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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대하는 창의적인 방식 : 박승순 _inter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 6. 19:28


앨리스온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전자음악가 '라디오포닉스(Radiophonics)', 아트 콜렉티브 레이블 '아이디언(IDEAN)'의 공동설립자인 박승순 작가를 인터뷰 했다. 그는 일반 대중들이 음악을 듣는 것에서 나아가, 보다 가까이 다가가서 누구나 음악을 만들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뮤직 인터페이스 작품 및 전자음악 제작, 소셜 네트워크 밴드 프로듀싱, 교육 기획, 집필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 박승순 작가를 만나본다.


AliceOn.  음악을 중심으로 확산적인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2010년 전자음악가 '라디오포닉스(Radiophonics)'라는 이름으로 '코스모스(Cosmos)'라는 제목의 전자음악 앨범을 냈어요. 이후에 한동안 음악과 관련한 다른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했구요. 저는 기존의 음악가들처럼 음반 혹은 전시, 공연과 같은 활동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음악이 사회에 작용하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계기는 친구이자 동료인 작가 정진화와 함께 '아이디언(IDEAN)'이라는 레이블을 설립하고 첫 앨범 정산서를 받은 뒤였어요.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때 저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작곡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한 곡당 1원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그나마 작곡가이기 때문에 1원인거지 가수나 연주자는 그 1원을 더 쪼개서 갖게 되는 수익 구조를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전자음악가 ‘라디오포닉스’라는 이름으로 2010년에 발표한 박승순의 첫 번째 앨범

Radiophonics, [Cosmos], 2010, CD / Streaming / Download, IDEAN


이후에 수익이 안되는 이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나 대기업 위주의 여러 서비스들은 함부로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음원의 가치가 이미 1원으로 정해진 상태라면, ‘다른 음악적 가치’는 얼마로 책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같이 했었던거죠. 우스겟소리로, ‘컵, 의자,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처럼 사람들이 흔히 구매하는 물건에 음악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와 같은 다양한 상상을 오랫동안 하게 됐어요. 기존의 음악을 음원으로 유통하는 채널을 다시 바라보고, 다른 채널을 통해 음악을 유통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거죠. 그 때부터 음악을 음원이 아닌 또 다른 미디어로, 음원 서비스 업체가 아닌 다른 채널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정진화 작가의 경우, 2013년 '식물의 이면'이라는 앨범을 엽서에 음원 다운로드 코드를 심어 발매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엽서 앞면에는 김아람 작가의 그림이 있고, 뒤에는 트랙 정보와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는 코드가 있어요. 사실은 이제는 사람들이 CD를 들을 수 있는 기기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음악을 바로 다운로드 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를 했던 거에요. 엽서 한 장에 2,000원으로 판매를 했는데, 음원의 1원과 비교했을 때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훨씬 많아진 셈이죠.


2014년에 제작된 '아이디언'의 컴필레이션 엽서집

IDEAN COMPILATION VOL.1 [PLAYING CARDS], 2014, Compilation Album(Postcard Collection), IDEAN


저의 경우에는 사람들이랑 집단 창작 같은걸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해서 '요즘밴드' 활동을 했었어요. '다음(Daum)'에서 출시하고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된 SNS '요즘(Yozm)'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사연을 모집해서 음악을 만들고 무료로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 밴드였어요. 이후에는 '아쿠아포닉스(Aquaphonics)'라는 뮤직 인터페이스를 제작해 ‘메이커 페어 서울 2014’,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에 출품도 하게 됐어요.



물방울의 떨어짐을 이용하여 컴퓨터에 내장된 가상 악기를 연주하는 뮤직 인터페이스 ‘아쿠아포닉스-버전 1’

박승순, [Aquaphonics-V1], 2014


AliceOn.  '아쿠아포닉스' 작품을 만들게 된 과정과 '2014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처음으로 전시했을 때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그 전까지 만들던 음악과는 다른 '아쿠아포닉스'와 같은 제작물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을 했어요. 만드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왜 이런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이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2014 메이커 페어 서울’에 참가를 하게 됐어요. 미디어 작품을 이미 다양하게 접해 본 전문가들 보다는, 이런 문화를 처음 접해본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와서 굉장히 신기해 하는 걸 보면서 이들도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가 점점 확산이 된다면 그 사이 사이에 음악을 엮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갔던 메이커 페어가 어떻게 보면 메이커 문화의 기지같은 곳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메이커 페어에 참가하면서 만난 수많은 메이커들과 이러한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신기했어요.


AliceOn.  '메이커 페어' 참가가 '아쿠아포닉스' 작품 개발에 더욱 힘을 얻게 된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후에 현재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메이커 페어 이후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행사에 공식 초청되어 아쿠아포닉스 1을 활용한 첫 번째 사운드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전시 및 공연을 경험하고 나니까, 하면서 얻게 된 지식이나 재미가 생겨서 올해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전시에 ‘아쿠아포닉스 버전 2’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금천예술공장에 제안 했고, 최종 작가로 선정이 됐어요. 처음에 출품했던 버전 1은 다 분해가 되었구요. 보다 큰 형태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밸브를 돌려 지나가는 물의 속도를 다르게 했을 때, 여러 가지 소리들이 다양하게 생성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해서 지난 9월 3일 ~ 30일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린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에서 전시 했습니다. 또 이 전시를 계기로 지난 12월 광주아시아문화전당에서 초연한 '소리의 숲(정소정·심재찬 연출, 김정란 예술감독)'에 아쿠아포닉스가 초청되고 저 또한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 등 꾸준히 다양한 분야에 작품이 소개되는 중입니다. 

살면서 물이라는 매체에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하다 보니까 물의 속성이 정말 여러 가지가 있더라구요. 떨어지면서 파도가 치며 부딪히는 것, 잔잔하게 흐르는 것, 관을 통과하는 물 등 여러가지 속성들이 연구를 하다 보니 발견 되었습니다. 이런 속성들을 활용해서 음악을 만드는데 적용을 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요즘도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2014년 '아쿠아포닉스 버전 1'의 다음 단계로,  파이프 속을 흐르는 유속을 제어하여 음악을 변형 및 연주할 수 있는 뮤직 인터페이스 ‘아쿠아포닉스-버전 2’.

박승순, [Aquaphonics-V2], 2015


    

‘아쿠아포닉스-버전 2’ 연계 앨범

박승순, ‘AQUAPHONICS V2 [W.W.W.] DOCUMENTS’, 2015, Book + CD +Digital Download Code, IDEAN


AliceOn.  물의 유속이라는 요소와 소리를 맵핑(Mapping) 하셨는데, 어떤 소리를 염두에 두고 만드신건지요?

아쿠아포닉스 버전 1에서는 떨어지는 물방울이 트리거(Trigger) 역할을 하도록 했어요. 즉 물방울이 떨어졌을 때 온(On) ·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을 때 오프(Off) 역할을 하는거죠. 원리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각 관마다 음계값을 집어 넣으면 물방울이 떨어짐에 따라 음들이 발생을 하는 거에요. 메이커 페어와 같은 전시회에서 단순한 음계만 심어놓는 방식으로 작품을 구현한 다른 예들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작업의 시작점이 전자 음악,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물방울이 하나가 떨어졌을 때 단순히 ‘도, 미, 솔’ 등과 같은 음계가 아니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음이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센서에 물방울이 떨어졌을 때 수많은 파편들이 생기게 되잖아요. 그 물방울들이 순간적으로 퍼지면서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걸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수천, 수만 가지 파편들이 생기는데, 그 파편들 작은 방울 큰 방울 하나하나에 특정 음들이 재생될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물방울이 떨어지면 단순한 음계가 맵핑 되도록 설정을 했다가, 정말 수백개의 음계가 산발적으로 한꺼번에 퍼지는 효과를 내고 싶었던거죠. 실험적인 소리를 생성하기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개념 접근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업그레이드 된 아쿠아포닉스 버전 2에서는 일반 신디사이저에서 들을 수 있는 음, 혹은 앰비언스 등을 맵핑 하여 공간을 잔잔하게 수증기처럼 채워주는 느낌을 만들어 봤어요. 우선은 제가 임의로 선택한 소리들을 배치하고, 사용자가 물이 흐르는 파이프의 밸브를 조작하면 물이 흐르는 속도가 변화하여 맵핑 된 소리가 재생이 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제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마지막에 시도를 하고 싶은 사운드는 작품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음색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소리는 제각각 다를텐데, 물이라는 요소를 통해 직접 음악을 창작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라는 작품의 의도에 맞도록 향후에는 사용자가 찾고 싶은 음색을 찾아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AliceOn.  일반적인 밴드활동을 하다가 전자음악을 새롭게 시작한 것도 큰 변화였지만 2010년에 전자음악 음반을 내고 나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이후 활동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통해서 소셜 네트워크 밴드 ‘요즘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나요?

2011년 쯤 이었던 것 같아요. 고민을 해서 기획을 하고 제대로 해보자라고 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예전의 다음 커뮤니케이션에서 당시에 새로 출시한 SNS인 ‘요즘’이라는 걸 만들고 대학생들을 모집해서 SNS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홍보 활동이나 창작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그 곳에서 만난 팀원들과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요즘밴드’를 결성하게 된 거에요.

외국에서는 재밌는 것들 많이 하잖아요. 여러 가지 자료를 검색 하다, 인터넷으로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그것을 DJ에게 전달하고 DJ가 이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준다거나 하는 프로젝트 사례를 보았어요. 그러면 우리는 요즘이라는 SNS를 통해 사연을 받아서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거에요.



그 때 사례가 신문에도 나고 그래서 제가 그것을 바탕으로 학부 졸업논문을 쓰게 됐어요. 결론적으로는 국내에서는 “우리 이런 걸 한 번 해볼까요?" 라는 식으로 창작자들을 모집을 하는 건 원래 음악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이 될 수 있겠지만 전혀 예술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노래를 만들기에 참여를 하려면 어렵게 느껴지고 노래를 하기에도 부담스럽고 그래서 저희가 그 때 사연이라는 시스템을 사용을 했었던게, 그래도 간접적으로는 참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서였거든요.

그 때 좀 깨달은 점이 많았어요. ‘모두가 (예술) 창작자가 될 수는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간접적으로는 분명히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아쿠아포닉스' 작업에도 많이 참고를 했어요. 너무 많은 요소들을 사용자한테 허락할 경우 그게 오히려 반감이 생기게 만드는 것 같아서 어느 정도의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사용자는 간접적인 참여 정도만 해서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맞는 것일 수도 있고 틀린 것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은 그랬어요.


AliceOn.  새로운 시도로써 보통 사람들도 음악을 직·간접적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안하셨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다른 음악가들처럼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이 듣도록 하는 방식에 머무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대중적인 음악들은 대중 작곡가들이 만들어서 끊임없이 소비되도록 하는 순환구조가 있어요. 대중 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많은 전자음악 뮤지션, 주변에 있는 인디밴드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들어줄까 하는 고민이요. 계속해서 그런 고민을 하다가 제가 왜 이런 음악을 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역으로 추적해서 옛날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하면서 드럼도 쳐보고 베이스도 선배들이 하는거 따라 쳐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하면서 경험을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예전에는 그냥 흘려 들었던 연주 스타일이라던지 다른 음악 요소들에 '그냥 좋네. 잘하네.' 이런 반응만 할 수 있었는데 점점 음악가들의 연주 스타일이나 특징들을 보는 재미가 생기더라구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이런 인디밴드 공연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 혹은 전자음악을 들으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건지 모르는거다, 그렇다면 음악을 사람들에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실험음악에 조금씩 빠지고 있었을 때, 몇몇 지인분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유럽엔 실험음악 축제에 많은 관객들이 온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그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새로운 음악을 경험하는 데 노출이 많이 되어 있어서 그런 새로운 음악 감상을 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데, 우리나라는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쉽게 사람들이 새로운 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뭘까 하는 생각에 계속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AliceOn.  '요즘 밴드' 활동 중단을 하면서 '소셜미디어 및 스마트 기기는 음악 창작을 위한 새로운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창작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음악 창작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아쿠아포닉스' 작품도 오프라인 환경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온라인 상에서도 직접 접촉을 해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그 당시에 그런 얘기를 하면서 다녔을 때에는, 좀더 넓은 목표를 가졌던 게 있어요. 인터넷 사이트 안에서 모든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생각 했었던거죠. 단순히 음악가들이 컴퓨터를 켜놓고, 로직이나 다른 시퀀스 프로그램에서 혼자서 음악을 만들고 “내가 이만큼 만들었으니까, 너가 다음 마디를 만들어.” 이런 식으로의 공유가 아니라, 그냥 접속만 하게 되면 접속한 사람들끼리 이 트랙에는 이걸 추가했다가 다른 걸 넣어보는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거기서 만약에 가능하다면 보컬 녹음도 실시간으로 해서 넣는 거에요. 24시간 동안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음악들이 협업을 통해서 계속 만들어 질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해 봤어요. 온라인에서 공연도 할 수가 있구요. 이미 'Web Audio API', 'Web MIDI API' 등을 통해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연구와 실행으로 옮기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AliceOn.  일종의 음악 만들기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뜻하는 것 인지요? 그러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실 때 혹시 참고하신 사례가 있었나요?

사람들이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 하잖아요. 제가 음악이라는 큰 줄기에서 사물인터넷 환경은 도대체 어떤 형태로 존재할 것인가, 그런 고민들을 지금 많이 하고 있는데,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가 되는, 모든 게 다 연동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분명히 어떤 물꼬가 존재할텐데, 그리고 특히 음악 부분에서도 사물인터넷과 뭔가가 존재할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시퀀스 프로그램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은 서비스는 이미 여러 개 존재해요. 그게 전문가들, 어느 정도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적합한 플랫폼이고 그나마 일반화까지 내려온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아이패드의 개러지밴드(GarageBand)라고 생각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이패드 개러지밴드도 사람들이 쉽게 접근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아직까지도 들어서 그냥 그것보다는 더 쉬운데 전문가들이 쓰기에도 유치하지 않고 일반인들이 쓰기에도 편한 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근 이 고민에 대한 대안으로 웹 오디오(Web Audio) 분야에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주제로 다루려고 하고 있어요.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개인작업에 적용하여, 새로운 포맷의 작업물을 지속적으로 공개해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AliceOn.  집필 작업도 하고 계시는데, 음악 활동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음악 얘기를 너무 진지하게 쓰게 되면 제가 읽기가 어려울 것 같고 그런 글을 사실 쓰기도 어렵구요. '생각의 무게'와 같은 책은 여러가지 잡생각들을 글로 배출한 건데, 지금같은 경우는 워낙 이런저런 작업을 많이 하다보니 거기서 발생되는 여러가지 잔여물들(?)이 생겨서요. 작품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부분인데 얘기 해버리면 안되는, 이 음악에서 막상 넣지 못했었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쪽으로 배출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사람이 음악을 듣다가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만든걸까?’ 하고 궁금한 지점이 생겼을때 이걸 보면 아주 일상적인 과정에서 이런 생각, 짧은 생각 하나로 이런 음악을 만들게 됐구나 라는 걸 알 수 있게 될 텐데, 이러한 어떤 접점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 싶어서 쓰게 됐어요.


   

박승순, [생각의 무게 100g], 2013


AliceOn.  만드시는 음악에는 가사가 없는데, 음악을 만들다 보면 가사를 넣고 싶은 충동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앨범을 만들 때 작업일지 형식으로 텍스트를 작성해요. 예를 들어 '코스모스' 앨범을 만드는 과정으로 설명을 드리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각주:1]'를 읽고 이 사람이 생각하는 코스모스가 이런거라면 나는 음악으로 코스모스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책을 읽으면서 드는 여러가지 질문들을 적어 놨다가 테이핑을 해서 붙여 놓고, 작가가 이렇게 얘기했는데 나는 왜 이걸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적으면서 또 다른 텍스트를 만들어 붙이기도 해요. 이런 이야깃거리를 다 가지고 나서는 그것을 마치 연주자들이 쓰는 악보처럼 촥 펼쳐요. 그런 다음 저 이야기를 쓴 구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계속 매칭을 시켜 보는거죠.


AliceOn.  그렇게 텍스트를 가지고 작업하는 방식은 흔한 방식인가요?

저도 굉장히 궁금한데요, 이 '생각의 무게'라는 책을 낸 것도 왜 다른 음악가들은 자기의 생각을 글로 남기지 않을까, 이런걸 한번 내보면 다른 사람도 자극을 받아서 내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 때문이었어요.


AliceOn.  전자음악가로서 '라디오포닉스'의 음반, 인스톨레이션과 실험적인 사운드가 결합된 뮤직 인터페이스 '아쿠아포닉스' 작품 제작 등 음악, 미술, 과학 등 여러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자신이 위치해 있는 분야 또는 정체성에 대한 생각도 해보셨는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조심스럽지만, 늘 똑같이 생각을 하고 있어요. 흔히 음악계, 미술계 식으로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어떤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경계 짓기를 안 좋아해요. 그 경계를 뛰어넘으려고 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것들이 발견된다고 생각을 해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무언가와 무언가가 엮였을 때 서로에게 어떤 신선한 인사이트를 주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어쩌면 음악 씬에서는 제가 하는 활동을 가볍게 볼 수도 있어요. 그저 사람들한테 전달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과 어떤 것이 부딪힐 때 생기는 아름다운 것이에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음악만 만들어서는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에, 제 스스로가 자꾸 다른 영역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3D 제품디자인 프로세스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3D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는 당연한 x, y, z 축의 개념이 저에게는 새로운 음악적 관점으로 다가왔어요. 다른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어느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든, 결국 음악으로 모든 게 수렴하는 것이죠. 전자음악가 ‘라디오포닉스’이자 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뉴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박승순. 이 것이 지금과 앞으로의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해요.


AliceOn.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전시를 통해 알게 된 이재성, 최두호 작가와 함께 'DIDIER DUBOT'의 비주얼·사운드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2016년 1월 31일에 열리게 될 저희 아이디언(IDEAN)에서 기획하는 페스티벌 ‘나인 페스트(NEIN FEST)’도 준비 중입니다.

개인 작업으로는 'ELEMENT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자연 또는 세상에 존재하는 기본 요소들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연작으로, 아쿠아포닉스는 ‘물’에 해당하는 작업이었죠. 이후에는 식물의 세포 구성,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에 관한 작업물을 음악, 웹 오디오, 텍스트, 영상, 인스톨레이션 등의 포맷으로 ‘천천히’, ‘꾸준히’ 공개 할 예정입니다.


박승순 작가 홈페이지 http://seungsoonpark.kr

라디오포닉스 홈페이지 http://www.radiophonics.net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아름[앨리스온 에디터]

유다미[앨리스온 수습에디터]



  1.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한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의 1983년 저서이다. 칼 세이건은1980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코스모스 Cosmos》의 해설자로 나서서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광대한 우주의 신비까지 까다롭고 난해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명쾌하게 전달하였으며, 방송 내용을 책으로 옮긴 동명의 책을 출간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두산백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