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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How Collectible Is Media Art?) _aliceview

aliceon 2018. 2. 20. 14:21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How Collectible Is Media Art?)

최근, 다양한 기술 매체와 결합한 미디어아트는 현대 예술의 주요한 흐름이자 실험적으로 예술의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말 그대로 매체와 예술이 적극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지칭하는 현대 예술의 주요한 분야이다. 다만, 기술 매체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예술과는 그것의 소장 형태 및 유통의 방식이 상이하다.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라는 화두는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다. 특히 디지털에 기반을 둔 예술 작품들은 물질적 형태를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라는 제목의 본 아티클은 지난 2017년 9월,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진행되었던 '한국국제아트페어'의 국제 패널토크 ‘K-ART 컨버세이션’에서 제기되었던 주제로서 라이좀(Rhizome)의 설립자 마크 트라이브(Mark Tribe)와 아트아젠다(Art Agenda)의 편집장이자 브이드롬(Vdrom)의 설립자인 필리파 라모스(Filipa Ramos), 뉴스쿨 미디어문화학과 교수인 맥켄지 와크(McKenzie Wark)가 패널로 참여했던 세미나 프로그램의 내용을 요약하고 추후 참여자들에게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여 구성한 콘텐츠이다.



program

세션IV.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는 어떠한가? (How Collectible Is Media Art?)


한국국제아트페어 : 국제 패널토크 ‘K-ART 컨버세이션'


일시 : 2017년 9월 24일

장소 : 코엑스 컨버세이션 홀

패널자 : 마크 트라이브(Mark Tribe) | 필리파 라모스(Filipa Ramos) | 맥켄지 와크(McKenzie Wark)

질의자 : 로레나 무뇨스알론소(Lorena Muñoz-Alonso) 


모더레이터 : 유원준(Won Joon Yoo)



* 전체 발제 내용은 동영상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영상 저작권 :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


발표내용 요약 및 추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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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라이브 (Mark Tribe) : 미디어아트를 오류 메시지 없이 소장하는 방법

오늘날 미디어아트는 주요 컬렉션에서 중시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미디어 작품은 이를 소장하는 개인과 기관 모두에게 특정한 문제를 제기한다. 회화, 조각 그리고 여타 오브제 기반의 작품과 비교할 때 미디어아트는 수명이 짧고 불안정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즉, 하드드라이브가 고장 나거나 테이프가 늘어나고 하드웨어는 부서지기도 하며 소프트웨어는 구식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 발표에서는 특정한 실제 사례를 들어 미디어아트의 보존과 앞서 언급한 관련 문제들, 또 다른 기타 문제들에 대해서 컬렉터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작가, 갤러리스트 및 미술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컬렉터들은 미디어아트 작품을 수집, 보존, 전시하는 데 있어 유용한 전략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Interview 


Q. 이번 행사에서 진행하신 발표인 “파일이 손상되어 파일을 열 수 없음”의 제목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처럼 미디어아트는 보관 또는 보존의 측면에서는 불안정합니다. 이러한 미디어아트를 아카이브하기 위해 Rhizome에서 진행했던 혹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노력이 궁금합니다.



A. 1999 년 아트베이스(Artbase) 설립과 함께, 리좀(Rhizome)은 일찌감치 보존활동을 통해 미디어 아트에 대한 접근을 유지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이해되는 작품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미디어 작품에 상호작용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심각하게 줄어드는 것이죠. 그래서 Artbase와 함께, 누구나 파일이나 링크만 남겨두면 된다는 열린 가입 정책 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보관하고, 궁극적으로는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합니다. 그래서 아트베이스와 함께, 우리는 공개적으로 열린 가입 정책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아카이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곧 누구나 파일이나 링크를 남길 수 있고 우리는 그것들을 유지하며, 결국 이들에 대한 접근성을 붙잡고 유지하려는 노력과 활동을 의미합니다.


2000년대 중반, 우리는 디지털과 네트워크 기술의 급속한 발전 때문에 닥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지금까지 수집한 여러 작품들이 새로 나온 컴퓨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정식으로 디지털 보존 프로그램을 설립했습니다. 오늘날,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디지털 작품들을 재작업하여 오늘날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 예컨데 웹레코더(Webrecorder)는 거의 모든 웹사이트와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복사본들의 대화형 복사본을 만들고 공유하는 플랫폼입니다. (예시) 서비스 에뮬레이션(Emulation as a Service)은 거의 모든 최신 브라우저상에 완전히 구성된 레거시 가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예시) 이는 하위호환을 위해 신규 프로그램상에서 구동할 수 있는 기존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만드는 것으로 이를 통해 호환이 되지않아 실행할 수 없었던 웹사이트와 작품을 구동할 수 있게 합니다. 넷 아트 연대기(Net Art Anthology)는 넷 아트의 역사를 다시금 전하는 온라인 전시로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하여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Q. 오늘날 등장한 VR, AR를 이용하는 미디어 아트의 아카이빙의 형태는?


A. VR 및 AR형태의 작품을 보존하는 데있어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하드웨어 시스템에 대한 의존성입니다. 이들은 독점 기술이고 하드웨어 아키텍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통합 시스템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이 작가와 발표자들에게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업에 대한 최상위 수준의 본서를 작성할 것.(무언가가 어떻게 움직이고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비디오는 매우 유용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다른 플랫폼에서의 소프트웨어 실행성. 그리고 제작한 작품에 대한 안정적인 소스 카피본과 디스크 이미지를 만들 것 등입니다.


Q. Rhizome과 같은 아카이빙 기관과 협업하는 것이 콜렉터에게 어떤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A. 작품 수집가들은 리좀을 통해 디지털 보존의 다음 단계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만든 방대한 디지털 기반의 수행물들을 보장하는 전체적인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Q. IT분야에서 최근 주목받는 키워드는 블록체인입니다. 중앙집권적 데이터베이스에서 상호분산적이면서 민주적인, 그리고 무엇보다 네트워크상에서 교차검증하며 데이터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념은 예술 아카이브와도 연관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논의와 시도가 있나요?


A. 이 부분은 전혀 모릅니다.




맥켄지 와크(McKenzie Wark) : 컬렉터들이 작품을 소장할 때 실제로 소장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디지털 사물들을 소장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때, ‘실제로 무엇이 소장 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장의 대상이 되는 것은 희귀한 사물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측면에서 희귀하다는 것일까? 어떤 하나의 사물을 희귀하게 만드는 데에는 단지 한 가지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디지털 사물을 희귀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아마 우리는 그 사물을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간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들을 통해서는 해결되는 문제보다 발생하는 문제가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또한 디지털 사물의 형태가 이미 현재의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는 종류의 사물들을 모방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그 디지털 사물의 특질이 어떠한 양상으로든지 손상될 것이다. 이때 이러한 손상의 측면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사물들을 특징짓는 ‘널리 알릴 수 있는 가능성(spreadablity)’이 어떻게 하면 그 사물들을 소장할만한 것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느냐를 살펴보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어떤 사물이 매우 잘 알려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그 사물은 희귀한 경우가 많다. 널리 알려진 이미지를 가진 사물이 사실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전통적인 의미의 희귀성이나 유일성을 보유하지 않은 미술적 사물(미술 오브제)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자 할 때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컬렉션의 미래는,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것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바로 그것을 소유하는 데 있을 지도 모른다.


Interview : 필리파 라모스(Filipa Ramos)


Q. Vdrome 작품선정/아카이브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A. Vdrome에는 아카이브가 없습니다.  우리는 14일동안 하나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이 영화에는 작가 자신과 그 작품에 익숙한 누군가와의 대화가 수반됩니다. 이 대화상에는 작품에 대한 관심사와 초점, 그리고 작품의 언어로 틀을 잡고, 시청자들에게 작품과 작품 내면의 여러 개념들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합니다. 14일이 지나면 그 영화는 Vdrome에서 삭제되고 이 작품에 대해 생성된 대화는 구글 아카이브 섹션(http:// www.vdrome.org/archive.html)으로 이동합니다.


소개되는 작품들은 주제의 타당성, 접근 방식 및 언어의 참신함, 작품의 전반적인 품질에 따라 선정됩니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작가와 실험영화제작자들이 만든 뛰어난 영화와 비디오들을 탐색해오고 있습니다.



Q. 마치 극장처럼 Vdrome에서 일시적으로 스크리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아카이브와 다른 차별점과 Vdrome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A.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모델은 인터넷 아카이브가 아니라 영화관입니다. 따라서 Vdrome에서는 일반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동안만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영원히 상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긴박감이 있죠.

 

Q. 테크놀로지의 노화나 파일의 손상 같 은 것에 대비하는 아카이빙 방법이 있을까요? 

무빙이미지는 또한 이를 보여주는 매체의 물리적 특성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대한 아카이브 진행시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요.


A. 만약 디지털 자료의 보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이상적으로는 파일 포맷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즉, 그들은 낡지않죠. 영화와 비디오에 관해 생각해본다면, 시청률 문화의 긴 수명과 마찬가지인 이러한 지원의 중요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관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영화나 비디오의 유통을 보장하려면 디지털이 가장 쉽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온라인으로 배포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본 지원의 품질과 같은 것은 없습니다. 특히 영화에 대해 생각할 때 그렇습니다. 그리고 좀 더 역설적인 사실은 만약 당신이 디지털 영화의 수명이 길고 손상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그것들을 필름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것입니다.



* 프로그램 후기 및 나가며


미디어아트의 소장 가치에 관한 이번 패털 토크 프로그램은 어려운 문제를 주제로 삼은만큼 발제자들의 짧은 발표와 질의로만 충족되기는 어려웠다. 다만, 각자의 영역에서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형식들을 실험해본 발제자들의 경험은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미디어아트의 소장의 문제 및 이와 연결된 아카이빙의 어려움, 전시 형태의 차별성 등의 문제에 이르는 다양한 범주의 문제의식을 포괄했다. 또한 이어지는 질의 시간에는 다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코엑스 로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전문가 및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주제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들을 소환한다. 비물질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소장이라는 개념의 변환이 필요하며 그것을 보관하는 주체가 지녀야 할 시스템적 문제도 제기된다. 시장 가치가 생성되기에는 휘발성이 높으며 원본/복제의 개념으로부터 기존 예술과는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속성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미디어아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되고 상품화된다. 과거 유료로 음원을 다운받고 소장하는 것은 그리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현재의 음원의 소장방식 및 소비 채널은 일정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그러한 형식들이 음악을 소비하기 쉬운 무엇인가로만 만들어가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미디어아트 역시 이러한 궤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자본에 잠식당하기 전 보다 적절한 소장의 형태와 유통 방식에 관한 고민이 더욱 요구된다.


글/인터뷰 : 유원준 (앨리스온 편집장)

인터뷰 정리 및 번역 : 허대찬 (앨리스온 교육팀장), 최선주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