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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AMPost#09 새로운 미디어 아트 작품을 창조하는 원동력_ YCAM InterLab_world report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3. 2. 00:39

YCAM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 공연, 워크샵 등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할 뿐만 아니라, 그 중 많은 부분들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YCAM에서 프로젝트를 제작한다는 것은 이 곳의 기자재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YCAM 인터랩의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곳의 큐레이터들, 교육부, 그리고 시어터 팀과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듯이 인터랩은 YCAM에서 탄생하는 프로젝트들의 제작은 물론, 기획 단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터랩은 프로덕션 매니저, 음향 담당, 영상담당, 프로그래머, 기록 및 아카이빙 담당, 무대 담당, 디자이너 등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기술 스탭이라고 하면, 굉장히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은 굉장히 흥미로운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인터랩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인터뷰를 준비하였고, 그 자리에는 랩장을 맡고 있는 음향 담당의 이토 다카유키, 프로덕션 매니저 후쿠다 미키, 영상 담당의 오와키 리치, 프로젝트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미하라 소이치로, 프로그래머 미야이시 카즈히코 5명이 참가해주었다.





> 이토 다카유키伊藤隆之 (랩장, 음향 및 소프트웨어 담당)

생물학과 출신. 컴퓨터로 만드는 실험적인 음악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MAX/MSP등을 접했고, 졸업 후 IAMAS로 진학, 아카마츠 마사유키赤松正行 교수에게서 사운드를 전공했다.

- 왜 미디어 아트인가?

“특별히 미디어 아트를 하고 있다고 의식하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새롭고 익사이팅한 것을 하면서 재미있구나~ 라는 느낌이다. 컴퓨터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래서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미디어 아트에는 앞으로 계속 성장하고 변화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개인적인 활동: 도라비디오Doravideo - 드럼을 쳐서 비디오를 조작하는 작품으로, 이 작품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처럼 작품의 시스템을 만드는 활동들을 한다.





> 후쿠다 미키福田幹 (프로덕션 매니저)


타마미술대학교 예술학과 졸업 후, ICC가 설립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미디어 아트계와 인연을 맺기 시작하였고, 미디어 아트뿐만 아니라, 하위 문화와 미디어 문화에 관계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대표적으로 도쿄의 미라이칸(미래관)과 오가키의 IAMAS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고, YCAM에서는 작가, 큐레이터, 랩, 1층의 사무실 등을 연결하는 허브의 역할과 스탭들의 스케줄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 왜 미디어 아트인가?

“미디어 아트를 처음 접했을 당시, MIT 미디어 랩 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컴퓨터와 새로운 도구들로 가능한 재미있는 표현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에 두근두근했다. 미디어가 형성하는 문화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미디어 아트가 가장 흥미로운 영역이라 자꾸 발이 가게 되었던 것 같다.”





> 오와키 리치大脇理知 (영상 및 공간/하드웨어 디자인 담당)

고등학교 때부터 현대무용에 관심을 가져, 지금까지 현대무용을 하고 있는 댄서. 현대무용에 있어서 새로운 영역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기 위해 영상을 전공했다.

- 왜 미디어 아트인가?

“새로운 예술을 성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술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미디어 아트는 지금 가능한 예술 형태 중에서 가장 새롭기 때문에 흥미롭다. 만약 초능력 예술이라든가, 미디어 아트를 능가하는 새로운 장르가 나타난다면 그것을 하고 싶다. 미디어 아트 자체보다 새로운 예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개인적인 활동: 이전부터 현대무용을 해왔지만, 특히 지난 12월, 교육부의 카마타 아스카와 스튜디오 이마이치를 오픈하면서 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미하라 소이치로三原聡一郎 (디바이스 개발 담당)

타마미술대학교 정보디자인과를 다니면서 쿠보타 아키히로久保田晃弘 교수의 영향으로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졸업 후에는 IAMAS에 진학하여 개념적인 사운드 아트 작품들을 만들었다. YCAM에서는 위의 세 사람들처럼 명확하게 역할이 정해져 있기 보다는, 작품에 따라 다른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일을 맡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 왜 미디어 아트인가?

“당시에는 그 뜻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정보디자인과를 다니면서, 원래는 영화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쿠보타 아키히로 교수의 수업과 이론들을 들으면서, 컴퓨터로 기존의 예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0과 1로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져서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 개인적인 활동: 개념미술의 관점에서 사운드를 소재로 하는 사운드 작품들을 만드는 사운드 아티스트. 다른 사운드아티스트 모리 유코毛利悠子와 함께 제작한 사운드 설치 작품 Vexation은 YCAM,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NTT ICC등 여러 곳에서 전시되었다.





> 미야이시 카즈히코宮石一彦 (프로그래머)

모터쇼 등 대규모 상업 전시와 관련된 일을 한 경력이 있다. YCAM이 지어졌을 때, 파나소닉 소속의 서버 관리자로 일하다가, YCAM에 상주하게 된 프로그래머. 리투아니아를 굉장히 좋아한다.

- 왜 미디어 아트인가?

“예전에는 상업 기반으로 엄청나게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었던 컴퓨터나 기자재들이 보급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수진: 다른 YCAM스탭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터랩이 있기에 그들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실제로 인터랩이 어떻게 이러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오와키: 엑소네모Exonemo의 월드B 전시(2006년)까지는 작가들이 대부분 하드웨어와 시스템 기획을 모두 들고 와서 YCAM은 전시를 보여주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엑소네모는 그들이 알아서 하기에는 무리인 작품을 제안했고, 네트워크도 쓰고자 해서 프로그램은 이토 군이 담당하고, 네트워크는 미야이시 상이 담당해서 해결했다. 이 때를 계기로 작품 제작에 있어서 인터랩의 역할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라비셀즈Gravicells (2004)의 음악을 이토 군이 만들기도 했는데…

이토: 그때는 음향 스탭으로써 프로젝트의 일부를 담당했었는데, 지금은 보다 전체적인 부분까지 포괄하게 된 것 같다.

수진: 그렇다면 인터랩의 그러한 역할을 하면서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 또 랩 자랑을 부탁한다..

이토: 이 곳에서 제작되는 작품들은 우리가 없으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작가와 테크니션 사이에서 통역을 할 수 있다고나 할까, 양쪽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스텝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워킹 어라운드 서라운드Walking Around Surround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이나, 작품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직접 개발하기도 하는데, 보통 외주로 제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여기에서는 내부적으로 해결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작가들 옆에 붙어서 도와줄 수 있는 것 역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테크니션을 외부에서 데려오게 되면, 실험을 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YCAM에는 상주하는 스탭이 갖추어져 있어, 어떤 경우에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나아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작품과 작품의 문맥에 대해서까지 여러 가지 제안들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강점을 드러내는 부분일 것이다.

수진: 그렇다면 그러한 역할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이토: 모두 작품 자체를 만드는 것에서 모티베이션을 느끼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경우는 힘들다. 여기서 만든 좋은 작품들에는 스탭들이 만들어내는 플러스 알파가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후쿠다: 그 부분이 작가로부터 받는 영감이고, 플러스 알파를 이끌어내는 것이 작가의 힘일 것이다.

수진: 그러면 지금까지 좋은 작가들이 선정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 인터랩의 읜견도 반영되는가?

이토: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보면 매력적인 사람이 많았고, 아티스트로서 먹고 사는 사람에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다. 작품 및 작가 선정에 대한 의견은 조금 반영된다. 우리가 의견을 내고, 아베 상이나 키시 상이 결정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할 수 있으면 가능해진다.

오와키: 그보다 공연에서 댄서는 정해졌는데, 뮤지션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 이토 군의 아는 사람을 소개해준다든지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토: 그리고 아베 상이 어떤 작가를 부르고 싶은데, 혼자 결정하기에 좀 불안한 경우에는 랩에 와서 상담하곤 한다. 그래서 인터랩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는지, 긍정적이었는지를 결정에 반영한다.

수진: 미하라 군과 오와키 상은 개인적인 작업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러한 활동들과 YCAM에서의 일은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가?

미하라: 영향도 많이 받고, 개인적인 작품이랑 굉장히 가까운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친구들 중에 작품 만들면서 정말 관계없는 일을 한다든지, 몇 일 쉬어야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아트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고, 작가나 작품의 흥미로운 점들로부터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오와키: 몸으로 직접 공간을 체험하는 감각이 즐거워서 현대무용을 시작했고, 현대무용이라는 영역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이 미디어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미디어 아트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생각과 통하고 있는 작가가 YCAM에 온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얼마 전의 코포라 인사이트Corpora Insi(gh)te와 후지하타 마사키의 모렐의 파노라마Morel’s Panorama 정도가 그나마 가까웠던 것 같다.

수진: 그러면 지금부터 YCAM 인터랩의 멤버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이 있는가?
미야이시: YCAM의 네트워크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것을 어떤 경우에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싶고, 보안 부분도 다른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화하고 싶다. 미하라 군과 뭔가 만들자는 말을 했었는데, 그런 것도 실현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미하라: YCAM에서 새로운 작품에 따라서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판매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가젯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라이프Life패키지라든가… 그러면, 관객이 작품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게 될 테니까.

오와키: 지금보다 YCAM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져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전시했습니다’라고 자랑하는 것처럼 YCAM에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도록 하고 싶다. 아르스는 공모전의 형태니까 과거에 대한 평가라는 형태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아니라 무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그 가치를 높여가고 싶다.

미하라: 그러니까 ‘그 작가는 재미있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불릴 수 있었다’는 것처럼…

오와키: 삼성이나 소니 같은 대기업처럼, 조직 자체가 상품 대신 예술작품을 생산하는 곳으로서의 목적과 비전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이냐를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다.

이토: 아직 랩으로서의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창의성이 잘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프로덕션 능력이 더 향상되었으면 한다. 랩이 개인의 창의성을 수용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고, 각자의 모티베이션에 따라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 관심 있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가능하고, 잘 평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런 경험들이 잘 축적되고, 각 개인들이 잘 맞물려 돌아가면 이상적일 것이다.

후쿠다: 이 랩이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제작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하고 있는 것들은 전통적인 현대미술이나 미술관이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전시회 자체도 만들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미디어 아트 특유의 - 물론 거기에는 여러 다른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 작품 제작과 관련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 그것은 지금 인터랩의 방식과는 다를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작가와 인터랩, 큐레이터라고 하는 세 가지 입장이 맺고 있는 관계와는 미묘하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명확한 실체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모델이 만들어진 것도 아닌 변화의 상태인데, 대량생산이 아니라 개인화된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무언가를 –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 아닐까 싶다.



올해 11월 YCAM인터랩은 YCAM과 함께 다섯 살이 된다. 지난 5년간 여러 전시와 공연들을 준비하면서 축적했던 정보와 노하우, 인터랩 구성원 각자의 전문성과 창의성, 변화와 새로운 것들에 준비되어 있는 자세는 앞으로 이 곳을 통해 새로이 만들어질 작품들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