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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 이슈들에 대해 퍼포먼스와 참여미술, 설치 등의 다양한 방법과 미디어를 활용하여 예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앨리스온에서 주최한 '한국 신진 뉴미디어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 <New Stream 2014>'에 선정된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여오고 있습니다. 이에 본 인터뷰에서는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앨리스온 어워즈 작가로 선정된 이후 새롭고 다양한 여러가지 작품 활동을 진행중이십니다작품과 함께 작가님의 소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 문화적 이슈에 대한 유희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주로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를 이용해 감상자의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앨리스온으로는 신진작가 어워즈 이후 두 번째 만남인데요. 첫 만남 때와 지금의 관심 방향들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과 섹슈얼리티 작업들을 지금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A . 작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그에 따른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앨리스온에 소개했던 작품 <TheSexyBikini.com(더섹시비키니닷컴)>, <Virgin Candy(버진캔디)>는 영국에서, <SOUND PROJECT by 4ROSE (사운드 프로젝트)>, <the AGENDA hair salon(아젠다 헤어살롱)> 작품들은 한국에서 시작한 작업들이예요. 영국에선 아시아 여성 작가라는 정체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주로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에요. 제가 어떠한 작업을 해도, 인종과 문화적 배경에 따른 제 정체성이 작업과 함께 해석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작업을 시작하면서, 이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의 시대상을 살펴보고 그리고, 그 변화와 차이를 드러내는 형태로 발전시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의 이슈들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음원작업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이슈가 주제로서 등장하고, <아젠다 헤어살롱>에서는 전시가 열리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 주제가 변경되기도 하죠.


페미니즘과 섹슈얼리티 관련 주제는 음원이나 헤어살롱 작업보다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작업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가람, <Virgin Candy>, <Virgin Vending Machine>, <Virgin Candy Animation>, 토탈미술관, 2014.

 

데이터의 미디어 음원화

 

<SOUND PROJECT by 4ROSE(2014-ongoing)> 작품은 20145월을 시작으로 매달 디지털 싱글앨범이 발매되는 월간 음원 프로젝트이다. 매달 이슈가 되었던 뉴스 기사에 따라 주제가 정해지며, 가상의 걸그룹 ‘4ROSE’가 댓글을 읽어주는 음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Q.  ‘4ROSE’라는 사이버 가수를 설정해서 사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SOUND PROJECT는 인터넷 '댓글'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어요. 특히 제가 재미있게 지켜본 부분이 네이버의 뉴스에 대한 댓글이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여겨지는 인터넷의 특성이 대중들의 솔직한 반응을 이끌어 냈어요. 때로는 비판을 넘어선 욕설 때문에 놀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할 정도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해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너무나 솔직한 대중들의 반응, 바로 대중들이 공감을 느끼는 부분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막론하고 이러한 댓글이 여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매달의 이슈가 되는 사건(기사)에 따라,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대중들의 즉각적인 댓글이 모여, SOUND PROJECT의 가사로 구성되고, 1분가량의 음원으로 재탄생 되어 다시 대중과 만나게 됩니다. (국내 음원사이트와 전세계 80개국 아이튠즈 동시 발매)


2016년 주요 음원으로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포이즌>(5), '가정용 전기 사용료 누진세'를 주제로 한 <Discount>(8), 부정부패 방지법, '김영란 법'에 대한 <더치페이>(10)등 이 있고, 이번 달 음원 <이러려고>(11)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솔직한 반응을 다루고 있습니다.


‘4ROSE’4인조 사이버 걸그룹입니다. 가수 4명은 다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3개는 한국어 텍스트 음성 변화(TTS, Text to Speech) 프로그램이고, 1개는 영어 TTS프로그램입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일종의 걸그룹 패러디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것 처럼, 인터넷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익명성을 보장받는다고 믿기 때문에 댓글을 자유롭게 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익명성을 드러낼 수 있는 목소리로서, 기계음인 TTS 프로그램을 선정했습니다.

 

Q. 이 작업들을 시각적인 구조로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사운드 작업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구상하는 형태가 있나요?

 

A . 이 작업은, 처음부터 10년을 바라보는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20145월부터 진행되었으니, 벌써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달에는 정규 2집 앨범이 나오기도 했죠. 매달 디지털 싱글 형태로 발매되지만, 매년 한번씩은 전시와 함께 정규앨범을 발매하는것이 목표입니다.

 

처음 계획대로, 장기 프로젝트로서 기록이 모이게 된다면, 10년간의 한국의 사건 사고에 대한 대중들의 솔직한 목소리와, 달라지는 댓글문화를 반영하는 재미있는 아카이브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종적으로 10년차 전시에서는, 마치 유명 뮤지션의 회고전 같이 지난 기록들을 모두 모아 대규모 아카이브 전시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SOUND PROJECT (by 4ROSE)’ Sound Wall, 가변설치, (2016, 사비나 미술관 설치 전경)

 

Q. 좀 과격하게 질문을 해볼게요. 전시가 필요한가요?

 

A . 현재 전시 형태로는, 음원별로 내용이 확인 가능한 포스터 들을 살펴볼 수 있는 포스터 월과 각각의 음원을 설명과 함께 들어볼 수 있는 사운드 월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원 제목이나 처음 음원을 들었을 때 어떤 것을 언급하는지 바로 파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 ‘포이즌’, ‘흔들려같이, 음원 제목만 보고는 대중 가요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 음원이 주로 소비되는 형태는 음악 포털 메인화면에 당일 신곡으로 소개되어 듣게 되는 경우에요.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거나, 혹은 자신의 관심주제에 관련한 내용이라면 바로 알아채거나, 대략적으로 감을 잡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마련이죠.


전시장에서는 이런 내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또한, 일련의 사건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한 대로, 10년차에는 꼭 유명 뮤지션의 회고전 형태로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회고전에서는 해당 뮤지션이 발매한 음반, 포스터 뿐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의상과 소품들도 함께 모아서 보여주죠. 뉴스나 신문 매체 등의 언론 보도들도 함께 말이죠. 이런 형태를 처음부터 머릿속에 두고 시작했던 프로젝트인 만큼, <SOUND PROJECT>는 장기 프로젝트로서, 그 변화 과정과 결과가 저에게도 기대되는 작업입니다.

 

Q. 첫 곡은 단순한 비트를 배경으로 댓글 나레이션이 삽입된 형태였는데 최근 작업일수록 멜로디가 뚜렷해지면서 이제 정식 음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런 배경음악 작곡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음원 유통이라는 경로를 선택해서 대중들이 작품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었습니다. 제작 이후 유통 과정 중 발생하는 사건이 있나요? 그리고 음원 사이트 외에 다른 경로를 생각하는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먼저, 사람들이 댓글을 읽어주는 나레이션만으로 구성된 음원을 지속해서 듣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원마다 주제적인 차이가 있기에, 그 변화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이렇듯,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두 번째 발매된 디지털 싱글부터 배경음악을 넣게 되었습니다.


배경음악은 우선 주제 선정 이후, 댓글로 가사를 완성하고 사용가능한 샘플링 중에 어울릴 법한 음악을 직관적으로 선택해서 넣어요. ‘작사작곡보다 우선하는 음원이죠. 협업으로 음악을 만든 적도 있었는데 작곡가 파이벤과 6개월 동안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었어요. 작년 11월에 있었던 고양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에서는 DJ SPRAY와 디제잉 콜라보레이션도 있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에서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하고 싶어요.


제가 인터넷 음원 사이트를 통한 유통 경로를 선택한 이유는, 매달 발매되는 제 음원이 오늘 나온 음악으로 무작위로 재생되어, 제 작업을 모르시거나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도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음원 자체가 다양한 대중들의 목소리, 댓글을 담은 작업이기에, 최대한 다양한 분들과 만나서 함께 공감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습니다. 1분 정도 짧은 음원으로 제작되어 나오는 이유도, 유료 서비스가 아닌 미리듣기만으로도 충분히 그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죠. 현재 음원사이트 외에도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도 계속 업로드하고 있어요. 수익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걸 처음부터 염두하고 만든 만큼 저의 목적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거예요.


제작 이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는, 바로 이러한 ‘1음원 구조 때문에 유통사에서 난감해하는 경우입니다. 유통사 입장에서는 유료서비스로 수익이 발생되어야, 그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인데, 현재로서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매달 자원 봉사에 가까운 일을 진행하고 계신 셈이죠. 그래도 작업을 이해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매달 무사히 음원이 발매되고 있습니다.

 

Q.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만들어지는 댓글을 조합해서 만들어지는데요, 그 소스의 수집 조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루고 고려하시나요? 예컨대 같은 사건에 대해서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의 논조가 다르듯 그 기사에 달리는 댓글의 톤이나 방향도 매체마다 굉장히 다를 겁니다.

 

A . 일단,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요. 매달 음원을 만들기 때문에 뉴스를 통해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사가 무엇인지 지켜보고, 특히 주제 선정 기간에는 다양한 매체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사건을 눈여겨 봅니다. 그 다음으로, 주제에 대한 키워드를 정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기사를 검색합니다. 이러한 기사에는 댓글 또한 많이 작성되는데요, 그 댓글들에 호감도 순서 정렬이 있는데 그 순서로 검색을 해요. 물론 먼저 작성된 댓글이 대부분 상위에 랭크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이 많은 공감 버튼을 눌렀다면 그만큼 해당 관심사에 대한 댓글, 즉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기에, 그 기준으로 댓글을 모으고 있어요.

 

Q. 온전히 타인의 댓글로만 작업을 하면 저작권법에 문제는 없나요?

 

A . 현재까지 네이버 댓글 서비스 자체에서, 글쓴이가 주로 아이디 부분노출을 통한 익명성을 가지고 있어요. 댓글들이 더 솔직하게 작성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글쓴이가 ‘hime****’, ‘mjh4****’로 표기되죠. 우선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본인임을 명시해야하는데, 댓글 서비스에서 아이디 이름조차 노출되지 않아요. 아주 간혹, 페이스북으로 연동되는 아이디를 가지고 댓글을 작성하시는 분이 계시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댓글을 선택할 때 제외합니다.

 

김가람, the 2nd 정규앨범 표지, <UPDATE>,Oct. 2016.

 

Q. 댓글을 수집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기계적인 방식, 그러니까 계산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알고리듬화 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A . 알고리듬을 이용하기에는 댓글 선정 과정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건에 따라 댓글에서도 의견이 한쪽으로 형성되거나 양분화 되는 경우가 생겨요. 제가 객관성을 완벽하게 유지할 수는 없지만, 특히 상반되는 흐름이 생기는 주제의 경우에는 댓글 선정에 있어서 나름의 균형을 잡으려고 했어요. 내용에 있어서 나름의 객관성 유지를 지향하고 있지만, 때때로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주관적으로 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또한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글이나, 욕설 부분은 자체 심의를 통해 여과하고 있고요. 이러한 부분이 아직은 기계적인 방식으로 이용되는 알고리듬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미디어 기반 작업 특성상 기존의 예술 작업과 다르고 몇 개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반복 생산이 가능한 것 같아요. 이 점이 미디어의 생산 방식과 유사한 것 같아요. 한 가지 개념만 잡아놓으면 나머지 절차들은 합리적으로 절차에 따라 변환하기 쉬울 것 같은데 만약 작가가 개입하는 방식을 데이터화해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A . 댓글에 있어서는 그 당시에 유행하는 언어가 있고, 그 달에 따라 바뀌는 요소가 많아요. 예를 들어 올 여름 한동안 김흥국씨가 유행시킨 말로 조세호씨, 왜 안오셨어요라는 어투가 있었어요. 현 시점에서는 이미 어렴풋한 기억 속으로 사라진 이 어투가, 여름만 해도 수많은 댓글 속에서 등장했어요. 그야말로 유행어이니까요. 이렇게, 이러한 문구를 재치 있게 선별해서 가사로 이용하게 되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호감과 공감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인 제 자신의 판단에 따르는 선택이기도 하죠. 그래서 아직까지는 이렇게 작가의 순간적 판단아래, 작업의 결과로서 변화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알고리즘이나 합리적 절차로 만들어진 개념적 시스템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슈 공론화 플랫폼

Q. 다음 작업 <아젠다 헤어살롱>으로 넘어가볼게요. 처음에 머리를 자르는 구상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헤어커트 전문가 과정을 수료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A . 아젠다 헤어살롱은, 시위대의 삭발식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작업입니다.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는 의미로 머리를 자르는 행위를 하나의 사회 문화적 현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에는 개인적인 경험도 작용한 것 같아요. 대학을 다닐 때, 총학생회에서 등록금과 구조조정 등의 문제로, 삭발식을 하는 것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총 학생회장의 삭발식 이후에 등록금 인상률이 줄어들기도 했어요. 이후에 제가 영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그곳에서도 등록금 시위가 일어났어요. 영국에서는 EU학생들에 한해서, 국가 지원금이 학비가 감면되는 형태로 지원되었는데, 재정적인 문제로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죠.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과격 시위도 이어지고 꽤 위험한 상황들도 연출되었어요. 하지만, 한국 대학가에서 흔히 보였던, 삭발식은 존재하지 않았죠. 저에게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인상 깊었던 듯해요. ‘삭발식이라는 행위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이 특성을 가지고 헤어살롱 작업을 하게 됐어요.


<아젠다 헤어살롱>의 참여자는 주제가 적힌 커트 가운을 입고 그에 동의하는 만큼의 머리를 무료로 자를 수 있어요. 보통 미용실과 다르게, 참여하는 이에게 있어서 정치적 제스처가 부여되는 미용실인거죠. ‘나는 의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머리를 자른다라는 전제로 각 장소별, 시기별로 다른 주제와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미용실 공간을 만들었어요.


주제는 가장 시사성을 가지는 현안으로 구성되는데요, 예를 들어, 작년 2월 인천에서 있었던 프로젝트 전시에서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라는 슬로건으로 헤어커트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어요. 그 당시, 온 나라를 들썩였던 인천지역에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주제로 다루었죠. 작년 4월에 있었던 영등포 문래동 전시에서는 간통법 폐지에 관한 이슈를 다루었고, 그리고 그해 여름 독일 뒤셀도르프 전시에서는 난민 수용 문제, 그리스 위기, 언론의 자유를 주제로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을 위해 강남의 한 미용학원에서 헤어커트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실제로 퍼포먼스가 있을 때, 사람들이 제가 직접 머리를 자른다고 말하면 걱정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럴 때마다, 수료증을 보여드립니다.

 

김가람, <ACS#2: the AGENDA hair salon 2016 Düsseldorf-Projekt> 퍼포먼스, 전시 전경, 독일 뒤셀도르프, 2015.

 

Q. 헤어살롱에 참여한 관객들과 슬로건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장()을 형성하려고 하신건가요?

 

A . 어쩌면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사회적인 이슈를 주제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미용실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눠지잖아요. 저는 미용실에서 사소하고 개인적인 얘기를 하듯, 편하게 사회적인 관심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회적 이슈 안에서 대화가 충분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문제는 좀 관심을 가져서 충분히 합의가 이뤄지고 난 후에 방향성이 생기면 좋겠다 싶은데, 실제로는 연예, 스포츠 기사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물론 요즘 같이 대형 정치 스캔들이 일어나서 온 국민이 정치 사회 전반에 집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요.


<아젠다 헤어살롱>에서는 퍼포먼스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전시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한 설명이 먼저 이루어지고, 몇 가지 선택 안들 가운데 본인이 공감하는 주제 문구가 적힌 슬로건 커트 가운을 고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죠. 특히, 참여자가 대화를 시작할 때, 주로 개인적인 경험과 연관시켜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처음에 주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경우에도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주변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주제를 선택했던 다른 참여자의 의견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 하시고요.


퍼포먼스 이후의 반응도 저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있는데요, 참여하셨던 관객분들에 의하면, 이후에 뉴스를 보면서 자신이 머리를 자르면서 다루었던 주제가 보이면, 이전과는 확실하게 다르게 다가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변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그 주제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는 점도 있고요. 주변분들에게도 이런 미용실에 다녀왔다고 얘기하면서 편하게 그 주제가 언급되는 거예요. 그러한 잔잔한 파급효과들, 다시 한 번씩 주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제공되는 공간이 헤어살롱 작업의 특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헤어커트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사표현을 나누는 형식으로 머리카락을 통해 사회현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연상시키는 플랫폼인거죠.


물리적인 공간의 측면에서 <아젠다 헤어살롱> 작업의 경우, 열려있는 공간을 선호합니다. 지금까지는 윈도우 갤러리 형태에서 주로 퍼포먼스가 행해졌어요. 올해 3, 4월 독일에서는 야외에서 헤어 커트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기도 했고요. 전시 공간을 미용실처럼 꾸며놓았기 때문에, 실제로 새로운 미용실이 생기는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윈도우 갤러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머리를 자르는 행위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만드는 장소적 특성 때문입니다. 실제로 참여자들은 (본인이 선택한) 특정 주제 문구가 적힌 커트 가운을 입은 상태로 전시장 내 설치해둔 거울이 아닌, 대형 유리창 밖을 바라보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부분이죠. 물론 대화 내용까지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시각적 효과 때문인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전시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참여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에요.


궁극적으로 제가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역할은 어떤 특정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재미있는 전시, 혹은 흥미로운 작업의 플랫폼 안에서 참여자들과 함께 얘기해 보는 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점은 <아젠다 헤어살롱> 뿐 아니라, 모든 작업에서 드러내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Q. <아젠다 헤어살롱>이 독일에서도 이루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A . 작년 교환 레지던시로 갔던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서 올해에는 다른 기관, Filmwerkstatt Düsseldorf(필름베아크슈타트)에서 초청을 받아 다시 한 번 <아젠다 헤어살롱>을 선보였습니다. 올해(2016) 3월과 4월에 있었던 이 프로젝트에서 움직이는 헤어살롱을 처음으로 선보였어요. 이것이 작년과의 확실한 차이점이죠. 다양한 리서치와 현지인 인터뷰를 기반으로 뒤셀도르프를 비롯한 독일 내에서 이슈가 되는 사회적 문제와 관심사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었습니다. 도시 곳곳을 찾아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서 뒤셀도르프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이슈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좀 더 다양한 관객층과 소통하며 공감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난민 수용 문제’, ‘브뤼셀 테러’, ‘아트 이슈를 주제로 내건 이 프로젝트에서는 6개의 장소(갤러리, 교통 중심지, 플리 마켓과 거리, 기차역, 라인강변, 그리고 필름베아크슈타트)를 돌며 헤어커트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퍼포먼스는 비디오로 기록되었는데요, 51명의 참여자가 있었고, 이중에 두 명이 자신의 녹화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이렇게 49명의 퍼포먼스 기록은 편집 과정을 거쳐서 한 시간 가량의 비디오 작업으로 완성되었고, 이 기록물이 2016414, 필름베아크슈타트에서 있었던 상영회 때 발표되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김가람, <the AGENDA hair salon>, 헤어커트 퍼포먼스, 혼합재료, 가변설치, 코너아트스페이스, 2016

 

Q. 지금까지 헤어살롱은 국내와 독일에서 진행했는데 국내외 포함해서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나요?

 

A . 처음, <아젠다 헤어살롱>의 시작은 2014년 말에 인천에서 있었던 수봉다방전시 부터였어요. 이전에 주민센터로 사용되었던 공간을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재미있는 장소였죠. 당시에는 아주머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등 동네 주민들이 많이 다녀갔습니다.

본격적으로 전시 공간을 미용실 형태로 변화시킨 건 뒤셀도르프 Atelier am Eck(2015)에서 열린 전시부터 였어요. 이 때에는, 일반적으로 전시장을 찾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셨어요. 다른 말로는 미술관계자 분들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우연히 전시장을 지나가면서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헤어커트 퍼포먼스를 발견하신 분들도 신청하셨지만, 제대로 불특정 다수를 만나게 된 건 역시, 20163~4월 뒤셀도르프에서 있었던 움직이는 헤어살롱에서 부터인 것 같아요. 특히 교통 중심지, 플리 마켓과 거리, 기차역, 라인강변 등 야외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되면서 시리아 난민부터 노숙자, 무슬림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했습니다. 각 장소들마다 쉬는 시간이 전혀 없을 정도로 많은 줄이 늘어섰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2016년 여름에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가 진행되었어요. 특히나 이곳은 장소적인 특성 때문에 전시장을 일반 헤어살롱으로 오해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고, 끝까지 저를 미용인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이러한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한 달 간 지속되었던 전시에, 62번의 헤어커트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는데요, 참여자 대다수는 미술 관계자 혹은 미술 전시에 관심 있는 분들이었고, 전시 정보를 찾아 사전에 예약하고 방문해주셨어요.

 

Q. 헤어살롱 주제 선정 리서치는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나요?


A . 리서치는 주로 언론매체의 뉴스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필요할 때에는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내용적인 보강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2015년에 있었던 뒤셀도르프 전시의 경우에는 3개월간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서 리서치가 가능했는데요, 뉴스를 통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현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관련된 인물들과 인터뷰를 한 다음에, ‘난민 수용 문제’, ‘그리스 경제 위기’, ‘언론의 자유를 주제로 선정하였습니다. 2016년 뒤셀도르프 프로젝트 에서는, 2015년의 주제이기도 한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보강과 함께, ‘브뤼셀 테러’, ‘아트 이슈라는 새로운 주제가 추가되었는데요, 전시 시작 2개월 전부터 큐레이터와 지속적으로 주제에 관련한 회의를 진행하였고, 현지인 인터뷰는 독일에 있는 큐레이터가 담당하였습니다.

2016년 여름에 진행되었던 코너아트스페이스의 전시 주제는 역시 2개월간의 리서치와 인터뷰 등을 통해 강남의 지역적 특성이 드러나는 압구정 재건축 추진(부동산) 이슈와 강남 메디컬 거리의 외국인 성형수술 관광’, 그리고 미술계 위작사건을 최종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Q. 헤어살롱은 직전 작업처럼 충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작업에 장소특정적 특성이 더 추가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는 올해 압구정이 마지막 퍼포먼스인가요,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진행 중인가요?

 

A . 일단, 올해에는 한국에서의 다른 전시 일정으로 헤어살롱 작업은 추가적인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요. 프로젝트 특성상 시의성와 장소성이 강조되는데, 도시를 바꿔서 진행한다 하더라도, 한국 내에서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다면 주제가 겹치기 마련이죠. 내년에 새로운 이슈로, 국내외로 장소가 바뀌면 저에게도 참여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더욱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젠다 헤어살롱>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대중

Q. 이어서 신작을 공개하셨어요. ‘대중을 키워드로 단체전<Close Relation>을 계획하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대중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 궁금합니다.

 

A . 먼저 대중을 사전적 의미로 접근하자면, 뜻 자체가 집단이에요. 대중매체의 등장 이후에 부정적인 의미와 수동적인 무리들로 해석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런데 최근에 대중에 대한 의미의 해석들이 넓어진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대중에 대해 연구하는 광고기획자 분들과 대중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 중에 느낀 점은 지금 대중에 대해선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것 같다는 거예요. 그 중에서도 제가 생각하기에 일반인이어도 더 연예인처럼 사는 사람들이 SNS에 등장하고 자극받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이제 대중은 수동적인 존재에서 벗어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죠. 내가 여러 명 중에 한명이 아니라,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준비 중인 작업 <#셀스타> 제목은 셀피(selfie)와 인스타그램(instagram)이 결합된 합성어 셀스타그램의 줄임말이에요. 이 작업을 통해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대중 속의 한 명이 아닌 주인공이 되는 곳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김가람, <#SELSTAR>, 아크릴, 거울, 조명, 메이크업 화장품, 가변설치, 전시전경, 2016.

 

 

Q. 또 그 전시에서 공개하실 <# SELSTAR(#셀스타)>라는 작업은 어떤 이슈를 다루는지 설명해주세요.

 

A . #SELSTAR(#셀스타)>(2016)전시장 인증샷을 위한 셀프 메이크업 퍼포먼스입니다. 전시장을 환하게 밝히는 #SELSTAR라는 글자 조명 설치물 뒤편에는 거울과 메이크업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는데요, 참여방식은 먼저 관람객이 직접 화장을 한 후, 셀피를 찍고 인증샷을 ‘#셀스타라는 태그와 함께 Instagram(인스타그램)에 공유함으로써 완성됩니다.

<#SELSTAR>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진 전시장 풍경과 1인 미디어 SNS를 통한 인증샷 열풍 등에 동반된 대중의 심리에 주목하고 있어요. ‘셀피, 인증샷, 나르시시즘을 키워드로, ‘주인공이 되고 싶은 대중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을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Q. 앞으로의 신작도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전시로 이어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장시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A .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상우(앨리스온 편집위원), 김소현 (앨리스온 에디터)

사진 촬영: 허대찬 (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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