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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인간의 교감 : 그린블러드(김지수, 김선명, 이다영)_ Interview

narenan 2017. 4. 11. 22:21

[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 색각이상(色覺異常): 피의 온도展 참여작가 인터뷰]

그린블러드 (김지수, 김선명, 이다영)


그린블러드는 작가 김지수, 메이커 김선명, 기획자 이다영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번 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색각이상(色覺異常): 피의온도>에 식물과 소통하는 돔 형태의 공감각적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페트리코>로 참여하였다. 식물의 냄새를 통하여 교감을 가능하도록 하는 작가의 시도는 피, 혈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바라보는 인간 중심의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Q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지수: 작가 김지수입니다. ‘살아 숨쉬는 모든 것’에 대한 관심과 오랜 시간 다양한 동식물을 기르고 관찰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 중입니다. 사람과 여러 생명체들이 마치 생명의 그물처럼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내용을 회화, 설치로 표현해 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식물의 감각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식물과 식물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식물과 인간의 소통에 대한 내용을 이끼와 향기 추출물, 센서 등을 재료로 인터렉티브 설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전시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불확실성, 연결과-공존」, 테미예술창작센터 「초록덮개-감각하는 식물들」, 아티언스 대전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이다영: 기획자 이다영입니다. 작년까지 대전문화재단 아티언스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근무했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에서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김선명: 메이커 김선명입니다. 원래 다큐멘터리 조연출을 3년 정도 했고 여수세계박람회에서 3년 정도 프로그램 매니저를 했어요. 이 후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했습니다. 작업 중 레이저 커팅이 필요한 적이 있었는데 직접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팹 랩에 가게 되었어요. 이후 메이커 문화에 빠져 지금은 팹 랩 서울을 만든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직함 타이틀은 메이커 문화 연구원이지만 연구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만드는 방법들을 찾아 만들고, 디자인 씽킹과 같은 디자인적 접근을 적용해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그런 일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Q 기획자, 미술작가, 메이커로 팀이 구성되어 있는데요. 팀원들의 역할 분담이 명확한 것이 이 팀의 특징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다영: 제가 이러한 팀 구성을 생각한 이유는 이번과 같이 협업하는 프로젝트에서 확실한 각 팀원들의 역할을 바탕으로 완성도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각각이 전문성을 가지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향으로 팀을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막연히 만나기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만나면, 협업 과정 중에 오히려 각자의 분야에 서로의 주제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번 프로젝트는 김지수 작가님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을 하는 것인데 주제에 맞게 실현할 수 있는 팀을 짜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래서 김선명 연구원님에게도 연락을 하게 되었어요. 김선명 연구원님은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무언가 만들어 내는 방법을 연구하시는 분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주제를 실현하는 것에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Q 팀명 그린블러드의 뜻은 무엇인가요?


김지수: 처음에 저의 작업의 내용과 맞닿아 있는 부분을 ‘Blood’라는 프로젝트의 주제와 함께 생각해 보았어요. 식물에도 혈액이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곤충과 식물의 내부에도 사람의 혈액의 기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올해 마침 식물의 냄새를 추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땅에 떨어지거나 버려진 식물에서 액체를 추출하는 작업이었어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류충민 박사님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식물의 엑기스를 활용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액체들이 원리상으로는 식물의 혈액의 기능을 하는 액체들을 채집하는 것이었더라고요. 여기서 모티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에 더해 혈액의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혈액의 순환, 치유기능에 초점을 두고 식물과 돔이라는 구조물에 연결을 시킨 개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에서 추출한 액체



Q 페트리코라는 작품명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김지수: 저는 평소에 감각이 발달되어 있는 편인데 특히 ‘냄새’에 민감합니다. 식물이 ‘냄새’로 상호작용한다는 내용의 전문가인 류츙민박사님을 찾아갔을 정도로요. 페트리코(Petrico)라는 단어는 평소 자주 읽었던 과학기사에서 발견한 단어에요. 그리스어로 돌을 의미하는 ‘페트라(petra)’와 신화 속 신들이 흘린 피를 의미하는 ‘이코(ichor)’의 합성어로 식물의 발아과정에서 분출된 기름이 비와 함께 자연에 섞여 내는 냄새를 의미하는데요. 이번 작업 내용과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하게 되었습니다.



Q 작품 전반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이다영: 식물과 사람의 상호작용이 작품 전반의 주제에요. 돔은 공간을 설정하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지오데식 돔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재료로 지을 수 있는 가장 튼튼한 구조물입니다. 관객이 돔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식물의 냄새를 분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돔 내부에는 70cm 정도 높이로 그물이 쳐져있어요. 돔의 그물 구조물에 누운 관객은 불투명한 돔 공간에서 식물 냄새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인간과 식물의 움직임> 현대무용 퍼포먼스는 작품의 체험과정이 좀 더 미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고요. 궁극적으로 식물과 사람의 소통, 그리고 예술과 과학이 사람이 만든 거라면 자연과 사람은 자연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물과 자연의 만남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아가 형식과 형식의 만남, 장르와 분야의 만남 같이 다양한 만남으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선명: 조금 더 설명을 드리자면, 지오데식 돔은 벅 민스터 풀러 박사가 만든 방법으로,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잘 활용해 후손에 물려주는 방법을 고민한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저희가 블러드를 생명으로 해석한 만큼 공간 구성 방식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돔의 외부를 불투명한 플라스틱 덮개로 분리하여 편안하면서도 견고한 공간, 마치 자궁과도 같은 휴식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린블러드, 페트리코, 2016

이끼, 아두이노 센서, , 스틸 pipe, PP, 350(d)x220(h)cm





<페트리코>(내부)



Q 퍼포먼스 역시 작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다영: 왜 이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나 하면, 처음에는 작업에 사람이 들어갔으면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인터랙티브의 측면을 좀 더 미적으로 체험하는 사람이 들어가서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었던 거죠. 그러다 적절한 분을 자문위원인 박혜성 선생님이 소개해 주셨어요. 


김지수: 퍼포먼스는 식물과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표현한 것인데 예를 들면, 굴촉성, 굴절성과 같은 외부자극에 대한 식물의 움직임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남녀 무용수가 각각 식물과 사람의 역할을 맡아 이러한 특성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이번 퍼포먼스를 저와 함께 기획한 현대무용가 강혜림 씨는 학부에서 식물학을 전공했다가 본인의 꿈을 찾아 현대무용가가 된 분이에요. 이 작업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이분이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본인이 식물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잊고 계셨다가 저를 만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함께 작업하며 작업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작업 해석을 굉장히 잘 하시더라구요. 내년에 함께 영상작업과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인간과 식물의 움직임, 오프닝 퍼포먼스 (FCD 무용단 강혜림 서윤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Q 냄새도 이번 작업의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수: 돔 안에 들어간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해 향이 분사되는데요. 향은 식물에서 채집한 향을 제가 일종의 조향을 한 것이에요. 식물에서 채취한 다양한 향들을 제가 생각하는 각각의 공간에 맞도록 공간마다 다르게 섞은 향을 만듭니다.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서 가장 표현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특정한 향에 대한 표현이 아주 추상적이거나 다른 감각에 의존해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냄새’로 공감과 교류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에요. 식물이 잎에서 확산작용에 의한 일종의 냄새로 서로 교류하는 것처럼요. 






Q 시각에 더해 현재는 후각을 사용한 작업을 진행하고 계신데 혹시 또 다른 감각을 사용하실 수도 있으실까요?


김지수: 일단 식물과 사람의 감각을 연결 지어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맡는 감각을 식물이 빛과 소리와 후각으로 사람과 교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에 더해 촉각을 사용하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무용가와의 협업도 촉각에 의한 움직임에서 영감이 되었습니다.  모든 감각은 아니지만 몇 가지 감각을 동시에 포함한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김지수, 숨-I (detail) , 이끼 목재, 전선, 아두이노, LED, 호스, 물 , 228x72x75cm., 2016 



Q 아티언스 프로젝트에서는 류충민 박사님과 협업을 하셨었는데요. 과학자와의 협업 과정은 어땠는지 알고싶습니다. 또한 협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지수: 협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분야를 잘 모르지만 흥미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서로 맞는 어떤 지점이 있어야 하는 것 같고 서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비슷하다면 더 좋겠지요. 저는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세상에 이로운 작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류충민 박사님과의 협업에 있어서, 평소 호기심이 굉장히 많고 평소 과학분야 책이나 기사를 즐겨 읽다가 류박사님께서 감수하신 책과 기사를 읽고 찾아가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류박사님은 식물과 식물, 식물과 세균의 상호교류에 대하여 연구하시는 분으로, 제가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의 방향이 잘 맞았습니다. 제가 이미 그분이 연구하시는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도 있었기 때문에 박사님이 연구주제를 설명하셔도 이해가 빨랐고. 작업 속에서 저에게 연구자의 태도가 더 많이 나오게 되는걸 발견했습니다. 과학자와 협업을 하며  오래 전에 구매한 현미경의 사용법을 다시 익히며 다양한 식물들을 관찰한 시간을 갖고, 엽록체의 움직임을 촬영한 <숨 Breathing, 수원시립아이파미술관, 2016>이란 영상작업을 만들었어요. 또한 연구소에서 가져온 씨앗을 살레위에 여러 군데 놓고 발아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수시로 원하는 식물의 움직임을 얻을 때까지,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낮에도 새벽에도 관찰하고 스케치하는 작업이 아티언스 프로젝트 기간내내 있었습니다. 그 과정 중에 촬영한 사진이나 스케치를 랩미팅이나 이메일로 류박사님과 자주 교류 했었구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런 저의 태도가 감동적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작업 과정을 즐겁고 열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다영: 사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한데요. 지식적인 다양성보다도 성향적인 다양성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소통에 대한 열린 마음도 필요한 것 같고 상대방도 관찰하면서 스스로를 조율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고요. 


김지수: 생각의 유연성 같은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요.



Q 외부에서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을 가정할 때 예술가가 예술품 제작에 도움을 받는다면 과학자는 예술가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상호간에 주고받는 관계가1:1로 가능하지는 않을 거라는 시선이 있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지수: 현재 우리나라의 융복합 관련 전시가 예술가들의 작업을 위주로 소개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런 시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예술문화에 관심을 갖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더 많아진다면 과학자가 또는 연구소 같은 기관에서 예술가를 먼저 찾는 경우도 더 생기지 않을까요? 참고로 제 바로 다음 전시는 한국화학연구원의 융복합 갤러리 개관전입니다. 기획자가 물론 있었지만 화학연의 과학자들과 여러 워크샵을 거쳤고 저의 작업과 화학연의 전시 개념을 어느 정도 조율하여 제작한 작업입니다. 수많은 과학자들을 만나고 협업을 하다보니 예술가도 과학자에게 기술적인 도움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정말 그들의 연구분야와 과학원리에 관심이 갖고 어느 정도의 리서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서로의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고요. 과학원리를 시각예술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과학자가 영감을 얻는 경우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조금만 바꿔 생각해 보면, 과학에서도 영감이라는 것이 빠질 수가 없거든요. 과학에도 독창성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예술이 바로 이런 영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다소 추상적이고 당장 눈앞에 보이진 않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외부에서는 판단할 수가 없는 거죠. 


이다영: 그래서 매개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협업관계의 두 당사자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예술과 과학 융합 프로젝트에서 각각의 전문가로만 구성이 된다면, 오히려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양 쪽을 다 관찰하고, 조율하는 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주로 식물에 대한 작업을 해오셨는데, 계기가 있으신지, 그리고 이 외의 과학 분야에도 관심이 있으신지요?


김지수: 저는 도시에서 살았지만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스케치하며 직접 키울 수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 때부터 자연과학 책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는 정원을 직접 가꾸거나 뒷산에 매화나무 100그루를 심는다던가, 등산로나 허전한 공간에 여러 식물을 심고 가꾸는 일이 취미세요.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에 늘 바쁜 와중에도 평생 나무, 식물을 가꾸는 일을 하고 계세요. 제가 다양한 동식물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아버지의 영향이 큽니다. 특히 제가 식물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평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 성격 때문일 텐데요, 식물은 그냥 보기에는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보이죠. 반응이 거의 없다고 느끼죠. 저는 식물의 변화가 우리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식물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움직임을 보기가 쉽지는 않죠. 여러 과학자들과 랩미팅을 할 때 여러 박사님들이 동물 세포로 작업하는 게 어떻냐는 제안도 종종 받았어요. 그런데 식물이 발아하는 것을 6개월 동안 직접 관찰하다보니 저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서로의 시간성이 다르고 움직임이 당장 보이지 않고, 생명체의 느낌이 잘 들지 않아서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게 되죠. 그래서 저는 다양한 감각을 통해 사람들에게 식물의 경이로운 생명성을 느끼도록 하고 싶습니다. 식물의 뿌리가 땅속에서 어떻게 다른 식물의 뿌리를 찾아서 가는지 등. 사람의 힘으로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보다는 자체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방식이 더 좋고요. 예를들어 저는 전시가 끝나도 계속 그 식물들을 데려다 키웁니다. 끝까지 키우다가 시들면 액체 병에 담아서 보존하거나 제가 식물화석이라고 하는 방식으로도 보존을 합니다. 

 식물학 외의 관심분야는 넓게는 같은 분야지만 자연과학에 늘 관심이 있습니다. 해저생물에 한참 빠져서 ‘바이오 드로잉 시리즈 작업을 한 적도 있었어요. 주로 과학분야 관련 내용을 파도타기하면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 느끼는 것은 다양한 분야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마치 생명의 그물처럼요.




김지수, 식물과의 대화, 혼합재료, 300x200cm, 2015

 출처: 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 http://www.temi.or.kr




< 초록덮개 - 감각하는 식물들 > 전시전경, 2015

 출처: 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 http://www.temi.or.kr



Q 김선명 작가님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현재 메이커 문화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데요. 지금 하고 계신 일과 이번 작업을 결부시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으세요?


김선명: 보통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한 번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제가 이번에 돔 구조물 작업을 하면서 총 4번을 바꿨어요. 방식도 지금 이 방식이 3번째에요. 허브 구조와 설계가 계속 바뀌었거든요. 그에 따라 매달려고 했던 오브제도 계속 바뀌었고요. 디자인적 접근이나 메이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실행과 반복이에요. 실행을 통해 한계들을 발견하고 빠르게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메이커 문화나 디자인적 접근의 핵심이죠. 이번 작업과 관련해서 과학자나 건축가들에게 자문을 받았을 때 3D프린터의 재료인 PLA나 ABS와 같은 재료로 커넥터를 만들면 문제없을 거라고 이야기 해 주셨었어요. 그런데 다 결과물을 만들어 테스트 해보았는데 부러져 버리더라구요. 만약에 실행해 보지 않았다면 큰일 났겠죠. 결과적으로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결과물이 나온 것이에요. 돔을 만든 모든 구조가 거의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심지어 스테인레스 파이프 컷팅과 압착도 제가 직접 작업해 볼 수 있는 업체를 찾았어요. 이 부분을 주문해서 받으면 그냥 의뢰품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돔 제작 과정



Q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 대해서 혹시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요?


김지수: 과학자들과 작업을 할 때 경우에 따라 과학적인 내용과 이미지가 더 많이 들어가게 되면 연구소나 과학관에서 전시할 수도 있고 어떤 때엔 예술적 내용이 더 풍부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의 유연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같아요. 예술가의 입장에서 작업할 때 과학을 단순히 작업을 실현하는 기술적인 도구로 생각하기 보다는 과학의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무척 중요다는 것을 여러번의 협업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과학 예술 융합 뿐 아니라 협업이라는 것 자체가 함께 하는 사람들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과학과 예술이 분명 오래전부터 만나는 지점이 많이 있었지만 과학자와 예술가의 연구 혹은 작업태도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목적과 방향을 인식한 상태에서 충분한 논의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점이 쉬울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오히려 개인적으로 융합작업에 매력을 느끼며 작업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선명: 제가 생각하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그냥 예술을 통해 과학을 쉽게 접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이번에 사이언스 갤러리 워크숍을 통해서도 크게 공감한 부분이 있어요. 타겟팅을 명확하게 하고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자유로운 발상을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감을 주는 데에 목표가 있다는 것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번 작업을 통해서도 무언가 손에 잡힐 수 있는, 관객들이 쉽게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Q 이다영 기획자께 질문드리겠습니다. 과학과 관련된 예술 영역에서 기획자로 활동하시면서 느낀 차이나 느낀 점, 가지게 된 목표 같은 것이 있을까요?


이다영: 지금은 그 때, 그 때 프로젝트를 재밌게 하는데 집중하려고 해요.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하는 프로젝트가 사회에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큰 목표나 거대 담론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그 때 그 때의 프로젝트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려고 해요. 그렇게 노력하면 할수록 또 비전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긴시간 인터뷰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 인터뷰는 지난 2016년 12월 13일부터 2017년 1월 16일까지 진행되
는 "GAS 2016 (Getting Artistic Contents with Science 2016)" 과학예술 융복합 전시 “색각이상(色覺異常) : 피의 온도 展”의 참여작가 5팀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한 것입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유다미 (앨리스온 에디터), 배혜정 (GAS 2016 큐레이터)

사진 모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