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창작자로서 놀이의 어떤 측면을 주목하는가? 놀이를 표현수단 및 감상대상으로 본다면 우리는 놀이를 어떻게 디자인해야하는가? 한국예술종합학교는 2017년 11월,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게임메이킹>을 시작으로 게임을 예술적 수단이자 사회문제를 조망하고 실천의 도구로 주목했다. 그 이후 게임영역에서 벌어지는 산업적, 미학적 담론을 나누는 강연과 이를 실제 게임으로 도출할 수 있는 게임메이킹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과 전환은 게임의 레이어를 적극적으로 쌓아올린다. 이 레이어에는 어떤 내용이 깃들어 있으며 이를 토대로 사유할 수 있는 담론과 가능성은 무엇이 될까.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는 2018년 6월, 총 8회에 걸쳐 기존의 게임의 관습에서 벗어나 게임을 만드는 행위를 일종의 실험의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워크숍 <게임메이킹 실험실>을 진행했다. 각 회차마다 툴, 규칙, 형식 등을 조건삼아 짧은 게임을 완성하고 웹에 퍼블리싱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강연은 서울과 쾰른에서 활동하는 김영주 디자이너/개발자가 함께했다.
이번 워크샵의 가장 큰 특징은, 각 회차당 콘셉트와 조건에 맞는 게임 제작 프로그램을 다뤄보며 다채로운 언어의 게임제작 툴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들어, 첫 회에서는 <Journey>처럼 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게임들을 모티브로 이미지와 컬러가 중심이 되는 Flickgame과 도트를 기반으로 만드는 Bitsy를 이용한 게임제작 수업을 진행했다. 다음 회차에서는 게임에 있어서 필수 요소인 ‘선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발 도구인 Twine을 이용해 개인적인 이야기로 내러티브 게임을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를테면 플레이어가 저널리스트가 되어 상황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부여받고 이 안에서 생존과 도덕적 윤리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는 <1979 Revolution:Black Friday> 처럼, 선택은 게임의 진행을 돕는 수단을 넘어 플레이어의 판단과 고민을 유도하는 장치로 각자의 선택이 전체 이야기를 분기시키며 스토리의 앤딩을 맞게 되는 요소라는 점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4,5 회차 에서는 PuzzleScript를 이용해 언어적 요소를 배제하고 기본적인 가상 환경에서 플레이어의 즉각적인 수행과 피드백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는 Unity와 아두이노를 이용해 게임 플레이를 스크린을 통해 경험하는 것 뿐 아니라 피지컬 컴퓨팅을 통해 물리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게임을 제작하는것으로 총 8회의 수업을 마무리했다.
Flickgame, Bitsy, Twine, PuzzleScript, Unity 등 이 툴들은 각각 일정 부분에 특화된, 혹은 어떤 부분에서는 제한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 제작에 있어 일종의 도전이자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로써 게임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툴이 무엇이 될 지 선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으며 이 다양한 툴은 각각 다른 형식의 표현 도구로서 보다 다채로운 게임을 제작하고 경험하게 할 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관습과 체제를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게임이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디자인 되었는지, 어떤 메커니즘 통해 전개가 이뤄지는지 등을 분석해보며 게임이 함의하고 있는 특성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는 도구를 다루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도구란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형식을 이용하고 게임의 특성을 파악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할 도구와 언어를 살펴봄으로서 게임이 지닌 매체성에 더 가까이 그리고 면밀하게 다가가는 기회를 마련한 워크숍이다.
글. 유다미 (앨리스온 에디터)
* 본 기획기사는 파트 3에서 계속됩니다.
한예종 융합예술센터 아트게임 프로젝트 3: 피지컬 컴퓨팅과 사물해킹을 이용한 게임 메이킹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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