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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진 작가들의 이야기 : Vision Hall / VH AWARD 2016, part I _aliceview

aliceon 2017. 2. 15. 18:46


‘스크린(screen)’은 상이 맺히는 평면이다. 어원상으로 무언가를 숨기거나 분기하는 경계이고, 영화 그 자체를 나타내기도 하며 오늘날은 영화관 화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티비의 화면 등 무언가를 표현하는 평면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접하는 그 어떤 매체보다도 많은 정보와 경험을 전달하는 이 스크린은, 말 그대로 우리 환경을 구성하는 표면 중 하나가 되었다. 사회 안에서 각자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스크린은 기술 발달을 드러내는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스크린의 발달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짚어볼 수 있다. 첫번째가 고집적 고해상도이고 두번째가 화면의 크기이다. 우선, 애플이 제시한 고집적 고해상도에 대한 마케팅 용어 ‘레티나(retina)’는 많은 사람들이 접해본 일상용어가 되었다. 모니터의 도트피치와 도트 크기를 따지며 눈으로 보이는 각진 도트를 셈하고 있었던 것이 불과 십여 년 전이었는데 어느새 출력물과 구별이 안될 정도로 매끈한 선과 면을 화면에서 보고 있다. 크기 역시 우리는 이미 17인치나 20인치를 넘어 30인치대의 컴퓨터 화면이 익숙해졌고 티비는 이제 60인치를 넘나든다. 프로젝터의 발달은 이제 실내를 넘어 거대한 건축물 표면을 스크린으로 바꾸고 있다. 

미시적으로는 조밀함으로,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면을 넘어 환경을 감싸는 화면의 시대가 지금이다. 스크린의 변화는 사람들에게 충격에 이어 익숙함, 그리고 그 과정의 반복을 전한다. 이것은 사람들의 지각과 감각, 감성의 변화를 부르기에 이 흐름을 만드는 기술 기업 뿐 아니라 문화 예술의 영역에서도 이 변화 과정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스크린의 밀도와 크기를 다루며 흥미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비전홀(Vision Hall)과 VH 어워드(VH AWARD)이다.

2회 VH 어워드 시상식 장면


공간 Space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 자리한 ‘비전홀’은 미디어아트 상영 플랫폼이자 아카이브, 그리고 전시 공간이다. 설치미술가 서도호가 연출한 이곳은 944m² 면적의 공간과 벽면에 위치한 거대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집합 스크린, 그리고 사운드 매핑이 가능한 3D 사운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장소가 가진 다른 상업 또는 전시용 대형 스크린과의 차별점은 자체 발광하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서의 규모이다. 비전홀의 스크린은 총 720개의 DLP타입의 디지털 디스플레이(해상도 720x540px)가 20개 블록을 이루며 가로 24.4m, 세로 3.6m 크기의 총 해상도 43,200x6,480px(H/W해상도 기준, 렌더링 후 최대 구현 가능 해상도는 16,000x2,400px)를 구성한다. 이 플랫폼은 자체 발광하는 전시 스크린 중 아시아 최대 규모를 가진다. 
광원에서 빛을 투사해 면을 밝히는 프로젝션 기반의 창작 공간으로서 오트스리아 린츠(Linz)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에 자리잡은 딥스페이스 8K(Depp Space 8K)가 가장 잘 알려져있다. 딥스페이스8K는 공간 정면과 바닥, 좌우 총 4개면의 16x9m 크기의 스크린에 8K 해상도, 즉 8,192x4,320px를 투사할 수 있다. 두 공간 모두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정도의 크기와 고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두 공간은 스크린면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가, 또는 외부에서 빛을 투사하는가라는 명확한 상영 방식의 차이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통해 각 환경에서 영상과 이미지를 감상할 때의 감상 차이 역시 지니기에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사위원(좌로부터 마틴 혼직, 배명지, 에이미 하이벨)


제2회 VH 어워드 그랑프리 수상자 김형규 작가


어워드 Award

2017년 1월 7일, 이곳 비전홀에서 VH 어워드가 진행되었다. 본 어워드는 현대차그룹이 국내의 신진 미디어아트 작가 발굴 및 창작지원을 위해 조성한 공간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로 2회차이다. 이번 어워드에는 김형규, 정화용, 최성록 총 3인이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7일 시상식에서 김형규 작가의 <바람을 듣다_경계의 저편>이 그랑프리로 선정되었다. 선정 이전 각 작가들은 출품작에 대한 상영과 작품설명과정을 진행했으며 아르스일렉트로니카의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와 작품제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공유했다.

제 2회 VH 어워드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 페스티벌의 총괄 큐레이터 마틴 혼직(Martin Honzik), LA카운티미술관(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산하 아트+테크놀로지 랩의 큐레이터 에이미 하이벨(Amy Heibel),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큐레이터 배명지가 참여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오늘날의 미디어 아트 및 기술 환경 하의 문화적 현상에 대한 소개와 연구를 진행하는 세계적 기관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다. 마틴 혼직은 시상식에 앞서 독특한 환경으로서, 그리고 작가가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환경으로서의 비전홀의 의의와  흥미로운 주제와 작가들의 시각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해당 어워드는 최종후보 3인에게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작품 제작비 3천만원을 비롯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Ars Electronica Center)에서의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지원과 2년간의 비전홀 상영 기회를, 그리고 그 중 그랑프리 수상자에게 상금 3천만원을 제공한다. 각 작품들은 모두 상당기간 비전홀 환경에 맞추어 작품의 구상과 제작, 최적화 기간을 가졌으며 그만큼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운 독특하고 섬세한 스크린 환경에 맞춘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해당 심사위원들은 그랑프리 작품에 대해 공간의 흐름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풀어낸 영상미가 아름다운 작품이었다라고 심사평을 전했다.


제 1회 VH 어워드 그랑프리 수상작, 제박 l 여정


스크린’의 존재 자체, 그리고 그 발달과 변화상이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 환경을 구성하고 우리에게 이야기와 경험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영향력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크린은 오늘날 시각 예술가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핵심 매체이자 숙고해야만 하는 과제 중 하나로서 자리잡고 있다. VH 어워드는 작가들에게 이 스크린을 환경으로서, 그리고 도전과제이자 놀이터로서 제시했다. 최종 선정된 3인의 작가 모두 이 낯선 스크린 환경을 흥미롭고 신선한 도전 장소이자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서 대하고 임했다. 프로젝터와 같은 기기로 만들어내는 어떠한 대상 표면에 씌워지는 상대적으로 부유하며 비물질적인 투사 이미지, 그리고 비전홀의 예와 같이 LED나 AM OLED와 같은 발광소자를 통한 상대적으로 물질에 밀착된, 물화된 이미지는 각자만의 미감과 촉감을 가진다. 보다 섬세하고 깊숙히 매체의 차이와 미감을 다루며 숨겨지거나 덮혀진 의미를 잡아내어 제시하는 창작자와 실험가들을 기대해본다.


Vision Hall 전경


* 2부 세 작가들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3월 발행 예정.


각 작품의 스틸컷
김형규 | 바람을 듣다_경계의 저편
정화용 | 만트라
최성록 | Stroll, Scroll and Sight


취재 및 리뷰 : 허대찬(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