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film & animation

타치코마 이야기

aliceon 2007. 12. 6. 16:46
공각기동대의 세계관은 인간의 전뇌화-한마디로 디지털화죠. 이시대의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가상공간에 접속할 수 있고, 돈만 되면 마음대로 사이보그 육체들로 갈아탈 수 있고, 기억을 외장장치에 저장할 수 있고, 심지어 인간을 해킹할 수도 있습니다.-가 이루어져 있는 세상이며 대테러 단체 성격의 공안 9과가 이런 세상과 관련된 범죄와 싸워가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란,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영혼을 데이터화할 수 있고, 육체를 멋대로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인간임을 규정지을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죠. 그리고 그런 의문에 대답해 주는 것이 바로 공안 9과의 4족 보행 인공지능 장갑차 혹은 로봇이자 서포트 유닛인 타치코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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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얘네들이 상품으로 나왔네요.
그 전에 이미 프라모델로 몇 가지 종류가 나왔지만 이번 경우는 완성도 면에서나 기능 면에서나 격이 다릅니다.  이 제품이 재밌는 건 USB연결을 통해 여러 행동이나 목소리를 전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정된 완성품이 아닌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행동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단 윈도우 일본판에서만 동작합니다;
제작 및 판매는 반다이BANDAI,
가격은 199달러입니다. 

아래는 동작 동영상입니다. 구현을 상당히 잘 했네요.^^



타치코마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죠.


타치코마 전투신입니다. 이런 녀석들이죠.

그런데 이 시리즈를 다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실제 주인공은 타치코마들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그들의 비중은 대단히 높죠. 입력되어 있는 AI는 장난기많은 아이의 성격입니다. 굉장한 호기심을 가지고 돌발행동을 터뜨리는 가운데 주인공들이 속한 공안 9과를 멋지게 서포트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스스로 정보를 공유해가며 사회성, 개성을 획득해 나갑니다. 최후에는 자기희생을 통해 결국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획득합니다. 아래 동영상은 그 마지막 장면입니다. 본 편 가운데 가장 슬프고, 감동적이며, 의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공각 기동대 2기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속한 공안 9과는 결국 시즌 내내의 적을 막지 못했습니다. 일본 내의 난민들(참 화딱지나게도 그들은 한국인들입니다...한반도에 다시 전쟁 터뜨린 설정이라니 원...)을 죽이기 위해 난민구역을 향해 테러범이 쏘아올린 핵미사일은 마지막 착탄을 위해 위성궤도상의 최종한계점으로 한없이 질주합니다. 요격 가능한 아무런 방법도 기기도 없는 가운데 타치코마들은 자신들의 AI프로그램이 담겨있는 컴퓨터가 위치한 궤도상의 인공위성을 그 핵미사일을 향해 돌진시킵니다.

위성상의 가상공간에 모여 그들은 자신들의 종말을 향해 가는 가운데 입을 모아 노래를 부릅니다. 꼭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자신들은 살아 있다고. 여기 있었다고. 노래를 통해 보여지듯 스스로 살아있다고 자각하고 있기에 이들의 행동은 희생-자기희생입니다.

합리적이기는 쉽습니다.
'일반적인' 옳은 행동, 맞는 판단은 여러 범주들을 토대로 한 확률적인 결과가 이성적으로는 맞는 판단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정답이지는 않는게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프로그래밍으로 구현될 수 있는 합리적 판단을 넘어 타치코마들은 스스로 판단합니다. 동료라는 개념, 자신이라는 것을,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은 자신들을 희생합니다.
인간들마저 스스로 인간이 무엇인지 규정내리기 힘든 세상 가운데 그들 4족 보행 인공지능 기계인 타치코마들은 '인간성'을 획득하고 스스로 살아있음을 획득합니다.

무시무시하게 양 손에 기관포 2문까지 장비한 주제에 행동들은 왜그렇게 귀여운 것인지;;;

그들의 합창이 흐르며 마지막 핵미사일의 저지가 성공해 그들이 산화하는 순간에 바토(공안 9과에서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두 주인공 중 하나.)가 또다른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을 구하기 위해 철골구조물을 가지고 땅을 파헤치고 있는 장면은 십자가를 짊어 맨 예수의 모티브 그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감독의 의도가 다시한번 분명히 드러납니다. 자기희생은 진정한 사랑이자 극한의 자기존재의 발현, 자기만족의 정점입니다. 즉 인간성의 한 측면이 극한으로 드러나는 케이스일 것입니다.
인간들이 그들의 인간성을 버리며 비정한 짓거리를 하고, 자신들의 육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해킹당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인간이라는 것이 무언지, 살아있다는 것이 무언지 한없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그들 타치코마는 그들은 더 이상 생명이 없는 기계가 아닌게죠. 인간보다 인간다운, 그래서 아름답고 숭고한 그들입니다.


지를까...;; 아서라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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