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 도시개입 프로젝트 [play_ing] 워크샵 참가 후기
아람 바톨은 1995년부터 지금까지 베를린에 살면서 웹현실이 실재 생활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가 소개한 지난 작업들은 대부분 참가자들과의 퍼포먼스를 통해 웹상에서 부상된 감각들, 언어들, 그리고 그것이 만든 환경을 다시 실재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웹의 기반이 현실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의 종착역은 우리가 늘 생략한 채로 지각하는 시스템과 체계에 대한 반성인듯 했다. 하지만 본인이 아람 바톨의 작업에 호감이 갔던 부분은 무엇보다 그런 주제 의식을 소박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었다.
‘WOW’ 프로젝트 역시 위트 있는 작업이었는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블리자드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게임 ‘Warcraft’ 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게임 속에서 각각의 캐릭터의 이름이 머리 위에 따라다니는 것을 현실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레이저 따위가 아닌 완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14명이었고 모두 각자의 이름을 오려내어 실재하는 아이디를 만들었다. 모두 두꺼운 하드보드지를 오려내느라 꽤 긴 시간 진땀을 뺐다. 작가가 아.람.바.톨 네 글자를 애써 오려내고 순서를 뒤집어 놓는 재밌는 해프닝도 있었다. 각자의 아이디를 완성한 뒤, 작가를 포함해 두 명씩 짝을 지어 신촌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아이디를 들고 따라다니는 퍼포먼스를 번갈아 약 40분씩 진행했다.
의외로 행인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었는데 말을 시키기도 하고 이름을 크게 읽어주기도 했다. 공원 벤치에 잠깐 누워보기도 하고 매장에 들어갔다 쫓겨나기도 하고 아무튼 기대했던 것보다 흥미로웠던 퍼포먼스였다. 워크샵 다음날 시작된 전시에는 퍼포먼스 동영상과 각자 만들었던 아이디가 전시되었다. 매체가 내용을 결정한다던가, 감각을 확장시킨다는- 소통을 근간으로 하는 미디어 미학의 오랜 명제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미디어 작업들은 그 지난하고 실패하기 쉬운 소통의 문제를 포기하고 기술적 심미주의를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명분상의 소극적 인터렉티브 동기들은 남겨 둔다. 『Hack the city』를 통해 소개된 모든 작업들이 소통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하지만 몇몇 작업은 현상학적 반응 살피기에 주력하는 소극적 인터렉티브가 갖는 난해함과 불확실한 지점에서 벗어나 명쾌한 주제 의식을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워크샵과 세미나를 통해 프로그램 형식으로 진행된 전시방식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아트의 명분에 걸맞는 기획이었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아람 바톨의 홈페이지 http://www.datenform.de/wow.html 에서 관련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글.김여진(예술학, 회화) afregir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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