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展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5. 2. 08:42



유럽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미디어아트와 사진을 소개하는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전이 지난 4월 11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는 2006년 5월 파리에서, 그리고 같은 해 7월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후, 200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순회 전시로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출신의 작가 12명과 한국 작가 6명이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어떠한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일까?


도시는 현대 문명인들의 생활의 터전이며, 현대 문화의 발생 공간이다. 때문에 도시가 담고 있는 기억과 공간, 시간은 어쩌면 우리를 말해주는 근원이자 본질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고, 알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과연 진실한 것일까. 우리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현실을 인식하고, 때로는 기억하며 또한 전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에 의한 현실 인지 과정은 어쩌면 매체가 담고 있는 현실에 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전제하고 있으며, 또한 새롭게 잉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전까지 사람들의 손에 의해 기록되었던 현실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발명 이후 사람의 손을 떠나 기계의 기능 속으로 자연스레 담겨지게 되었다. 굳이 사진이라는 매체의 보편적 본질을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이러한 기능들은 우리들에게 현실 혹은 진실에 관한 맹목적인 믿음을 매체에 부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들에 의한 현실이 어쩌면 ‘현실’이라는 현상이 가지고 있는 부분적 특성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어버리고 만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기억하는 인간의 특성은 변화하는 도시의 이미지 혹은 숨겨져 왔던 도시의 모습들을 자신들의 기억과 일치시켜 버렸다. 우리들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등장 이후, 매체 앞에서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매체가 가지고 있는 적극적 현실 반영성을 본능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통해 현실과 자아에 새로운 이미지를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놀이?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즐겁게 자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 속에서 사진이 담고 있는 본래의 기능들은 조심스럽게 변화한다. 즉, 사진은 현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능을 외부로부터 획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 변화를 우리들은 애써 부인하고 있다. 도시에 관한 우리들의 기억 혹은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우리가 생활하며 체험한 도시의 모습과 사진 속 이미지로서의 도시의 모습은 일치하는가? 화려한 조명 속에 멋진 건물들과 즐거운 인물의 사진으로 우리는 그러한 모습들을 담아내는 도시들을 손쉽게 단정지어 버리진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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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Capitals: Paris>, 이호영


롤랑바르트는 사진에 대해서 의문(주제)이 아니라 하나의 상처로서 깊이 파고들고 싶어했다. 그는 사진의 출발점을 현실의 기록이 아닌 감성의 표현으로 바라보았다. 때문에 그는 사진에 관하여 바라보고 느끼고 그런 후에야 파악하고, 또다시 바라보고 그리고 생각했다. 바르트의 이러한 사진에 관한 감성적 접근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진의 출발점으로서 또한 감상의 첫걸음으로서 분류될 수 있는 두 가지의 접근법이 우리에게 매우 상이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인 이호영의 <Unknown Capitals: Paris>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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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The Tunnel>, Zsofia Ilosvai


그의 작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의 생기발랄한 모습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그의 사진은 우리에게 낯선 이국땅에서의 이방인으로서의 쓸쓸함의 감정을 충실히 전달한다. 작가 개인의 삶의 기억이 투영된 이러한 사진들은 분명 그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등장하는 대상들은 모두 뚜렷한 형체를 가지지 못하고 분산되어 있다. 즉, 사실적 시선으로의 접근이 아닌, 개인의 기억 속에서의 감성적 접근이 시도된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감성적 접근은 파리의 또 다른 모습을 담은 소피 일로즈바이(Zsofia Ilosvai)의 <Paris, The Tunnel>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녀의 작업에서의 배경은 어두운 지하 터널이다. 묵묵히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행인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한데, 작가는 우울한 음악과 함께 그들의 표정없는 순간을 포착한다. 샤르트르의 말을 빌어보자면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표적과 이미지라는 인식의 세계에서 부유하고 있을 뿐 그 어느 곳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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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enes 24h>, Katerina Stassinopoulos


반면, 영국 작가인 카테리나 스타시노푸로스(Katerina Stassinopoulos)는 <Athens 24h>에서 보다 사실적인 시선으로 도시의 모습을 담아낸다. 아테네에서 가장 생기있는 광장인 오모니아 광장에서 24시간 동안 촬영한 영상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다양한 도시 속의 모습들을 포착해낸다. 오모니아 광장은 아테네의 중심으로서 상가들, 공공시설, 이민자들의 집합소 등으로 둘러쌓인 장소인데, 그녀는 비디오라는 매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장소가 담고 있는 기억의 순간들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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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Capitals: Berlin>, Anne Zeitz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진, 비디오 등의 매체가 가지고 있는 객관적 사실에 관한 접근 가능성은 분명, 이전의 매체가 가지지 못한 보편적 사실, 진실에 대한 접근을 가능케 하였다. 그러나 사진에는 인위적 시각이 담기기 마련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누차 경고한 ‘가장 염려스러운 인위적인 카메라 작업’이 자행되고, 또한 예술의 영역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사진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계’를 ‘기계적 시선’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의도 없는 무의식적 시선이 필요하다. 안네 자이츠(Anne Zeitz)는 그러한 의미에서 무의식적 시선을 자신의 작업의 중요한 테마로 설정하는 작가이다. 독일 베를린의 CCTV에서 녹화된 영상들을 편집해서 보여주는 그녀의 작업은 자신도 모르게 통제되는 도시 속 다양한 장면들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를 냉정한 기계적 시선이 드러난다. 관객들은 안네 자이트의 작업을 통해 보여지는 대상이 아닌 관찰하는 주체가 되는 역할의 전이적 상황을 맞이하게 되지만, 타인의 삶에 대한 기계적 시선에 의한 응시에 조금은 긴장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들에 관한 다국적 작가들의 매체를 통한 접근들을 보여주고 있다. 매체 속에 담겨진 도시의 모습은 때로는 너무나 사실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때로는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섬세한 접근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의 접근법에 있어 분명한 것은 사진 혹은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한 출발지점과 그것을 감상하는 종착지점 간의 괴리감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모습, 우리가 체험한 도시에서의 감성은 어느 것이 진실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충분히 감상되어져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도시의 모습들이 아직도 우리의 감성 속에서, 혹은 마주하는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천천히 바라보고, 느끼고 또한 생각해야 한다. 결국, 도시 속 숨겨진 진실은 우리에게서 새로운 현실로 또 다시 생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 전시장 전경 보기

* 전시작업 동영상 보기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02-3789-5600)
www.kfcenter.or.kr


글. 유원준.앨리스온 디렉터 (postmaster@aliceon.net)


* 본 전시리뷰는 Aliceon TV 3회 ‘Aliceon live’ 코너와 연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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