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매체, 매체예술 그리고 철학_박영욱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3. 16:37


매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물체’를 말한다. 미술 쪽에서는 ‘회화, 조각 따위에 쓰는 재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주로 회화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안료를 섞는 액상의 물질’ 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이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매체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매체는 인간이 탄생했을 때부터 우리 생활 중심이 서 있었다.  이렇게 인간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매체는 한 번도 철학적인 관점에서 해석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매체가 점점 등장하고 범위도 급속도록 넓어지면서 매체를 단순히 무엇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관점으로 매체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소개할 책 『매체, 매체예술 그리고 철학』에서 그런 시도를 접해 볼 수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일반철학과 매체철학을 동시에 전공한 저자답게 각 장마다 미디어아트에서 특히 주목되는 주요 이론과 작품을 철학자의 시선으로 잘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하고 있다. 바로 매체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잠재적 긍정성이 포인트이다. 매체예술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비디오예술에서는 매체는 매체 자체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떤 잠재적 사용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을 통해서도 저자의 포인트를 알 수 있다.

1장에서는 칸트의 전공자답게 맥루한의 미디어이론과 칸트의 이론을 접목시켜 매체론의 이론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2장에서는 미디어아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인 가상현실에서의 가상과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에 대한 문제를 고찰있으며, 3장에서는 들뢰즈의 이미지론을 새로운 매체와 접목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 살펴 볼 수 있다. 4장에서는 근대시대 기계 관점과 하이테크놀로지에 기계의 관점을 비교하고 있으며 5장에서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은 독일 매체이론가인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저서인 「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통해 축음기, 영화, 타자기가 인간사고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인 사운드아트를 정의하고 시각 중심이던 예술에서 벗어나 청각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경계가 파괴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본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마치 고전역학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규칙적인 곡면으로 자유분방하게 휘어져 있다. 수직 기둥이나 내력벽의 개념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듯 보이는 이 건물의 설계는 디지털의 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의 배후에는 컴퓨터에 입력된 정교한 알고리듬 체계가 바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소박실재론의 신앙이 숨어있다. 매체에 대해서 철학적인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글처럼 저자는 여러 장에서 살펴 본 많은 예들을 통해 매체가 진정 숨어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줌으로써 왜 매체가 철학적인 기반으로 인식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때까지 매체는 우리의 생활환경을 급속하게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정 마져도 변화시키고 있다. 나도 그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예술은 매체의 등장으로 우울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탈장르화로 확장,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적체험에서도 일차적인 체험에서 벗어나 오감을 느끼게 해줬던 옛 아라비아의 시처럼 (현재 우리는 여러 예술 작품에서 오감을 통한 감상이 가능하다) 느끼게 해줄 것이다. 우리 모두 매체의 잠재적 가능성을 기대해보면서 이 책에 귀를 기울여 보자.
 

지은이

박영욱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칸트 철학에서의 선험적 연역의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래 사회철학에 대한 관심에서 철학을 공부하였으며, 학위 취득 후 사회철학적 관심의 지평을 문화와 예술의 영역으로도 확대하였다. 대중음악과 예술사, 특히 매체예술 분야에서 폭넓게 공부를 하였으며, 지금은 건축 디자인의 방면에서 그 사회철학적 의미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철학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철학으로 대중문화 읽기」, 「고정관념을 깨는 8가지 질문」등 다수가 있으며, 논문으로는 『이미지의 정치학-리오타르의 ‘형상’과 ‘담론’의 이분법』, 『시각 중심적 건축의 한계와 공간의 불투명성』 등을 비롯하여 매체 및 매체예술에 관한 여러 논문 등이 있다.


 

목차

머리글

제1장 매체, 철학적으로 읽기
제2장 디지털 매체와 가상현실, 그리고 디지털 이미지
제3장 매체예술과 이미지의 변화-들뢰즈와 매체예술
제4장 하이테크놀로지 기계의 비선형성과 매체, 그리고 이미지
제5장 프리드리히 키틀러와 아날로그 매체-축음기와 영화
제6장 매체예술과 탈장르화-‘사운드 아트’의 철학적 의미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