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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긴 숙제들 _“백남준, 백남준미술관, 그리고 미디어아트” 워크샵 리포트 _aliceview

yoo8965 2007. 10. 4. 12:40


최근 국내 미디어아트계에는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소 침체기에 빠져있는듯 했던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 현상들이 점차 다양한 코드들과 섞여 대중들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과거 예술 형태와의 차이점을 들며 굳이 분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미디어가 지닌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것에 부합하는 '맥락'이 함께 제시되어야 함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아트는 기존 예술이 가지고 있던 형식을 차용하던 종래의 습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장점들을 하나씩 풀어내는 듯, 시각 체계에 의존했던 '이미지'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다른 감각들과의 공감각적 동반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라는 굴레아닌 굴레를 강조하였던 과거의 장르적 양상을 벗어나 미디어가 지닌 다양한 모습들과 예술이 조금은 쉽고 케주얼하게 만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위한 노력과 관심들은 '백남준'이라는 세계적 아티스트를 추모하고 기념하는 원초적 의미를 넘어서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기초를 탄탄히 하고 개념 정립을 하기 위한 노력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오늘 소개할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위한 '워크샵/심포지엄' 또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행사의 개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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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창립10주년 기념]
백남준미술관 워크숍 및 국제학술심포지엄 “백남준, 백남준미술관, 그리고 미디어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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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은 창립 1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경기도의 실험적이며 선진적인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백남준미술관의 역할, 백남준 작품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아트에서의 보존과 오리지널리티에 관한 연구발표를 위해 실무자 워크숍 및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고자 합니다. 이번 행사는 “미술관의 역할 설정 및 연구 활성화 방향”과 “창작물 보존 등을 위한 국제적 공동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주제 하에 각각 3회의 워크숍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국제학술심포지엄으로 진행됩니다.

제1주제 - 미술관의 역할 설정 및 연구 활성화 방향
[1차 워크숍] 백남준미술관과 민간분야 협력방안
[2차 워크숍] 백남준미술관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방안
[3차 워크숍] 백남준 연구 활성화 방안 및 프로그램 개발

제2주제 : 창작물 보존 등을 위한 국제적 공동 네트워크 구축
[4차 워크숍] 미디어 아트와 실험적인 창작의 추세
[5차 워크숍] 미디어 아트 창작물의 보존 방법
[6차 워크숍]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실험적 창작물의 오리지널리티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 : http://www.ggcf.or.kr/

백남준미술관 워크숍 및 국제학술심포지엄 관련자료 :

http://www.ggcf.or.kr/info_bbs/noticeList.asp?boardkey=7&boardtype=2&contentkey=132428&bnotice=False&ipage=2&templetkey=&ipagesize=10&stittype=일반공고&searchbyword=&searchbyfield=fsCntTitle+like+%27%25%7B0%7D%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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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차 워크숍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는 오는 10월 5일 4차 워크숍을 진행한다. 본 글에서는 1차 ~ 2차 워크숍에서 진행된 '백남준미술관 워크숍 및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제기되었던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위한 준비 상황과 미디어아트가 풀어야할 문제점들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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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미술관과 민간분야 협력방안' 이라는 주제로 열린 1차 워크숍은 허서정(아트센터나비) 큐레이터와 노형석 기자(한겨레21), 황규성 연구원(삼성미술관)의 발제로 진행되었는데, 처음 열린 워크숍이라서 그런지 주제로 걸린 '민간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기 보다는 발제 내용 및 주제를 넘어선 미디어아트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제기 및 답변이 오고갔던 자리였다. 아트센터 나비와 삼성미술관의 관련 전시 및 프로그래밍을 살펴보고,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한 각각의 발제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임에는 충실한 듯 보였다. 그러나 '백남준 미술관과 민간분야 협력방안' 이라는 주제에서 가장 방점이 찍혀야할 '협력방안'에 관한 논의는 뒤로한채(협력방안과 같은 해결책 제시를 하기에는 산재한 문제점들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미디어아트 자체로서의 문제점 및 백남준 미술관과 연결된 수많은 숙제들만 부각된 워크숍이 되어버린 것이다. 의도하지 않게 부가되었던 짐의 무게 탓일까,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위한 발걸음이 참으로 힘겹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8월 16일에 진행된 2차 워크숍은 1차 워크숍에 비해 참석자가 적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제시된 주제(백남준미술관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방안)에는 접근하였던 워크숍이었다고 생각된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신보슬 큐레이터(토탈미술관)는 백남준 미술관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6가지의 제안을 하며 보다 직접적인 접근을 시도하였으며 이어 백기영 디렉터는 백남준 미술관이 그의 예술을 보존하고 기록하는 과거지향적인 성격을 벗어나 작가의 예술적 비젼의 성취에도 지속적인 노력이 시행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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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부터 6차까지로 예정된 이번 워크숍은 아직 많은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백남준 미술관 건립은 그 자체의 문제를 넘어서 수많은 해결과제들을 생산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러한 워크숍의 맥락 또한, 다양한 시각과 요소들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은 분명 이러한 문제들을 파악하였으리라 생각된다. 때문에 백남준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시작하여, 미술관의 문제, 나아가서는 '미디어아트' 라는 예술 장르가 지닌 문제점으로 확대를 하려고 시도한 흔적이 드러난다. 그러나 '백남준'이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그가 몸담고 있던 다양한 맥락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듯 하다. 오히려 '미디어아트'라는 큰 맥락에서 그것이 지닌 정체성 및 문제점들로부터 출발하여 백남준이라는 상징적 개인 혹은 미술관에 관한 이야기로 전개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백남준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닌 의미를 확대 재생산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발걸음이 될 것이다. 더더욱 미디어아트라는 장르?는 아직까지 풀어야 할 문제점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3번의 워크숍이 남았다. 쉽지 않은 발걸음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개개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일 것이다. 백남준 선생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유산에 대한 보답은 다름아닌 스스로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