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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 색각이상(色覺異常): 피의 온도展 참여작가 인터뷰]

김소장실험실 (소수빈, 장인희)


김소장 실험실은 소수빈, 장인희 작가로 이루어진 팀이다. 이번 과학예술 융복합 전시인 색각이상 피의 온도 전에서 김소장 실험실은 우리의 자연 생태계의 일부를 전시장에 옮겨놓은 듯한 아카이브 설치 작품 <새로운 공-존 시스템> 시리즈들을 선보였다. 고려대학교 환경생태연구소의 외래종 가시박 연구를 토대로 관객 참여형 인터페이스인 <새로운 공-존 시스템: 제로섬 게임을 선보이며 치열한 식물들의 생태계 시스템을 설명한다. 관객들은 자신들의 참여에 의해 연동되는 결과치의 프린트를 받게되고 결국 이러한 생태계의 참여자로서의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



Q 각자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장인희: 저는 주로 시간에 대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순간으로 이루어진 시간에 대한 작업인데요. 특히 순간들이 모여 시간을 구성하는, 레고 블록이나 모나드처럼 관계망에 의해 시간이 구성되는 것이 제 작업의 큰 주제입니다. 회화라기보다 조형적인 평면에 가까운 작업이나 설치작업을 많이 하고요. 거울 PET 필름을 오리고 자른 조각을 또 오리고, 가위 날이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오린 후에 크기별로 분류하고 퍼즐처럼 다시 찾아서 확장하는 형태를 만듭니다. 회화작가가 물감을 고르듯 일정하지 않게 잘려진 조각들을 골라서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작업을 하고 있어요.


소수빈: 저는 식물의 모양, 형태, 기관 등을 드로잉과 평면 회화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술사에 등장하는 식물을 그리는 작가는 식물의 외관을 많이 그리는데 저는 내부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서 그립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식물을 그린 출발점이 박테리아부터 인간까지 생명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거든요. 생명의 특성을 관찰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였어요. 암술, 수술이라던가 씨방, 자방 등 속에 있는 것들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관들을 분리하고 재조합해서 그림을 그리는데요. 교배, 접붙이기와 같은 방식으로 두 가지 식물을 결합해 구성하기도 하고요. 식물의 발아에서 시작해서 생장과정에서 보이는 특징이나 요소들을 찾아서 실재로 관찰하거나 식물도감, 식물지 등을 활용해서 그리기도 합니다. 



Q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소수빈: 저희가 이번에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것은 아니에요. ‘김소장 실험실’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해 왔고요. ‘실험실’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도 여러 가지 주제를 시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술의 사회적인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문화교류적인 실험을 하기도 하고요. 외부의 작가들과 의견교류를 통해 자기의 작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것으로 뻗어나간다던지, 혹은 학문적인 것을 연구한다거나, 이론적, 미학적 연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던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타 분야와의 융복합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그 중 하나가 이번 테마로, 과학이 된 거죠. 



Q 이번 작품 <새로운 공-존 시스템>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장인희: 우리 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요. 그에 따라 다른 시스템적인 변화도 같이 일어납니다. 외래종들은 인간에 의해 우리나라 생태계에 우연치 않게 들어와서, 생각보다 큰 교란을 유발합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다른 토종 식물들을 멸종시키기도 하고요. 하지만 같은 녹색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쉽게 인지하지 못하죠. 그저 싱그러운 녹색만 보고 간과하기 쉬운데요. 반면 식물의 세계 그 안에서는 굉장히 치열한,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업의 모티브가 되는 식물인 가시박은 넝쿨손으로 주변의 식물을 잡아당기며 위로 올라가며 성장하는데요, 다른 식물들을 덮어가면서 광합성을 못하게 하고 영역을 급격하게 확장합니다. 인간이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라서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요. 과학계, 환경생태연구소에서는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생태계 균형과 같은 환경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여기에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외래종이 장악해 가는 이유는 천적이 없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이들이 함께 생존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죠. 인간이 개입을 하느냐 안하느냐는 차후의 문제고, 우리는 이 시스템을 어떤 관점을 가지지 않고, 그저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공-존’ 이라는 것은 변화하는 생태 시스템을 의미하는데요. 변하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 생태계의 현재를 우리 인간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 새로운 공존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새로운 공-존 시스템 : 외래 식물 모종 (new co-existence system : exotic plants)

외래 식물 모종, 아크릴가변크기, 2016

국립 부산 과학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Q ‘새로운 공-존 시스템’ 이라는 작품 제목에서 ‘시스템’ 이라는 키워드는 일련의 정해진 체계나, 반복적인 순환 같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작품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소수빈: 공-존 사이의 하이픈의 경우, 공, 존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떨어뜨려 생각해 봤을 때 비어있음과 존재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시스템’에서는, 그들이 살아가는 생장방식, 체계 들을 이야기 하고자 했어요. 우리는 식물들의 조화로운 삶을 당연한 듯 상상하지만 사실 가장 치열한 생명이에요. 인간은 무슨 일이 있으면 어디론가 피할 수 있는데, 식물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죠. 식물은 같은 공간 안에서 50:50 혹은 30:70 등 죽거나 살거나 나눠먹거나 하는 이런 치열한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치열한 식물 생태계의 한 쪽은 비어있을 수 있고 한 쪽만이 존재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그런 부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장인희: 시스템이라는게 반복적인 체계보다는 새롭게 변화하는 시스템 이라는 것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식물이 자라거나 죽거나 혹은 모든 세상의 만물들이 변화하는 것처럼, 시스템도 함께 변해요. 이것이 새로운 공존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 자체도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이것도 하나의 생명체이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Q 말씀해주셨던 내용은 <새로운 공-존 시스템: 제로섬 게임>에서 극명하게 들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통해 관객이 승률에 따라 영역을 구성하는건가요?


소수빈: 네. 그래서 제로섬게임이 저희 이번 작업에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장인희: 식물들은 정해진 곳에서 땅따먹기를 한다지만 인간도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구가 가진 제한된 질량을 가지고 모든 전 세계 60억 인구가 나누고 있잖아요. 식물의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인류나 모든 생태계의 축약판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살아간다는 것에 있어서 연동되는 부분이 무수하게 많지만, 저희는 최대한 단순하고 가장 근본적이고 쉽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이 게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공-존 시스템 : 제로섬 게임 ( new co-existence system : Zero-sum game )

터치게임 소프트웨어, 가변크기, 2016



좌) 새로운 공-존 시스템 : 제로섬 게임 (new co-existence system : Zero-sum game )

터치게임 소프트웨어, 가변크기, 2016

우) 새로운 공-존 시스템 : 제로섬 그라운드 (new co-existence system : Zero-sum ground)

디지털 영상 도큐멘트, 가변크기, 2016

국립 부산 과학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Q 김소장 실험실의 작업이 어떤 지점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장인희: 흔히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공학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저희는 좀 더 개념적으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과학과 예술이 닮아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소수빈: 과학이라는 게 현상을 분석하고 원인과 결과를 밝히는 역할을 하잖아요. 늘 곁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는 역할, 이러한 관점이 과학과 예술이 닮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태계도 늘 우리 주변에 있지만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마련입니다. 늘 있지만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새롭다고 표현하죠. 이런 생물의 시스템을 발견하고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저희 작품을 통해 마련하고 싶습니다. 


Q 김소장 실험실에서는 이번 프로젝트 주제인 ‘Blood’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계시나요?

장인희: 저희는 ‘Blood’를 생명으로 해석했어요. 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순환하고 있다는 건데, 작게 보면 식물 안에서 광합성을 하고, 성장을 하는 순환이 될 수도 있고요. 크게 보면 인간, 환경과 연관되는 순환도 있죠. 그러나 반복적인 순환이 아니라, 예를 들어, 나사처럼 같은 곳을 파지만 깊이가 달라지는, 변화하는 순간으로써 Blood를 보고자 했어요.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블러드라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우리가 혼종을 이야기 할 때 사실 DNA가 섞이는 것인데요. 일반 사람들은 피가 섞인다는, 혼혈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이렇게 단순히 피를 지칭하기 보다 생명과 생명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순환 고리로 보았습니다.


새로운 공-존 시스템 : 성분 실험 (new co-existence system : ingredient test)   

외래식물, 혼합재료,200x150x185(h)cm, 2016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새로운 공-존 시스템 : 혼종 실험 (new co-existence system : hybrid test )

식물, 샬레, 아크릴, 혼합재료50x85x186(h)cm x 2EA, 2016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Q 함께 연구한 고려대학교 환경생태연구소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었나요?


소수빈: 원래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서울대 생태문화연구학회를 통해 만나게 되었어요. 일 년 정도 함께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프로젝트의 자문을 통해 그동안 연구한 과정들을 시각적인 형태로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Q 연구소와의 협업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협업의 과정에서 서로 어떤 역할을 주고받았나요?


소수빈: 고려대학교 환경생태연구소 홍선희 교수님께서는 식물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도움을 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의 생장 방식과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저희가 재배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과학자분들이 싫어하지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굉장히 재미있어하셨어요. 저희들의 작업을 흥미롭게 바라보시면서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했죠. 식물의 특성들을 잘 알고계시다보니 저희들이 구현하려고 하는 부분에 상세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장인희: 과학이라는 것은 어떤 목적이 있고,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와중에 굉장히 재미있는 현상, 신기한 현상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넘어가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반면 예술은 앞을 보기보다는 주변을 보는 편이죠. 그래서인지 과학자분들이 평소에 본인들이 느끼고 애써 외면하셨던 순간들을 많이 알려주려고 하셨습니다. 채집하러 다니는 와중에, 혹은 일상에서 느끼는 신기한 순간,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느낀 순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고요. 그래서인지 저희와의 협업을 좋아하시고 설레어 하셨습니다. 


소수빈: 교수님께서는 식물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학문적 접근과 실제적 접근을 목적으로 하는, 결과가 중요한 곳에 계시다가 재밌는 과정들을 꺼내 보여줄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또한 본인이 연구하고 관리하는 식물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기뻐하셨고요. 예술가는 관객과 더 맞닿아 있잖아요? 저희 같은 예술가들이 자연과학자와 다른 시각으로 환경(식물)을 제시해 보는 시도에 흥미를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Q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앞으로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요?


장인희: 저희는 계속해서 진행해오던 프로젝트이고, 이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런 작업을 확장하여 이어가고 싶습니다. 어디가 목적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이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들을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국립 부산 과학관

copyright © 2016 모스튜디오 



Q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전개에 염두에 두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장인희: 말 그대로 <새로운 공-존 시스템>입니다. 식물이던, 동물이던, 물리적인 관점에서 원자와 전자 사이가 되던, 관계라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깔려있는 하나의 법칙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 인터뷰는 지난 2016년 12월 13일부터 2017년 1월 16일까지 진행되
는 "GAS 2016 (Getting Artistic Contents with Science 2016)" 과학예술 융복합 전시 “색각이상(色覺異常) : 피의 온도 展”의 참여작가 5팀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한 것입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유다미 (앨리스온 에디터), 배혜정 (GAS 2016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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