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미디어아트 관련 서적

미래와 진화의 열쇠, 이머전스(Emergence)_스티븐 존슨_book review

yoo8965 2008. 6. 1. 00:45


  우리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미디어 문화 속에서 다양한 복잡한 현상들을 경험하며, 때로는 그것을 즐기며, 때로는 그것에 혼란스러워 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기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 생활의 모든 국면들이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미디어들의 영향력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갈수록 단순한 흑백논리가 아닌 복잡한 의사 결정의 과정을 통해 전개되는 상황들에 관한 이해도를 높여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두뇌 속에서 쉽게 해석될 수 있는 단순한 상황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용이함에 스스로 실증을 내고 보다 복잡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함으로부터의 혼란 상황 또한 즐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즐겨보는 TV 속의 상투적인 드라마의 전개 혹은 상업적으로 흥행한 영화와 예술 영화들의 상황을 지켜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대중들의 선호는 우선 단순한 스토리라인에 지배되는 드라마의 구조 속에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단순함에 실증을 느끼고 다소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다선 구조에도 흥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개념은 기술 문명에 의해 영향받은 새로운 미디어 시스템 속에 숨어있는 복잡계의 한 현상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2001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이러한 현대 문명 속에서 발생하는 복잡계의 대표적인 현상 중의 하나인 창발성과 자기조직화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저자인 스티븐 존스(Steve Johnson)는 ‘창발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실체와 현재 상황, 그리고 미래에 관한 전망까지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그의 창발성에 관한 연구는 현대 문화 현상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기에 더욱 유용한 연구라 할 수 있다. ‘구성요소가 개별적으로 갖지 못한 특성이나 행동이 구성요소를 함께 모아놓은 전체구조(유기체)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을 일컫는 ‘창발(emergence)성’ 이란 현상은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인 예술 현상들에서도 이러한 존슨의 이론은 적용이 가능하다. 존스의 이론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들은 처음부터 ‘제어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해왔는데, 이러한 ‘제어 문제’는 쌍방향 혁명의 핵심으로서 새롭게 프로그래밍된 디지털 체계가 창발성에 의해 계획된 간접 통제 상황이라는 점에서 볼 때, 우리가 창발성에 의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이유와 그 비젼에 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미들의 활동 모습에서 자기 조직화의 원리 및 체계적 복잡성을 설명하는 ‘1장 여왕개미의 신화’ 부분과 창발성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이러한 창발성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래밍 현상에 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2장 거리차원’, 그리고 마지막 ‘3장 인공적 창발성의 미래’에서는 창발성의 미래, 특히 인공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창발성의 유효성에 관한 비젼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7년전에 출판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러 지점에서 여전히 유용한 이론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현대 사회의 정치적 상황에서의 창발성 시스템 도입에 관한 문제나 ‘이인식’ 선생이 책의 ‘해설’ 부분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02년 우리의 월드컵 축구팀을 향한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집단 운동 및 현재까지도 되풀이되고 있는 ‘촛불시위’ 같은 군중의 집단적 행동을 이해하는 단서로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접해보지 않은 독자분들에게 추천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