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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nethik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3. 12:51


‘기술적 세계 창조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은 그러한 기술적 진보를 통한 새로운 매체들에 뒤덮여 살아간다.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이, 이미 우리의 현실 세계는 인공적으로 확장되어져 디지털 적으로 재현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오늘날의 우리의 현실 세계를 발전시키고 이끄는 원동력의 출처를 새로운 기술적 진보가 제공하는 매체적 기계장치들에서 찾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굳이 ‘현실-가상’ 의 이분법적 체계를 떠올려보지 않더라도, 피터 바이어 Peter Weir 의 영화 『트루먼-쇼』의 한 장면을 되짚어보지 않더라도, 매체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해있으며 그것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러한 당연하고 친숙한 우리들의 환경에서 그 환경의 발전 상황과 진보의 주체가 새로운 기술 발달에 따른 매체들이며, 그것들에 의한 창조 과정이 익명적이거나 은폐된 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클라우스 비거링(Klaus Wiegerling)은 책의 서문에서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며, 매체윤리란 개념에 대해, 그 필요성과 우리 삶의 모습과의 연관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책은 크게 4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I. 토대 설정과 기본 문제들, II. 매체이론의 입장들, III. 구체화 작업, IV. 인간학적 전망’ 이 그것들인데, 첫 장은 역시 매체윤리란 개념을 설정하기 위한 토대와 기본적 문제들에 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에 의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기존의 학문 분야에서 진행되었던 이론적 근거들과 연결 지어서 생각하는 점은 기본적인 연구자의 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또한 이러한 방향에서 매체윤리가 윤리학의 한 서술 형식이라는 점을 밝히며, 개념 설정을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매체윤리를 학문적인, 비판적인 그리고 생생한 도덕을 성찰하는 학문분야로서의 윤리의 기본 모습을 계승하고 새로운 문제점들에 대한 필요성 제기와 함께 연구 확장의 범위로서 제시하고 있는데, 그러한 보편적인 윤리의 갈래들에서 매체에 의해 규정되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해보며, 새로운 인간학적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II장에서는 매체윤리의 기본 문제 ‘매체는 인간의 태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에 관하여 다양한 매체이론의 입장들을 짚어보며 대답을 찾아보려 시도한다. (저자는 II 장의 소제목으로 이 내용을 붙여놓았다) ‘역사적 시도들’ 과 ‘오늘날 매체이론에서의 윤리적 고찰’ 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서 진행하고 있는데, 저자는 20세기까지의 매체이론에 대한 성찰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체계적 기술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고대부터 20세기까지의 시도들을 첫 번째 부분에서 살펴보고, 그 이후 진행된 매체 이론들을 점검하고 있다. 첫 장과 두 번째 장에서 매체윤리의 기본 개념과 문제들을 살펴보았다면, III장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작업을 시도한다. 즉, 앞의 두 개의 장이 기본적으로 기존의 이론적 체계들을 살펴보며, 매체윤리가 지녀야 할 문제점들과 계승점들을 살펴본 것이라면, III장은 매체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들에 관한 고찰을 시도하는 부분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저자는 하나하나 짚어보며 점검하고 있는데, ‘저널리즘’ 혹은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는 ‘법’, ‘매체 교육’, ‘예술’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쉽게 서술하기 어려운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현대의 저널리즘이 사적 영역을 침해하고, 편재(偏在)되고 있으며, 경제화되고 있는 현황을 나열하며 풀어가고 있어 매체윤리적 관점에서 다시금 우리의 상황을 관찰해보게 만든다. 3장까지의 내용으로 저자는 현재 우리가 지녀야 할 문제점들에 관한 개념 정리와 구체적 사례들을 제시하며 해설하였다. 마지막 장은 이러한 전개에서 근본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매체적 인간’ 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매체를 인간에게 있어 ‘초월을 가능하게 해줄 기계’라고 말하며 인간들이 매체를 통해 표현되고 조건지어지는 상황에 관해 역설하며, 인간으로 하여금 매체적 합법성 안에서 존재하는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기억하도록 하는 것을 과제로 지적하며 희망적인 끝맺음을 한다.

이 책은 현재까지의 매체 이론들과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매체와 연관된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기존의 이론적 근거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고 흥미로운 책일 것이다. 그러나 매체윤리라는 개념을 설정하는 단계에 있어 약간 의례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이 드러난다. 저자가 거듭 강조한 매체윤리가 윤리학 이론을 새로이 정초하려는 시도가 아니며 규범론이나 가치론의 규정이 아님을 밝혀두고 시작하는 것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연구자의 자세로서 이해할 수 있지만, 매체윤리가 기존의 도덕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해방을 추구한다는 선언적인 명제와는 달리, 정보 영역의 특정한 관점에 몰두하는 정보윤리의 일부라고 말하는 것 등은 정보의 특성을 갖지 않는 매체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언급하였듯이 매체가 ‘인간을 우연적 가능성에서 한 걸을 더 해방시켜 초월을 가능하게 해줄 기계’ 라면, 매체라는 개념과 매체윤리라는 개념 설정은 기존의 윤리 체계들과의 연계성뿐만 아니라 그 초월적 가능성에 대한 사고의 확장으로부터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