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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두 실험극 Dream Café : 은유하는 이미지의 잔치


기억(Memory) 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는 므네모시네(Mnemosyne)는 우라노스(Uranus, 하늘)와 가이아(Gaea,)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티탄족의 여신이다. 므네모시네는 지하 세계에 있는 기억의 연못을 관장하는 기억의 여신으로, 므네모시네의 물을 마시면 기억이 되살아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므네모시네는 제우스와 아홉번의 밤을 보내며 아홉명의 여신 무사이(Musai)를 낳았는데, 이들은 바로 ‘학예의 여신’으로, 오늘날 '뮤즈’의 어원이다. 므네모시네가 낳은 9명의 무사이의 영역을 보면 서사시, 역사, 서정시, 희극, 비극, 합창, 독창, 찬가, 천문의 영역으로, 기억의 여신이 낳은 딸들은 바로 예술활동을 관장하는 신이다. <신들의 계보>에서 므시모시네와 뮤즈들의 이야기가 은유하는 것은, 모든 서사와 역사, 그리고 예술은 기억을 전제로 탄생한다는것을 이야기한다.


지난 1월 정연두 작가가 아트선재센터에서 올린 공연<Dream Café>는 졍연두 작가가 '디자인캠프' 에서 만난 학생들과 함께 만든 공연으로, 열 세명의 ‘참여자’(고현지, 김가영, 김경홍, 김은지, 김지유, 김현구, 박계현, 박현선, 백철훈, 신단비, 임채승, 조성옥, 조승훈, 조유경)들의 개인적인 기억의 조각들로부터 출발해 정연두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설치, 영상, 사운드, 미디어를 접목해 만든 실험극이다 


무대위의 해프닝

‘참여자’ 라고 하는 퍼포머들은 한명씩 바 체어에  앉아 과거의 에피소드를 고백하듯 말한다. 인물이 과거의 기억을 어느정도 서술할 즈음, 또다른 참여자들은 분주하게 또다른 무대를 꾸미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무대 상단에 설치된 3채널 스크린에는 즉석에서 연출한 영상이 각기 다른 각도의 카메라 시선으로 동시에 송출되는데, 이 영상은 말로 서술한 기억을 한번 더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 무빙이미지로, 무대 위의 또 다른 무대를 연출한다.


이로써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독백, 스크린 속 무빙이미지, 그리고 무빙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퍼포머의 움직임을 모두 조망하며 무대로 제시된 공간에서, 실재와 가상을 경험한다. 이것은 정연두 작가의 지난 2009 <시네메지션> 과 같은 형식을 취하는데, <시네메지션>은 정연두 작가가 마술사 이은결과 함께 만든 공연으로, 2009 Yokohama Festival for Video and Social Technology , New york Asia Society 에서 이루어진 공연이다. <Dream Café>는 <시네메지션>과 같이 가상과 실재를 넘나드는 연출과 미디어 장치를 통해 구현되는 영화적 가상이미지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연극성과 영화적 이미지를 하나의 무대 위에 공존시키는 실험이다.

 


Dream Café 무대 이미지 




기억을 은유하는 이미지들

은유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 뜻을 숨기고 보조관념들을 제시하며 대상을 비유하는 수사법이다. 서론에 “예술은 기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라는 말을 하기 위해 므네모시스와 뮤즈의 이야기를 앞서 꺼낸 것처럼 <Dream Café>의 또다른 무대이자, 가상공간인 스크린에서 송출되는 무빙이미지는 기억의 독백을 은유한다. 여기 '참여자'들이 만들어내는 스크린 속 무빙이미지들은 다양하고 기발한 장치들로 기억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예컨데 카메라의 시선에 작은 원형 프레임을 걸쳐 어떤 사물을 은밀하게 조망하면서 내밀한 기억을 고백하고 있음을 은유한다. 또한 겹겹이 쌓인 밥상들이 시계태엽처럼 돌아가면서 맞물리고, 이내 다같이 빙글빙글 돌아가다가 서서히 멈추는 밥상의 움직임은 어머니가 차려준 지난한 시간동안의 식사시간을 은유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는 기억에서는 너울너울 요동하는 거울에 비친 흔들리는 참여자의 이미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은유한다.


인지언어학의 관점에서는 우리의 언어 자체가 은유활동이라고 말한다. 예컨데 우리는 무언가를 표현하고 소통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듯, 대상이 되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를 이용해 은유한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사고는 이미지에 근거한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보자면, 은유를 사용함으로써 이미지를 떠올리는 행위를 동반시키며, 지각과 이미지를 연계하는 과정을 통해 확장적 사고를 이끌며 마침내 서로간의 폭넓은 소통의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에  은유는 언어와 예술의 핵심 속성으로 볼 수 있으며, 인지언어학자들의 말처럼 인간의 사고와 언어는 은유로 이루어 졌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의 인식과 사고 한켠에 자리한 기억을 언어로 끄집어내고, 또한번 시각적으로 재 무빙이미지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하며 일련의 스펙타클을 이루는<Dream Café>는 은유하는 이미지들의 잔치라고 말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






Dream Café 공연 모습



므네모시스와 뮤즈, 기억이 만들어내는 시적 이미지 

모든 기록과 예술은 기억을 단초로, 기억의 연속으로, 시가 되고, 음악이 되고, 미술이 되고, 역사가 된다. 예컨데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그의 저서 <심리학의 원리>에서 ‘기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기억이란 단순히 과거와 관계한 것이라기 보다, 과거로써, 정확히는 ‘나의 과거로써 경험하는 것’ 이라고 한다. , 기억이란 단순히 한 사람의 지난 시간이 이니라, 기억의 순간 거기에 속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기억이라는 행위로 다시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Dream Café>에서 ‘참여자’들이 독백으로 내뱉는 기억은 단순히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것이 아닌 체험으로써의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로 이것이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배우가 아닌 ‘참여자'로 말하는 이유다. '참여자'들은 공연에 참여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실재 기억에 참여한다. 나아가 여기서 관객은 이것을 발화하는 음성 언어로 마주하지만, 동시에 각자 머릿속에서 연관된 기억들과 사건을 연상시키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낸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스크린에서 다양한 매체로 인해 작동하는 무빙이미지를 또한번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장면과 장면 사이 우리는 이미지의 유사성을 연결하고, 내적 연관관계를 찾고, 서로간의 기억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이는 윌리엄 제임스가 말하는 기억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과 각자의 은유를 통한 이미지의 교감을 만들어내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영상 스틸 이미지




경로 위의 카페

연극이 시작하는 초반, 바텐더로 보이는 한 인물은 형형색색의 액체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직사각형의 유리관에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아울러 극의 마지막에는 어느 목수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인생을 바꾼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정연두 작가의 목소리로 실험극의 막이 내린다. 마침내 바텐더가 만들던 유리관속 이미지는 놀랍게도 마크 로스코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조형임을 알 수 있다. 이 목수의 에피소드는 정연두 작가의 2013년 작품인 <마술사의 산책>의 초반에 인용된 에피소드이기도 한데, 실험극 <Dream Café> <마술사의 산책> 뿐 아닌 <Six points> 2010, <Blind Perspective> 2014, <Wild Goose Chase>2014, 처럼 개개인의 내밀하고 소소한 에피소드, 가상과 실재가 끊임없이 서로 개입하는 구조, 무빙이미지를 통해 연상시키는 또다른 시적 이미지를 구축하며 정연두 작가의 경로의 연장선에 놓인다.


바텐더가 만든 액체로 만들어진 마크 로스코 작품은 마치 손에 잡을수 없는 시적 이미지 처럼 조심스럽고 위태롭게 색의 형상을 구축하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기억이란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사이 휘발해버리고 존재를 감추곤 한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마주하고 목수의 인생이 불현듯 바뀌듯, 언제 어디서 떠오를지 모르고, 언제 어디서 사라질지 모르는 아름다운 삶의 기억들을 위태로운 마크 로스코의 이미지로 은유하는게 아닐까.

 



글. 유다미 (엘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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