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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istory Of Violence (2005)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1. 14. 06:29


데이비드 크로낸버그 감독은 기괴하고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 내기로 유명합니다. '크래쉬'나 '네이키드런치' , 심지어 필모그래피중 가장 장르영화에 가까운 '플라이'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상상력과 장면을 보여줌으로 인간의 내면을 다소 '폭력적'으로 보여주곤 하지요. 실제로 장면속에서 노골적으로 폭력을 묘사하기도 하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더욱 몰아가며 관람자로 하여금 폭력을 외면, 혹은 당하고 있는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하곤 합니다.

Naked Lunch(1991)

Naked Lunch(1991)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2005)는 크로낸버그 감독의 작품중에선 다소 이질적인 편에 속합니다. 뚜렷한 드라마가 있고, 묘사되는 폭력의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감상하기 쉬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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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영화 자체가 크로낸버그 감독의 명성을 가릴만큼 평범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정확한 연출(빼어난 연출이라는 표현이 모자를 정도로 완벽한)과 대단한 연기가 어우러진 멋진 영화인데요. 우리가 보통 '좋은 영화'라고 말할때 세우는 조건인  대중성도 있고, 작품성도 있는 영화에 빠지지 않는, 멋지고 탄탄한 이음새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장면 한장면 마다의 화면 구성과 적절히 쓰이고 있는클로즈업 등에서 보이는 긴장감은 탄력적인 편집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고 모텐슨, 에드 헤리스, 마리아벨로, 월리엄 허트등 모든 출연진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빛나는건 그러한 '열연'들을 냉정하게 덜어내며 이끌어가는 크로낸버그 감독의 연출력 인데요. 특히 비고 모텐슨이 보여주는 연기와 그걸 콘트롤 하는 감독의 디렉팅은 정말 섬뜩할정도로 정교합니다. 감춰두었던 폭력성이 폭발하는 장면을 참 잘 그려냈지요. 재미있는 것은, 마리아 벨로가 맡은 부인역 인데요. 영화 끝까지 유일하게 해소되지 않는 그녀의 위기 의식은 영화 해석을 보다 풍부하게 해주는 오픈 텍스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충돌, 가정 속에서의 위계관계, 그리고 그걸 지켜내는 폭력성의 속성을 아주 재미있게 드러내는 중반의 계단 러브신은 그 미묘함이 참 잘 드러난 멋진 장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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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폭력성이 순환된다는, 어떻게 보면 다소 진부하게 여겨질수 있는 소재를 서부극의(!) 형식으로 끌고가되 전형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부치는(영화를 보시면 알게 됩니다) '폭력의 역사'. 대가의 진가는 평범한 작품에서 더욱 빛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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