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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저널리스트 혹은 비디오 아티스트, DCTV의 낮은 문턱_web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3. 12:48


지난 일주일 한껏  다큐멘터리를 즐긴 것 같다. 제 4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8월 27일~9월 2일)이 오늘로 마지막이다. 다큐멘터리에 초점을 맞춘 흔치않은 영화제인데다가, 공영방송 EBS의 전파를 통해 일주일간 다수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는 까닭에 유수의 영화제와는 달리 매체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를 범주화 하기란 쉽지 않다. 흔히 극영화, 다큐멘터리영화,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구분 하에 포함시키고는 한다. 허나 이번 EIDF의 화두 중 하나가 ‘재연의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듯, 다큐멘터리는 이미 친숙한 방송용 다큐멘터리 형식 이외에도 실험적인 시도와의 결합, 애니메이션 기술과의 만남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 외적인 (것으로 쉽게 생각되곤 하는) 요소들과의 접합을 통해 점점 더 다양하게 표현되고, 풍부하게 영상화되는 중이다. 결국 기존의 영화, 나아가 영상의 범위를 어느 지점에서 경계 지을 것이고 이름붙일 것인지는 점차 모호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연출자는 기자, 즉 저널리스트인가 혹은 영화감독 내지 예술인인가와 같은 유사하게 혼란스러운 생각과 더불어. (굳이 그렇게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뒤에 얘기하겠지만 결국 개인의 사유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다큐멘터리의 주제영역이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경우가 많은데도 오히려 약간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역설이다. 이웃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뭇 관객들은 어딘지 어렵고 불편하게 느끼는지 선뜻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다큐멘터리의 경우 표현양식보다는 주제나 문제의식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일종의 `지식애호증(epistephilia)`의 성격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다큐멘터리라는 개념 자체가 ‘다큐멘터리적’으로 보이는 특정 영상물들을 후세들이 분류해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부여된 후발 개념인 탓이기도 있다. 극영화 내에 공포/SF/코미디 등 하위 장르가 있듯이 다큐멘터리 역시 그 만의 양식-성찰적 양식, 관찰자적 양식, 시적 양식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영상물을 장르/양식이라는 이름하에 묶는 것은 인위적인 작업인지라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면이 적지 않다. 앞서 말했듯 다양한 표현 양식과 기법이 한 작품 내에 혼재하고 있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도 결국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 다큐멘터리 작품들 중에 존 알퍼트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포함된다. 시네마 베리테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존 알퍼트 감독은 1972년 ENG 카메라로 쿠바를 취재하고, 세계 최초의 비디오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사담 후세인 단독 인터뷰를 비롯하여, 쿠바의 카스트로, 리비아의 카다피 등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거나, 분쟁지역에 종군해 격전의 현장을 포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지난해 제3회 EIDF 회고전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존 알퍼트(Jon Alpert)는 DCTV의 수장이다.  1972년 존 알퍼트와 그의 아내인 케이코 츠노가 설립해 올해로 36년째 된 DCTV (Downtown Community Television center)는 ‘미국 최초의 비영리 지역사회 미디어센터’이자,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크고 명예로운 비영리 지역사회 미디어 센터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들은 DCTV를 통해 영상방송매체에 대한 대중적 접근성을 높여, 지역사회의 문화생활을 활성화하고 참여민주주의, 미디어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촉매제로 삼고자 했다. 영상매체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한 당시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TV를 설치한 중고 트럭을 몰고 다니며 길거리 상영을 이어가고, 작은 스튜디오에서 무료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비디오 기술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게 했다.

DCTV는 영상물 제작은 물론, 교육 활동과 비디오 장비 대여를 겸하며 전 세계의 많은 비디오 저널리스트(VJ)를 배출해왔다. 연간 3천명의 성인과 2천명의 청소년이 참여하는 비디오 워크샵, 청소년 비디오페스티벌을 운영․개최하는 등 미디어 교육 활동에 열심이다. 제작한 수백편의 다큐멘터리와 보도 영상물들은 현재 미국 내 여러 방송국과 캐나다, 일본 내의 주요 네트워크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지난 35년간 베트남, 쿠바, 러시아, 한국,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과 미국 내에서 벌어진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다룬 수 백 개의 다큐멘터리와 보도를 제공해왔으며, 현재 NBC, ABC, CBS, HBO, PBS, ESPN, 캐나다와 일본의 주요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방송되어, 연간 1억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EIDF 웹사이트 참고) 이렇듯 오프라인 교육과 활동이 주가 되는 DCTV의 특성상 웹사이트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나 얻게 되는 정보의 양은 많지 않다. 단체의 성격을 알리는 글이나 후원 기금의 모집, 아카이브의 소개, 워크숍 안내 정도에 해당한다. DCTV의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이 발로 뛰어 잡아낸 뜨거운 결과물은 예고편 정도만 볼 수 있다.



DCTV를 소개하는 이번 글의 목적은 다만, 어디까지가 미디어아트인가 궁금해 하는 미디어아트 문외한인 필자로 하여금 나름의 생각을 풀어가는 연결고리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사회 참여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일련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볼 때마다 이런저런 것이 궁금해진다. 미디어아트는 특별한가? 미디어아트가 대체 뭔가? 미디어아트와 다큐멘터리는 어떤 것이 다르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결국 표현매체와 표현방식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삶을 이야기하는 하나의 방식, 생각을 영상화하는 작업의 일환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디어아트나 다큐멘터리의 경계는 모호하게 다가온다. 이름표의 무게가 아티스트 혹은 저널리스트에 실리는 것일 뿐 모두 사회 또는 개인에 대한 사유나 성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디어아트’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필자의 사유다. 이해가 어렵고 접근은 쉽지 않던 두 개의 영역이 교차되는 지점이다. 다양한 미디어 교육이 진행 중이라지만 영상의 홍수 속에서 영상을 보는 법을 배우는 길의 기본은 역시 자꾸 보는 것일 게다. 어딘지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다큐멘터리나 미디어 아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일단 작품을 보자. 창작자의 뜨거운 가슴을 느끼고, 감상을 공유하자.

글.김지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전공)
pigtaile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