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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덱스,현대미술_book review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7. 15. 23:02



포스트모더니즘 미술 이론의 선두에 섰던 옥토버지의 창간 멤버 중 한 사람이었던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사진에 대한 짧은 논문 12편을 모아서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의 프랑스어 제목은
Le Photographique,
즉 ‘사진적인 것’이 된다. 이 글들은 대체로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 사이 10년에 걸쳐 쓰인 것들인데, 당시에는 예술가들이 여러 매체들을 혼용하여 작업을 하고 있었고, 모더니즘 시대의 회화,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의 구분은 붕괴되고 있었다. 이 당시 사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또 사진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게끔 하는 특징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고 하는데, 많은 이들이 모더니즘적 시각 안에서 사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할 때, 크라우스는 정반대의 시도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모더니즘 사진 이론을 펼치던 이들이 작가의 독창성, 매체의 자율성을 드러내기 위해 애를 썼다면, 저자는 독창성, 자율성과 같은 모더니즘의 가치들을 부인하기 위해 모더니즘의 시기 안으로 뛰어든다.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은 ‘사진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특징을 드러내주는데, 무엇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소재들의 시대적 배경은 사진의 초기 역사나, 인상주의 회화에 대한 논의들에서처럼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전체 4부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을 굳이 크게 구분하려 한다면, 첫 1부인 ‘‘사진의 역사’라는 표현이 가리키는 사고의 대상은 존재하는가?‘는 사진에 대해 있어왔던 여러 담론들을 보여주며, 형식주의 미술사 담론이 사진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함을 드러내는 글 두 편을 담아 새로운 담론의 단서를 보여준다. 다음 2부 ’사진과 미술사‘는 모더니즘으로 분류되는 여러 유파들과 사진을 엮어서 쓰인 네 편의 글들로 구성되어 인상주의, 뒤샹의 오브제들, 폴록의 회화와 폴록을 담은 사진, 초현실주의 사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크라우스는 기호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의 이론을 참조하는데, 이전의 미술사에서는 닮음(아이콘)에 열중하였다면, 이제는 흔적, 혹은 물리적 자국(인덱스)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면서, 모더니즘 시기의 작품들 안에서 ’사진적인 것‘의 특징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글들에서 ‘닮음’이 아닌 ‘물리적 자국’을 통해 시각작품이 어떻게 텍스트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3부 ‘사진과 형태’에서는 현실을 고스란히 들어다 떠놓은 듯이 보이는 사진 안에서 어떻게 기호들을 찾아내어 텍스트로 읽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4부 ‘사진의 시선 속에서’는 현실에 대한 증거가 되는 인덱스로서의 사진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언캐니함에 대한 이야기들과, 사진의 모조성, 전형성을 통해 정신구조와 사회구조의 전형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편집된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이 단지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저자의 포스트모더니즘 미술 담론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다다와 초현실주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사진이 기술복제를 통해 인식과 재현, 원본과 복제의 이분법을 붕괴시키고, 총체적 형태가 아니라 구조만을 파악할 수 있는 현실을 복제하는 매체의 성격으로 인해, 쓰이는 텍스트가 읽는 텍스트 작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제의 문제아를 오늘의 스타로 등극 시키고야 만 저자의 글쓰기 방식을 따라가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글. 서정민(홍익대학원 예술학과 forestinmymin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