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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와 신자유주의 미디어문화 1부 _조동원(미디어문화행동 활동가)_column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 12:38




UCC가 유행하고 있다. 2005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이 신조어는 [각주:1]전문적으로 훈련된 전업적인 창작 노동자들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창작해서 웹에 올린 다양한 콘텐츠를 가리킨다.  UCC 중에서도 가장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 동영상 UCC다. 글이나 사진과 비교해서 양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각주:2]UCC에 얽힌 여러 이슈와 논란들의 대상이 되는 것이 동영상 UCC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비디오/동영상을 특별히 가리키기 위해서, "동영상 UCC"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은 편의상 "동영상 UCC"를 UCC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UCC는 현재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지시하는 하나의 열쇠말이다. 우리 사회 변화의 한 가지 지표가 되고 있다는 UCC를 문화적 차원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말 자체는 인터넷을 통해 먼저 떠돌기 시작한 수많은 신조어 중 하나이고 지난 23년 동안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라는 의미를 두고 보면 꽤 오래된 현상이다. 가깝게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저가의 디지털 미디어 제작 장비가 널리 보급된 이후, 전문 제작 단체에 속하지 않은 모임이나 비전문적인 개인이 직접 만든 미디어 콘텐츠(비디오 등)가 양적으로 많아지게 되면서 점차 보게 된 것들이고, 더 나아가 주류 방송의 일정 시간대 혹은 아예 채널 하나를 기존의 시청자였던 사람들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으로 방송하자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들도 이제와서 보면 UCC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최근에 등장한 아마추어 영상 제작물을 특별히 가리키는 맥락이 중요해진다. 이전에 있어왔던 것과 달리 (최근의) UCC는, 인터넷에 올려진 아마추어 동영상을 주요 지시대상으로 해서 마케팅 차원의 용어 발명과 이의 대중화 과정이 존재했다. 사실 이전에도 VJ(video journalist), 시민 저널리즘, 비디오 액티비즘 등이 있었지만, 매스 미디어와 같은 영향력을 가지면서 지속적인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반면, 인터넷 동영상이 기존의 아마추어 작업들과 다르게 매스 미디어 바깥의 통로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초기의 실험들 이후 점차, 다소 과장되게는 인터넷 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까지 주목받으며 여러가지 투자들이 이루어지고 상품화(가능성)라는 계기와 만나고 있다. 따라서, 아마추어 창작 문화가 지배적 매스 미디어(와 그 전문조직들)에 의해 주변화 되어오다가 인터넷에서 터져나오고, 그 영향력이 커지면서 상업적 미디어문화에서 결국 UCC라는 이름을 붙여 이것들을 소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창작의 측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런 아마추어 창작물들을 주류 시장으로 소환해낸 것을 볼 때의 새로움, 즉 유통의 문제에서는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UCC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면서 지난 2006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malteo.net)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제안과 그에 대한 투표를 거쳐 UCC를 대신할 우리말로 '손수제작물'을 선정하였다. UCC가 "이용자가 제작한 콘텐츠"일 때, 이 우리말은 제작을 전업적으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직접(손수) 제작한 것에 강조점이 주어진다. 우리말을 쓰는 게 좋기는 하겠지만, 직접 제작했다는 점만이 강조된다면, 왜 지금 "손수제작물"인가에 대한 현재의 특수한 조건과 맥락을 놓칠 수도 있다. 대중들이 손수 제작하는 활동이나 그런 제작물은 역사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UCC가 영어 단어이기는 하지만 "이용자"(user), "창조하다"(create), "콘텐츠"(contents), 모두 최근의 미디어문화 환경의 화두가 되는 열쇠말들이기 때문에 그 함의가 크다고 본다.  이용자라는 주체는 도대체 어디서 태어난 것인지,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산업적 형태를 갖춘 것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이 뒷바침된 오늘날의 창조활동은 도대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등의 질문들은 UCC라는 현상 이면에 가로놓인 우리 사회문화의 심대한 변화의 맥을 짚어보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유연축적과 자율적 주체



1973년 석유파동으로 표출된 전세계의 경제 위기는 그 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포스트포드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의 유연축적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시켰다. 과잉축적에 의한 자본의 확대재생산이 맞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축적체제로의 (경제적) 이행은 언제나 폭력적 구조조정의 과정을 수반하며, 그에 대한 급진적 저항을 무마히기 위해 문화(좁게는 이데올로기)라는 매개를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축적 구조의 주요 특징은 (국민경제의 전면적 개방을 위한) 세계화, (국가의 시장 개입의 철폐를 통한 자본의) 자유화 혹은 탈규제화, (자본 운동의 새로운 대상으로서 사회간접자본 및 공공부문의) 사유화, (생산과정 및 노동자 고용의) 유연화, (자본 운동 전체를 주도하는) 금융화 등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1980년대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를 통해 새로운 경제 발전 논리로 전지구적으로 관철되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된 데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자생적이고 효율적이며 이에 대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소유자가 없으면 자원이 낭비된다, 해고가 자유로워지면 채용도 쉬워진다 등의 신 자유주의 정책을 합리화하는 관념들이 그것이다(강남훈, 2003).



이러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작용은 자본의 새로운 노동 주체 형성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난다. 1990대부터 도입된 경영담론을 통해, "지식노동자" 개념이나 한국에서도 한 때 유행한 "신지식인"의 이미지를 통해 구체화 된다.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자기혁신적 주체, 이러한 과정을 자율적이고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는 자율적 주체,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자신이 기획하는 기업가적 주체"(이규원, 2006: 16)가 정보와 지식의 생산을 통한 새로운 축적체제에 적합한 노동자상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폭력적 구조조정과 심화된 착취 구조를 은폐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해 왔다. 그런데 [각주:3]새로운 주체의 상을 그려내고 장려하며 환대한 곳은 노동 현장만이 아니었다. 문화, 즉 다양한 삶의 영역 전체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축적을 위한 가치 창출의 장으로 돌변해왔다. 그리고 이는 web2.0이 점차 지배적인 담론으로 채색되고 있는 인터넷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 본 칼럼의 2부는  7월 15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글. 조동원 (thenetworked@gmail.com)



[참고 문헌]

강남훈(2003), "광장으로서의 인터넷: 인터넷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사회경제평론. 제21호
윤승욱(2007), "모바일 콘텐츠로의 모바일 UCC 활성화 가능성 모색", UCC와 커뮤니케이션 연구. 한국언론학회 <모색과 도전> 제2차 세미나
윤종수(2006), "진정한 웹2.0으로서의 UCC가 되려면", ZDNet Korea , 2006년 10월 26일:
http://www.zdnet.co.kr/itbiz/column/anchor/iwillbe/0,39033556,39152182,00.htm (2006년 11월 접속)
이규원(2006), 지식노동자의 주체형성연구, 연세대학교 문화학과 대학원 석사논문
이만제(2007), "동영상 UCC 전망과 과제". KBI포커스. 0709(통권28호)
Kleiner, Dmytri, Wyrick, Brian(2007), "InfoEnclosure 2.0", Mute magazine Culture
and politics after the net:
http://www.metamute.org/en/InfoEnclosure2.0
(2006년 10월 접속).


*** 글쓴이 조동원은 영상미디어센터 정책연구위원회 선임 연구원을 거쳐 현재 미디어문화행동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Flash] http://www.aliceon.net/swf/under.swf

  1. 그 자체로 UCC 형태의 웹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wikipedia)에 올려진 UGC(Usergenerated content)에 해당하는 대상을 보면, 웹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콘텐츠를 가리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과 프로그램, 매쉬업(mashups), 비디오, 주로 핸드폰으로 찍은 비디오 클립, 디지털 혹은 필름 애니메이션, 이미지, 아이팟 캐스트(ipod casts), 사운드 클립,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블로그 포스트, 댓글, 추천, 리뷰, 투표 [본문으로]
  2. 2006년 11월, “직접 방송해봐”(broadcast yourself)의 동영상 UCC 전문웹사이트인 유튜브(youtube.com) 를 구글(google) 기업이 인수한 사건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2005년 9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5만 명가량이 참여하여 만들어진지 불과4년 만에 230여 년 전통과 권위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 수준을 넘어 서고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 http://wikipedia.org)는 아직 그런 인수합병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고, 아마도 그런 자본의 직접 투자가 위키피디아와 같은 UCC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3.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새로운 주체 형성이 생산과정의 노동자주체뿐만 아니라, 자율과 책임의 능동적인 시민이라는 정치적 주체, 그리고 자기계발상품을 소비하는 일상적인 개인주체 등으로 확대되며 신자유주의의 정치적 합리성까지 이르는지에 대한 연구도 흥미롭다(서동진, "자기계발의 의지, 자유의 의지 : 자기계발 담론을 통해 본 한국 자본주의 전환과 주체형성", 연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5; 이규원, 2006: 15에서 참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