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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해 논하는 책은 많다. 모든 인문학이, 문화가, 예술이 인간으로부터 시작되며 인간이 소비하고 즐긴다. 그렇다면 ‘종’이라는 부분은 어떨까.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우리를 지칭하는 ‘인간’은 하나의 종이 아니었다" 라는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출발시킨다. 지구에 퍼져 있던 인간종 중 우리의 직계 조상인 '사피엔스'는 실로 타고난 잔혹한 정복자였다. 그들은 동시대를 살고 있던 형제 종들을 모두 절멸시키고 스스로의 숫자와 활동 영역을 불리며 지역을 정복해 나갔다. 결국 사피엔스의 뒤에 남는 것은 사피엔스 자신과 자신이 사용하고 다룰 몇몇 종들 뿐이었다. 동등하거나 신체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가진 사피엔스가 그의 형제 종, 그리고 여러 대형 동물종을 멸종시키거나 복속시킬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유발 하라리는 고유한 언어와 인지 혁명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생존과 의식주와 같은 단순한 내용의 의미전달에서 시작한 사피엔스의 의사소통은 점차 복잡한 차원의 무언가로 발달했고 마침내 ‘허구’를 발명해낸다. 집단적 상상으로 발전한 이 거짓은 종교, 국가라는 형태로 생물 종의 한계를 넘어서 하나의 종으로 구성된 거대 집단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다른 동물 종이 지냈던 모든 태생적 신체적 비교우위를 압도했다. 제 1장 인지혁명이 다루는 내용이다.

2장은 최초의 풍요, 사피엔스가 모든 종 위에 설 수 있던 근간중 하나, 인구폭발의 대들보였던 농업 혁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체수의 증가는 한 종이 가지는 힘의 증가이며 진화의 목적이다. 하지만 하라리는 이러한 농업 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 칭했다. 오늘날 사피엔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하라리는 최초의 풍요사회로 농업혁명 이전까지의 수렵사회를 꼽았다. 오늘날의 이해와는 다르게 수렵사회의 사피엔스는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은 채 이동하며 비교적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누렸다. 수렵사회에서 농업사회로의 변천은 생물학적 조건을 넘어선 개체수의 집중을 가져왔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를 넘어선 인구증가로 사피엔스들의 삶의 질은 낙후되었다. 그들의 삶은 토지에 얽매였다. 인구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계급과 통제를 잉태했다. 그 이전 사회를 구성하던 평등과 협력 대신 압제와 착취가 대신 자리잡았다. 이런 수적 단위를 아우르기 위한 또 다른 상상의 공동체, 국가가 출현했고 지구상에 여러 제국들이 등장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정치 조직이었다.

3장 과학혁명은 자연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법칙을 정복해 나가는 사피엔스의 모습을 담았다. 농업 혁명의 시대에는 자연의 시간에 의존했지만 시간을 지각하고 시간을 측정하면서 산업혁명에 이르러 사피엔스는 인간만의 새로운 시간표를 고안하고 스스로에게 적용하여 효율을 극대화했다. 인간은 이제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연에 없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게 되었다. ‘아는 것은 힘이다’라는 또 다른 표제 아래 죽음마저 운명이 아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고 그렇게 게놈지도를 그리고 생명을 복제하며 이해하려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지상주의가, 민족주의라는 또 다른 가상의 실재가 개발되었고 그렇게 묶인 공동체 아래 개인들은 사회화되고 조건부 안심을 얻었다. 사페엔스가 상상한 신의 위치에 거의 도달한 것이다.

책의 내용은 대단히 풍성하다. 우리가 힘을 얻고 지구상 모든 종에 대한 상대적 우위를 얻게 만들었다는 ‘허구’의 등장, ‘가상의 실재’의 존재. 고대의 인지혁명으로부터 수의 힘을 획득하게 한 농업혁명, 세계의 비밀을 풀고 이용할 수 있는 힘을 얻게 한 과학혁명까지.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았던 사피엔스 인류의 역사를 통째로 담았다. 종합 인문학 세트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하라리의 여정의 끝은 불안한 미래였다. 결코 되돌아가 수정 할 수 없는 비가역적 여정의 길에 서 있는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는가. '가상의 실재가 건네는 거짓말에서 벗어나 단지 미래의 희망 대신 현실에 충실하라.' '벗어날 수 없는 비극 안에서 단지 웃어라.' 이런 결론은 독서 내내 열심히 주어온 지식뭉치를 매는 마지막 매듭을 묶는 내 손아귀의 힘을 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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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대찬 (앨리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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