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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상예술'人'을 만나다 : [THE STREAM] 정세라 디렉터_Interview

sjc014 2017. 11. 12. 01:48



오늘날 영상 기반의 예술 작품은 그 어느때보다 활발히 제작, 유통 그리고 전시되고 있다. 비물질적인 무빙이미지(moving image)는 여타 다른 예술 작품과 다르게 고정되지 않고 여러 미디어를 유영한다. 영상 예술이 더이상 낯설지 않은 장르가 되었음에도, 영상 예술에 대한 비평의 장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앨리스온에서는 영상 예술의 지형을 보다 비평적으로 조망하고자 여러 영상예술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동시대 한국 비디오아트의 전개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 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 THE STREAM]의 설립자 정세라 디렉터를 만나 한국 비디오 아트 아카이브의 지형도를 그려보았다.



Q. 안녕하세요. 정세라 디렉터님, 우선 앨리스온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THE STREAM_Korean Video Art Archive)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정세라입니다. ‘더 스트림’은 동시대 한국의 비디오아트, 무빙 이미지를 전문적으로 아카이빙하고 수집 연구하는 비영리 아카이브 플랫폼입니다. 아카이브 연구 외에도 전시 기획과 정기적인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명의 영상예술 전문비평지도 독립 출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시각 예술 기획과 비평을 하는 큐레이터이자 영상예술 아카이브 운영과 미디어 매체 연구를 하면서 글을 쓰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http://www.thestream.kr


Q. ‘더 스트림’이 런칭한지 어느덧 2년이 되었는데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는지, 또 시작하실 때의 청사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더 스트림’은 2015년 4월에 첫 스크리닝을 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공식 런칭 했습니다. 또한 런칭과 함께 정연두, 이행준 작가의 더 스트림 비평지 Vol.1 과 Vol. 2를 발간했습니다. 공식 런칭한지 2년 하고 몇 개월이 더 지났지만, 영상예술 아카이브에 대한 구상은 오래전 부터 하고 있었어요. 원래 저는 소격동을 기반으로 갤러리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하였는데요. 후에 갤러리를 떠나 해외에서 공부를 다시 하고 들어온 후 2010년 부터 앨리스온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디지털 시대의 모든 이미지의 소비나 유통에서 온라인 아카이브가 중요한 시기가 되었음을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영상 예술 같은 경우 ‘움직이는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스틸 이미지로만 소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리서치하거나 연구하려는 사람들이 제대로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저 역시 큐레이터로서 작품과 작가에 대한 리처치를 하면서 무수히 겪었던 어려움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빙 이미지에 관한 스트리밍 기반의 아카이브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런 발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청사진이라하면, 먼저 스트리밍 기반으로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혼자 힘으로는 어려움이 많았기에 여러 분의 도움과 자문을 받았어요. 비영리 단체를 목표했기에 서버를 운영해야하는 플랫폼을 지양하고, 효율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설계하고자 해외의 좋은 사례들을 리서치하고 연구하였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있어서는 현재 전지윤 더 스트림 아트 디렉터(현 KGIT 교수)와 전현우 디자이너(현 NHN 개발자)의 도움을 받았고, 앨리스온의 유원준 디렉터님의 조언과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해외의 아카이브 플랫폼을 리서치하면서 무엇보다 공공적인 아카이브 플랫폼,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했고,  플랫폼의 적합한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기 위해서 기존의 많은 아카이브 플랫폼 각각의 장단을 연구했고, 제가 직접 리서치를 할때 페이지의 뎁스가 두번 이상 없는 심플한 단계를 이상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여 심플하면서도 집약적인 정보를 볼 수 있는, 또 스트리밍 기반으로 작품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연구자, 전문가들을 위한 아카이브를 목표로 했습니다.


  

    [THE STREAM] 영상예술 전문 비평지


Q. 그렇다면 ‘더 스트림’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가요?


  해외에서는 여러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온라인 아카이브가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비디오아트 / 무빙이미지에 대한 전문 아카이브가 전무하다는 것에서 부터의 필요성과 아카이브의 공공적 성격의 실험에 대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국공립에서 운영하는 아카이브가 있습니다만 전문가를 포함해 일반 대중들이 자료에 접근하기 힘든 한계점들이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유명 아카이브와 국공립 미술관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이용하면서 느낀 제 개인적인 소회는 리서치의 어려움이었습니다. 검색하는 사람이 정확한 키워드를 알고 있어야 검색할 수 있고, 원하는 작품을 찾기 위한 단계가 복잡하거나 폐쇄적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스트림’은 사용자가 작가의 이름을 정확히 몰라도 한국 비디오아트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아카이브 그리고 전문적인 비평적 실천이 가능한 아카이브가 되었으면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자율적인 리처치를 통한 연구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lice on the table #3] 한국 비디오아트/무빙이미지 아카이브와 비평실천 | 더 스트림x오큘로



Q. 최근(2017.6)에 있었던 ‘앨리스온더테이블’에서 “비디오아트/영상예술의 공유와 확산”이라는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해외 혹은 타 기관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더 스트림’의 정체성(identity)은 무엇인가요?


  앞선 질문에 대한 답과 이어질 것 같습니다. 우선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archive)가 무엇이냐? 혹은 그것의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한 일반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기록물이라도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고, 전시 도록이나 브로셔를 모아서 책장에 분류해 둔 것도 아카이브라고 부를 수 있죠. 일차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데 모으는 것만으로도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료를 모으는 것보다 그것을 보이는 행위나 방식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어떻게 어떤 자료를 아카이브해서 누구에게 어떻게 이용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이용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정보에 접근하는 각 개인 및 연구자들의 목적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말이지요. 아카이브 콘텐츠에 대한 일차적인 아카이브 수집에서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리서치, 분류, 비평 같은 것들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디렉션을 주는 것도 아카이브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더 스트림’은 저희 로고에도 그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데요. Korean Video Art Archive [THE STREAM] 입니다. 더 스트림은 시각예술을 기반으로한 한국 비디오아트/무빙이미지에 관한 전문적인 아카이브와 비평, 기획을 한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Q. 민간으로는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영상 예술 아카이브의 형태입니다. 디렉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초기에는 함께 준비했던 연구원들 조차 생소한 개념으로 시작하였기에 아카이브 플랫폼 구축 방식의 설계, 자료 수집 방식에 대한 구상과 분류체계에 대한 고민 등 전체적으로 디렉션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했습니다. 또 하나는 참여하는 작가 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에게도 의미와 목표에 대한 비전을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디레터로서 대부분의 일에 주도적으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제시하고, 리딩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리더로써 당연하고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요. 무엇보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함께 하는 연구원들과 공통의 비전을 공유하고, 동기부여를 하며 목표로 향해 나갈 수 있게 혹은 재밌는 일을 만들어서 할 수 있게 서포트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말들이 정석이기에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비영리로 운영되는 그룹에서는 이런 것들이 다른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디렉터로써 저 역시도 흔들림없이 또한 지치지 않게 지속적인 활동들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더 스트림이 아카이브 플랫폼만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기획이나 비평, 출판, 스크리닝 프로그램 등 여러 일들을 하고 있기에 더 스트림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연구원들에게 더 스트림의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구원들과 더 스트림이 함께 성장하는, 더 스트림이 어떤 의미에서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또한 더 스트림이라는 전문 단체라는 브랜드를 확장하고자 외부 기관이나 단체와의 협업에 대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할은 앞으로 활동들을 통해 좋을 결과로서 보여드리면 좋겠습니다.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더 스트림] 스크리닝 프로그램



Q. ‘더 스트림’에서 만날 수 있는 콘텐츠 중에 작가의 비디오 작품 외에도 작가 인터뷰, 비평도 만날 수 있는데요. 정기적인 스크리닝도 진행하시고 최근에는 전시도 기획하셨습니다. 아카이브가 공유라면 다른 부분은 비디오아트의 확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어느 부분에 더 방점을 두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더 스트림은 분명하게 둘 다를 향해가고 있어요. 더 스트림의 아카이브는 모으는 것으로만의 대안이 될 수 없어요. 예를 들면 아카이브 연구의 대상들이 전시로 확장되면 큐레이션이라는 실천을 통해 또다른 담론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또 영상 작품은 감상하는데 있어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시에서 집중해서 보기 쉽지 않지만, 스크리닝을 통해서 한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보고 아티스트 토크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면서 이야기를 나눠 볼 수도 있고요.

또 한국 비디오아트를 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힘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비평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비평이 있으면 미술사 안에서 힘을 갖을 수 있는 담론을 생성할 수 있겠지요. 대신 영상 예술은 기존의 회화, 사진, 조각과 달리 스틸 이미지만 보고 비평할 수 없기 때문에 또다른 방법이 필요하고, 전문적인 시선을 연구하는 사람이 비평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또 다른 지점으로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는 더 스트림이 해야하고, 또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각각 콘텐츠에 큐레이션이 이루어지는 아카이브 작가, 스크리닝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과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카이브 선정과 기획에 대한 부분은 디렉터인 저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미술 이론을 전공했고 큐레이터로 활동했기에 더 스트림은 시각예술 안에서 무빙 이미지를 대상으로 작품과 작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더 스트림은 정기적인 연구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리서치를 공유하고 많은 부분을 회의에서 함께 결정합니다. 시각예술 안에서도 무빙이미지 카테고리는 그 범위가 넓고 작품의 성격들도 다양하기에 여러 상황을 확인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회의를 통한 의견 교환이 중요합니다. 예로 저희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필름과 시각 예술 안에서의 무빙 이미지 그 경계에 있는 작품이에요. 그런 경우에는 작가의 성향도 굉장히 중요하죠. 그래서 회의를 통해서 작품에 대한 분석을 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차적으로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리서치를 하고, 회의를 통해서 더 스트림의 카테고리 안에서 어떻게 분류될 지에 대해 확인을 합니다. 또한 연구원 개인이 결정하기 힘든 부분은 회의를 통해 의논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갖습니다. 더 스트림이 조금 알려지고 나서는 작가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시는 경우도 자주 있어요. 그 경우에는 저희가 작품을 확인하고, 더 스트림 연구 범위에 있는 작품인지, 방향성과 맞는지 확인하고 피드백을 드리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몇 명의 작가가 아카이브 되었나요?


  작가로는 100여 명, 작품 수로는 250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작품 아카이브 외에도 스크리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가 인터뷰, 작품 리뷰 등을 하면 더 될 것 같습니다. 매주 매달 꾸준한 아카이브를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Q. 더 스트림의 활동에 있어서 염두하고 있는 타깃 층이 나름 있었을 텐데요, 실제로 더 스트림을 이용하는 주된 사용자들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더 스트림 페이지에 접속하는 국가들을 볼 수 있는데, 물론 한국에서의 접속이 가장 많지만 북미와 유럽 국가에서 꽤 많이 봐요. 개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오프라인이나 SNS의 반응을 분석해 보면 큐레이터나 영상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고, 비평가 등 전문가(연구자)들이 대부분이고, 관련 이론이나 예술 전공 학생 등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더 스트림의 메인 타깃 층은 국내외의 큐레이터들, 비평가들, 기업의 클라이언트들이에요. 더 스트림을 통해서 큐레이터, 이론가들이 한국의 작가를 많이 봐주길 바라요. 그래서 영상 예술이라는 분야를 더 많이 전문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허브로서의 역할을 더 스트림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Q. 현재 더 스트림의 아카이브 카테고리는 필름/무빙이미지 (FILM / MOVING IMAGE), 애니메이션(ANIMATION), 모션그래픽/CG(MOTION GRAPHIC/CG), 실험 영상(EXPERIMENTAL VIDEO), 기타(ETC) 등 크게 6가지 인데요. 회화, 조각, 등은 사용하는 매체로 나눈 것이지만 비디오아트는 모두 무빙 이미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 구분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일단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빙 이미지 같은 경우에는 범위가 굉장히 넓죠. 예전에는 비디오아트 하면 영상 예술 혹은 미디어아트 전체를 말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요즘에는 기술적 조작이 쉬워지면서 영상 예술이라는 범위 그 자체도 굉장히 넓어졌고 그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더 스트림에서는 비디오 아트도 무빙 이미지 안에 속하기 때문에 필름과 무빙 이미지를 구분을 했고요. 시각 예술에서 통상 읽을 수 있는 필름과 무빙이미지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카테고리가 있는데요. 한국에 작가군이 많지만 시각예술 분야에서 애니메이션은 전시에서도 잘 소개되지 않고 상업 쪽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저희의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 무빙 이미지에서도 특히 디지털 기술을 기반한 영상 작품은 모션그래픽/CG 카테고리로 구분했습니다. 기타/etc에서는 비디오 설치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작품을 딱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품이 여러 카테고리로 중복되어 분류되고 있어요. 그래서 작품 분석을 통해 카테고리 분류와 태그를 통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작품 정보에 작가의 의도와 비평으로 설명을 더해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기획전 <비디오 포트레이트> 토탈미술관 X 더 스트림  2017.04.27 - 06.18


Q. 최근 토탈미술관과 함께한 <비디오 포트레이트> 전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더 스트림에 아카이브된 많은 수의 작가가 참여했고 동시대의 초상을 보여주는 주제였습니다. 어떤 계기로 기획하게 되었나요? 또 전시 준비의 과정은 어떠셨나요?


  더 스트림은 스크리닝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작가분들과 소통하고 있었습니다만 더 많은 작가들을 함께 보여줄 수 있고 비평서를 낼 수 있는 기획 전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좋은 기회로 토탈미술관과 협력으로 공동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스트림의 입장에서는 그간의 아카이브 연구를 전시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토탈미술관 신보슬 큐레이터와 함께 싱글채널로만 구성된 비디오아트 전시를 하기로 하고, 선정 작품들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설치 구조와 방식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스크리닝이 되었을 때 작품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관객들이 자유롭게 작품과 공간을 점유하는 전시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방식에서 화이트월과 블랙박스에서 탈피한, 이미지가 다양하게 부유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18명의 작가의 21개의 싱글채널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였기에 커다란 공간을 채우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보였으면 했습니다.

영상 예술 전시 큐레이팅에서 신경써야할 부분이 여러 작품들 사운드간의 간섭, 작품 마다의 스크리닝 방식의 적절성과 다양성도 확인해야 하거든요. <비디오 포트레이트>전에서는 스크리닝될 구조물을 전시만을 위해 디자인 제작하였고 프로젝션 스크린과 모니터의 크기를 다양하게 하여 각각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적합성에 따라 디스플레이하고자 하였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토탈미술관과 더 스트림의 협업도 불협화음없이 그 과정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비디오 포트레이트> 전시 전경


 

 

Q. 미디어, 비디오 영상 예술의 지평 변화가 빠르고 넓어지고 있습니다. 더 스트림 초기와 지금과 많이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체감하는 변화가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론 차이를 크게 느끼지는 못해요. 그냥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깐요. ^^  그러나 더 스트림의 활동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 대한 피드백은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사석이든 강연이나 세미나에서 ‘이런 것들을 왜 하는지’ 자주 질문을 받곤 하는데요. 저 역시도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일종의 순수한 사명감이 저에게 있는 것 같아요. 예술에 대한 소비 방식에서, 특히 영상예술이 갖는 태생적 어려움이 있기에 말이지요. 그래서 해외에는 영상 예술 작가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플랫폼이 다양한데 왜 한국에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큐레이터를 하면서 영상 작가의 고충이 무엇인지 체감하고 있기에 말이지요. 무엇보다 제가 비디오 아트, 무빙이미지 작품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카이브 플랫폼을 만들고 애쓰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이에요. 아카이브 플랫폼에 작품들이 늘어갈 수록 열심히 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위안과 동기부여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 특히 작가분들의 호응에는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Q. 아카이빙의 움직임이 근 10년 사이에 활발해졌습니다. 국내에 있었던 많은 아카이브 전시를 바라보는 아키비스트(archivist)로서의 견해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우선 저는 아키비스트가 아닙니다. 저희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이고요. 기획자이자 연구자로 생각해주시는게 더 맞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카이브 운영자로서 대답을 하자면, 2014년 '더 스트림' 런칭을 준비할 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을 앞두고 문화정보원을 중심으로 아카이브 운영을 시작하려던 참이었어요.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하면서 디지털 정보관을 중심으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지요. 사실 해외에서는 10년, 20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되었고 지속되고 있는 것에 반해, 한국에서는 비엔날레의 웹 페이지 조차 유지되지 않는 등 무언가를 온라인에서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았죠. 물론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국공립 미술관에서 아카이브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속성과 전문 인력에 대한 지원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국공립의 경우 자율성을 가지고 다양한 정보를 아카이브, 수집 연구, 비평은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한계점이 있구요. 

  더 스트림은 기존 미술관의 아카이브 방법론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고, 민간 자본이 들어가는 단체이기 때문에 연구 대상에 대한 범위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리서치할 수 있고 전시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좋은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더 스트림을 설립하면서 오히려 아키비스트(archivist)라는 전문적인 역할과 책임감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는 안목, 이 작업을 아카이브하려는 이유와 목적, 그 작품이 연구되어야 하고 보존되어야 한다는 나름의 확신도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수집 만이 아키비스트의 역할이 아니고 분석과 비평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스트림은 그러한 역할들을 하기위해 연구자들이 모인 곳이기도 하구요. 역할에 부합해 더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므로 제 개인 뿐만 아니라 더 스트림도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영상미술, 무빙이미지는 오늘날 타 시각예술 장르와는 다른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크고 작은 기관부터 대안공간까지 많은 스크리닝 행사 등이 이뤄지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서의 유통은 국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편입니다. 현재는 비영리로 운영되지만 앞으로의 더 스트림의 수익구조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사한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 분명한 것은 더 스트림이 느리지만 유연하게 움직이는 아카이브 기관이 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수익 구조보다는 아카이브 연구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글쎄요… 저도 연구원들이나 작가분들을 생각하면 많은 고민이 있기는 하나, 수익구조의 롤모델이 한국에서 아직 없기에 제 개인적으로는 후에 선도적인 역할을 더 스트림이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요.

그러나 선행되어야할 것은 더 스트림이 연구기관으로써 내실이 튼튼해지는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더 높아질테고 여러 정부차원에서의 지속적인 후원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해외의 럭스(LUX)나 앤솔로지필름아카이브(Anthology Film Archives) 같은 성공적인 해외 사례도 처음부터 수익구조를 생각하면서 운영되거나 설립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아카이브 연구를 상업적 구조 안에서 시작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이기도 하구요.

물론 현재는 더 스트림이 비영리로 모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을 통해서 하나의 기관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선 두 단체도 여전히 비영리이지만 그렇다고 수익구조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니깐요. 더 스트림도 파이를 키우기위헤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서 작가분들에게 스크리닝 비용이나 작품이 배급, 판매될 수 있는 구조를 실험할 예정이구요. 거시적으로는 전시 외에도 비디오 페스티벌이나 마켓을 통해 한국의 비디오아트 / 무빙이미지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Q. 더 스트림이 구상하는 미래의 모습과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먼 미래에 희망하는 더 스트림의 모습이라면 거시적으로는 미술사에 기록되어 남는 것이에요. 한국의 미술사를 쭉 훑다 보면, 작가의 이름이 오르거나 일부 비평가, 개인의 이름이 오를 수는 있지만 국공립 기관이 아닌 이상 미술사적으로 남는 경우는 흔치 않잖아요. 요즘 대안 공간도 많이 생기고 다양한 연구단체들이 생겨났다가 소멸하기도 하지만요. 무엇보다 오랜시간 지속성을 전제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힘이 생긴다고 확신합니다. 또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 스트리밍 기반의 콘텐츠는 주요한 정보가 될거라 확신하기 때문에 디렉터인 제가 지치지 않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목표는 더 스트림이 한국 최초 민간 자본으로 시작한 공공 기관으로써 미술사에 기록되어 그 유의미가 조망되는 것, 그리고 한국 미술사뿐 아니라 아시아 컨템포러리아트 씬에서 많은 사람들이 더 스트림을 통해서 한국의 많은 비디오아트와 아티스트에 대한 미술사를 새로 쓸 수 있길 소망합니다. 

 

Q. 오랜 시간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정세라 디렉터 

한국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www.thestream.kr)’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이다. 주로 시각예술 기획, 비평 및 한국비디오아트/무빙이미지의 공공적인 아카이브 연구와 함께 비평적 확장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활동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아카이브 심의위원을 역임했고, 홍익대, 건국대, 서울예술대에서 강의했다. 현재 부산대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며, 앨리스온 편집위원으로 미디어문화예술에 대한 글을 쓰고, 기획을 한다.



한국 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





[아카이브]  www.thestream.kr



한국 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 THE STREAM’은 한국 비디오아트 / 무빙이미지에 관한 아카이브 플랫폼 운영과 동명의 비평지를 출판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더 스트림 THE STREAM’은 다양한 ‘이미지-무빙이미지’에 기반한 예술 작품의 공유 시스템을 지향하며,  2015년 부터 현재까지 300여편의 온라인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스크리닝과 아티스트 토크, 기획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다양한 작가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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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및 정리

최선주 [앨리스온 에디터] 

유다미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