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Aliceview

KINORA(Experimental Film opera) _alic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17. 23:30



지난 5월1일부터 6일간 홍대 앞 포스트극장에서는 실험적인 다중미디어 예술가들의 KINORA(Experimental Film opera) 공연이 있었다.


Experimental Media Artists Group_ ZIAN의 조득수씨(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전공 교수, 미디어아티스트)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영상미디어의 현재적 과거, 미디어와 신체의 직접적 교감 그리고 참여 예술가들의 연속적인 프로젝트가 빚어내는 상호작용의 결과를 공간에 남기고 관객과 나누는 진행형의 실험예술 프로젝트이다.


미디어 + 퍼포먼스 + 영상 + 실험음악 + 무용 + 오브제 + AV 라이브 믹싱 + 웹이 혼재된  다양한 아트프로젝트와 예술가의 협업은 포스트극장을 공연장도 전시장도 아닌 현대 미디어아트의 틈새를 유영하는 예술가들의 낮 설은 기록보관소로 만들었다.








장르간 경계 짓기의 무의미함을 역설하는 기획자의 말처럼 KINORA는  작업 중(On going installation), 영화 이전의 영화 (Film before Film), KINORA (Experimental Film Opera 실험예술 프로젝트), 스크리닝 (Screening) 그리고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 인터넷 AV 라이브 리믹싱 으로  섹션을 구성 미디어와 연관된 다양한 예술장르의 융합을 통한 미디어 + 예술 + 인간으로 이어지는 미디어아트와 신체언어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고공비행을 시도 한다.


관객과 예술가들이 직접 16mm & 35mm 필름위에 스크레칭을 하고 결과를 참여예술가들의 프로젝트와 전시장에서 상영하는 작업 중 섹션의 “무한의 프레임(Infinite Frame)”은 100여년간 지속된 영화의 이미지프로세싱과정을 손과 눈으로 심플하게 경험하는 것은 물론 미디어아트와 소유에 관한 또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임호경, 김남건의 장난기 넘치는 “Paradox Motion”에서 두 사람은 대화, 신체적 언어 그리고 관객참여를 통해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해체하려한다. 공연을 마치고 전시장 철수를 서두르는 작가들 사이에서 외치는 그들의 말장난과 선언적 행동은 아나키스트적인 이들 공연의 정점을 이룬다. 이들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가공되어진 현실(리얼타임)은 내러티브 언어에 길들여진 관객의 인내심을 압박한다. 그리고 다수의 관객이 사라진 어느 순간 남은 사람들은 가공된 현실(리얼타임)과 숨쉬는 현실사이 긴장관계의 극한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이 이끌어가는 공연과 현실의 충돌을 무대 밖까진 확장시킨다면 보다 근원적인 물음 “예술과 생활의 경계”에 도달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흑표범(퍼포먼스), 조득수(영상), 신성아, 여운진(라이브사운드), 김영민(의상), 오석근(사진), 두더지(페인팅), 유은경(조명)의 “The Shower”는 스크린(꿈)과 잠든 퍼포머의 이미지(현실)를 통해 꿈과 현실의 해체 또는 혼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Paradox Motion”과는 달리 이 공연에선 꿈도 현실도 모두 무대 속에서 구성되어진다. 관객은 그들의 꿈, 현실의 소리와 스크린에 투영되는 이미지가 응축된 무대를 3자적 시점에서 지켜볼 뿐이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낮선 소음과 신음과 신체의 신경질적 진동을 담은 비디오는 관객들을 그들이 꿈꾸는 세계로 진입시키는 유용한 도구로 기능 한다.  


나의 시선을 머무르게 한 것은 퍼포머 흑표범이 누워있는 라꾸라꾸 침대이다. 이전 퍼포먼스 두더지의 “The Bed”가 남긴 물감의 얼룩위로 흐르는 흑표범의 신체는 일종의 스템프 또는 프레스와 같이 미디어의 메타퍼적 기능을 하며 서로에게 흔적을 남긴다. 일주일간의 신체행위-물감-라꾸라꾸 침대로 이어지는 작업 과정은 마지막 날 라꾸라꾸 침대를 침대 그 이상의(네거티브필름에 새겨진 이미지처럼) 상징적 기호로 만든다. 공연은 끝났지만 메트리스와 세계의 상호작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The Shower”에서 미디어는 꿈의 상징으로 퍼포머의 신체언어와 유기적 관계 속에 작품의 의미를 구축한다. KINORA에서 보여주는 다수의 프로젝트도 미디어를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장은주(16mm 필름 & Video), 이윤정(퍼포먼스), 신성아(사운드), 유은경(조명)의 “The Thin Black Line”은 KINORA의 프로젝트 중 형식적 완결성이 높은 작품이었다. 특히 신성아의 소리는 기존 노이즈 음악에선 느낄 수 없는 서정성이 숨겨져 있다. 아마도 그녀가 가진 음악에 대한 전통적 경험이(수학적 연산과도 같은 작곡) 노이즈를 다르게 해석하는 힘인 듯 하다.
 







이행준(16mm & 35mm 영상), 홍철기, 최준용(라이브사운드)의 “Frame Awake”와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 인터넷 AV 라이브 리믹싱”은 미디어와 신체의 관계, 현장성이란 면에서 또 다른 접근을 한다. “Frame Awake”에서 작가는 일종의 조정자(오퍼레이터)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행준, 홍철기, 최준용의 신체적 행위는 앞서 작품과 달리 언어적 의미를 상실한다. 작가의 행위는 소리의 울림과 필름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며 신체적 행위는 미디어의 출력과 연동 된다. 오디오믹스를 조정하는 홍철기의 손은 생활 속에 잠재된 잡음을 증폭시키며 관객의 감각을 일깨운다. 이행준은 16미리 영사기와 슬라이드 프로젝트를 스위칭하며 이미지의 분절을 유도한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은 스크린과 작가를 포착하는 카메라의 영상과 AV 퍼포머가 준비한 비디오 클립을 현장의 사운드와 함께 리믹싱하여 무대 옆 모니터로 보여준다. 그리고 가상의 관객들을 향해 웹 서버로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한다. 관객의 시선은 홍철기의 소리 속에 이행준의 스크린과 석성석의 무대 옆 모니터를 오가며 미디어, 신체 그리고 시간에 대한 혼란과 아름다움을 전달 받게 된다.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www.undergroundartchannel.net의 인터넷 AV 라이브 리믹싱은 KINORA_sound live와 KINORA_ AV live로 구성되어있다.


KINORA_sound live는 공연장의 소리를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을 통해 실시간 방송하는 프로젝트로 시각정보는 의도적으로 삭제된다. KINORA_ AV live는 “이미지는 종종 진실에 가까이 가게 해준다. 어떻게? 해체함으로써...”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AV퍼포머로 참여한 필자가  말했던 것처럼 공연장에 설치된 2대의 카메라로부터 오는 영상과 퍼포머가 제작한 비디오 클립은 현장에서 리믹싱 되며 해체된 이미지는 실시간으로 웹으로 보내진다. 웹 공간을 실시간으로 떠다니는 현장의 소리와 리믹싱된 이미지들은 가상의 유저들이 KINORA를 상상하게 해주는 매개체일 뿐 현장을 재현 또는 기록하진 않는다.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 인터넷 AV 라이브 리믹싱에선 기존 미디어아트 작품에서 보여 지는 작품과 관객의 상호작용성(유희성) 보다는 관객의 두뇌적 상상력과 감성을 미디어에 기대어 적극적으로 발현시키기를 요구한다. 미디어는 유희, 반응, 재현 또는 기록의 도구가 아니라 상상의 매개체이며 유저의 다양한 상상력을 통해 각기 다른 작품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 KINORA_sound live와 KINORA_ AV live는 www.undergroundartchannel.net 에서 다시 볼 수 있다.







KINORA(Experimental Film opera)는 예술가의 작품이 설치와 함께 완결성을 가지는 구조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의 소스로 참여 아티스트들에 의해 재해석되어지기도 하고, 미디어, 즉흥성과 현장성을 통해 거듭나기도 하는 진행형의 프로젝트이다. 그들의 또 다른 고공비행을 기다려 본다.





글. 석 성 석(uac@undergroundartchannel.net)

글쓴이 석성석은 현재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교수로 재직중이자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중이다. 또한,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www.undergroundartchannel.net)을 운영하며, 실험적인 예술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Flash] http://www.aliceon.net/swf/under.sw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