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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룬다'라는 참 식상한 말, 뒤늦은 이야기 Paul Potts

aliceon 2007. 11. 7. 07:42
수많은 담론적diskursive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대중매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각 주체들은 어떻게든 수신자=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고 또 경쟁한다.
이런 발신 주체인 각종 대중매체들이 시청자들을 모으기 위해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 요소가 드라마와 자극성이다. 온갖 자극적인 요소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발송되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들의 거의 대다수는 잔인하고 천박해진다. TV를 틀어도, 신문을 들춰봐도 보이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런 부정적이고 음성적인 내용들이다. 지난 이안씨 막말사태같은 것을 보고서도 바이러스 마케팅을 떠올리며 그럴수도 있겠구나라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들을 보면 이미 우리들도 그 흐름에 익숙해지고 파묻혀있는 상태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끔씩 들려오는 몇몇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참 강하게 흔들어 버린다. 조금 늦게(아니, 아주 늦게;;;)소개하는 Paul Potts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는 평범한 핸드폰 판매원으로, 지난 6월 Britain's got Talent의 문을 두드렸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American Idol과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이 자신의 장기와 꿈을 가지고 별의 무대에 선보여지고 데뷔하는 그런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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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고 어수선하고 개성에 넘치는 이빨 각도와 배둘래햄을 가지고 있는 젊지 않은 남자분. 평범한, 아니 좀 모자라 보이는 그. 어눌한 행동에 어눌한 옷차림 어눌한 분위기. 한눈에 봐도 긴장 때문에 기묘한 표정으로 굳어버린 얼굴로 무얼 할거냐는 심사위원 아만다 홀덴의 질문에 "그냥 오페라요Just sing Opera." 라는 말 한마디. 참 말주변 없는 사람. 특히 이런 프로그램들은 어떻게든 초반부터 자신을 드러내고 어필함으로써 최소한의 기준점을 마련하고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이건 뭐 완전히 바닥 아래 지하실 너머 나락에서 시작. 온갖 인간군상들을 봐온 게 심사위원들이다. 하느님 맙소사, 또 시작이네 라는게 여실히 보이는 심사위원들의 표정. 그것은 나의 표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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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펜 물어뜯으며 짓는 저 심드렁한 표정들. 당신 대마왕 맞어. 
여전히 긴장으로 반쯤 일그러진 얼굴을 향해, 준비되면 부르쇼Ready when you are(이런 의역이라니... 하지만 정말 이렇게 들렸다. 터지면 독설. 평상시에도 독설. 대마왕 사이먼씨;;;) 라는 식으로 틱 던져놓는 게 그들이었다.

준비한 노래는 푸치니Giacomo Puccini 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간주와 첫 노랫마디 이후... 모든 것이 반전된다.
표정과 노래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을지 정녕 몰랐다.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변하는 모습. 겉모습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학창시절 계속 따돌림 당해온, 오로지 노래에 매달리며 버텨온, 삶에 짓눌려 그것을 거의 포기하려했던, 하지만 끝까지 지켜왔던. 이 짧은 시간동안의 변화만큼 그의 삶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없으리라. 그가 그로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실현해 나가고 있는 자로서 변하는 바로 그 순간. 이전의 꿈은 단지 그만의 꿈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꿈은 모두의 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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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그 어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혼신의 힘을 다 하는 그.
그리고 그의 열정과 노래에 열광하며, 기뻐하고, 만족하는 사람들.

결국 그는 Britain's got Talent에서 우승했고, 여왕 앞에서 공연을 했으며 이 프로의 심사위원이자 세계적인 음반 제작자인 사이먼 코웰Simon Cowell과 100만 파운드의 앨범 계약을 체결했고, 그의 첫 앨범 One Chance는 영국 UK차트 3주 연속 1위, 뉴질랜드와 아일랜드 그리고 홍콩에서 판매고 1위를 달성했다. 말그대로 Dreams come true.

이것이 벌써 반년 전, 6월에 시작되었던 이야기. 지금 그는 이미 스타다. 혹자는 이사람으로 인해 침체된 오페라가 다시 부흥하리라 예측할 정도로 거대한 이슈였던, 조작되지 않았지만 완벽할 정도의 드라마.


2007.11월 7일 현재 views수가 자그마치 1,600만 힛을 바라보고 있네요...

이런 감동은 내가 익히 저 대마왕 사이먼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메리카 아이돌America Idols를 통해 대중들에게 명명백백 공인된 독설대마왕 사이먼 코웰Simon Co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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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렇게 집중하고 환성을 터뜨릴 정도였던 오디션. 그는

"핸드폰 판매사에서 일한다고 해놓고,
나한테 이런걸 들려주는군요."

라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발견한 보석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본인의 첫 오디션에서 그 변화를 보고도, 그 많은 갈채를 받고도 한동안 계속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서 있던 그의 모습은 감동 이외의 다른 슬픔을 느끼게 했다. 여전히 굳어 있으며, 하지만 천천히 풀려나가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 그가 지나온 인생의 두터운 방벽일 것이다. 그 방벽 아래 약하지만, 꺼질듯 흔들리지만 버텨 온 그의 꿈. 이제 그 꿈은 스폿라이트를 받았고 환하게 피어났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캐면 캘수록 감동적인 그의 인생, 그의 이야기. 그의 자취를 이렇게 찾아보고 더듬는 것은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의 무의미함과 고독을 잊어버려 인생을 살 만 하게 만드려는 의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라고 빌렘 플루서는 이야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고, 고독을 잊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가 인터넷이 있기에 이런 유영이 가능하다. 기술은 정말 많은 것을 변화시켰지만 이러한 변화의 가운데에서도 과거의 모습을 잃지 않은 부분이 있고 이 감동이 그러한 것일게다.
세상은 이제 포스트 모더니즘에 접어들었고 다원성 아래 모든 것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세상은 정말 빨리 돌아가고 무한한 정보들이 떠다니는 가운데 1분 이내에, 5줄 이내에 자신을 어필하고 사람들을 자극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스낵문화가 지배하는 가운데에서도 모든 이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메타 코드는 여전히 존재한다. 세상은 이제 무수히 많은 표피들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그 표피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러한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들, 최후까지 남아있을 그러한 것이 있지 않을까. 정말 많이 보고 들어 식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에 아직도 사람들이 감동받는 이유는 삶에 눌려 포기하고 있어도, 마음 한 켠에는 간직하고 있는 꿈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자아를 발견하는, 자신을 찾고 그 위치를 확인하기를 원하는 기본적인 욕망일 것이다.

"첫 오디션이 끝난 다음 나는 내가 누군지 비로소 알 수 있었어요. I'm Paul Potts. 난 Paul Potts였어요."

거참 폼안나게 이른 아침부터 학교앞 스타벅스 개방안된 3층에서 휴지들고 눈물닦고있다. 아씨 청승맞게... 훌쩍.


그의 앨범정보
http://blog.naver.com/luvly_dream?Redirect=Log&logNo=110023767002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Muc.laf?ejkGb=MUC&mallGb=MUC&barcode=0886971386820&orderClick=L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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