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티스토리 툴바


유독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높은 온도와, 역시나 높아 더욱 여름임을 느끼게 하는 습도에 화룡점정으로 열대야까지. 그래서인지 유독 바다와 관련한 콘텐츠가 눈에 띄었던 올해였습니다. 그 한가지가 롯데월드에서 문을 연 콜라보레이션 그룹 팀랩(teamLab)의 상설전시 팀랩월드(teamLab World)이고, 역시나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폰 게임앱 어비스리움(Abyssrium)이 그렇습니다. 팀랩월드의 마스코트는 알록달록 친근하면서도 거대함을 함께 드러내지만 보고있으면 뭔가 마음이 푸근한 고래입니다. 전시장을 관통하는 이 고래는 공간 곳곳에서 유영하며 음악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어비스리움에서는 산호섬을 끊임없이 클릭하면서 산호섬에 산호를 자라게 하고, 여러 물고기들을 불러들여 아기자기하고 평안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배경음악과 더불어 천천히 유영하는 물고기들과 서서히 율동하는 산호들, 뿅뿅거리며 끊임없이 하트(생명력)을 뿜어내는 산호섬을 보고 있으면 그냥, 편안합니다. (더불어 시간도 모르는사이에... 손가락은 아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가 오늘 소개할 게임 ABZU(ABZÛ) 입니다. 이 게임은 Giant Squid Studio에서 2016년 8월 2일에 출시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게임 저니(Journey, thatgamecompany, 2012)의 아트 디렉터 매트 나바(Matt Nava)와 작곡가 오스틴 윈터리(Austin Wintory)가 참여했음과, 어드벤쳐 장르라는 사실을 더했을 때 짐작할 수 있듯, 플레이어는 경쟁이나 전투, 목표 없이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그래픽과 음악, 그리고 조그만 드론 동료와 함께 거대한 세상을 '여행'하는 게임입니다. 



저니가 그러했듯, 이 게임은 대화나 텍스트, 그리고 지도를 비롯한 일체의 UI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글화를 고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바다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고기들과 해초들 사이를 지나며 때로는 바라보고 때로는 함께 헤엄치며 그 공간을 경험합니다. 해저라는 배경이기에 2차원의 평면이 아닌 3차원의 바다를 한가운데에 유영하며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제트기류처럼 빠른 해류를 타고 다른 풍경과 속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고정된 특정 공간에서 단지 다닐 수 있을 뿐이라면 게임일 필요는 없을 것이고 설령 시대를 초월한 그래픽일지라도 결국은 지루해질 뿐일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연안, 심해, 폐허 등의 바다들을 다니면서 수수께끼를 던지는 고대 문명의 유적지를 둘러보게 됩니다. 알듯 모를듯 의문을 만드는 벽화와 건물들을 보며, 각 지역에 봉인되어 있는듯한 여러 물고기들을 해방시키며 어떠한 흐름을 타고 결국은 엔딩에 도달합니다. 무성영화처럼 아무런 말과 텍스트가 없는 이 게임의 무음공백을 채우는 것은 플레이어 자신의 상상과 행동입니다. 이 모든 여정에는 적도, 능력치도, 레벨도, 아이템도 없습니다. 남는 것은 스스로의 기억과 경험입니다.





역시나 이 게임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는 그래픽입니다. 극사실적이거나 대단히 강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압도적입니다. 위 이미지는 게임을 하면서 가장 경이로웠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해양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거대한 무리를 형성한 작은 고기들의 소용돌이입니다. 그 장면을 단지 2차원 화면을 통해 접하는 것과, 직접 그 소용돌이를 뚫고 들어가거나 그 근처에서 그 숫자와 속도감을 보는 느낌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수동적인 관람이 아닌 또다른 나의 눈과 몸을 가지고 진행하는 체험. 그것이 이 게임의 핵심일 것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영화 아바타((Avatar, 2009)를 떠올렸습니다. 영화상에서 주인공 제이크가 나비족 육체를 다루기 위해 거대한 나무의 숲을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 토루크를 타고 판도라를 다니는 장면은 무언가 내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단히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을 들게 했습니다. 내가 직접 내 몸을 움직인 것도 아닌데, 그냥 영상을 바라본 것일 뿐인데, 3D 기술을 통해 드러난 영상은 반쯤은 내 육체와 제이크를 동기화했습니다. 3차원을 표현했다고는 하지만 일단은 전달할 뿐인 영화에 비해 게임은 내가 직접 시점을 변경하고 등장인물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며 바라보며 즐기는 또는 몰입하는 경험을 좀 더 신체적인 '체험'으로 변화시킵니다. 볼 거리라기보다는 체험할 거리라는 것이 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지점이 게임이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지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2018. 1. 6.


글. 허대찬 (앨리스온 에디터)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