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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세요, 공감의 숲으로.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3. 10:19



작년 말에 드디어(!) 한글판으로 발매된 '놀러오세요, 동물의숲'은 역시 예상대로 큰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군요.

2001년 4월에 닌텐도 64로 처음 발매되어 게임 큐브를 거쳐 닌텐도의 ndsl로 발매, 전세계적으로 7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おいでよどうぶつの森)은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입니다.

아무런 미션도 없이(물론 처음에는 기본적인 튜토리얼이 있긴 합니다) 숲속에서 동물들과 생활하며 먹고 살(?) 궁리를 하는게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 게임의 큰 특징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리얼타임-그러니깐 저녁에 게임으로 하면 게임도 저녁이고, 아침에 게임을 하면 아침의 동물의 숲에서 생활한다는-실제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는 겁니다.(이 시스템은 게임 큐브 버전서부터 도입)


전 작년에 북미판으로 구입해 질릴만큼 해서 막상 한글판은 시큰둥 하다는...

아,아, 오늘은 이 게임을 리뷰하려고 하려는것이 아니라..^^;;



바로 2006년12월에 일본에서 개봉한 '동물의 숲' 극장판 애니메이션(劇場版どうぶつの森, 2006) 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놀라운 것은 이 애니메이션이 작년 일본에서만 17억엔이나 벌어들였다는 겁니다.
이 사실이 놀라운 이유는, 게임도 그렇듯이 이 영화에는 별다른 스토리가 없다는 거죠! ^^;;

물론..기본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있지만, 그게 그리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곤 생각이 들진 않네요.
한 소녀가 동물의 숲에 이사와서 정착하며 동물들과 친해진다...정도가 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전부입니다만,

영화를 보면, 어렴풋이 그 애니가 그렇게 큰 인기를 얻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듯합니다.

이 커뮤니케이션 게임은 기본적으로 휴대용 게임기를 기반으로 합니다.

물론 네트워크를 통한 친구들과의 통신을 지원하지만
(사실 이게 진짜 게임의 재미일런지도 모르겠네요)
닌텐도의 동물의 숲 와이-파이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패쇄적인 성격
(사용자가 양쪽에서 같이 인증을 해야 통신할 수 있는)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게임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즉, '자기만의 집'을 사고, 그 안을 다양한 물품으로 꾸미는 '개인의 성취' 지향 게임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 개인적인 경험이 '대중적인 경험의 장'인 '극장'과 만난다면?

굳히 플라톤의 동굴 이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극장이라는 공간의 체험은 마치 '같이 꾸는 꿈'과 같은 기분을 줍니다.

다시말해 사람들은 이 '동굴'안에서 '개인적'이었던 경험을 스크린으로 '확인'하며, 크게 말이 필요없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는 제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즐기게 되는거죠.

애니메이션 속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모두 게임 속의 음악 그대로 입니다. 나만의 세계에서 들었던 음악이 마치 음악회처럼 모두와 함께 공감하게 되는 체험, 사실 이 것엔 어쩌면 스토리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역시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처음엔 '좀 지루하다..'하다가 익숙한 상황이나 음악을 즐기게 되더군요.

'그래, 저런 일 나도 경험해 봤어'..라고 말이지요. ^^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가 원래 '극장'이라는 공간을 크게 담보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 애니메이션이 일본인들에게 주었을 '공감대'는, 마치 초기 영화의 순수함과도 같은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이 기묘한 체험의 끝은 극장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상품들이겠지요. 역시 대단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