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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만의 언어, 느낌_Bravia CF - Play Doh!

aliceon 2008. 4. 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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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유럽Sony Eurupe의 브라비아Bravia 광고 세번째 편을 이제서야 구경했습니다.
Play Doh!
소니의 유럽지사가 내놓고 있는 브라비아 광고는 CG를 사용하지 않은 100% 수작업이라는 점과 그 환상적인 색상을 표현하는 창의성 등에서 제품 자체의 수준을 떠나서 폭발적인 반응과 호응을 얻었습니다. 한마디로 감동이죠^^.
제작진은 1편의 고무공, 2편의 페인트에 이어 이번 3편에서는 또 하나의 전통적 기법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들고 왔습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전 세계에서 보인 4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3주간의 작업을 통해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점토 2.5톤에 총 10만장의 스틸 컷을 사용한 작업입니다. 일단 감상하시죠^^

Play Doh, Passion Pictures 제작,
이 광고에 깔린 배경음악은 'She's a Rainbow', The Rolling Stones의 Singles Collection에 수록된 곡입니다.

솔직히 하이테크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3편의 브라비아 광고는 뻔합니다. 1편은 언덕에서 색색의 고무공을 무지하게 많이 뿌려놓은 거고, 2편은 건물 전체에 페인트통이 폭발하게 장치해 놓은 것 뿐입니다. 이것도 양이 문제지만요. 그리고 3편은 끊어지는 화면에서 바로 알 수 있듯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제작팀은 이 뻔한 기술들을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화면으로 소화시켜 낸 것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vs 아날로그라는 대결구도를 전략으로 내 놓은 것이고요.
제가 제작과정까지 모두 보고 난 후 맥락에 함몰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CG와는 다른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그를 보고 짓는 따뜻한 미소는 100% CG 결과물이 주는 현실 너머의 압도적인 영상이 주지 못하는 둘간의 차별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작과정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
브라비아 유럽 홈페이지 bravia.sony.eu에 공개되어 있다.

여기서 스티브 홀츠먼의 이론이 생각납니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가상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우리 앞에 던졌고 기존의 우리의 세상이었던 현실과 새로이 펼쳐진 가상이라는 세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됩니다. 미디어 미학자 빌렘 플루서가 현실과 가상의 차이는 단지 밀도의 차이일 뿐이며 즉 현실과 가상은 같아지고 서로 넘나들 수 있다고 주장했던 반면 그는 현실과 가상의 차이는 본질적인 차이, 즉 연속과 불연속의 차이이기 때문에 절대 그 둘은 같아질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즉 디지털에 의한 가상은 현실과는 엄밀히 다르며 그 디지털만의 무언가-매체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디지털 미학입니다.
이 브라비아 CF를 보면서 그 부분에서 스티브 홀츠먼의 견해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소니는 이 광고 시리즈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완성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cry engine2라는 DirectX10기반의 게임엔진을 이용해서 소니 유럽의 브라비아 시리즈 첫번째 광고인 샌프란시스코에 쏟아지는 색채 공 광고를 패러디한 결과물이 있습니다.

브라비아 유럽 첫번째 CF. 원본

cry engine 2를 사용한 패러디.

두번째 것이 그래픽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공대신 사용한 인형모습 말고는 거의 차이를 찾아볼 수 없지요. 하지만 둘의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쪽 기술이나 결과물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놀라움에 탄성을 지르겠지만 계속 반복해서 관련 영상물을 접하게 된다면, 혹은 쉽게 접하고 있는 현대의 도시인 흑은 네티즌들은 곧 그 차이를 분별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익숙해지고 쉽게 지치는 지각이라는 녀석의 무서움이랄까요... 발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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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구별이 불가능해! 저런게 가능하단말야?!라고 경악했던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 Judgement Day, 1991. 네... 벌써 17년이 흘렀습니다;;;)나 쥬라기공원2(Jurassic Park 2:The Lost World, 1997, 1편의 경우 부분적으로 로봇과 CG가 혼용되었고 2편의 경우가 100% CG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류가 있다면 정정부탁^^), 파이날판타지(Final Fantasy: The Spirits Within, 2001)가 지금 보면 시큰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은, 문명은,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합니다. 그 근간에 있는 기술 중 하나인 디지털. 그 디지털 기술에 의해 창조되는 가상은 현실에 덧씌워지기도, 혹은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 내기도 하며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갈수록 희미하게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되게 이 광고처럼 현실과 가상,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방향의 모습도 함께 보여지고 있습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아니,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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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소니라는 회사의 브라비아라는 제품을 위해 제작된 결과물이지만 색에 대한 분명한 시각과, 그것만의 독특한 미학과, 아날로그와 기술의 완벽한 소화를 통한 목소리와 그를 통한 몰입과 체험은 우리가 말하는 예술의 모습과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예술과 다른 모습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터뷰 중 Sony Europe의 General Manager인 James Kennedy가 언급하는 ...We needed to there the third film, the following the balls and paint. The celebrates color in a simple, iconic and a imotional way... 즉 클라이언트인 소니가 확실한 당면 목표점을 제시한 상태에서 제작한다는 점. 이는 확실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강력한 방향과 확실한 전달이 가능해지지만, 동시에 나아갈 한계점이 고정된다는 점일 것입니다. 광고라는 특성상 자유가 아닌 확실한 목적, 그리고 전달이라는 목표가 있고 그것이 자유로운 예술과는 다른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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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CF의 제작과정 중 놓여진 토끼들은 미술에서의 설치 작업 혹은 공고미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사실상 뉴욕 한복판에서 진행되었던 촬영인지라 행인들을 통제한 다는 것이 불가능했고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이슈화를 통한 광고와 결과물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특히 사용하는 기술에 대한 '완벽한 소화'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하이테크 기술을 사용하는 미디어 작가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한 모습입니다. '아트'라는 것이 끊임없는 실험이고 도전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특히 기술의 비중이 높은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도입하고 사용하는 기술의 소화도 중요합니다. 너무 기술의 실험에만 몰두해서 기술만을 보여주거나 그 기술을 소화하지 못해 매끄럽지 못하고 버벅이거나 동작이 원할하지 못한 작업들, 혹은 너무 기술에 휘둘리는 작업들을 볼 때 저도 같이 힘들고 맥이 빠지는 것을 느낍니다.
기술과 현실과의 융합과 투영 등, 여러가지 특징등을 통해 예술과 그 밖의 창작활동들과의 관계와 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서로간의 확실한 장벽을 쌓으며 서로의 정체성을 보존하려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단순히 모습만을 닮아가는 것이 아닌, 서로의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확실한 차이를 인지하고, 서로 드러나는 단점과 문제점들을 장점의 교류를 통해 극복하고 한단계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인간의 창작활동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출처: bravia.sony.eu
이 사이트 네비게이션도 장난이 아니네요;;
클릭과 함께 키보드를 사용한 네비게이션...
그리고 이번 광고에 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p.s.광고의 맨 마지막 장면, 브라비아라는 디지털 LCD TV가 가지고 있는 픽셀이 점토 박스라는 물질과 스톱모션이라는 물리적 기법을 가지고 표현되었다는 점도 재미있네요.

참고로 1,2편의 이미지와 동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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