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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이미지 출처: http://gtgroup.info/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Z,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착한 이, 나타나면 모두모두 덜덜덜 떠네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먹, 목숨이 아깝거든 모두모두 비켜라

마징가 쇠돌이 마징가 Z.”


1970년대 매일같이 벌어졌던 동네 풍경 하나. 개구쟁이들이 한창 뛰어놀 저녁 때, 골목 곳곳이 말썽쟁이 아이들 등살에 야단법석일 느지막한 시간, 학교는 애 저녁에 끝났겠다 요즘처럼 과외도 학원도 없겠다 다방구 술래잡기 딱치치기 구슬치기 등등 한참 뛰어놀아도 시원치 않을 즈음, 6시 무렵만 되면 이상하게 시끌벅적하던 동네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곤 했다. 우리 동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철수가 사는 동네도 조용했고, 영희가 사는 동네도 조용했다. 엄마가 밥 먹으로 오라고 빗자루 들고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도 요리조리 도망치기 일쑤였던 동네 개구쟁이들이, 미리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곱게 집에 들어가 앉았다. 무시무시한 빗자루가 위협해도, 저녁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꼼짝달싹도 않던 개구쟁이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순한 양처럼 집에 기꺼이 들어갔을까. 골목 대신 칼라TV 앞을 굳게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TV 바로 코앞에서 6시만 되면 어김없이 출동해서 힘겹게 우리를 지키고 끝끝내 지구를 구출했던 마징가Z를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 봐야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텔레토비>나 <포켓몬스터>가 사회문제로 여겨질 만큼 인기를 끌었다지만, 70년대 <마징가Z>가 누렸던 인기에 과연 비교할 수나 있을까. 왜냐하면 적어도 마징가Z가 헬 박사의 사악한 기계수군단을 신나게 쳐부수고 있을 때만큼은, 아슈라 백작의 비겁한 음모를 시원하게 깨트리고 있을 때만큼은, 한반도 온 동네가 말 그대로 조용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마징가Z가 개구쟁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마징가Z의 광자력 에너지만큼이나 측정 불가능했다. 마징가Z는 70년대 개구쟁이들의 영원한 영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 아이들은 항상 자신만만할 수 있었다. 아무리 사악한 무리가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와도, 우리의 영웅 마징가Z가 얼마든지 무찔러 줄 테니까.

애니메이션하면 로봇을 떠올리고, 로봇하면 애니메이션을 생각할 만큼, 로봇이야기는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장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른이나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로봇애니메이션 한 두 편 안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마징가Z>를 필두로, <그레이트 마징가>, <UFO 그랜다이저>, <짱가> 등등, 70년대부터 80년대를 수놓았던 수많은 강철의 영웅들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 시절 얼마나 강철의 영웅들과 함께 울고 울었는가 하면,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로봇애니메이션의 주제가 한 두곡 정도는 쉽게 흥얼거릴 정도다. 하지만,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하디 익숙한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은 동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일본에 특유한 문화적 형식(장르)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서양의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역사를 훑어보면, 미래시대의 로봇을 다룬 소설이나 만화나 영화는 있을지언정, 일본의 거대로봇 애니메이션과 같은 내용이나 형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1세대 과학소설 작가의 작품들은 과학기술이 만들어낼 미래의 사회를 낙관적으로 보며 서사적인 우주모험을 그려내고 있다. 아서 클락의 <낙원의 샘The Fountains of Paradise>과 <우주여행Space Odyssey>나 로버트 하인라인의 <우주의 전사들Starship Troopers>이 대표적이다. 또한, 2세대로 분류되는 필립 K. 딕의 과학소설집 <소수의견Minority Report>을 봐도, 기껏해야 자기진화하는 전투기계 정도를 다루는 정도며(“두 번째 변종”), 시대를 현대로 앞당겨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Newromancers> 같은 사이버펑크 장르는 아예 과학소설의 무대를 가상현실사회로 옮겨버린다. 요컨대 인간이 탑승해 조종하는 무장한 거대로봇이라는 생각은 서양의 과학소설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흔적조차 없는 셈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일본 로봇애니메이션의 뿌리는 무엇이고, 무슨 생각으로 거대로봇을 만들었으며, 그곳에 소년을 탑승시킬 생각까지 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을 거쳐 가야만 한다.

글. 김상우(미학, 게임평론가) _newromancers@gmail.com


*** 본 컬럼은 필자의 <문화사회연구소>에서 진행된 '동아시아 대중문화 포럼'의 강의자료를 토대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총 5회로 구성되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1 : 시작하며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2 :
원형 <철완 아톰> (1951)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3 : 초석 <철인 28호> (1963)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4 : 완성
<마징가 Z> (1972)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원형, 완성, 변주 5 : 한국적 변주 <로봇 태권V>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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