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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 색각이상(色覺異常): 피의 온도展 참여작가 인터뷰]

혈의생 (권순왕, 전혜정, 정지필)

혈의생은 작가 권순왕과 사진작가 정지필, 기획자 전혜정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다. 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색각이상(色覺異常): 피의 온도>展에서 혈의생은  '피''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탈피하여 자연과 공생하는 수평적 세계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알을 부화하기 위해 모기에게 빨린 인간의 피는 식물의 씨앗을 발아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고, 이러한 자양분이 다시 인간의 음식문화와 연동되는 순환적 생태계의 과정을 볼 수 있다.


Q 각자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혜정(이하 전): 저는 기획자이자 평론가이고요.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순수 미술, 사진, 매체,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미술 이론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콜라보레이션 작업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지필(이하 정): 저는 사진 매체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2012년에 했던 모기 작업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과 태양을 찍은 작업들로 참여하고 있고요. 근래에는 작은 대상을 크게 찍는 마이크로 작업을 주로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작업 주제를 바꾸기도 하는데, 저의 가벼운 이야기들에서 시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권순왕(이하 권): 역사, 생명 같은 큰 주제로 작업을 해온 지는 10여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집약할 수 있는 타이틀인 “가려진 지속”이라는 키워드로 작업을 해왔고요. 시간을 시각화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적인 존재인데, 이것을 미술작가로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여러 매체를 넘나들면서 작업하게 되었어요. 이번 전시에는 혈액비료로 발아한 새싹들을 설치한 작업으로 참여합니다. 




Q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에 어떠한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전: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가 ‘혈액’인 만큼 혈액을 키워드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떠올렸습니다. 혈액이라는 키워드에서는 죽음과 삶이 떠오르는 데요. 이 주제로 이야기 하며 서로 융합 할 수 있는 작가들을 찾은 거죠. 또한 매체를 다양하게 사용하시는 분들로, 설치, 사진, 영상등 을 다루는 작가들을 찾았습니다. 두 분이 동일하게 사진 작업을 하거나 소위 말하는 고전적인 회화를 하거나 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좀 더 다양하고 입체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Q ‘혈의생’이라는 팀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전: 근대소설 ‘혈의누’의 제목에서 비슷하게 차용한 점도 있고요. 재미로 말하자면 '혈'은 정지필 작가, '생'은 권순왕 작가, '의'의 역할은 기획자인 제가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웃음).‘의’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통로 혹은 미디어일수도 있겠죠.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매체라고 흔히 번역하는 medium이 영어로는 영매(靈媒), 즉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중간자적 입장인 제가 일종의 매체역할을 하려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지필, 엄마 0002, (Mum 0002),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2016 





권순왕, 혈.의.생: 자라는 이미지 (Life of Blood: generating Image), 

보리씨앗, 혈액비료, 작가혈액, 솜, 물, 유리시험관, 가변크기, 201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Q 죽은 모기의 사진(정지필), 씨앗을 발아해서 만든 설치 작업(권순왕), 그리고 피로 만들어진 젤리를 관객과 나눠먹는 퍼포먼스(전혜정과 한스타일리스트 설연화), 이 세 가지로 크게 작품이 구성되는데요. 전체 작품의 구성을 관통하는 내러티브가 무엇인가요?


전: (정지필작가의 작업에서)모기가 인간의 피를 빠는 것은 영양분을 섭취해서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것이죠. 권순왕 작가님의 작품에서 씨앗이 발아해서 새싹이 나는 과정 역시 물과 혈액비료를 통해 가능합니다. 또한 우리 인간 역시 생명을 섭취함으로써 생명활동이 가능하죠. 이러한 과정이 자연계의 생의 과정을 압축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인간의 생명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자연계에서의 다른 생물도 소중하다는 것, 수직적인 인간의 사고, 자아중심적인 사고에서 좀 더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오프닝 퍼포먼스를 비롯 모기의 피, 혈액비료를 섭취해 자라는 씨앗 등)먹는 행위가 전체 작업구성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의미론적인 연결고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퍼포먼스 작업이 메인은 아닌데요. 꼭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젤리를 나누어먹는 퍼포먼스에 직접 참여해보면서 의미적으로, 구체적으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가 아닌 다른 생명체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해야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 먹는 것을 통한 생명 순환을 신체에서 순환을 담당하고 있는 피를 먹는 행위를 통해 보여주려고 합니다. 오프닝 때 실제로 젤리를 먹으며 체험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서 전시 중에도 설치해 상영하려고 해요.






전혜정, 피와 관련된 음식 나누기 퍼포먼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Q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관객들은 선지 젤리와 와인 젤리를 먹는데요. 이 선지와 와인이라는 재료에 대해서도 의미를 두신 것 같습니다.


전: 네. 사실 피로 만들어지는 음식들이 꽤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음식을 생각해봤어요. 순대도 있고 소시지도 있고요. 하지만 이러한 음식들이 가진 강한 시각적 표현은 자칫하면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전체적인 시각화와 동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너무 익숙한 음식이기 때문에 그냥 먹는 것으로만 의미가 축소될 수도 있고요. 그것보다는 우리가 음식을 나눠먹음으로써 생명 순환의 의미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재료가 되는 선지는 실재의 피, 그리고 와인은 서양문화권의 기독교적인 의미에서의 상징적인 피를 의미합니다. 생명을 나누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젤리라는 형태는 시각적으로는 매우 정돈되면서 음식의 주재료인 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거부감 없이 제시할 수 있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정지필 작가님의 ‘엄마’ 작업은 죽은 모기를 확대한 사진 작업인데요.


정: 살아있는 모기를 잡아서 기절을 시킨 뒤 유리판에 놓고 잡은 뒤 대형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사실 이 작업은 예전에 저를 죽이는 모기를 정당화하는 이야기로 풀어냈어요. 그래서 제목도 <Give and Take>였죠.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새 생명의 부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인간의 피를 먹는 모기의 엄마의 희생과 사랑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다시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전시한 <태양의 자화상>은 모든 생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태양의 모습을 필름대신 잎사귀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좌) 정지필, 태양의 자화상 (Sun‘s Selfie)0016, 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2016 

우) 정지필, 태양의 자화상 (Sun‘s Selfie)0004,디지털 프린트 100x100cm, 201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Q 정지필 작가님은 작업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를 바라보는 독특한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 사진에서는 은염사진과 비은염사진 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은염사진이라는 것은 빛에 반응해서 검게 변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고, 은염이 아닌 다른 물질이 빛에 반응하는 과정을 이용하는 것을 비은염사진이라고 합니다. 모든 작가들은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그리죠. 머릿속 이미지는 그 전에 봤던 이미지의 조합 또는 변형이고요. ‘보다’라는 것은 빛에 반사되는 것을 보는 것이잖아요? 여기서 작가를 복잡한 과정의 생화학적인 감광제라고 한다면 작품은 비은염사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작가의 작품은 비은염사진이고, 전통적 사진작가의 작품은 은염사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진계는 사실 미술계에서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조형예술은 다 사진이고, 제가 사진가라는 것이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몇 시간 후, 일을 하러갔다가 본이 아니게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 근처 공원에 갔는데요. 예쁘게 잘 꾸며져 있더라고요. 문득 이 모든 것이 빛에 의해서 벌어지는 또는 그려지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토그라피에서 포토가 빛이고 그라피가 드로잉이라는 의미인 것처럼, 이 모든 현상들이 빛에 의해 그려지는 비은염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명이 태양 빛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이후 진화, 인류 기술의 발전과 축적, 이 모든 것이 빛이 그리는 것이 포토그라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이 지구상 모든 게 태양이 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이 들게 된 거죠. <Sun‘s Selfie>작업의 경우, 기존의 사진 재료가 아닌 것을 카메라에 넣어서 태양을 찍습니다. 이 모든 것은 감광재고, 지구는 태양이 그리는 하나의 사진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작업인데요. 지금처럼 디지털이 일반화 되지 않은, 필름을 다루는 시기에 사진을 배우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권순왕 작가님은 이번 전시에서 혈액비료로 발아한 씨앗의 새싹이 자라는 모습을 그대로 설치작업으로 보여주시는데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올해 8월 <개념판화전>이라는 전시를 했어요. 그 전시에서 발아하는 씨앗을 가지고 작업을 했었죠. 기술 중심으로 이어져 온 판화의 확장성에 대해 탐구하는 전시였는데, 고정되지 않은, 탈고정된 이미지를 시각화해보고자 했습니다. 이미지가 변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씨앗을 발아시키면 자라 올라오면서 이미지가 변하잖아요? 이 과정 자체를 하나의 개념 판화 형식으로 제시한 것이죠. 반면 이번 작업에서는 씨앗의 ‘생명’과 같은 근원적인 의미들이 중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제가 ‘Blood’인 만큼 발아 과정에서 씨앗이 피를 먹는 것을 시각화하는 것, 일종의 꼴라주 형식을 생각했습니다. 자연계에서는 동물이 식물을 먹죠. 그러나 식물이 동물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사실 동물이 죽으면 벌레가 붙고 흙이 되고, 식물이 그 영양분을 먹습니다. 사실 자연스러운 부분이에요.




Q 씨앗을 발아하는 작용에 있어서 실제 피를 사용하신 것인가요?


권: 저는 평면적인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즉흥적인, 꼴라주라는 형태로 피를 먹여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반면 피에서 산소가 빠지면 색이 변하고 냄새도 나게 되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미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바로 ‘혈액비료’라는 건데요. 몇 년전부터 바이오 산업의 하나로 개발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혈액비료는 죽은 가축의 혈액을 가지고 비료로 만듭니다. 이 혈액비료는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는 거예요. 어쨌든 피를 준다고 해도 신선한 피를 식물이 바로 먹진 않잖아요. 피를 혈액 비료로 대체하는 것으로 선회한거죠. 그리고 심장 형태의 링거에 저희 팀 세 작가의 혈액을 채취해 설치하여 상징적인 의미를 시각화 하였습니다. 





권순왕, 혈.의.생: 자라는 이미지 (Life of Blood: generating Image),

보리씨앗, 혈액비료, 작가혈액, 솜, 물, 유리시험관, 가변크기, 201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Q 작가님들의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전: 대부분 미술에서의 과학에 대한 접근이 기술 매체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회화를 하거나 기존 매체를 다루던 분들도 과학과의 융합을 통해 좀 더 풍부한 것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기술만이 과학이 아닌데, 그 부분만이 부각되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참여한 전시 역시 디지털매체인 인터랙티브 아트 혹은 미디어아트 같은 부분에 한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과연 무언가라는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인 혈액이라는 키워드는 좀 더 의학과 가깝게 있는데요. 저희가 자문을 구한 분들도 대부분 의학 쪽이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좀 더 다양하게 모색했습니다. 의학 쪽에서는 직접적인 자문과 도움을 받았고, 과학철학, 과학(의학)사 등 이론적인 분야에서 혈액 연구의 발전사 등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과학과 예술 분야가 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결고리가 생성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 사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더 직접적으로 과학자들과 함께 하는 작업을 기대했어요. 자문으로 그친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기획자인 전혜정 선생님과의 협업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들과 제 작업들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주시고 잘 이해해주셔서 신기했습니다. 




Q ‘Blood’라는 주제에 대해 혈의생 팀이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전: 전북대 의대에 계신 한 학자분과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대게 피라는 단어에서는 죽음이나 부정적인 것을 떠올리고, 혈액이라고 하면 좀 더 상쇄해서 생각한다고들 해요. 저희는 이 주제를 통해서 혈액 혹은 피라는 것이 죽음의 이미지보다는 생명의 이미지, 긍정의 이미지라는 것을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 인터뷰는 지난 2016년 12월 13일부터 2017년 1월 16일까지 진행되는 "GAS 2016 (Getting Artistic Contents with Science 2016)" 과학예술 융복합 전시 “색각이상(色覺異常) : 피의 온도 展”의 참여작가 5팀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한 것입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유다미 (앨리스온 에디터), 배혜정 (GAS 2016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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