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Artist

유비호, 현실을 이탈한 또 다른 세계의 창조_inter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9. 00:54

이번 앨리스온 인터뷰코너에서는 지난 2000년도부터 한국미디어아트 영역에서 꾸준히 작업을 진행시켜 온 작가 유비호를 만났다. 지난 몇 년간, 미디어아트라는 용어의 테두리 안에서 가벼운 개념과 소재를 뒤집어쓴 예술작품들이 전시장에 펼쳐지면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 찾기 보다는 흥미위주의 전시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었다.
오늘날 미디어아트영역에서 끊임없이 발달되고 있는 기술의 영향은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의 진행과정과 결과물들이 주는 현상과는 상이하다. 따라서 미디어아트작가들은 이러한 기술에 의존하기도 하고,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새삼 알게 된 유비호작가의 결심이 있다면, ‘미디어아트’라는 측면보다는 이제는 좀 더 ‘아트’라는 용어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점이다. 이는 작가 작업의 개념이 다양하고 복잡한 이론들, 혹은 첨단 기술에 의해 지배될 수도 있는 환경에서 한걸음 물러나 미디어아트를 통한 진정한 예술적 의미를 다시 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수 년 간 다양한 미디어작업을 해오면서 한국 미디어아트영역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고민과 사유를 통해 작업을 현재까지 발전시켜온 유비호 작가를 이제 만나보기로 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dramastation 1.5 전시장 광경

앨리스온: 2000년도부터 현재까지 미디어아트 영역에서 꾸준히 작업을 진행 시켜오셨는데, 작품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시점이 한국미디어아트 초창기의 어려운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난 활성기로 접어드는 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그 당시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셨던 현실적 상황은 어떠했는지요. 

유비호: 시기적으로 2000년도 하면 세기가 바뀌는 시점인데 이 당시에 국가나 사회적으로 이벤트적 행사의 수요가 많이 요구되었다고 봅니다. 그때 상황을 보자면 국가에서 새로운 장르의 산업육성을 위해 창의성이 강한 벤쳐기업 등을 국가적으로 많이 지원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국가적 이벤트 및 시민정신과 맞물린 문화생산을 위해 다양한 문화단체들이 형성되던 과정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다수의 작가와 기획자 분들이 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습니다. 그 때는 미디어 작업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뉴미디어개념의 작업이라기보다는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고전적인 매체가 주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90년대 말 부터는 특히나 컴퓨터가 개인용으로 상용화되어,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환경 때문에 저 또한 영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참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그램 작업 및 영상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 시기라고 봅니다. 

앨리스온: 영화의 활성화와 영상매체들의 일반화로 인해 미디어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는데, 미디어작업을 하시기 바로 직전의 전공이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요.

유비호: 저는 회화과 출신이지만, 대학 초기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영상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호기심을 비롯하여 정적인 그림이 주는 감각과 표현외의 다른 장르와 표현방식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때의 생각들로 인해 현재 제가 영상이라는 매체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앨리스온: 미디어아트라는 용어와 전시의 개요는 일반적으로 매체의 기술적 발달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봅니다. 특히나 개인용 컴퓨터가 일반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많은 현대미술작가들이 다중매체를 자신의 작품에 결부시키면서 작업을 발전시켜왔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유비호 작가는 어떠한 계기를 통해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작업을 하시게 되었는지요. 그러한 계기가 디지털 문화현상에 대한 예민성이었는지, 작품의 개념을 위한 의도적 행위였는지 궁금합니다.

유비호: 복합적으로 두 개가 다 엮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에도 그림 구상할 때는 드로잉을 하여 최초의 이미지를 생산해 냅니다. 그리고 제가 현재 한창 진행시키고 있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제 앞으로의 작업 전반에 고집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작업하고자 하는 주요내용이 있다면 2000년도부터 영상이었습니다. 또한 영상은 제 작업의 내용들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였기에, 다른 매체를 선택을 하지 않았죠.



Beyond Silence on October 11th, 2007
 

앨리스온: 디지털이라는 속성은 화면의 변형, 차용을 통한 이미지 변화가 자유스러워 기존의 캔버스의 화면과는 작업을 표현하는데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미디어아트작업의 최초의 결과물들은 녹화를 통해(가령, 비디오아트)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유비호작가의 작업영상물들은 어떠한 제작방식을 통해 완성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나 2006년도를 기점으로 하여 작업방식이 초기영상작업과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유비호: 2006년도 2007년도 전까지는 회화적 그림을 기본으로 영상작업을 만들었습니다. 회화는 화면을 배치시키는 행위를 포함하는데, 저는 영상물에 인위적인 장면을 연출하여 이미지를 배치시켰습니다. 다양한 이미지들을 꼴라주하듯 영상화면에 임의적으로 배치시켰습니다. 하지만 2007년도를 기점으로 저는 영상에 시나리오를 삽입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을 통해 영상작업을 이끌어 내는 것인데요. 가령, <Beyond Silence>는 각각의 개인들이 가지는 소망들을 비롯하여 현재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한 요소의 이야기로 각본 하여 영상작업으로 제작해 내는 것이 였습니다.

앨리스온: 임의적인 이미지의 배치를 통한 영상으로 작업의 내용을 전달할 때 보다는 영상자체에 시나리오가 첨가되면서, 작업이 이야기 하는 개념들이 좀 더 구체화 되었다고 보는데요. 작업의 시나리오는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비호: 작업의 시나리오 중 하나로는 장애인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작업인데, 이것의 내용은 장애인이 어려운 현실적 역경들을 극복하고, 이러한 극복을 통한 새로운 삶을 긍정적으로 지향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또 다른 작업인 <Beyond Silence>《My Way》라는 작업은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일반적 남성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는 회사에 취업해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려는 반복적인 행위, 이를 위해 사회의 통제시스템에 수긍하면서(그곳을 탈피하고 싶지만)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내야 하는 일반적인 남성의 고뇌를 그린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다른 사람과 만나서 가족을 꾸려가면서 느끼는 고민들 등을 다루었습니다. 이렇듯, <Beyond Silence>는 인간의 사적이고 보편적일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담아 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앨리스온: 싱글 채널과 비디오작업을 주로 하셨는데, 앞으로 작업을 표현하는데 있어 3차원적인 기술 혹은 가상현실의 기술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지요? 작업의 화면에 이미지의 인위적인 배치는 결국 가상과 현실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작업에 담아내신다고 생각되는데요. 가상과 현실에 대한 문제를 앞으로 작업에서 어떻게 표현해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유비호: 제가 구상하는 영상장면들은 파라다이스개념을 함축하고 있는데요. 이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또 다른 세계, 즉 현실을 이탈한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에는 꼴라주를 통해 장면을 구상하기도하고 네러티브를 가지고 현실 불가능한 것들을 이상적인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관심 있게 봤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새로운 기술과 매체에 대해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뉴미디어환경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제 개인적인 작업부분에서는 테크놀로지의 중심보다는 제가 지향하는 가상적인 이미지장면의 내용적인 부분에 집중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미디어아트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일반적인 속성 때문에 미디어아트 자체에 미술외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해체 때문 일 수도 있고, 미디어자체가 아트의 영역보다는 생활적인 부분에 너무 깊게 침투되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램언어들이 어떠한 인터페이스에 구현하고 어떠한 모양새를 통해 현실공간에 대입시키는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미디어작업들이 현실과 생활 속에 구체적으로 침투되어야 뉴미디어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러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들을 토대로 앞으로는 제 개인적인 내용에 집중해서 ‘미디어아트’라는 용어의 강조보다는 ‘아트’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을 진행시키고 싶습니다.
 
앨리스온: 미디어아트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장르이기도 한데, 미디어아트 영역에서의 작업 활동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기술적 혹은 사회적 환경 등등) 또한 이러한 환경들 때문에 작품을 표현하는데 한계점을 경험하셨다면 어떠한 점이 있습니까?

유비호: 미디어는 그 속성상 다양한 기술과 자본이 만나야 하는 매체이고, 미디어의 태생을 보면 개인적인 부분보다는 타 장르와 같이 섞어서 만들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다양한 타 장르와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데, 그러한 모임자체가 활발히 움직이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또한 타 장르와 엮어서 프로젝트 식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 미디어아트에 대한 결과물들이 다양화되긴 하지만, 각 장르마다 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또한 각 장르의 사람들과 협업을 하게 될 때 다양하고 창의적인 이야기들이 오가야 되는데 지금의 경우로써는 서로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힘들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곧 순환되어 앞으로는 다양한 시도들이 또 생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앨리스온: 기존에 해외에서도 전시를 해오셨는데, 미디어아트영역에서 해외와 국내적 상황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떠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까?

유비호: 일단 기본적으로 해외는 미디어아트 작업을 위한 기본 토양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즉, 미디어문화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국내는 이 부분이 전무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환경과 문화적 기반으로 결성되어 미디어의 정신성에 근간을 두어 활동하는 단체와 작가들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 근간이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는 미디어아트에서의 일시적인 전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진지한 고민들과 함께 미디어아트영역의 시스템이 새롭게 재정비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는 미디어아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지속적으로 담론들을 발전시킨다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실험들이 한국적인 상황들에 맞게 만들어 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디어자체의 속성에는 국가경계의 개념은 없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고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앨리스온: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유비호: 지금은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제 개인적인 작업 내용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영상매체에서 아날로그적인 것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고 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미디어매체를 통해서 사회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반적인 아날로그프로그램을 통한 공공미술형태의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작업 컨셉이 현재는 하이테크보다는 로우 테크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아날로그적인 코드로 공동체에 관한 감정과 생각들을 영상으로 다룰 생각입니다. 다양한 아이템이 머릿속에 있는데, 차후에 작업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앨리스온: 바쁘신 가운데도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작업을 통해 찾아뵈었음 합니다.

유비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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