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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젋은 공연예술 창작자 인큐베이팅 쇼케이스’를 통해 레지던시 작가인 '언해피서킷(Unhappy Circuit)'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오디오비주얼퍼포먼스(Audio Visual Performance)’의 형태를 띈 공연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한 매우 몰입적인 환경을 제공하였다. 사운드의 효과와 화면에 나타나는 시각적 요소가 연동되는 시청각적 상호작용의 경험은 관객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노이즈 기반의 전자음악의 즐거움을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전자음악, 특히 노이즈사운드에 관한 이해가 쉽지 않으리라는 짐작은 어쩌면 매우 친절했던 시각적 이미지의 가이드에 의해 허물어졌고 장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왠지 모를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지속적으로 음반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에게 있어 공연의 효과는 평소 작업을 향한 관심으로 귀결되는 법. 이에 작가의 이전 작업들과 공연작인 <Music of Memories>를 살펴보며 ‘불행회로(Unhappy Circuit)’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Q. 안녕하세요. ‘언해피서킷(Unhappy Circuit)’ 작가님.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전자 음악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언해피서킷이라고 합니다. 2014년부터 16년까지 두 장의 정규앨범과 두 곡의 싱글을 발표하며 전자 음악가로써 활동을 해왔 고 현대무용과 연극 등 공연예술 분야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젊은 공연예술 창작자 인큐베이팅 쇼케이스’의 레지던시 작가 로 선정되어 오디오비주얼 형태의 작품인 <Music of Memories>를 발표하였으며 현재는 음악을 넘어 소리를 다루는 새로운 방식과 다양한 매체의 경계를 탐구하며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해피서킷이라는 이름은 스스로가 항상 ‘우울한 감정만을 느끼는 고장 난 회로를 가진 기계 인 간’인 것 같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삶 속에서 조금씩 더 행복을 찾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학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현재의 음악작업, 특히 전자 음악을 작업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금속공예가로써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전통적인 미적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여러 매체와 기술을 활용하여 변화하 는 시대상과 그에 걸맞는 예술적 담론을 반영할 수 있는 작품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기 때 문입니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0대 시절 턴테이블리즘 음악에 매료되면서부터 입니다. 그때는 턴 테이블리스트들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스크레치 사운드가 아주 쿨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멋진 음악이 아닌 저의 내면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음악 작업 방식에 점점 더 몰두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룰 줄 악기가 하나도 없었지만 컴퓨터는 곧 잘 다루었고 신디사이저를 가지고 소리를 합성하는 방식을 아주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글리치 (Gltich), 노이즈(Noise) 사운드에 강한 이끌림이 있었는데 그 당시 저의 내면과 가장 비슷한 소리 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14년 3월에 첫 앨범을 발표하며 전자음악가로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Q. 디지털 기술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특히 음악 작업에 있어 전자-디지털이라는 키워드가 작동하는 지점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요?

A. 디지털 기술의 장점은 무엇보다 다양한 매체들에 대한 통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 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확장을 통해 서로 다른 매체들의 경계가 사라지고 상호변환 되고 결합하 여 새로운 영역의 예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소리는 본디 그 추상적인 특성 덕분에 여러 매체들 중 다른 매체와의 결합이 가장 유연하고 활발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를 다루는 새로운 방식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음악, 그리고 다른 매체들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새로운 예술로의 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데뷔 앨범인 <Just Waiting For A Happy Ending> 의 경우 Glitch, Noise, Experimental 성향을 담았다고 하셨는데, 각각에 관한 설

명 부탁드립니다.


A. 먼저 글리치 사운드를 만드는 복잡한 프로세스가 저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낮선 질감의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패턴과 질서를 찾아내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감정적인 측면에서, 글리치 사운드에 대한 어떤 강렬한 이끌림이 있었습니다. 노이즈는 어딜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소리입니다. 첫 앨범에서는 그런 소리들을 가지 고 ‘감정회로가 고장 난 기계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언해피한 기계인간의 모습은 당시 제가 느끼던 저 스스로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글리치 사운드의 음악적 활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어떤 특정한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집중을 했던 앨범입니다.





Q. 전곡의 프로듀싱과 커버 디자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완성한 세편의 영상까지 직접 작업을 하셨는데요. 이렇게 앨범의 전 영역, 특히 시각적 영역까지 직접 진행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저는 앨범을 만들 때 음악, 영상, 커버 디자인까지 모두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세계관 을 가지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합니다. 그중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작품이 온전해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마치 영상, 음악 그리고 서사가 모두 함축되어있는 한편 의 영화와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앨범에서의 시각적인 영역은 음악과 감상자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친숙하지 않은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단서가 되는 것입니다.


Q. 작가명에서도 설명을 해주셨지만, 1집의 경우 ‘고장 난 회로’와 ‘happy’ 등의 키워드로부터 작 가님의 전체적 작업 방향이 내용적으로 제시되는 듯합니다. 앞서의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설명 부 탁드립니다.

A. 1집의 트랙 중 <My Happy Valentine>의 애니메이션 비디오는 사랑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 를 담은 스토리텔링 형식의 영상으로 글리치 사운드의 음악과 대비되어 더욱 동화적으로 느껴지 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사실 1집 전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빠질 때면 제 회로는 항상 고장이 나버리고는 했었으니까요.


Q. 이 앨범에는 기계로 대변되는 기술 일반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전자음악을 작업하는 작가에게는 다소 역설적인 감정으로 보일 수 있는데요. 이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도 궁금 합니다.

A. 1집에서 2집까지는 전자음악의 형식을 통해 제 개인의 감정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집중하는 작업들이었습니다. 테크놀로지가 가져다주는 기계적인 미학이 두드러지는 전자음악에 한 개인의 마음을 결합하고자 했던 시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로봇에게 감정을 심어놓는 일과 비슷한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Q. <In the Dark>에서의 콜라주 기법 등으로 표현된 각각의 개체들은 음악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나요? 표현 양식으로 보자면,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A. 그렇습니다. 초현실주의와 독일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실험 애니메이션으로, 앞서 이야기한 <My Happy Valentine>의 구체적인 서사가 있는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좀 더 추상적인 기법으로 소리를 시각화하는 방식을 탐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영상 속 각각의 개체들이 음악의 요소들과 구체적으로 대응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음악 속에 담긴 감정과 영상 속의 오브제들 사이에는 어떤 심리학적인 연 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정서는, 무언가에 대한 ‘결핍’ 내지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과 같은 네거티브한 감성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감성이 전자 음악 전반에 걸쳐있는 노이즈와 의 묘한 어울림을 구성한다고 보는데요.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은 무엇인가요? 또한 그러한 부분에서 전자 음악이라는 코드와 연동되는 지점이 있으신건가요?

A. 크게는 기계적인 글리치 사운드에 인간의 감정을 담아보고자 했던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작게 는 지극히 제 개인의 감정의 모습을 온전히 표현해내는데 몰입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2016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Will be Happy>에서는 Ambient, Instrumental, Minimalism 성향의 음악을 선보이신다고 하셨는데요. 이 부분 역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형식적으로는 첫 앨범과 정반대에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음악적으로 본질적인 것에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장식적인 모든 것을 비워내고 무한히 반복되는 최소한의 구 조만을 남겨두는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그러한 음악적 본질에 다가가는 방식이라고 여겼습니다.


Q. 두 번째 앨범은 앞서 설명하신대로, 첫 번째 앨범과 내용적으로 연결되지만 형식적으로 다른 음악 성향을 보이는 듯합니다. 다만, 그러한 변경에도 불구하고 앞 앨범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지 속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러한 정서, 정감, 감정을 통해 음악을 듣는 이들과 어떠한 감정을 공유하고 싶으신 건가요?

A. 첫 앨범이 글리치 사운드로 가득 찬 앨범이었다면 두 번째 앨범은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것에 집중을 했던 앨범입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끔 여백과 빈 공간을 음악 안에 마련하는 것에 집중하였고 동시에 제 스스로도 과거의 감정들을 이겨내고 조금 더 성숙한 내면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Q. 앨범의 표지와 <The Boy Who Never Grew Up>의 영상에서는 첫 앨범의 캐릭터가 다시 등장 합니다. 이 캐릭터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고 계신건가요? 영상에 나타나는 등장인물 혹은 오브제들은 각각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나요?

A. 제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제가 인식하는 저의 어떤 한 모습을 반영해 만든 캐릭터입 니다. <The Boy Who Never Grew Up>의 뮤직비디오는 2집 전체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애니메이션으로 제 스스로가 좀 더 평온한 마음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Q. <All Good Memories>를 위시한 두 번째 앨범에서는 몽환적 느낌이 두드러지는 듯합니다. 특 히 영상에 나타나는 창밖의 풍경은 ‘회고적 풍경'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음악적 분위기와 영상을 사용한 이유가 있다면요?

A. 1집과 함께 2집 역시도 제 마음을 반영하는 소리들을 담았습니다. 음악적 형식이 달라진 것은 그 마음이 오류에서 평화로 점점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영상 역시도 엠비언트와 미니멀리즘의 형 식을 기조로 하여 그런 마음의 변화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Q. 큐오뮤직과의 인터뷰 지면을 통해 소개한 일러스트 작품에 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일러스트 작품들은 1집과 2집 사이에 그려진 그림들로 정서적으로는 1집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만 발표를 위한 진지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제 개인적인 감정들을 기록하는 습작 내지는 일기에 더 가깝습니다. 사실 2집은 ‘그림책’과 함께 발표하려고 했었습니다. 사실 2집보다는 1.5집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 다. 그림책과 책을 위한 사운드트랙으로 앨범을 구상했었지만, 작업 중반 즈음 방향을 바꿔 음악 도 모두 새로 만들어 현재의 2집을 발표하게된 것입니다. 언젠가 적당한 때가오면 이 그림책과 함 께 소품집 형식의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인터뷰 / 큐오뮤직 : http://blog.naver.com/cuomusic/220819055659

* '언해피서킷'의 일러스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unhappycircuit.tumblr.com에서 확인해보실수 있습니다.



Q. 2017년의 <Dreams>와 같은 경우, 두 번째 앨범의 형식과 유사한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또한 정서적 연동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구요. 다만, 내용적으로 소재가 발전할 것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앞 앨범들의 우울함과 결핍, 갈망에 관한 이야기의 주체가 인간이었다면, 그러한 인간에서 기계로, 기계에서 로봇으로 변화하는 감정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다만, 그러한 소재의 변 화가 음악의 전개에 있어 변화의 지점을 갖는 부분이 있나요? 가령,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의 감성 과 로봇의 감성을 다르게 표현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입니다.

A. 1집과 2집이 기계인간의 모습에 빗대어 저의 감정을 표현한 음악들이었다면, 싱글 <Dreams> 부터는 ‘자의식을 가진 기계 혹은 인공지능’이라는 테마를 음악 안에서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사람이 만드는 예술과 인공지능이 만드는 예술은 어떻게 다를까요? 저는 언젠가 인간의 예술과 인공지능의 예술 사이에는 어떠한 경계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인 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성의 상징이라고 여 겨왔던 예술이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기계로까지 인간의 범위가 확장이 되는 다가올 미래에,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기 위해 춤을 추는 인공지능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안무가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이즈음부터는 더 이상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소리’를 작업하고 싶지 않았던 때이 기도 합니다. 좀 더 새로운 소리의 세계로 나아가기 이전에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친절한 음악 과 영상’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였고 이 싱글 이후로 더 이상 ‘음악’적 혹은 ‘개인적 감정’ 을 담은 작업, ‘드라마가 있는 뮤직비디오’ 작업들에 관심이나 미련을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후 컴퓨터와 인간의 관계를 고민하는 작품 구상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고 그 변곡점이 되는 첫 작품이 올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작업한 <Music of Memories>입니다.



Q. 아시아문화전당에서의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점과 선’이라는 전신 기호로 표현되는 모르스 부호(Morse Code)는 ‘0과 1’이라는 2진법의 언어 를 사용하는 컴퓨터의 방식으로 우리 인간의 언어를 디지털화하는 언어 체계입니다. 작품은 저와 컴퓨터의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전개됩니다. 모르스 부호의 단일 음으로 시작하는 사 운드는 프로그래밍 된 알고리즘에 의해 점점 복잡성을 띄어가며 변화해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저 는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다시 변형하고 새롭게 프로그래밍하여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음악과 영상의 언어로 작품을 전개해나갑니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인간과 컴퓨터의 결합 또는 공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은 ‘컴퓨터의 언어로 변환된 인간의 언어와 기억의 장면’을 음악과 빛이라는 추상적이고 공감 각적 감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무대 위에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 저와 컴퓨터의 모 습을 통해 이 작품의 주인공이 인간인가 컴퓨터인가를 놓고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말과 글이 컴퓨터의 최소 단위인 비트가 되고 그 데이터가 음악이 되고 빛이 되고 기억이 과정을 통해 언어–음악-빛-데이터-기억의 경계를 해체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컴퓨터는 점점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은 점점 컴퓨터처럼 변해가는 새로운 시대에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 전하고 결합해 나아가는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번 작품 안에서 풀어내고자 하였습니다.


Q. <Music of Memories>에서는 음악적 표현의 영역에서도, 시각적 영상의 영역에서도 각 요소들 이 적층되어 만들어지는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떠한 의도에서 작업이 된 것인가요?

A. 컴퓨터가 처리하는 데이터의 형태가 점점 복잡성을 띄어가며 인간의 기억과 닮아가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마치 컴퓨터가 스스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처럼 보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공연의 경우, 작가님이 앞에 등장해서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영역에 관한 궁금증이 발생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작가님은 어떠한 부분을 실제 공연에서 진행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특히 중시하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A. 컴퓨터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이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생 각했습니다. 프로그래밍 된 수학적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능력은 컴퓨터가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 지만 그 알고리즘을 컴퓨터 스스로가 프로그래밍 하거나 변형할 수는 없습니다. 초반부에 모르스 부호에서 4옥타브의 음계가 생성이 되는 과정까지는 컴퓨터가 미리 프로그래밍 된 알고리즘대로 음계를 ‘연주’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제가 개입하여 미리 짜여진 알고리즘을 해체 하고 다시 프로그래밍 해 컴퓨터가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음계를 생성하고 연주해나가도록 서로의 역할을 나눠 작품을 전개해나갑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방식인 알고리즘은 제가 프로그래밍을 하지 만 그 알고리즘대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바로 컴퓨터인 것입니다.



Q, 아티스트 토크에서 원래 이 작품의 첫 구상 단계에서의 제목은 <Music of Memories>가 아닌 <Music of Letters>이었다고 했습니다. 제목이 <Music of Letters>가 된다면 작품은 문자가 가진 특성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Music of Memories>로 변경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처음 구상단계에서는 새로운 음악 작곡 방식으로써 ‘우리가 쓰는 언어(문자)가 그 자체로 음악 이 되는 과정’에 집중을 했었습니다. 텍스트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단어와 문장이 추상적인 음으로 변환 되고 그것이 프로그래밍 된 알고리즘에 의해 음악이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었습니 다. 그 언어와 음악을 매개해줄 수 있는 변환 방식으로 모르스 부호를 사용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문자를 모르스 부호로 부호화 하는 방식이 컴퓨터가 2진법의 데이터로 정보를 디지 털화하는 방식과 그 개념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모르스 부호를 문자와 음악뿐만 아닌 인 간과 컴퓨터를 매개하는 언어체계로 확장해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각적인 측면뿐 만이 아닌 시각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작품의 구상과 완성 단계 사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 작품을 구상하던 단계에서는 영상이 아닌 4옥타브의 음계를 나타내는 48개의 전구를 원형으로 설치해 소리의 변화에 따른 빛의 변화로 이 작품의 시각적인 표현을 이 루어내려 했었습니다. 마치 열심히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는 거대한 진공관 컴퓨터의 CPU 안에 있 는 것 같은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게끔 공간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작품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시각적인 표현에서 좀 더 확장된 이야기를 담고 싶어졌습니다. 단순히 컴퓨터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보다 좀 더 확장된 내용을 담을 수 있기 를 바랐고 그 결과 컴퓨터가 순차적으로 기억(Memory)을 처리하고 합성해나가는 과정을 소리의 변화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400인치 스크린 두면에 프로젝션 맵핑되는 영상으로 작품의 최종 형 태가 정해졌습니다.

‘언어와 음악’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로 작품의 주제를 확장해나가면서 저는 ‘기억’이라는 단 어에 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억 즉 ‘메모리’라는 단어는 우리 인간에게 쓰이는 것뿐만 아닌 컴 퓨터의 기억장치를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의 기억과 내가 촬영하여 디지털 데이터의 형태로 존재하는 컴퓨터의 메모리는 어떻게 다른가. 디지털 메모리가 곧 나의 기억인가. 그런 이야기를 작품 안에서 고민했습니다.


Q. 다양한 형태로 협업을 진행해오셨는데요. 협업을 통해 얻는 부분이 있으셨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먼저 이번 작품 역시 첫 구상단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오디오비주얼 형태가 아닌 낭독퍼포먼스 를 하는 작가와 함께 텍스트 낭독 퍼포먼스와 사운드의 협연으로 초기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문자와 음악의 관계를 다루는 실험음악 작업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를 다루는 미디어 작업으로 표현방식과 내용을 확장시킨 것입니다.

이 외에도 안무가들과의 작업을 아주 좋아합니다. 안무가들이 신체를 활용하면서 사용하는 언어들 이 소리의 특성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느꼈고, 그것이 제가 소리를 다루는 방식을 발전시 켜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컴퓨터 또는 전자음악이 아닌 어쿠스틱 악기를 다루는 연주가들과의 협연도 저에게 좋은 영향을 줍니다. <Music of Memories>는 프로그래밍 된 음계를 악보화하여 연주가들과의 협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 토크 이후에 함께 나눈 이야기에서처럼 작품의 초반부에서 전통적인 음악 스케일과 프로그래밍 된 음계가 서로 결합되는 순간이 관객들에게는 인간의 연주와 컴퓨터의 알 고리즘이 서로 결합하는 순간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확장해본다면 이번 작품 이 연주자들과의 협업까지도 가능한 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앞으로 ‘소리’를 어떻게 다룰 것 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실험하면서 지내게 될 것 같습니 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주제 중에 하나는 ‘언어로써의 소리’입니다. 음악적인 언어로써의 소리가 아닌 우리가 말로 하고 글로 쓰는 일상의 언어들처럼 소리를 사용해본다면 어떨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모든 상황들을 다 전달하는 언어가 아닌 굉장히 추상적인 영역 안에서의 의사소통이 가 능한 소리라면 어떨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마치 처음 만난 외계인과도 금방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소리가 되지 않을까요? (전통적인 형식의)음악도 그 자체로 아주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하면, 이러한 작업이 새로운 음악의 표현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작업들도 진행해보자 합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작품 안 에서 시간과 공간을 서로 변환시키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언어로써의 소리를 다루는 방식과 결합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한 작품을 마칠 때 마다 제 스스로가 조금씩 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시작한 작품 활동을 인간이라는 주제로까지 확장시켜 새로운 시대에 우리 자신의 모습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및 글 : 유원준 (앨리스온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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