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전시

On-Air, 김아타 개인전_김석중의 김아타 되기, 철학의 작품 되기_exhibition_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4. 30. 11:21



마오쩌둥의 머리가 점차 사라져 툭 하고 부러졌을 때 아마 서양 사람들의 마음은 서늘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한때나마 마오쩌둥은 우상이었으니까. “현대미술의 본거지 뉴욕을 뒤흔든 세계적인 아티스트 김아타”라는 평가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지 막연하다. 한국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던 김아타가 어떤 평론가의 말대로 금의환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그들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김아타식 동양주의는 왜 매력적이었을까? 그리고 그러한 매력이 우리에게도 지금 유효한 것인가? 김아타의 작품 앞에 서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만이 가득하다. 마오쩌둥이 사라지고 있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희미하나마 해답이 보일 듯 하다 다시 사라져버리고 만다.



자신의 전공을 버리고 막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김아타의 초기 작업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초상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없애버릴 만큼 그러한 작업에 만족하지 못했다. 김아타에게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찍어내는 작업은 피사체의 내면을 잘 포착해서 찍는다 하더라도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세계의 표면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작가가 끊임없이 질문해 온 존재에 대한 것은 한 사람의 내면을 파헤친다고 드러나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면서 시작한 것이 <해체> 연작이다.

아직 김석중이었을 때 그의 작품 <해체>는 아마 작가 자신을 해체하는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자연에 흩뿌려져 있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었던 사람은 작가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나라에는 없었다. 작품과 함께 해체되었던 작가는 새로운 연작 <뮤지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뮤지엄 프로젝트>는 김석중을 김아타로 만든 작업이다. 김석중은 이름 그대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자신을 무화시키고 나아가 김아타가 된다. 아크릴 상자에 담겨 전시되는 모델들은 과연 주체를 가진 인간인가 아니면 주체가 마주하는 대상인가? 내가 주체이면서 동시에 대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아타我他’다. 그리고 <온 에어 프로젝트>는 이러한 김아타 되기의 완성이다. 사라져버린 대상은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주체 속에서 하나가 된 것이다.



좀 더 거창하게 작품을 해석하고 싶다. 김아타는 일관되게 전개해 온 주제가 있다. 바로 ‘존재’ 그 자체다. 고흐의 신발에서 드러난 진리가 흩뿌려진 인간 속에서, 아크릴 상자에 갇혀진 인간 속에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듯 한 흰 인화지 위에서 점차 드러난다. <해체>에서 은폐된 존재를 보여준다면, <뮤지엄 프로젝트>에서는 존재가 은폐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온 에어 프로젝트>에서는 은폐된 존재가 나타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사라짐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모든 시간, 공간 그 속에서의 삶이 담겨있다는 역설로 진리가 드러난다. "마오나 우리의 몸은 다 없어진다. 마오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증발하면 비와 눈으로 내리지 않느냐. 그 비와 눈이 바로 마오의 사상이다."1)

이 순간 다시 망설여진다. 김아타 작품에 대한 나의 해석이 과도한 것은 아닌가? 이러한 나의 해석 앞에 내가 너무 초라해지는 것이다. 작품이 나를 넘어서 있는 것 같다. 작가가 나를 넘어서 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초라함은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진리 때문이 아니라 작가의 교묘한 사기 때문은 아닌가? 철저하게 계획되어진 시나리오에 내가 ‘비평가3’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닌가? 작가의 화려한 철학적 개념 그리고 그 개념이 이미지에 너무나 정확히 표현되어 있는 작품 앞에서 문득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이것이 나에게는 사기 혐의의 가장 강력한 증거로 다가온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동양철학의 아이콘으로 만들고 자신의 작품을 그 아이콘에 따라 만들어가는 김아타는 ‘김석중의 김아타 되기’이며 그의 작품은 ‘철학의 작품 되기’다. 김아타의 인터뷰를 따라가 보자. "<뮤지엄 프로젝트>가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치가 있다는 개념이라면 <온에어 프로젝트>는 물리적인 형상은 사라지더라도 사상과 정체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개념으로, 사라지게 하는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2)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작가 스스로 너무나 분명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자신의 철학적 개념에 맞추어 갔기 때문이다. 세상의 이미지들이 이데아를 모방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김아타의 성공은 동양철학 때문이 아니다. 이러한 동양철학이 철저한 과정 속에서 아주 완벽한 이미지 속에 갇히게 된 것에 있다. <온 에어 프로젝트>는 장시간 노출, 여러 이미지 겹치기, 얼음 녹이기의 세 가지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세 가지 방식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김아타가 기울인 노력은 전시된 작품 그 자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아타 작품 전체를 조망하고 있는 영상물보다 작품 자체가 그 노력을 더 잘 보여주었다. 이미지 자체의 완결성과 완전성은 철학적 개념의 우수함보다 더 값진 것이다. 아무리 개념이 뛰어난들 제대로 형상화시키지 못하면 그 개념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통적으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그래서 사실은 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들을 볼거리로 제시한 것에 있다. 김석중을 작가라는 미명 아래 김아타라는 볼거리로 만들고, 철학과 삶을 작품이라는 미명 아래 볼거리로 만든다. 영국 yBa 작가들이 떠오르는 이유다. 김아타가 그들보다 더 영리하다면 볼거리를 볼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철학을 볼거리로 만드는 능력에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지만, 아주 교묘하게 포장되어 오히려 숭고하고 거룩하게 느껴진다.



작품에 대한 이론적 분석으로 여타 다른 인터뷰 글과는 차별을 두리라 굳게 결심한 나의 글은 끊임없는 물음에서 시작하여 의심이 되고 확신으로 나아가다 망설임 끝에 다시 물음으로 끝난다. 내가 이론화를 시도하는 순간 결국 김아타의 시나리오 가운데 ‘비평가3’의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에게 ‘그는 이 시대의 또 하나의 사기꾼인가 아니면 진정한 아티스트인가?’라는 질문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작업을 해 가는가를 계속 지켜보면서 차차 풀어가기로 한다.

글.김연주(예술학)35kyj@hanmail.net



1) 2007. 8. <하나은행> 잡지, 김아타 인터뷰 기사 중에서
2)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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