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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도착시간 밤 9시 반, 숙소에 간단하게 짐을 풀고 트랜스미디알레(transmediale)가 벌어지는 '세계 문화의 집(house of the world culture)'으로 향했다.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도 행사장에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지하 까페며 전시장 구석구석에 삼삼오오 모여 꽤나 진지한 얼굴들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베를린의 2월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었지만, 행사장 안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열기로 후끈 거리고 있었다.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이야기할 때, ISEA(Inter-Society of Electronic Arts) 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 ica)의 페스티벌을 우선 꼽는다. 그리고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것이 베를린 트랜스미디알레이다. 1997년 비디오아트 페스티벌 형식으로 시작되어 1999년부터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로 행사의 성격을 달리하여 지금까지 진행되었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기술적인 부분에 많이 치중하고 있고, ISEA는 대단히 광범위하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면, 트랜스미디알레는 우선 주제 설정에서부터 다른 두 행사들과는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4년에는 “fly to utopia", 2003년의 “play global, 2002년의 “go public”에서 볼 수 있듯이 주제들이 대단히 인문학적 배경이 필요한, 혹은 사회적 반성이 요구되는 주제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스티벌은 전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컨퍼런스와 특별 강연 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이번 트랜스미디알레05는 “basics"이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그리고 ‘기본’, ‘기초’, ‘근본’ 이런 식으로 번역될 수 있는 ‘basics’ 이라는 주제 아래 컨퍼런스와 특별 강연, 스크리닝, 퍼포먼스, 카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행사들이 5일 동안 열렸다. 보통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밤10시 정도까지는 주 행사장인 ’세계 문화의 집‘에서 행사가 열리고, 그 이후에는 트랜스미디알레 카페에서 자유롭게 행사가 진행되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트랜스미디알레 측 혼자서 기획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IAMAS(Institue of Advanced Media Art and Science) 그리고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Goldsmiths College, University of London)창의적인 진화(creative evolution) 컨퍼런스 기획팀이 함께 기획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행사와 차별화되었다.

 

컨퍼런스는 트랜스미디알레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올해에는 ‘베이직 테크놀로지’, ‘예술 그리고 사회적 책임’, ‘사운드 아트 비쥬얼’, ‘비디어 아트의 기본’, ‘베이직 라이프’, ‘베이직 시큐어리티’, ‘미디어아트의 역사 다시 생각하기’, ‘베이직 미디어아트 교육’, ‘쿨 인터랙션’, ‘게임즈, 메이드 인..,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기술의 수렴’ 등과 같이 미디어 아트에서의 기본적인 기술적 개념에서부터, 예술과 테크놀로지 발전의 사회적 책임,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게놈프로젝트와 미디어아트의 연계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향에서 미디어아트의 기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이와 병행해서 27개의 특별 강연은 컨퍼런스에서 다루지 못한 좀 더 세부적인 주제나 논의를 개진하기도 하였다. 이번 컨퍼런스의 특징은 미디어아트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보랏빛 전망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왜 예술을 필요로 하는지, 미디어 아트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자리였다는 데에 있다.

특히 런던 골드 스미스 대학의 악셀 로흐(Axel Roch)가 진행한 “쿨 인터렉션” 섹션은 일본, 한국, 싱가포르에서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아시아권의 전통 예술 개념이 현대 미디어 아트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특히 아시아의 공(), (), (void)과 같은 개념, 느림의 개념 등에 대한 논의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고, 이례적으로 5시간 동안의 컨퍼런스 전 내용이 독일 유선방송에 방송되기까지 하였다.

 

컨퍼런스가 이처럼 밀도 있게 이루어졌던 것에 반해서 전시는 좀 실망스러웠는데, 그것은 이번 전시가 담당 큐레이터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작품 하나하나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그것이 전시 형태로 엮이는 과정에서 기획력이 부재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랜스미디알레에서는 전시나 컨퍼런스 주제와는 별개로 매년 트랜스미디알레 어워드를 수여하는데, 올해에는 수상자 중에는 <텍스트 레인 text rain>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카밀레 우터백(Camille Utterback)도 있었다. 이번 수상작인 <무제5 (untitled5)>는 카밀레 우터백이 200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external measures’ 시리즈 중 5번째 설치작품인데, 관람객의 움직임이 마치 붓처럼 작용해서 화면에 그림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인터페이스 자체가 신기하다거나 새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물로 나오는 이미지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이 대단히 완성도 있게 나온다는 것, 그리고 알고리즘만으로 감정을 환기시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또 다른 수상작 중 흥미 있는 것은 5볼트코어 5 Voltcore <쇼크봇 코어쥴리오 (Shockbot Corejulio)>가 있다. 이 작품은 컴퓨터에 부착된 로봇 팔인데, 이 로봇 팔은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받아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와 동시에 다시 컴퓨터에 누전을 일으키며 마침내 스스로를 파괴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다시 말하면 로봇 팔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이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만, 그와 동시에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는 개념인데, 작품은 상당부분 장 팅겔리의 <자기파괴적인 기계>를 떠올리게 하였다. 심사위원단들은 이 작품이 소프트웨어의 유희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파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다며 선정이유를 이야기했다.

시상에서는 떨어졌지만 <중력-저항: 그래비셀 (Gravity-Resistance: Cravicells)> 작품도 주목할 만했다. 이 작품은 2003년 네덜란드 V2에서 워크샵을 한 이래 지난 2004년 일본 야마구치센터 전시를 끝내고 현재 유럽 순회중인 작품인데,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력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는 작품이다. 작가인 세이코 미카미 Seiko Mikami와 건축가인 소타 이치카오 Sota Ichikawa가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중력을 여섯 번째의 의식으로 설정하여 우리 신체와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225개의 센서가 부착된 타일을 통해서 관람객의 발걸음의 위치나 무게, 속도를 측정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사운드와 LED조명, 기하학적 이미지로 나타내며, GPS를 사용하여 전시 공간에 대한 위치까지도 동시에 측정한다. 위성과, 설치구조물, 중력과 관람객이라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관계를 보는 과정은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몸으로 배워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시와 컨퍼런스, 특강과 퍼포먼스, 카페에서의 캐주얼 토크 등 전 세계에서 400여명의 미디어 아트 관계자들이 모여 보낸 4일간의 일정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였다. 밤이고 낮이고, 카페고 계단이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저앉아 토론하고, 미디어 아트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왜 우리가 지금 이곳에 있는지에 대해서 되묻는 진지함은 미디어아트의 미래에 대해 뭔가 새로운 기대와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5일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에 어떤 답을 얻으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사람들이 지금 현재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버블경제와 함께 붐을 이루었던 미디어아트의 호황기는 경제 침체로 이제 내리막길을 치달았다는 성급한 결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이처럼 깨어있는 정신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여전히 새로움을 기대해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트랜스미디알레가 벌어진 2월 초 베를린은 봄을 기대하긴 너무 쌀쌀했지만, 4일 동안 베를린 시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전시장과 컨퍼런스 홀을 오가며 느꼈던 그 후끈한 열기는 꽃이 만발한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게 하였다.

 

                                                                                                                                            .신보슬 (홍익대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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