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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가상과 현실을 봉합선 없이 중첩시키고 있다. 철학자들은 가상과 현실을 구별하였고 가상 뒤에 숨은 참된 실재를 찾으려고 했다면 디지털 대중은 모든 대상에 대해 판단중지를 수행한다. , 가상을 다른 현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디지털 시대, 가상과 실재를 융합시키는 상상적 해결의 과학시대,  파타피직스(pataphysics) 세계에 살고 있다. 디지털화된 세상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중첩된 세상으로 상상과 이성, 허구와 사실, 환상과 실재 사이의 단절을 봉합선 없이 이어주기에 파타피직스 세계라는 것이다. (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2014) 참조)

 

영국의 극작가인 마이크 바틀렛(Mice Bartlet)2015년 작 게임이 전인철의 연출로 두산인문극장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공연되었다. 연극은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던 주인공 애슐리와 칼리 부부가 부모님의 집에서 나와 새로운 집으로 들어오며 시작한다. 새 집과 가구들, 자동차,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어느 집에 들어가 살게 되는데, 이것에 대한 조건으로는 이 부부를 표적으로 하는 사격 게임을 하러 오는 고객들에게 그들의 생활을 공개하고 표적물이 되는 조건이다.

 


'게임'의 무대


무대는 기존 연극의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벗어나 무대를 중심으로 객석이 배치된 원형극장 형태를 취한다. 이것은 관객의 시선들로 무대를 애워싸며 극중 부부의 사생활을 관음하는 설정을 극대화 한다. 아울러 본 연극은 자극적인 대사,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거친 음향효과 등 여러모로 보는 내내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안고 관람하도록 한다. 이것은 시선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총격의 불안 속에서 사는 극중인물들의 감정의 전개와 맥을 나란히 한다. 또한 무대의 상단에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모니터를 통해 게임을 하러 온 고객들과 이 부부를 관리하는 관리인의 공간이 동시에 보여지는데, 관객들이 입장하는 통로의 입구 역시 카메라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즉 관객이 입장하는 순간부터 무대에 들어서며 무대와 객석의, 즉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모호하게 열어둠으로 일련의 파타피직스(Pataphysics)세계를 경험하도록 한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현실의 육체를 가지고 거울 나라의 공간, 즉 우연히 환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듯,  연극 '게임' 배우들을 비롯한 관객들은 가상의 공간으로 대상화된 곳으로 들어가며 연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연극 게임의 무대 모습

사진 두산극장 제공

 

게임속 매체

 

연극에서 사용된 카메라, 채널링 모니터 등, 기존 연극에서 사용되지 않는 매체들은 본 연극의 표현 범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본 연극에서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카메라에 연결된 모니터로 대신하고, 극 속의 다양한 시점들을 서술한다. 예컨데 일반적 게임이란 모니터 너머의 가상세계를 경험하고 조작하는 반면, 본 연극에서는 게임속 가상의 공간을 공개된 무대로, 게임이 이루어지는 실제 공간을 모니터 너머로 역전시키며 관객들로 하여금 게임 속의 대상을 보다 밀접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객관적 시점, 주관적 시점, 감독의 시점, 간주관적 시점으로 이미지를 구성 하는 영화장르의 카메라적 요소를 이용해, 연극 게임에서도 카메라와 모니터를 이용하여 극 속의  다양한 시점들을 서술한다. 배우들을 향한 카메라, 보이지 않는 무대 너머의 공간을 보여주는 카메라들은 마치 집 안의 부부를 감시하는 눈과 같은 역할을 하며 객관적인 시선, 연출가의 시선, 관객의 시선을 보여준다. 이렇게 다양한 각도의 시선들을 교차시키며 외부에 존재하는 카메라의 눈을 통해 여러가지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이한 행동을 동시에 관찰,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시점은 둘로 분할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이자 서술자인 존재가 여러 명의 인물을 각각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임속 게임적 요소

 

게임' 이라는 제목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본 연극에서는 게임적 요소를 큰 맥락으로 가져가고 있다. 예컨데 일반적인 게임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환상성에 있다. 게임에서의 환상성은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 지점에 참여자의 작동을 통해 그것을 체험하는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보여지는 현상과 관련한다. 2007년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라크 출신의 아티스트 와파 빌랄(Wafaa Bilal)<국내 긴장(domestic tension)>(2007) 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시카고의 플랫파일 갤러리에서 작가가  30일간 생활하며 진행된 프로젝트로, 인터넷에 연결된 페인트건으로 24시간 갤러리 안의 작가에게 누구나 페인트건을 쏠 수 있도록 설정해두고 그 안에 벌어지는 작가의 생활 역시 모두에게 공개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 끝 무렵에는 세계 130여개 국에서 6만 명의 사람들이 빌랄에게 총을 쏘았다. 본 연극과 와파빌랄의 작업은 게임에서의 환상성과 가상성을 현실로 직접 끌어당기며 인간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고발한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와파 빌랄(Wafaa Bilal), <국내 긴장(domestic tension)>, 2007.

 

사진 wafaabilal.com

 

반면 연극 속 고객의 역할을 하는 배우들은 계속해서 일정의 돈을 지불하고 에슐리와 칼더 가족에게 총구를 겨누며 극이 진행될 뿐 연극에서 관객의 참여라던가 인터렉티브 요소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부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저 게임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이 계속해서 바뀌면서 마치 슈팅 게임처럼 똑같은 플롯의 반복으로 전개하며 지루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반복적인 플롯은 게임의 환상성에서 점차 벗어나 와파 빌랄의 작업에 참여한 관객들처럼 총을 쏘는 행위의 반복으로 게임의 무상성을 즐기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본 연극과 와파 빌랄의 <국내 긴장>, 이 두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무자비함이란 비인간적이라기보다는 총을 쏘는 행위가 게임이라는 환상의 경험을 지나 되풀이되는 놀이에 그치며 생명이나 윤리와 같은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며 사용자(총을 쏘는 인물)에게 비극적인 느낌을 전달하지 않는 요소인 것이다.

 

에슐리와 칼리 부부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

사진 두산예술극장 제공

   

인간다운 삶을 담보로 얻어진 집, 24시간 감시되는 생활, 돈을 지불한 사람들에 한해서 총을 쥐게 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일삼는 고객들의 이른바 갑질. 이토록 비인간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급증하는 현상. 극의 전개가 이루어지는 배경은 비현실적인 만큼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 한 달간 4만 발 이상의 페인트볼이 와파 빌랄을 향해 발사된 것처럼, 마냥 허구라고 할 수 없는 현실과 연관된 가상의 공간이다. 도처에 자리한 현대사회의 불편한 현실과 외면하고 싶은 현상에서도 계속해야 하는 삶이라는 것을, 연극 '에서는 물리적 장치인 카메라와 시스템적 장치인 게임을 이용해 파타피직스세계를 경험하도록 한다.

 

 

글. 김소현, 유다미(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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