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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향할 그들의 이야기 

- 놀이, 이토록 창의로운 Imagine, Play (2부)


비교적 젊은 미디어 문화인 게임은 문화를 피워내는 토양이자 그 스스로의 결과물로서 단시간에 다양성과 파급력을 급격히 키워왔다. 게임은 지금 성공을 위한 일정한 공식을 가진 산업이자 상품으로서의 기성 게임으로, 신선한 아이디어와 형식을 시도하는 인디 게임으로, 그리고 게임의 틀을 흔들거나 문화적 전형에 도전하는 아트게임 등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이렇게 수많은 게임들이 끊임없이 생산된다. 우리는 컴퓨터로, 게임 콘솔로, 스마트폰으로 많은 시간, 그렇게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한다. 그럼에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임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무엇일까.’ 


<놀이, 이토록 창의로운 Imagine, Play>는 수많은 게임이 시도했던 게임이 가진 매력과 가능성을 찾는 여정중에서도 여전히 넓게 펼쳐져있는 그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시도이다. 게임을 개발해 온 게임 관계자 뿐 만 아니라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통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예술가와 기획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게임 콘텐츠 탐구와 개발을 목표로 이 사업에 참여했고 함께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9일, 이들 5개 팀이 만든 8개의 결과물을 소개하는 데모데이 행사가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렸다. 


(좌)태싯그룹의 공연모습 | (우) 데모데이 발표행사장


행사의 시작은 오디오비주얼작가 태싯그룹(Tacip Group)의 공연이 열었다. 각각 채팅과 테트리스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훈민정악>과 <Game Over>는 특유의 재치와 논리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시각-청각 데이터와의 인터렉션, 그리고 두 감각을 만족시키는 자극으로 분위기를 경쾌하게 고조시켰다. 뒤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정욱 본부장은 진흥원 사업과 이번 프로젝트의 연관성을 짚으며 그 당위성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비치며 환영사를 마쳤다. 


솔라 하르모니아 발표장면


데모데이 프리젠테이션의 첫번째 타자는 <솔라 하르모니아>였다. 이 게임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즉 게임의 재미요소를 기반으로 한 교육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우주에 대한 지식 습득을 목표로 했다. 태양계의 행성들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는 것을 배경으로, 플레이어는 우주비행사로서 길잃은 외계인들을 만나 대화하며 그들의 생태를 파악하여 각자의 고향으로 데려다 주어야 한다. 제작자는 외계인과 여러 행성들을 다니며 진행하는 대화에서 행성의 특징들을 파악해서 그 외계인의 거주지를 맞추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태양계 행성의 특징 학습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이 게임의 차별점은 이러한 일련의 탐험과정을 모니터 안이 아닌 실제 물리 환경에서 진행토록 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등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가지고 실제 공간에 설치된 각각의 행성들을 찾아가 RFID 기반의 센서장치를 통해 외계인, 행성과 접촉하여 대화를 통해 정보를 취득한다. 또는 행성주변의 QR코드를 읽어 행성환경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플레이어는 단지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을 걸어다니며 눈과 귀, 손과 발 모두를 이용하며 보다 적극적인 학습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물리적인 공간과 장치를 통해 몸과 정신 둘을 함께 이용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재미와 학습효과 모두를 잡으려고 시도했다. 

(좌)포포와 토비의 여행 | (우) 어린왕자의 시리얼 상자


두번째 팀은 <포포와 토비의 여행>, <어린왕자의 시리얼 상자>라는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 형식의 게임 두 가지를 발표했다. <포포와 토비의 여행>은 동물 주인공 포포와 토비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여러가지 실제의 물리적인 설치물과 퍼즐을 풀어나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임으로 디지털과 물리 콘텐츠 두 가지 경험요소를 하나의 이야기에 녹여내었다. <어린왕자의 시리얼 상자>는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한 상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임으로 참가자 각자가 상자를 보며 떠올린 이야기와 이미지를 직접 그려보고 그렇게 그린 이미지는 동화풍의 변환작업을 거쳐 게임 안 상자안에 아카이빙되는 시스템을 가졌다. 이 게임들 역시 키보드와 마우스만을 조작하며 손가락만으로 게임 세상에 접촉하는 것을 넘어 직접 몸을 사용하여 게임을 진행하고 나의 몸짓이 게임에 직접 반영되는 인터페이스를 채용하여 복합적인 경험 제공을 시도했다. 

(좌)햇살아래서 | (중) 히스테리아 | (우) 스토리 주


세번째 팀은 <햇살아래서>, <히스테리아 hysteria>, <스토리 주 story zoo>라는 게임 3가지를 발표했다. <햇살아래서>는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작자는 시리아 난민사태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단지 기사로만 전달되는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이 겪고있고 함께하며 행동해야 하는 현실임을 알리기 위해 게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게임은 시리아 소녀가 반장으로 있는 중학교에 전학 온 한 소녀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웹 소설, 또는 인터렉티브 소설의 형식을 취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소녀의 시선으로 소설 텍스트와 이미지를 보고 읽으며 마주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 선택을 하고 분기를 거친다. 그렇게 마주하는 사건들 중에는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반영된 것이 있으며, 한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이런 이야기들이 쌓이는 아카이브로서의 소설을 목표로 함을 밝혔다. 심리적 서사 실험극을 표방한 <히스테리아 hysteria>는 심리 상담사로서의 플레이어가 그를 찾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화를 진행하며 그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대화형 퍼즐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눈앞에 앉은 사람에게 질문이나 침묵 등 몇 가지 커뮤니케이션 행동을 통해 키워드를 수집하고 그 사람이 가진 상황과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는 스스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게 된다. <스토리 주 story zoo>는 어린이 대상의 스토리게임 창작 환경을 제공한다. 주어진 동화풍의 여러 동물과 사물들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음성녹음 기능을 통해 나레이션과 캐릭터들의 대사를 만들 수 있게 하여 최종적으로 멀티미디어 스토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들이 직접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스토리 제작과 이미지와 사운드를 다루는 경험 제공을 목표로 한 게임이다. 각 게임은 주어진 이야기를 따라가는 일방향적 체험이 아니라 스스로 스토리를 해석하고 만들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의 주체로서의 플레이어라는 형식에 대한 시도를 진행했다.

워터 코퍼레이션  발표장면


네번째 팀은 음악 퍼즐 게임 <워터 코퍼레이션 Water Coperation>을 발표했다. 이 팀은 주어진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타이밍에 맞춰 신호를 입력하며 진행해나가는 기존의 리듬게임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 게임은 여러가지 파이프 형태에 대한 사운드가 설정된 가운데 그 파이프들을 조합하여 물이 흐르게 유도하고, 그렇게 완성된 파이프라인이 그 형태와 순서에 대한 음악이 재생되는 형태이다. 제작팀에서는 플레이어는 연주가 아닌 일종의 작곡을 체험하도록 유도했음을 강조했다. 

(좌) 월딩 worlding | (우) <스플릿± split±>


마지막으로 팀 OOV(Objected Oriented View)는 프로젝트<디 아이즈 the eyes>를 진행하여 그 결과물로서 <월딩 worlding>과 <스플릿± split±>라는 두 가지 모드의 아트게임을 발표했다. 이 팀은 주체와 객체간의 시점 차이와 시점의 다중화라는 독특한 주제로 게임에 접근했다. <월딩worlding>은 FPS와 유사한 1인칭 시점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한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러 동물과 식물, 사물과 마주친다. 마주한 대상에 시선을 던지면, 그 대상은 플레이어의 시선에 노출된 시간에 반응하여 특정한 형태로 진화한다. 그렇게 진화한 대상은 때로는 플레이어를 공격하거나 때로는 또 다른 대상이나 주위환경과 대응하여 행동한다. 이렇게 서로 상호 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그 세계는 계속 변화한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그렇게 시선을 통해 세상에 개입하고, 그렇게 변화하는 세상을 감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스플릿± split±>은 시선의 방향과 각도를 조작하며 특정 이미지를 만들어 진행하는 퍼즐 게임이다. 3인칭 시점으로 시작하는 게임이지만 주인공 캐릭터가 어떤 사물이나 풍경 근처를 지나면 게임의 시점은 갑작스럽게 그 사물이나 풍경에 대한 각도로 강제로 조정된다. 플레이어는 그렇게 변화하는 시점에 따라 시점 각도를 조정하면서 숨겨진 길을 찾거나 그 시점에 따라 완성되는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 이 두 게임은 모두 ‘시선’을 주제로 플레이어의 시선이 어떤 대상이나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주목하여 그 시선을 통해 게임을 풀어내는 독특한 방식을 실험했다. 


프리젠테이션 행사 후 찾은 체험존은 발표만으로는 잘 와닿지 않거나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시간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 멤버들이 함께하며 게임에 대한 각자의 관점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은 이야기들, 그리고 개발한 게임 자체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참가자들의 얼굴은 밝았다. 각자가 원한 바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때로는 부딪치며 문제를 파악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더하여 그 문제를 해결했고, 구체화하면서 닿는 부족한 점은 프로그램중에 만나는 멘토들과 함께하며 극복해나갔다. 그렇게 이끌어낸 결과물들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였고, 그들의 이야기가 직접 다른 사람들에게 닿는 자리였기에 그들은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 11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만난 게임은 완성된 결과물은 아니었다. 꼼꼼히 바라보면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분명히 전달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하나의 토양이었다. 게임에 대하여 무언가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거나, 기존 게임에 대한 의문을 가졌거나, 다른 누군가를 만나 스스로의 틀을 깨고 신선한 관점을 얻고 싶은, 게임에 대한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들이 모였고 그들이 소통하며 그들이 에너지를 쏟은 모든 과정들이 쌓였고 그 결과물이 남았다. 이 결과물이 끝이 아니기에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게임을 통해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그 ‘과정’을 제공했기에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 단지 포트폴리오 한 줄이 아닌, 이를 넘어선 창작에 대한 기반 경험으로서 남을 수 있는 행사로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꼭 이들을 앱스토어에서, 시장에서, 전시에서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남긴다.

허대찬(aliceon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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