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Artist

장지아_inter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1. 23:51



장지아는 개인적이고 미묘한 감각들을 통해서 오히려 크고 견고한 시스템을 드러내려고 시도하는 작가이다. 흔히 그녀의 작업에서 ‘섹슈얼리티’와 ‘사회시스템에 관한 저항’ 이라는 두 가지의 코드를 가지고 이해하려 하지만, 그러한 두 가지의 규정된 기준을 가지고 그녀의 작업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앨리스온 7월호에서는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에 열린 <오르메타 : 침묵의 계율> 전시에 이르기까지의 그녀의 작업과 숨어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Aliceon: 안녕하세요. 장지아씨. 현재까지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오셨는데요. 첫 질문은 역시 현재까지 작업을 해오신 과정에 대한 질문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작업을 하게 되셨고, 또 어떻게 변화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장지아: 저는 가족의 영향을 받아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조각을 전공하셨고-지금은 작업활동을 안하시지만- 어린시절 아버지 작업하는 곳에 놀러다닌 것이 세자매에게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현재 언니는 영화미술감독이고 여동생은 의상디자인을 하고 있지요. 어머니는 30년 넘게 교직에서 수학선생님을 하셨고 연구주임과 학생주임의 보직을 맡아 수백명의 학생을 그 기간 동안 통제해오셨습니다^^; 어린시절 내가 느끼는 어머니의 캐릭터는 영화 ‘타인의 취향’에 나오는 주인공 ‘카스테르’의 아내와도 비슷하고 핑크프로이드 뮤직비디오에 나오던 생선가시를 뱉어낸 할아버지에게 가시를 다시 먹게 한 할망구와도 비슷해요. 학창시절 격렬한 사춘기를 보내면서 학교대신6~70년대 락음악에 빠져 지냈었고 그 당시 자유로움과 사회에 대한 반항적인 태도들이 아직도 내 작업에 기본 베이스로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전공이 맞지 않아 미술대학을 두번 진학했었는데, 동양화과를 다닌 이후에 미디어아트를 다시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동양화과를 다니던 시기에는 플럭서스와 실험연극에 관심이 많았어요.





Aliceon: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이후 비디오를 사용하여 작업을 주로 해오셨는데, 비디오 혹은 새로운 매체들을 사용하시는 이유와 계기가 있다면요?


장지아: 솔직히 동양화를 전공했다고 하기가 매우 난처합니다. 저는 다른 학생들과의 작업이 많이 달라1학년을 제외하곤 3년동안 실기실이 아닌 복도에 나와 그림을 그렸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 동양화가 아니라는 것만 확신했거든요^^; 동양화과를 다니는 93~97년 동안에는 ZKM에서 활동중인 김윤철 작가와 몸과 디지털 미디어에 관한 작업을 함께 해왔었는데요, 주로 움직임, 소리, 진동 등의 정보를 영상이나 전자음악 등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Performance, 해프닝에 관심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비디오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비디오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달에 있어 비디오의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성향과 하드웨어적인 매카니즘, 그리고 보는 이의 감정까지도 컨트롤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Aliceon: 1999년작 <자가진단>과 2000년작 <10'23''24>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매체와의 유대를 통해 현실을 점검하고 또한 감시당 하는 상황이 보여지는데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부분은 어떠한 것이었습니까?


장지아: 1999년작 <자가진단>은 무의식적인 세계, 내제되어있는 욕구 등을 해석, 분석하기 위한 근거로 제시되어 있는 다수의 인터뷰들이 곧 분석과 조합을 통해 남들의 정신적인 상태가 아닌 분석하는 이의 정신적인 욕망과 억압 등의 내적 상태를 들추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진행한 비디오 초기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2000년작 <10'23''24>은 예전 안기부건물의 ‘ㅁ’ 형태의 공간구조에 (검증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눈을 가리고 건물안을 걷다 보면 방향감각을 잃어서 내가 어느 곳에 있는지 알기가 힘들다 남산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센터도 원래 건물구조가 이문동의 안기부와 같이 정사각형모양이었다고 한다.) 설치된 폐쇠회로 카메라를 이용해서 10분23초 24동안 중앙감시센터에서 모니터로 봤을 때 지나가는 나의 동선을 교란 시키는 작업입니다. 남산에 위치한 안기부가 애니메이션 센터로, 이문동에 위치한 안기부건물이 예술학교로 용도변경을 하면서 이전건물이 지니던 감시과 통제의 기능이 예술과 문화의 생산이라는 개인성이 획득되어야 하는 공간에서의 상반되는 구조 등으로 전화되는 장면들을 영상의 매카니즘으로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2002년 <약물을 통한 신체오감의 이상변화>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나는데요, <약물을 통한 신체오감의 이상변화>은 약물에 취한 한 여자의 신체 변화를 담은 의학 실험 비디오를 통해 개인의 소유라고 여겨온 신체의 경험이 제도권의 시선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고 통제되는지를 표현하려 한 작업입니다.


Aliceon: 예전 어떤 잡지 리뷰(art in culture 2002. 11)에서는 장지아씨를 ‘시스템에 저항하는 여전사’ 라고 표현을 했더군요. 이 같은 표현은 장지아씨의 작업이 사회적 시스템의 통제 혹은 사회적 통념을 거부하는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요, 본인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리고 그러한 의미를 지닌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그러한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시나요?


장지아: 개인적이고 미묘한 감각들을 통해서 오히려 크고 견고한 시스템을 드러내는 것이 제 업의 큰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거창하고 무겁고 드센 발언이 아닙니다. 시스템이 바뀌거나 마비되거나 하는 쇼크가 아니라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흐름이 걸려 넘어지는 정도…? 하하 달리 좋은 표현을 못찾겠네요^^;

‘시스템에 저항하는 여전사’ 제발 이런 표현 좀 안해주면 좋겠어요. 표본의 인물상을 만들려고 하는 건지 몰라도 나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거든요. 흔히 나 같은 작업을 하는 여성작가에게 외모적으로 갖는 환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카리스마가 있거나 섹스어필하거나… 실제로 만나면 그런 생각은 안 갖겠지만요.





Aliceon: 2002년 프로젝트 <원더풀 행복 보험>의 경우, 불행의 정도에 따라 보상금이 결정된다는 전제를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불행이라는 감각에 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의도한 바가 있으시다면요?


장지아: 미래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행복의 보증수표인 보험은 역설적으로 고통과 슬픔을 전제로 하는데, 이번 전시는 불행의 정도에 따라 보상금이 결정되는 이 보험 규칙을 응용, 게임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입니다. 이 작업은 ‘흥국생명’ 로비에서 전시한 작품인데요, 흥국생명의 ‘wonderful happiness insurance' 라는 실제 보험을 100명이 가입할수 있도록 흥국생명에서 후원을 받고 게임참여자는 놀이 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설치물의 자전거의 패달을 밟아 전구의 마지막 단계까지 속도를 내어 불을 켜면 보험에 가입을 시켜주는 작업이 었습니다. 80명이 넘는 관객들이 보험에 가입했지만 약관을 읽어보고는 매우 황당해 했지요. 보험은 1급장애와 사망시에 1000만원이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는데요. 보험기간이 끝날때까지 다행이 보험금을 탄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Aliceon: 장지아씨는 종종 성적 판타지를 사용해서 평범한 일상을 전복시킨다던가, 혹은 보다 확장된 의식/지각의 영역으로서 또는 예술의 원동력으로서 활용하여 왔습니다. 이와 같이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작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한, 예전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에서 그러한 섹슈얼리티의 문제 또한, 장지아씨와 함께 진화해 왔다고 봅니다.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장지아: 섹슈얼리티는 개인적이면서도 육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이고 몸이란 영역안에서 이루어지며  잠재된 감각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만으로도 나에겐 중요한 작업요소 입니다.  하지만 제가 다루는 섹슈얼리티는 성기중심이 아니라 그 주변부에 관한 이야기들 입니다. 초기 작업에선 여성으로서의 몸을 이용한 해프닝에 관심을 갖았는데요. 그것이 시스템 안에서의 개인, 여성성,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금기 등의 이야기들로서 비디오라는 매체와 만나면서 매체의 성격과 작업내용이 구조적으로 잘 맞아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 이후 제 작업에서는 몸의 구멍에서 흘러나온 끈적이는 액체를 소재로 한 작업들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Princess said> 에서는 실연의 눈물과 키스 중 흘린 침의 양을 비교하거나 <꽃도장>에서는 생리혈을 묻히고 다니는 여성과 선지를 먹는 남자, 잠자리의 꼬리에 꽃을 꽂아 날리는 장면 등이 있었습니다. 최근 <OMERTA> 에서는 영상 뿐 아니라 사진과 설치물들로 영역이 넓어졌고 모든 작업이 오줌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액체 분비물은 Abject로써 사전적으론 비천한, 비열한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정체성, 체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 경계, 위치, 규칙을 무시하는 것" 이기도 합니다. 신체와 외계가 통하는 구멍들(항문,성기,구강)에서 쏟아지는 앱젝트는 사회적으로 고정된 정체성을 위협하는 경계에 있는 요소들로, 사회구조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감추고 배제하는 것들입니다.


Aliceon: 최근 작업인 <오르메타 : 침묵의 계율> 에서는 위의 질문들에서 나타난 장지아씨를 대변하는 두 가지 키워드가 동시에 보여진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장지아: <오르메타 : 침묵의 계율>의 전시는 아래의 5가지 요소들로 구성됩니다. 하나씩 설명드려보자면, <Fixed Object> 시리즈는 오줌과 소금결정이 달라붙은 오브제들을 촬영한 후 인화한 사진 연작입니다. 사진을 인화하는데 사용되는 픽서(fixer)가 오줌의 성분과 일부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일반 픽서를 오줌으로 바꾸어 인화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화된 이미지가 어느 시점까지는 고착되지 않고 빛에 반응하면서 색깔의 변화를 보이기도 하였지요. 오브제에 오줌 결정을 장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용해도를 이용해서 끓는 소금물에 오브제를 담가 석 달간 건조시켜 표면에 결정을 만들고, 그 위에 오줌코팅을 한 후, 표면 방습코팅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Fixation Box>는 픽세이션(Fixation)이라는 단어는 응고와 정착의 의미 외에 성적 도착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 박스 안에는 일반적으로 어항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들과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게 되는 오브제들이 있는데, 이 오브제들의 표면에는 소금과 오줌 결정이 응고되어 고착되어 있습니다. 이 박스는 언뜻 어항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인큐베이터 같은 무균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보호 받을 수 없는, 제거의 대상이 되는 액체와 죽은 물고기들이 오히려 이 박스 안에서 보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어항 안의 죽은 물고기들에는 검정 리본이 묶여 있고, 핀으로 꽂혀 있어서 관객은 마치 소꿉놀이를 하듯 어항 안에 얼굴과 손을 넣어 물고기들을 이리저리 옮겨볼 수 있습니다. 비릿한 오줌 냄새가 가득한 박스 안은 관객에게 역겨움을 느끼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 소금과 오줌 결정이 아름답게 고착되어 있는 오브제들을 가지고 놀면서, 어린 시절 해서는 안 되는 장난을 남몰래 하면서 느꼈던 일종의 일탈의 쾌감을 떠올리며 즐겨볼 수 있습니다.





<Standing up peeing-Photograph>는 불안정한 그러나 자신감과 당당함이 보여지는 서서 오줌 누는 여자들의 누드 사진입니다. 그녀들은 비록 지금 사회적으로 묵인된 금기를 깨고 있는 중이지만, 그 와중에도 토르소처럼 잘려진 그녀들의 육체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Standing up peeing-Video>는 <Standing up peeing> 사진 작업을 하던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 작업인데요. 별도의 특별한 트리밍이나 편집이 거의 없이 이루어진 현장 도큐멘트 비디오에 가깝습니다. 모델을 구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델들은 그 일을 수락한 이후에는 작가보다 더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촬영현장은 마치 분비라고 하는 일탈행위를 통해 사회적 전통과 강압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소하는 해방구 같은 분위기였지요.


<P-tree>는 나무형태의 철 구조물에 오줌이 담긴 유리볼이 매달려 있는 설치작품 입니다. 유리볼에 끼워진 고무 호스가 서로를 연결하며, 나무 구조물 아래쪽으로 내려갈 수록 정화된 오줌이 있게 됩니다. 고무호스는 규칙적으로 오줌을 떨어뜨려 호스 아래에 있는 씨앗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그 수분으로 씨앗은 새싹을 틔우게 되지요.






Aliceon: 앞으로의 작업에 관한 계획과 일정을 알고 싶습니다.


장지아: 우선 ‘오메르타’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실현하지 못한 에스키스들이 많습니다. 같은 맥락의 작업들이지만 더욱 심화하고 다듬어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제게 있어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2년 안에 이와 관계된 개인전을 다시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고 현재 시카고에 있는 아시아 관련 갤러리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Aliceon: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 기대하겠습니다.


*inteviewer _유원준(앨리스온 디렉터 postmaster@aliceon.net)



* 이 인터뷰는 앨리스온TV 7회와 연동됩니다.


장지아(oooooxxxxx@lycos.co.kr)
장지아는 지난 2001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비디오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경원대학교 미술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http://www.oooooxxxxx.com/

[Flash] http://www.aliceon.net/swf/under.sw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