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새로운 비물리적 세계가 더해지다 _exhibition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1. 20. 08:45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리뷰 첫 번째 이야기에서 이 행사의 전반적인 구성과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하였다면,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축제의 두 축을 이루는 ‘Second City’전과  ‘Cyber Arts’전를 중심으로 2007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주목한 화두와 작품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Second Life’전은 ‘ Goodbye Privacy’라는 페스티벌의 주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로, 새로운 생활공간이자 문화생산의 공간이 된 블로그와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Second Life’, 그리고 UCC(또는 UGC)와 같은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의 등장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이슈들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매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마다 어워드(Prix Ars Electronica)를 진행하고 그 수상작들을 전시하는 Cyber Arts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물리적인 경험을 예술 작품과 접목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두 전시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본다면 우리의 경험 세계에 새로운 비물리적 세계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의 의도하지 않은 투명성과 사적인 것의 의도적인 내놓음

몇 해전 한국에서는 ‘싸이월드’가 열풍이었다. 뒤를 이어 최근에는 UCC와 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싸이월드 보다는 캐릭터가 보다 강화되고 게임의 형식으로 된 ‘Second Life’가 인기를 끌고 있고, 블로그는 우리 나라에서보다 앞서 자리를 잡았다. 개인 유저들의 사진이나 UCC 동영상은 Flickr와 U-tube를 통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의 공간과 활동의 새로운 특징은 단지 온라인이라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동시대의 문화생산과 문화 콘텐츠 그 자체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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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Seond City전시는 이러한 온라인 공간과 그 안에서 전개되는 문화생산의 양상과 그것이 전반적인 디지털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였다. ‘Second Life’에서 전시의 제목을 따 온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온라인 공간과 그것을 채웠던 가상의 캐릭터들이 페스티벌의 열린 린츠의 Marienstraβ라는 골목 안으로 옮겨져 관객들로 하여금 온라인의 세계를 물리적으로 경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전시의 의도와는 다르게 거리로 나온 온라인의 캐릭터들과 작품들은 관객들의 경험에 가깝게 와 닿지 못했던 것 같다. 린츠의 작은 골목길을 채운 작은 공간들은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온라인 캐릭터를 담은 인쇄물과 텍스트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Second City에 포함된 작품 가운데 0100101110101101.org의 <Synthetic Performance>은 미술사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을 아바타로 등장시켜 새로운 퍼포먼스와 이야기를 펼치도록 한 작품으로 단연 눈길을 끌었지만, 워크숍에서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흥미를 느꼈던 것이지 골목길로 옮겨진 전시 공간에서는 작품에 대한 어떠한 맥락도 엿볼 수가 없었다. 그 밖에 온라인의 게임을 물리적인 액션과 결합한 작품들은 그 동안 논의되었던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과 관련한 진전된 논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시도들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어설픈 조우는 별반 흥미롭지 못했다. 한 가지 의미를 찾아본다면 의도하지 않았으나 투명하고 또한 의도적으로 사적인 것을 공개하는 디지털 공간과 그 안에서 나타나는 유저들의 특성에 대한 논의였다. 블로그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물론 블로그 운영자에 따라 공간과 콘텐츠의 성격이 좌우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블로그는 어느 정도 공적인 듯 하면서도 적당히 사적이다. 이러한 공간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블로거들은 몽땅 노출증 환자이거나 관음증 환자로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인 Goodbye Privacy는 온라인상의 사적인 영역의 특징들에 주목하고, 투명성과 무한배포가 전제된 디지털 공간에서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주는 사적인 영역과 개인 유저들의 콘텐츠가 디지털 문화 생산에 가져온 영향들에 접근하였다. 주제 심포지엄에 비해 전시의 전달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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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매개된 새로운 물리적 세계

Second City전에 주제전에 가깝다면 Cyber Arts전은 올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주목한 작품들을 통해 미디어 아트의 가장 최근의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번 Cyber Arts전에서는 미디어 아트에서 빈번하게 논의된 상호작용성이나 촉각성과 같은 속성들을 아날로그 적인 방식을 통해 새롭게 소화해낸 작품들과 극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만 가능한 새로운 물리적 경험을 보여는 작품들이 눈에 인상적이었다. 전자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미국작가 베르니 루벨의 <Conservation of Intimacy>의 작품을 들 수 있다. 관객들이 목제기계와 라텍스로 만들어진 그네와 자전거를 움직임이는 정도에 따라 친밀도를 나타내는 작은 공들이 사각 틀 안에서 움직인다. 에띠엔느-줄스 마리의 운동 역학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동력 장치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도와 교감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상호작용을 느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일본작가 Tetsuaki Baba의 <Freqtric Project>는 간단 나무판을 맞잡거나 핀촉을 손에 쥐고 연결된 사람들을 터치함에 따라 마치 드럼연주와 같은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 있다. 소니야 칠라리의 사람의 몸의 인터페이스로 보다 적극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매개로 활용하여 디지털 이미지의 변형과 생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보이지 에너지나 접촉을 시각화하고 청각화하는 작품들과 더불어 미디어를 통해서만 새로운 물리적 경험을 가장 극단 적으로 보여준 것은 Kurt Hentschläger의 퍼포먼스 FEED였다. 크기 두 파트로 구성된 이 퍼포먼스는 시내 외각 식물원의 터널을 막아 공연장으로 조성하고, 이미지와 안개 스트로보스크프 그리고 광파(Pulse Light)을 이용한 퍼퍼먼스로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을 강력하게 자극하여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전해주는 작품이었다.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 이 퍼포먼스에서, 전반부는 게임엔진을 통해 만들어진 인체의 형상을 한 인공생명체가 심장을 파고드는 사운드와 일체가 되어 무작위적으로 움직인다. 하반부에 이르러서는 퍼포먼스 공간 전체가 안개로 채워지고 전반부에 온몸에 전달되던 사운드의 파동은 안개에 차단된체 오직 망막에만 작용하며 계속적으로 변화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망막에 전달되는 진동과 파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미지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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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미디어 아트 작가들은 미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에 접목시키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미디어가 가진 속성을 탐구하는 것도 미디어가 가진 사회문화적 이슈들에 집중하는 것도, 미디어 조형적 아름다움을 생산하는 거도 모두 미디어 아트가 추구하고 있는 바이다. 현대미술에 이르러 형식실험을 통해 미술이 진화해온 것처럼 미디어 아트는 기술 매체에 좀 더 천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란 것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과학자나 기술자 그리고 이론가들과 공통의 이슈에 접근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전시가 혹은 작품이 이론이나 이슈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다면 예술작품만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스스로 져버리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다양한 장점이 가득한 행사이고 스스로의 역할을 충실이 수행해온 행사이지만 간혹 최근의 이슈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가 구성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도에는 더욱 흥미롭고 뜨거운 이슈와 다채롭고 새로운 작품들로 미디어 피플의 매료시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을 만나길 기대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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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7 - [review/미디어아트 전시] - 무엇이 ‘미디어 피플’을 축제로 이끄는가?_exhibition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