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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free improvisation meeting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5. 2. 08:08




어떤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무수한 것들을 그들의 관점으로 정의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정의내린 무수한 것들에 명제를 달아 그들의 사고방식 틀에 맞춰 구분한 다음 다른 무언가를 정의 내릴 때 판단의 기준이 된다. 만약 그 판단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 무언가는 이 세상에서 존재감이 사라진 이방인처럼 취급받게 된다. 항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이 이방인과 같은 존재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다가 결국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항상 세상에는 예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 정체성을 정립하고 나아가 더 새로운 가능성에 시도를 거듭하여 예외가 아닌 것들과의 만남의 길에 토대를 만들고 있다.


지난 4월20일 대안공간 루프에서 릴레이(RELAY: free improvisation meeting)의 12번째의 연주가 있었다. 나는 연주시작 시간보다 일찍 공연장을 찾았다. 우리가 보통 연주회를 생각하면 항상 무대 중간에는 피아노와 같은 악기들이 각자 자신들의 위치에 있고 무대를 앞에 두고 의자들이 놓여있는 것이 보통인데 하지만 이 공연장에서는 우리가 알아 볼 수 있는 악기들은 놓여있지 않았다. 다만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활기기들. 컴퓨터, 휴대폰, LP판, 시계태엽 등등이 네모난 책상 위에 매우 투박하게 올려져 있었다. 이게 악기인가? 정말 이것들로 연주가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연주 시간이 다가오고 연주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공연장을 가득 매워졌고, 5명의 연주자들은 악기들이 올려져 있는 투박한 책상에 각자 자리를 잡았다. 공연장에 모든 불이 꺼지고 나와 모든 관람객들의 시선과 귀가 연주들에게 집중되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삐-------------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뚜------ 삐------- 뚜앙--------- 지직-------------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5명의 연주자들은 자신들 앞에 놓인 악기 아닌 악기들(컴퓨터, 휴대폰, LP판, 시계태엽 등등)을 가지고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몇 십분 동안의 연주를 만들어내었다. 이 연주에서는 그 흔한 악보도 보이지 않았고, 신들린 연주자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지만 이 연주에서는 중요한 포인트가 존재하는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연주자들이 악보에 얽매이지 않은 매우 즉흥적인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난 연주를 듣는 내내 내가 연주자가 된 것처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온몸에 짜릿한 기분이 느껴졌다.







릴레이는 일상 속의 미디어들을 연주의 도구로서 이해하는 국내외 뮤지션,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정기 연주회이다. 연주회에 참여하고 있는 뮤지션들과 아티스트들은 음악뿐만 아니라 영상의 연주 또는 퍼포먼스 등의 방식을 이용해서 그들 자신만의 미디어를 가지고 시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즉흥적인 연주(악곡 또는 그 일부를 창작하여 그것을 악보에 적지 않고 즉석에서 연주하는 일)를 통해서 창조하고 있다. 릴레이 연주회에서 빠지면 안되는 필수요소들이 있다. 하나는 기존의 악기가 아닌 일상 속의 미디어를 연주의 도구로 삶는 것이며, 또 하나는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즉흥적인 연주라는 것이다. 특히 즉흥적인 연주는 연주회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짜릿한 순간을 만끽함과 동시에 허탈함을 주는 묘한 무엇가를 가지고 있다. 미디어 악기들과 즉흥적인 연주, 이 두가지 필수요소를 통해 릴레이는 숨쉬고, 행동하고 있으며, 작가들의 상상력과  새로운 무한한 가능성들을 계속해서 창조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릴레이 공연이 진행된지도 2년이 흐르면서 12번의 공연이 있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연주를 감상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도대체 이것이 음악인가요?라는 물음을 제기하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이런 부정적인 반응은 특히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비판의 요소가 되었고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그 비판의 목소리는 릴레이와의 단절을 부추꼈고 릴레이 측에서는 단절을 피하기 위해서 전통음악에 손을 내밀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릴레이는 그들이 하는 연주에 대해서 항상 좋은 시도를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꿈을 꾸고 있으며 계속해서 한길을 걸어갈 것이다. 나는 릴레이를 통해서 무엇을 평가하기 전에 그 무엇을 우선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이 연주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이 소리를 받아드릴 준비가 됐는가? 라고 .



글. 조채린(엘리스온에디터.
green@alice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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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공연 기획자이자 사운드아티스트인 류한길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입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릴레이, 지평선잠수부 등등의 자료들이 있으며, 릴레이공연 실황도 동영상으로 감상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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