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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AMPost#08_새로운 공연을 꿈꾸는 YCAM_world report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8. 12:10

YCAM에서는 미디어 설치 작품들과 함께 1년에 한, 두 개 정도의 미디어 퍼포먼스 작품들이 제작된다. 이번 호에서는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YCAM에서 상연되는 여러 공연-YCAM에서는 미디어 퍼포먼스, 연극, 현대무용 뿐만 아니라 CM페스티벌, 패션쇼, 고교 연극제까지 열린다!-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시어터팀의 키시 마사토岸正人와 요츠모토 토모코 四元朝子를 만나보았다.

백그라운드

수진: 어떻게 YCAM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배경이 궁금하다.

요츠모토: 학부 때 불문학을 전공하고는 도쿄에 있는 아트센터, 스파이럴Spiral에서 홍보를 담당하였다.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예술의 재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가 일의 초점이었다. 스파이럴에서 일한 지 5년이 지났을 때, 현대무용에 관심이 있음이 확실해져서 프랑스에서 유학했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프랑스 현대무용 페스티벌의 일을 했다. 그 일환으로 야마구치에 왔다가 키시 상을 만나게 되었다.  

키시: 원래는 영상을 전공했다. 스파이럴은 와코루Wacoal가 문화를 지원하는 곳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곳 3층에 YCAM의 스튜디오B보다 조금 더 넓은 스파이럴 홀이 있는데, 거기에서 개최되는 댄스 공연, 연극 등의 운영, 영업, 관리, 제작 기획을 담당했다. 그렇게 10년 정도를 스파이럴에서 지내고, 그 뒤에는 프리랜스로 댄스 컴퍼니의 국내외 공연들을 제작하고 기획했다. YCAM에 오기 전까지 3,4년 정도는 세타가야 퍼블릭 시어터라고 하는 세타가야 구의 공립 극장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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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의 매력


수진: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무대를 배경으로 일해온 것 같은데, 공연 예술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요츠모토: 무대에서의 신체성에 관심이 있다. 공연 예술은 관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 공간 안에 공연하는 사람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함께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로 잘 표현하기는 어려운데,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현대무용의 경우, 사람이 몸을 통해 에너지를 발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오는 것으로서, 몸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무용수에 따라 표현하는 신체와 그 느낌이 모두 다르고, 그런 차이가 재미있다. 연극에 있어서는 배우의 힘이 있겠는데, 사람이 본래 지니고 힘과 재미가 무대에 올려진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키시: 개인적으로 무대에서의 스펙터클을 좋아하고, 기술을 활용하여 그런 것들을 구현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오페라적인 것도 있고, 일본이라면 가부키적인 것도 있을 텐데, 그런 시각적인 스펙터클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덤타입Dumb Type의 S/N이 신체, 기술, 주제와 스펙터클이 하나의 작품으로 잘 완성된 좋은 예이다.



공연 예술과 미디어/일본의 경우


수진: 키시 상의 스펙터클과 무대에서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은 잘 연결되는 느낌인데, 요츠모토 상의 신체성은 미디어의 도입으로 어떤 영향을 받는지?

요츠모토:
미디어를 활용해서 신체성을 강조되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미디어의 도입으로 인해 사람이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버리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주제 안에서 사람이 확고한 요소로서 자리잡고 있어야 하고, 단순하게 인터랙티브한 기술을 맥락 없이 보여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제와 연기자, 그리고 미디어의 좋은 균형을 보여주는 예로는 덤타입의 S/N이나, pH를 들 수 있다.

수진: 그렇다면 지금 일본의 공연 예술이 미디어의 도입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변화하고 있다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키시: 1980년대 후반 일본 공연 예술계에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덤타입도 그렇고, 파파 타라후마라Pappa Tarahumara와 같은 몇 개 정도의 댄스 컴퍼니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1980년대, 1990년대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었다. 연극이라든가, 좀더 전통적인 공연 예술에 젊은 세대들의 활동이 집중되고 있다.

요츠모토: 아마 기술을 활용했을 때의 가능성의 한계가 보였다고 해야 할까… 작년에 연극 쪽을 조사해보면서, 작품에 무엇을 활용하느냐 보다는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다.

키시: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기자재들도 우수하고 싸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많지 않다.

수진: 어떤 한계가 보인 것인가?

요츠모토: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현대무용의 경우,) 안무를 구상하는 쪽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는 쪽의 협업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인 것 같다.

키시: 여기서도 레지던시 제작을 통해 안무가와 미디어 아티스트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각자 자기들이 잘하는 영역이 따로 있어서, 협업 자체의 폭이 넓지 않은 경우가 많고, 해보고 싶어도 다른 영역을 잘 알지 못하기도 한다. 전에 몬트리올에 가서, 댄스 스튜디오들을 보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어디든 프로젝터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 놀랐다. 그 곳에서는 공연에 영상을 도입해서 새로운 표현을 해보자는 의식이 강했고, 영상이나 댄스 등 서로 다른 예술 영역들 간의 협업도 활발했다. 도쿄 같은 경우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인구가 너무 많아서 자신의 영역만으로도 벅찬 실정이고, 그래서인지 다른 영역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진: 그렇다면 덤타입은 일본의 공연 예술과는 다른 별도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요츠모토: 전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키시: 공연 예술계로부터의 평가나 비평도 별로 없다. 3년쯤 전에 도요타가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댄서나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여 200여 개의 작품들을 보았는데, 그 중에서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2, 3개밖에 없었다.

요츠모토: 이러한 경향이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벨기에에서 기술과 신체를 주제로 하는 학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유럽 사람들이었고, 이들의 반 정도가 기술과 신체 표현은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봤던 작품들 중에는 영상을 활용한 것들도 있었지만, 미디어 아트의 관점에서 언급할 수 있는 영상은 아니었다. 기술을 멀리하는 이러한 세계적인 경향은 9.11을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을 활용하는 실험들은 진행되고 있고, 어느 시점에는 기술 자체가 지금 조명이나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소재로서 당연한 것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수진: 그렇다면 이런 흐름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공연예술에 미디어가 도입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키시: 지금의 활동들을 발전시켜나가면 공연 예술의 일상적인 측면으로 스며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으로써는 미디어를 활용하기에 적절한 공간도, 관련 스탭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이 만들어지는 무대 공간들에) 이러한 것들이 잘 갖추어진다면,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좀더 새로운 표현이 공연 예술에 있어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가능성을 전하는 것이 YCAM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YCAM의 무대

수진: YCAM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은 어떻게 선정하는가?

키시: 주로 새로운 기술과 공연 예술의 조화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한다. 일본에 있는 많은 댄서나 퍼포머들 중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극단과 기술적인 부분을 지닌 쪽이 협업하도록 한다. 또, 외부로의 영향력을 위해서, 야마구치에서 만들어진 공연을 도쿄나 일본의 다른 도시, 해외에서도 보여주고자 하고 있기 때문에, 도쿄의 극장이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할만한 사람의 유명세 역시 작품을 선정하는 요소로 고려된다. 그 이외에도 공연 예술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기 위한 댄스 공연, 워크샵, 쇼 케이스 등도 개최하고, 연극을 좋아하는 시민들까지 고려해, 균형 잡힌 프로그램이 되도록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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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바티스트 안드레Jean-Baptiste André의 Hidden Faces 퍼포먼스, 2005

수진: 작품 제작에 있어 다른 극장들과 비교해서 YCAM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키시: 대부분의 극장들은 조명이나 음향은 스탭이 있는데, 영상 스탭은 잘 없다. 기자재가 있다 하더라도 스탭이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이 곳은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스탭도 상주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제작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게 되면, 여러 다른 장르들의 사람들이 모여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 각 장르의 방식이나 생각들이 모두 달라서, 그것들을 잘 아우르고 일해가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요츠모토: 기존 공연 예술 작품들에 비해, 미디어 작품을 만들 때에는 제작 과정에 변화가 많은 편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공연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변화들이 무대 감독을 통해 모두에게 전달되는데, 이 곳에서는 전체를 관장하는 무대 감독이 없다는 점이 어렵다. 무대 감독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조명, 음향, 안무,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

수진: 미디어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CM페스티벌이나, 패션쇼라든가, 스트리트 댄스 등의 공연이나 이벤트들도 볼 수 있었다.

키시: 그렇다. 공연 예술 작품은 요츠모토 상이 말한 것처럼, 관객이 있어야만 한다. 일상적으로 다양한 공연 예술을 접하는 습관을 만들어 관객을 만들어가야 하는, 즉 극장이 극장을 좋아하는 관객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측면이 있어서,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 미디어 퍼포먼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야마구치에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공연만을 개최하면, 관객들이 찾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의미에서 공연 예술을 좋아하도록, 그리고 YCAM은 재미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있다.

수진: 앞으로의 YCAM 시어터는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가?

요츠모토: 프랑스에서 지방의 문화시설을 대상으로 공부하였는데, 역시 중요한 것은 동네 사람들이 좋은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과, 그 사람들이 창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극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5년 동안은 얀 파브르라든가, 테시가와 사부로와 같은 유명한 사람들의 세계적인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과, 좋은 작품을 제작하고자 한다. YCAM의 전문적인 스탭이 어떤 장르에서든 대단한 작가들과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수진: 하지만, 일본에서 미디어에 관심을 갖는 극단이나 작가가 많지 않으면, 작품 제작이 어렵지 않나?

요츠모토: 관심을 갖는 분위기를 YCAM이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 공연될 메즈라시이키노코(이상한 버섯: http://www.strangekinoko.com/) 댄스 컴퍼니와 프라프락스Plaplax(http://www.plaplax.com/)의 협업이 좋은 예일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게 하면서 어떤 것이 가능한 지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원래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극단을 찾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키시: 인터랩의 스탭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신체를 활용한 미디어 기술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도 있도록, YCAM의 자체적인 컴퍼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아마 예산이나 여타의 문제들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YCAM에서 제작된 미디어 퍼포먼스 작품들은 미디어 아트와 공연 예술의 경계에서 미디어의 도입으로 인해가능해지는 새로운 공연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공연을 앞두고 있는 메즈라시이키노코의 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어떤 새로운 작품들이 YCAM에서 제작될 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