통해 극대화 된다.


 

최영환, 사라지기 쉬운 현수막, 성북동 주민들 협업, 비디오 프로젝션 09’13’’, 2014


2014년 ‘사라지기 쉬운 현수막’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발 지역에서 수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비디오 작품이 2015년 신작인 '폐허' 작품과 함께 전시장에서 소개되었다. 이 작품은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말하는 ‘내 집의 의미’가 담긴 짧은 문구가, 거울 설치물이 태양빛을 반사해 내 만들어 내는 빛의 조합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으로 구성되었다.


뇌파만으로 우리 주변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면 내 삶은 어떨까?

김은솔,안성석,양종석, 겁에 질린 표정, 인터렉티브 설치, 2015


‘겁에 질린 표정’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유토피아적 이상과 디스토피아의 역설을 뇌파를 통한 풍경의 재현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갈수록 편리해지는 현대의 환경 속에서, 신체의 가시적 움직임을 배제하고 수집될 수 있는 뇌파 데이터로 주변 환경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뇌파 기술은 첨단의 기술을 상징한다. 작품 안에서 관객의 뇌파에 따라 움직이는 오브제들이 생성하는 장면은 기술 사회에 대한 우리들의 불신과 두려움을 대변하는 은유적인 순간으로 표현되었다.


입체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관객은 무엇을 경험할 수 있을까?

팀 보이드, P-LUNA, 설치, 2015


물리적 의미로서의 달은 공전이라는 움직임을 통해 빛의 변화를 보여주는 반사체이다. ‘P-LUNA’는 달을 거대한 기계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디스플레이로 가정하고, 이를 형상화한 키네틱 라이트 조형 작업이다. 작가 그룹인 팀보이드는 움직임을 통해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모듈의 조합으로 이미지를 시각화 하는 키네틱 라이트를 고안하여 본 작품을 제작하였다. 180개 기둥들의 움직임에 의한 빛의 변화를 통해 관객은 시간에 따른 달의 형태 변화를 느끼게 되고, 움직임과 빛의 관계에 따른 평면과 입체의 시각적 변형을 경험하게 된다.


창의적 스토리텔링을 미디어 아트로 한다면 어떨까?

김아영, 인공합성세계-라오와 파로의 유적 탐방기, 인터렉티브 설치, 2015


높이 솟은 탑 속에 마법처럼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자 기획된, 도예와 미디어 콘텐츠를 결합시킨 모험 장치다. ‘라오’와 ‘파로’의 짧은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인공합성세계의 구현 작업은 어떠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들이 예술과 기술을 체험해야 하고 또 어떤 방법으로 그 체험을 자신의 일상에 재현하도록 하는가, 즉, 무엇이 살아있는 콘텐츠로서 오랜 시간 축적되고 진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의 탐구에서 비롯된다.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들이 유적을 탐방하는 장면이 에니메이션으로 구현되어 화면을 통해 나타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유적은 도예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탑 형태의 실제 오브제로, 조형물 안에 움직이는 카메라를 설치하여 촬영된 영상이 실시간으로 에니메이션 영상과 합성되어 화면에 투사된다.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죽음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경험할 수 있을까?

디지털히피단, 가상현실에서의 죽음, 가상현실 영화 4’30’’, 2015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작품으로서, 관객이 침대에 누워 가상현실 헤드셋(Virtual Reality Headset)을 쓰고 관람하는 가상현실 단편 영화이다. 가상현실 속 관객은 영화를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 ‘존재’하게 되지만 곧 그 존재를 잃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상현실에서의 스토리텔링과 영화적 문법을 실험하고, 죽음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프로젝트이다.


물이라는 자연요소로 누구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있다면 어떨까?

박승순, 아쿠아포닉스 V2,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2015


‘아쿠아포닉스’는 파이프의 유속을 제어하여 음악을 연주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페이스이다. 음악을 매개로 자연과 인간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다. 전자 음악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박승순은 본 작품 제작을 통해 새로운 음악 창작의 재료 및 작법을 실험하고, 관객들에게 물의 속성을 이용하여 직관적으로 컨트롤함으로써 기본적인 음악 지식 없이도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관객의 참여로 계속해서 재 창작되어 변화하는 미디어 작품은 어떤 모습 일까?

이재성, 박재완, 오토포이에시스: 관객 참여형 미디어 스킨, 인터렉티브 설치, 2015


본 작품은 ICT 기술과 모듈러 디자인 방법의 융합을 통해 미디어 스킨을 대중화, 실용화, 일반화시키는 것을 목표한다. 최근 창작문화의 확산으로 관객은 작품과의 단순한 상호작용을 넘어 직접적인 창작과정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최적의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본 작품은 지능화 된 미디어 스킨 모듈을 제공함으로써 관객은 자신이 원하는 조형과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스스로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관객 참여형 플랫폼 기반 미디어 아트이다.


다음 순간, 나중에 어떻게 다시 굴 밖으로 빠져 나올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앨리스는 바로 토끼를 따라갔다.

In another moment down went Alice after it,

never once considering how in the world she was to get out again.


- 루이스 캐럴 Lewis Carrol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중에서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문장이다. 사람처럼 말을 하며 황급히 걸어가는 신기한 토끼를 발견하고는 순식간에 토끼 굴 속으로 따라 들어가 버리는 앨리스의 행동을 묘사하고 있다.

창조적인 사람, 새로움을 상징하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축제의 주인공인 아티스트들의 출발은 결국, 호기심으로부터 온갖 놀라움으로 가득 찬 세계를 마주하게 되는 앨리스처럼 시작되지 않았을까?

이번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브 원더 Sense of Wonder'는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발상의 원동력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안으로부터의 호기심을 놀라움으로 바꿀 수 있는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찾아내는 것이라 말하며, 기본에 충실한 '안으로부터의 호기심'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공모에서 선발된 작가들은 이러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아이디어가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창의적 가치를 인정받고, 다양한 지원을 거쳐 예술적 창작물로 완성된 축제의 현장에서 이제 벗어나 있다. 

축제가 끝나고 난 뒤에도 자신만의 순수한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아티스트로서, 계속해서 놀랍고도 창의적인 작품으로 관객들과 마주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글. 김아름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