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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체에서 느끼는 아날로그의 감성 - 어느 미용사 이야기_aliceview

aliceon 2008. 8. 5. 11:31
한창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인터넷 공간을 휘몰아친,
디씨의 르네상스를 불러 일으켰다고 이야기하는^^;
빠삐놈 사태를 구경하러 오랜만에 디씨 힛겔에 들렀습니다.


여러 빠삐놈 버젼을 둘러보며 힛겔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어느 이발사 이야기라는 글을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리플 천개, 가장 많은 것은 이만개가 다 되어가는 빠삐놈 관련 글들 사이에 꾸준히 600여개의 리플을 가지고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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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술자는 미용실의 여성 디자이너.
꿈이 아닌 생활을 위해 하루 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어떤 남성 연기 지망생이 등장할 때 까지는
그냥 흔한 연애얘기일줄 알았습니다.
그냥 그냥 잘 그렸네 넘기다가
넘기다가
넘기다가


아우... 사람많은 공공장손데
눈물떨어지는거 조절안되서 급당황;;
책상에 턱쳐박고 최대한 자세낮추고 감상완료에 사태수습했다는;;
요즈음 너무 삭막하게 살았는지 원

특히나 잘린 머리가 쌓이는 장면의
저 가닥 가닥 머리카락의 질감과
멈춰있지만 움직이고 있을 저 모습이
유난히 제 시야를 찔러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나 기타 여러 매체들로 인해서 어지간한 구성의 이야기나 반전에는
만성적으로 적응이 되어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는
내용상으로도 어느 정도 허점이 있는 이야기이고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익숙한 이야기였고
어떻게 보면 식상한 감동 코드의 이야기였지만
마음을 찡하다 못해 퀭 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좀 더 알아보니 UC노벨이라는 포맷과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공간과 매체가 있더군요.
일본쪽에서 발전한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를 조금 더 강화하고,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포맷을 만들어 낸 것이 UC노벨입니다. 이미지가 주가 되며 배경음악이나 음성, 음향효과를 첨가하여 분위기 및 서술효과를 강화하고 분기점을 만들 수가 있어 이야기에 대한 몰입 및 구조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는 게임의 요소 역시 접목한 매체입니다.

특히 따로 프로그래밍이나 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컨텐츠의 확보에 조금의 노력을 더하면 누구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툴의 존재 덕분에 상상과 욕망의 실현에 최적화된, 가격과 노력대비 최적화 매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조금 뒤져보니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 판타지 등의 내용 이외에도 팬들이 만들어내는 스타들과의 만남 관련 결과물이라던지(소희와의 데이트;;; 보고 살짝 놀랐네요;) 다른 장르의 것들을 본인이 원하는 내용으로 바꾸어 만들어 내는 것들 등등 2차 창작물들의 모습들도 보였습니다.

컴퓨터와 디지털적인 매체가 없었으면 실현되지 않았을 시각적 요소와 배경음악, 그리고 분기적 요소를 더한 멀티미디어 결과물에서 드로잉의 손짓과 연필과 종이에서 드러나는 질감 때문에 문득 접하게 된 것은 참 아이러니하네요.
내용과 전개 이외에도 특히 이 작업이 시각적으로 강하게 들어왔던 것은 연필선의 선과 스케치북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물질적인, 촉각적인 시각의 결과물 때문이었습니다. 몇십만개의 도트 위에서 0과 1의 신호로 재생되는 디지털 이미지 가운데 손으로 슥삭슥삭 그려간 물질적인 느낌이 잘 살아나 전달되는 모습.

세상은 편리하기 위해, 좀 더 할수 있는 것을 늘리기 위해 계속 기계화 되어가고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브레이크 없이 무한정 한 방향으로 질주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떠한 선을 넘을지도 모르죠. 편리해져 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가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그 편리 가운데에서도 아날로그적인 것을 꾸준히 찾습니다. 무형적인 것으로 치닫는 환경과 문명을 경계하는 인간의 균형감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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