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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틱, 무빙 이미지의 확장: 아티스트 필름 & 비디오 쇼케이스 2008_aliceview

yoo8965 2008. 9. 16. 01:35


싱글 채널 비디오 중심의 아카이브 구축 및 배급과 워크숍 활동을 통해 비디오 아트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온 한국미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의 아카이브 프로젝트 2008은 지난 10여 년 간 현대예술의 영역에서 탐구와 재구성의 대상이었던 영화적 실험의 결과물들을 ‘아티스트 필름 & 비디오 쇼케이스’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아티스트 필름 & 비디오’는 영화와 인접 시각예술, 전시공간과 상영 공간, 필름과 비디오를 넘나들며 작업해 온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총칭하는 용어로 현대예술계에서 널리 유통되어 왔다. 현대예술의 맥락에서 그것은 20세기의 가장 보편적이고 영향력 있는 예술이었던 영화가 다양한 작가들에게 상상력과 기억, 매체 구성의 풍부한 자양분으로 쓰이고 있음을 입증한다. 영화의 맥락에서 그것은 필름이 기술적이고 미학적인 측면에서 점점 낡은 매체로 자리매김해가는 현상에 대한 저항적 공간으로서 극영화 바깥의 실험영화와 비디오 작품, 갤러리의 스크린 설치작품이 주목 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본 행사는 현존하는 매체들의 수렴과 발산에서 비롯된 ‘영화적’ 무빙 이미지들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개하고 탐사하는 전시, 상영, 강연 및 포럼 프로그램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제기한다. 영화의 역사와 테크놀로지, 이미지와 내러티브는 왜 많은 현대예술가들의 주목을 받는가? 영화에 대한 이 아티스트들의 탐사를 통해 영화는 자신의 과거와, 그리고 아직 표현되지 않은 미학적, 형식적 가능성들과 직면할 수 있는가? 그들은 무빙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기억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 매체 개념 자체의 와해와 재구성 속에서 그들은 이전까지 서로 변별적으로 여겨졌던 예술적 매체들에 어떤 도전들을 제기하는가? 그들 작품은 ‘영화 이후의 예술’인가 혹은 ‘다른 영화’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사실 “미디어아트”라는 장르 혹은 현상에 대한 매우 경험적인 관점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는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프로젝터나 모니터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사운드 설치작품들을 본다. 이러한 작품들은 두 가지 관계 속에서 탄생하고 순환한다. 하나는 예술의 제도적 공간 바깥 - 대중문화와 매체의 경험 -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번식하고 증식하는 이미지들과의 관계다. 다른 하나는 회화와 조각 등의 전통적 매체와 사진과 영화 등 “기술 재생산 시대의 매체”,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을 낳은 새로운 매체들 (비디오, 디지털)이 맺는 다층적인 관계다. 이 두 가지 관계들 이외에도 오늘날 무빙 이미지를 전시하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미학적, 사회적, 역사적 중요성을 제기한다. 관람자와 작가 모두에게 이런 작품들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그것들을 어떤 비평적, 제도적 틀 내에 위치시켜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함께 따른다. 물론 그 질문들은 “매체”와 “무빙 이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부터 비롯된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러한 성찰을 촉발시킬 수 있는 많은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이다.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아티스트 필름 & 비디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이작 줄리앙(Isaac Julien),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서는 기존 미디어아트에 대한 비평 및 이론서에서 다루어진 작가들과 더불어 현대예술 분야에서 주로 조명되는 폴 챈(Paul Chan), 양 푸동(Yang Fudong), 이자와 코타(Kota Ezawa), 마이클 벨-스미스(Michael Bell-Smith) 마농 드 보외(Manon De Boer),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등의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대안공간 루프와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는 “Here Comes Again - 예술과 영화가 소통하는 접점”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린 적이 있으며, 갤러리정미소 및 KT&G 상상마당에서는 국내 비디오작가들의 작품을 이와 흡사한 틀로 조명하고자 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로움을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담론생산의 장은 물론, 이 다양한 작품들을 탐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론적, 역사적 틀들을 제공해주는 기회조차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상차림의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는 스스로를 포장하는 슬로건이나 전시의도에 치중한 나머지 각 작품들 간의 연관관계와 개별적 특성을 소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들 (아티스트 토크나 국내 작가와 해외 작가의 대담 등) 또한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왜 우리는 라파엘 로자노-헤머와 올라퍼 엘리아슨, 양 푸동과 윌리엄 켄트리지를 하나의 전시회에서 보게 되는가”라는 답을 비엔날레 자체에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비디오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는 ‘비디오아트’라는 제도에 스스로를 구속한 나머지 그 이상의 생산적 논의를 열어젖히는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졌으면서 미술이나 영화라는 제도적인 틀에 안주하기를 원치 않는 일반대중들이나 작가, 연구자, 비평가들을 위한 다양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이 행사를 기획한 중요한 이유다.

글. 김지훈 (객원큐레이터, 뉴욕대학 영화연구 박사과정수료) / jihoonfelix@gmail.com

*** 본 글은 2008년 9월 17일부터 10월 12일까지 인사미술공간'에서 진행되는 '시네마틱, 무빙 이미지의 확장: 아티스트 필름 & 비디오 쇼케이스 2008' 행사에 앞서, 행사의 기획 의도 및 지난 10여년 간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인사미술공간'의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진행하였던 싱글채널비디오 아카이브들에 관한 본 행사의 기획자인 김지훈씨의 글임을 밝힙니다.

인사미술공간 행사 페이지 :
http://www.insaartspace.or.kr/exhibitionsKR.asp?idx=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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