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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그리고 거기. 밀려온 시간에서 찾아야 할 것 : 최찬숙 _interview

narenan 2017. 2. 5. 22:05

최찬숙 작가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비디오 및 인터미디어 작업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그녀는 이주여성들의 궤적을 따라다니며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살피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정신적 이주'의 틈을 발견한다그녀의 작업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매체가 가진 예술언어를 탁월하게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분명 일련의 시간이 느껴진다. 이는 오랫동안 견고하게 굳어진 사건의 프레임을 조심스럽게 해체하며 저편에 남은 개인의 정체성에 접근하는 느린 손길과 같은 것이다.


 AliceOn.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형식과 메커니즘에 매료되어 현재 베를린을 베이스로 비디오 작업과 인터미디어 작업을 하고있습니다.



AliceOn. 영상 설치에서 부터 최근에는 도큐멘터리 형식이 두드러지는 장르의 미디어 작품들이 보입니다. 크게 어떤 변화나 흐름으로 이어졌나요?

 초기엔 생활로서의 예술로 곁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업을 해왔는데요, 작가로써 직업을 가지고 활동을 해봐야 겠다고 생각한건 독일에서 미디어 아트를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미디어아트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요즘의 미디어 시대에 필요한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것을 감당하는 영역이 있고 이쪽으로 나가야겠다는 일련의 사명감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다녔던 베를린 예술대학교의 커리큘럼에는 내,외적으로 왕래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타 장르간의 융합을 일찍 접하게 되면서 인터미디어 작업을 해왔는데요,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또다른 예술언어를 빌어다 쓸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업의 형식이 퍼포머티브한 것도 있고, 아예 텍스트로 이루어진 작업도 있고, 사운드적인것도 있고, 그렇게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업을 했습니다. 점차 타 예술분야 에서 다루는 방식이나 예술언어에 대한 습득이 되다 보니까 차이점들이 확연하게 보이더라구요. 그러면서 시간베이스 안에서 이미지가 가질수 있는 힘이 어떤 부분일지에 대해 좀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최근 작업에서는 영상설치 보다는 좀더 영상 자체를 심도있게 해보려는 고민과, 설치영역에 있어서도 좀더 오브제화 시켜볼까 시도하면서 혼자 하는 작업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AliceOn. 각기 다른 예술언어의 차이점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것과 동시에 다른 여타 장르들을 수용하는 매체로서의 미디어를 염두하시나요?

미디어아트를 이해하는 여러가지 개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제 작업을 토대로 이야기해 보면 확장된 매체를 매게하는 미디어의 역할과, 양면적으로 타임베이스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힘을 다루는 매체 라고 생각합니다. 즉, 각각의 예술 장르들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 다르지만, 그것을 포괄하는 환경으로서의 미디어, 다른 여타의 미디어들이 수용할수 없는 시간성을 담보한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AliceOn. 오늘날 장르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려는 움직임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반 관객들로써는 난해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경력사항에 ‘인터미디어 기획자’ 라는 타이틀도 볼 수 있었는데요. 관객의 시각까지도 아울러야 하는 기획자의 입장은 어떤가요?

 학제간 연구를 할때 기획이라고 보지는 않고요. 서로 다른 언어들을 커뮤니케이션하도록 돕는 커뮤니케이터의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기획자의 역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것을 어떻게 예술적인 저의 언어로 융합을 시키는지가 관건인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처럼 각 파트가 동일한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는게 아니라, 각자 추구하는 예술적 언어가 다른 상태에서 그것들을 묶을 수 있는 코드들을 제시하고 고유의 언어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것 자체가 작업이 된다고 봅니다. 관객과의 문제는 실험적이여져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Folgen Der Spur> 3채널 영상설치, 230, DV, 사운드, 가변크기, 2006

출처 www.chansookchoi.net



 AliceOn. 작품속에서 이주민, 정체성, 기억과 같은 키워드가 돋보입니다. 이러한 주제에 집중하게 된 스토리 혹은 계기가 있나요 ?

 먼저 제가 이주민의 삶을 살 게 되면서, 점점 몸이 어디에 메어있는지 보다, 내 정신이 정신적인 이주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이주는 이제 물리적 의미보다 어떤한 정신적 상태의 과정이라는 건데요, 실제 이주민 중에서도 내 정신이 원래 있던곳에 있으면 자신의 환경을 살던 곳 그대로 만들어 놓는 행위를 마주하기도 하면서 ‘정신적 이주(inner emigration)’라는 부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발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치정권때의 문학인들 또한 ‘inner emigration’ 이라는 ‘내적 이주’ 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망명은 못했지만 자신의 글로 내적 이주를 꾀한 운동이나 표현들을 찾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 나름대로 ‘정신적 이주’를 가능케 하는 미디엄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민끝에 '이동기술의 발전'과 '종교'라는 두가지를 통해 정신적 이주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렇게 ‘정신적 이주’ 라는 주제 안에서 '이동기술'과 '종교' 이 두가지 테마로 작업을 발전시켜왔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이주민으로 살았던 제 가족을 떠올리기도 했었는데요, 일제시대때 한국 남성들이 노동자나 기술자로 징용을 가면서 일본 여성과 결혼한 케이스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해방이 되면서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 일본인 여성들이 꽤 있었고, 그런 경우로 저희 할머니도 한국에 오셨는데요. 교류할 수 있는 베이스가 되는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이주민에 대한 질문들을 하면서 2010년부터는 2차세계대전 이후 이주여성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일본인 할머니, 한국으로 돌아온 위안부 할머니, 그리고 세번째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양지리 프로젝트 입니다. 양지리 또한 1970년대 초에 대북 선전용으로 조성된 이주마을인데, 이번 레지던시를 계기로 이후로 많은 키워드를 뽑아내고 정리가 되는 기회였습니다.

 


 AliceOn. ‘정신적 이주’를 '기술'과 '종교' 이 두가지로 표현하셨는데요, 어쩌면 이 두가지 키워드는 서로 충돌하는 듯 보입니다. 작가님께서도 이 두가지 키워드가 충돌하는 지점을 느끼시나요?

 이 키워드를 함께 가지고 갔던 건 아니구요, 일단 2015년 갤러리 루프 에서 “The promised lend” 라는 프로젝트로 이동기술에 대해 개별적으로 풀어냈습니다. 기술과 종교 이 두 영역은 상이한것 같아 보이지만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여기에서 말하는 종교는 종교적 믿음과 같은 본질적인 개념보다는 종교라는 일련의 시스템이 기능하기 위한 로직과, 기술의 로직이 닮아있다는 부분에서 크게 와닿았습니다. 또한 종교적 현상이면서도 기술에서 구현되는 장치, 정신을 쏙 빼놓게 만들기도 하는 장치들, 그리고 시스템 안에서 이면의 것들을 이용하는 행태라던가 부작용들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AliceOn. 이동기술에 관련한 작업인 ‘The promised lend ’ 에 대해 좀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작업 같은 경우는 건축가와 인터렉티브 아티스트, 카이스트 뇌과학 교수와 함께 만들어낸 작업입니다. 인간이 걷다가, 뛰다가, 기구를 발명해서 점점 더 빨리, 이루지 못한 곳으로 닿으려고 발전하는데, 실제로 가장 보편적인 이동 수단이 자동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현재 자동차 분야에서 무인시스템 기술이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인 것처럼 자동차가 일종의 공간의 개념이 될 수 있구요, 그 안에서 이동과 이주에 대한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리는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전 자동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공장이자 테마파크로 조성한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토를 방문했고, 많은 소스들을 찾으며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전시는 빛과 센서를 통해 공장을 투어하듯 관객들에게 전시를 가이드 하는 시스템으로 구성했습니다. 크게 다섯 섹션으로 나눠져 이동하도록 설계되었는데요, 관객이 전시장에 들어가면 센서가 작동하면서 공장 가이드 멘트가 흘러나옵니다. 처음엔 자동차 광고문구와 함께 돌아가는 자동차 휠이 들어오는데, 이 지점에 서게되면 영상이 나오면서 컨트롤타워가 나오고, 하이테크에 대한 멘트들이 들리지만 시각적인 이미지는 감성적이고 일상적인 장면들이 보여집니다. 지하 공간에서는 아홉개의 이주사회에 대한 역사에 대한 텍스트가 벽면에 프로젝션으로 올라가고 작은 빛이 그 텍스트를 지워나가요. 마지막에는 “It’s not just a factory. It’s far more. We almost reach the perfection.” 라는 멘트로 안내는 종료되고 가운데에 가장 큰 빛이 한바퀴를 돌면서 텍스트를 지우며 마무리됩니다.

 


 AliceOn. 그 작품에서 빛을 이용한 장치들이 돋보였습니다. 어떤 의미를 염두하셨나요?

 폭스바겐 공장에 방문했을때 연극적인 방법으로 자사의 기술을 설명하며 가이드하는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그 말에는 많은 어폐들과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는데요, 마지막엔 “ 인간은 빛이 오는 곳이면 어디든지 보게 돼 있으며 건물의 조명은 자동차를 비추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당신이 자동차를 바라보도록 하며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자동차를 판매한다. 이것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운 공간이다 “ 라는 말을 합니다. 그 지점에서 부터 빛에 대한 리서치를 하게 되었고, 기억을 이식시킬 수 있는 첨단 생명 과학 기술인 광유전학에 대해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광유전학이란 간단히 말해서 빛에 반응을 해서 음이온과 양이온이 나오는 단세포를 개발한건데요, 뇌 지도 중 슬픈 기억의 부분에 단세포를 이식해서 트라우마를 없애거나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쥐나 원숭이까지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구요. 그렇게 광유전학은 일련의 이동기술의 최고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광유전학 뿐 아니라 모든 기술발전의 이면에는 엄청난 산업과 마케팅으로 인해 부작용들이 산재하지만 우리는 기술로 인한 이상향을 기대하고 있지요. 그래서 대안공간 루프의 공간을 모든게 빛으로 컨트롤이 되는 파라다이스를 생성하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봤습니다.



 AliceOn. 그렇다면 서치라이트를 연상하며 돌아가는 빛과 텍스트를 지우는 움직임은 광유전학기술에서 기억을 지우는 현상을 통해 이주사회 역사를 지우는 것을 은유하신건가요 ?

 이주사회는 결국 인류의 역사입니다.  전시 설치에서 보면 실제 이주역사의 테스트들은 작은 빛을 발현하고 있는 구조물에 의해 이미 지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내자의 멘트가 끝나면 설계된 서치라이트에서 나오는 강력한 빛이 모든 텍스트를 지우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지우는 강력한 강광원입니다. 즉 약광원들은 강광원에 의해 지워지는 빛의 원리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과연 어떤것이 강광원인가, 권력시스템이 될 수도 있고, 절대적 진리가 될 수도 있고요. 결국 빛 가운데 텅 비어버린 공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는 약속의 땅 (The Promised Land) 으로 가는 누군가의 여정에는 꼭 가지고 가야할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This is not a factoty> 멀티미디어 영상 설치, 512, HD, 9 Steppermoter-structure, 사운드, 2015 

(The promised lend, 갤러리 루프 )

출처 www.galleryloop.com



 AliceOn. ‘For gatt en’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작업은 라이프치히 레지던시의 일환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에요. 레지던시 큐레이터는 911 테러 당시 극적으로 사고에서 살아남게 되었고 죽을 뻔 한 경험으로 인생의 쇼크를 받았습니다. 한번도 믿음이나 종교에 대해 듣거나 학습한 적도 없었던 그는 "도대체 신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록 둘 수 있는가." 작가들에게 신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시 저는 라이프치히 지역의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이 지역은 종교적 자유가 허용되지 않은 지역이었습니다.  종교활동에 참가하면 패널티를 받게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종교를 지킨 할머니들을 인터뷰하며 풀어낸 이야기 입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신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며,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가" 라는 큐레이터의 질문이 성경에는 하박국에서부터 수없이 반복되었 다는것을 보았습니다. 'Forgatten' 이라는 제목은 결국 이 반복은 인간의 망각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망각 이라는 뜻의 forgotten, 또한  그렇게 ‘신격화 된 인물’을 상징하기도 하는 (‘gott’ 은 독일어로 신(god)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이중적인 의미를 갖고있습니다. 



 

<For got en> 3채널 영상설치, 320,HD, 사운드,  2012

( ACC 갤러리 )

출처 www.chansookchoi.net

 

 

AliceOn. 인터뷰의 대상이 되는 분들은 어떻게 접근하고 인터뷰를 진행하셨나요?

 인터뷰의 대상은 2차세계대전 이후의 70에서 90대 여성들로 규정했습니다. 인터뷰에 있어서 언어가 가진 불안정성, 혹은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대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대체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그래서 1차 인터뷰를 하고 이것을 토대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또한 인터뷰 공간이 어르신들의 개인적인 환경이다보니, 집중력을 환기시킬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옛날 여자들이 외출할때 도구로 쓰인 가마의 형태로 착안한 이동식 인터뷰 장치를 고안했습니다. 

 2차 인터뷰때는 1차 인터뷰를 통해 만든 영상을 프로젝터로 보여드렸습니다. 이미지 영상은 다양하지만 일단 처음에는 제가 등장을 합니다. 같이 숨을 쉬고, 숫자를 세기도 하고, 그분들의 이야기속의 키워드나 상황, 기억을 불러 일으킬만한 장면, 단어 같은 것들을 배치하면서 중간중간 질문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인터뷰어들은 그영상에 반응을 해주십니다. 그렇게 이미지 영상에 반응하는 얼굴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Gama> 90x180x125cm,,이동식 인터뷰 장치, 가변크기 ,2012 

출처 www.chansookchoi.net



 AliceOn. 인터뷰에서 반응하는 얼굴을 보여주는 형식은 어떤 의미인가요? 특히 한번 더 사진을 매체로 도출해낸 작업이 흥미롭습니다. 본 작업에서 3가지로 나눠진 형태를 볼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얼굴을 이미지를 다양한 형태로 설치하셨던 이유에 대해 알고싶습니다.

 저에게 글을 써주신 철학가 파르비앙 고스펠 박사의 글에서 인용하자면, 얼굴은 인간의 파사드이며 그 불투명함은 내부를 보호 하는 동시에 내부를 외부로 표현하는 공간입니다. 때때로 얼굴을 투명성을 거부하고 숨겨진 표현을 가시화 하는데, 그 순간들을 담는데 중점을 둔 작업입니다. 사전인터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저의 언어로, 다시 말을 걸어본거죠. 사진작업은 인터뷰자들 중 촬영을 허락하지 않으신분들의 기록입니다. 아크릴 박스 안에 인터뷰한 시간을 도식화 하여 그 시간만큼의 물을 부어 그들의 초상이 담긴 사진을 녹인 작업입니다. 얼굴이 시간에 의해 용해되어 다른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입니다.  영상작업에서는 숨겨진 표현들을 가시화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사진 설치를 통해 전이되는 기억으로서의 얼굴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for gott en> Claris Printed transparent foil, 20x30x2cm 아크릴, , 가변크기 ,2016  

(Grimmuseum, 베를린)

출처 www.chansookchoi.net


 

<Gravitys rainbow> 2채널 영상설치,330,DV, 사운드, 2013

(사천갤럭시현대미술관)

출처 www.chansookchoi.net

 

<The private collection> 310 멀티미디어 설치, 2010,

출처 www.chansookchoi.net

  



좌: Hiroshima 7:20, HDV, loop, sound, 2016  

우: Wornded Recollection 7:30 HDV, sound ,2016


 (Grimmuseum, 베를린) 

출처 www.chansookchoi.net



 AliceOn. 이번에 진행하신 양지리 레지던스의 작업에 대해서 살짝 말씀해주실수 있으신가요?

 양지리에서의 레지던시는 이주자인 저에게 있어 제 작업에 두 발을 디딜 기반을 마련해 준 곳입니다. 본 레지던시는 Real DMZ 기획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양지리는  1970년대 DMZ지역의 민북마을, 즉 대북 선전용 마을로 한국 근대사와 분단의 프로파간다 속에 마련된 마을 중의 한 곳입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정부에서 제공한 9평짜리 콘크리트 반쪽집에 뿌리를 박고 하나가 되어 살아내고 있는 여성들의 인데요, 어떻게 보면 그들의 삶이 박혀있는 땅의 무게가 저를 정주케 했으며, 하늘을 쳐다보고 오래된 빛들의 좌표를 찾게 만들었습니다. 제 기억속에 이식되었던 일본할머니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오래되고 무거운 기억이 역사의 틈속에서 살아내온 기억의 본질들을 전치 시키며, 저도 스스로 Displaced Person 으로서 새롭게 덜어내고 또한 의미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양지리아카이브> 멀티미디어 설치, 사진,사운드, 콘크리트모델, 가변설치 2016

(Grummuseum, 베를린)

 


 AliceOn. DMZ 프로젝트 등 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양지리 주민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일단 마을주민들이 외부인들에게 오픈되어 있긴 하지만 가장 신경이 많이 쓰였던 부분이었습니다. 양지리 안에 레지던스 하우스가 있고, 디엠지 프로젝트가 있을때마다 작가들이 왔다갑니다. 주민들은 마을의 좋은부분을 보여주고 번창하길 바라시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들을 비추려 하는 모습에 불만을 토로하시기도 하십니다. 저는 반반이라는 생각인데요, 현상을 한번더 질문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나 반응의 기회 자체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DMZ 레지던스가 마을을 대상화 시키는데 집중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다행이도 이번 첫 회의 양지리 레지던스 작가들의 합은 좋았던것 같습니다. 일정 기간동안의 거주로 주민들과 작가들간의 이해도가 많이 높아지지 않았나 기대해 봅니다. 무엇보다 작가들이 작업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마을분들은 그 마음을 더 정확하게 읽어주시는거 같아요. 주민 분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으실 수 있겠지만, DMZ 운영위원분들의 세심한 노력과 작가들의 시간들이 모여 생기는 교감들이 쌓여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AliceOn. 이주민이라는 키워드가 나오기까지 결국 정체성이라는 코드가 베이스로 맞물리게 될텐데요,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를 다루는 작가님의 입장은 어떠신가요 ? 


 인터그레이션 (Intergration) 에 있어서 정체성은 정말 중요한 키워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통합의 문제에 있어서, 동서독 통일이 되던 당시 동베를린 시민이 하루 아침에 서베를린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입게되는, 일련의 폭력성을 띄는 문제에 있어서 많이들 얘기합니다. 근본적이고 진부한 얘기지만 정체성을 다루는 사람들끼리의 어떤 통합이라던가 공동체와 같은 부분들이 사회 전반적인 큰 문제들에 깊이 들어가면 늘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구요. 양지리에서 느낀것 중 하나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관심이 너무 없다고 이장님께서 푸념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잘 들여다 보면 마을주민들 중 대부분이 이주자로 이루어져 있어 자기 정체성이 이미 출신 지역에 두고 계시기 때문에, 작은 결정들 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맥락에 있어서 정체성이라는 문제는 현대에서도 놓치지 않아야 할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의 탈북자 숫자에서 보여주듯이 이미 어떤 형태의 통일이 시작된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통합의 문제에 있어서 결국에는 정체성의 문제가 다뤄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분열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정체성이라는 키워드가 국내에서도 어떻게 보면 중요시해야 할 문제고, 우리가 망각하고 있어야 할 부분이 없지않아 있지만, 때론 유지가 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마치 우주를 떠돌던 우주선이 대기권에 들어올때  정교한 결합과 의식이 필요하듯이 섬세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를 위한 이주를 바라보는 예술적 관점을 세우는 것이 저의 작업이기도 합니다.

 


 AliceOn. 앞으로의 계획과 작업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양지리에서의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텐데요, 이주의 상태를 좀 더 확대하여 대안적이고 다학제적 인식을 통해 바라보고자 합니다. 결국 인간은 떠도는 행성과 같은 이주자이지요. 마치 위성이 우주로 나갔다가 대기권으로재진입할때 (Reentrie) 정교한 의식을 거쳐 결국 핵심 부품만 땅에 떨어지듯이, 이주자가 공간속에 진입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관계 맺고있는 정체성의 물리적 형태에 관한 작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시활동은 2017년 상반기에는 트란스메디알레 포어슈필전시, 그리고  5월에는 베를린시에서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 주간 오프닝 퍼포먼스와 앞으로 동아시아 미술관련 주요 플랫폼이 될 훔볼트 포럼 건물의 미디어파사드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어 6월에는 양지리아카이브의 본론에 해당하는 도큐멘테이션 필름을 마인블라우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선보입니다.
한국에서는 7월부터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결과들을 선보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AliceOn. 긴 시간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유다미 (앨리스온 에디터)


 www.chansookcho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