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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Communication and Society : A Global Perspective_book review

aliceon 2008. 1. 2. 14:13

 
인간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 눈앞에 나타나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인간의 이러한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는 다양한 기능의 휴대폰만 보더라도 인간이 얼마나 새로운 기술에 계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집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디지털은 인간의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가 되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토해내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Mobile Communication and Society : A Global Perspective』는 2004년 10월 8일~9일에 걸쳐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열린 ‘국제적 관점에서 본 무선 통신의 정책과 전망에 관한 워크숍(The International Workshop on Wireless Communication Policies and Prospects: A Global Perspectives)’을 위해 준비된 조사 보고서로, 세부 내용들을 수정하여 2007년에 출판한 것이다. 정보화 시대 3부작(The Information Age:『네트워크 사회의 도래』,『정체성의 힘』,『밀레니엄의 종언』)의 저자로 유명한 Manuel Castells을 필두로 Mireia Fernandez-ardevol Jack, Lichuan Qiu, 그리고 Araba Sey가 작업에 참여하였다. 서두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본 책은 무선통신기술 사용자의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드러나는 차이와, 나라와 지역이 다른 사용자의 분석 등과 같이 철저히 사회과학적 조사방법론을 바탕으로 수집된 각종 데이터를 통해, 무선통신기술을 사용하면서 제기되었던 다양한 질문들에 답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누가, 어떠한 이유로 무선통신기술을 사용하는지, 정보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을 야기시키는 사회적인 차이가 결과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어떠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분석한 종합보고서라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보고서들이 북미 대륙이나 유럽처럼 특정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는 것, 휴대폰 시장의 선발주자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엄청난 잠재시장이자 이미 거대시장인 중국을 빼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특히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핸드폰을 통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다. 핸드폰을 통한 소통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경험의 영역에서만 가능했던 일상적인 것들이 사회적 행동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고 보고 있다. 일, 사회생활, 상품의 구매, 건강, 사회복지, 보안, 오락 등 사회적인 영역이라고 간주되는 공간에서 의미를 구성하는 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휴대폰 기술이 인간의 일상생활과 그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integral)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책에서 “개인적이고, 유동적이며, 보행자적(pedestrian)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묘사된 휴대폰은 마치 손목시계처럼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의 삶에 채택되고 있으며, 휴대폰은 이미 현대인들에게 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사용자들의 휴대폰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들도 휴대폰과 필연적으로 깊은 관련을 맺게 될 수밖에 없다. 기술은 사람을 점점 더 개인화, 개별화 시키고, 디지털의 인터랙티브한 특성은 독립적이고 유니크한 성향이 지나쳐 때로는 그 안에 속하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휴대폰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욱 활발하게 생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용자가 적극성만 보여준다면 고립된 개인은 휴대폰을 통해 집단 속의 개인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들이 이야기하는 디지털의 장점이며,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내는 근거이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를 통해 우리가 획득하게 된 것은 시공간적인 자유이다.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움직이지 않고도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더 빠른 것을 원하고, 하나의 기계에 더 많은 기능을 집어넣기를 희망하며, 새로운 것을 손에 움켜쥐기를 바란다. 이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진화의 과정이 아니라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세 잊어버리고 가끔 추억하며 또다시 새로운 것에 눈길을 준다. 사실 무선통신기술은 전혀 근사하지도, 서정적이지도, 담백하지도 않다. 하지만 숨이 차게 우리를 새로운 의미 생성 공간에 데려다 주고, 색다른 것을 경험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해준다. 이 책은 분명 지나치게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변화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새로운 움직임과 그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것을 꼼꼼히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삶과 사회와 문화를 진단한다. 새로움에 대한 우리의 욕망에 최대한 충실하면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그러한 가능성들을 세련되게 사용해 보자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글.김현정.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영상미디어 전공 (qthyunjung@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