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Artist

최우람, 기계생명체 탐험가 _interview

aliceon 2009. 1. 18. 14:35



1970년 서울에서 출생, 중앙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 최우람은 기계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기계 생명체를 '발견'해 우리에게 소개하는 작가이다. 그가 '발견'한 생명체들은 디지털화되고 기계화된 현대 문명의 틈 속에서 그 독특한 외향과 이야기를 지닌 채 한순간 정말 존재하는 것 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완성도 높은 기계 조각, 혹은 인터넥티브 미디어 작품이라 불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를 만나 보았다.

Aliceon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와 현재까지의 작업의 흐름에 대해 간단히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저는 움직임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기계라는 것을 주제로 삼아, 기계가 생명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를 저 자신의 감수성을 토대로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liceon 작가님의 주된 틀은 기계 생물체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설명과 왜 그런 주제와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동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계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제어계측학과를 가고 싶어했는데 당시 과의 문턱이 법대에 버금갈정도로 높아서 결국 목표에 닿는 것을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그랬는데 부모님도 미술을 하셨고, 주변에서도 미술을 해보라는 권유가 많아 미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미술이라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한때 기계에 대한 것을 잊어버리고 살다가 3학년 때 움직임을 넣어보라는 과제가 있었고 이를 통해 잊고 있었던 기계에 대한 관심을 다시 살리게 되었습니다.
기계를 좋아하고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를 작품을 통해 해소해볼까 라는 고민을 하다보니 지금의 주제에 도달하게 되었죠.



solo exhibition, bitforms in New York, 2006

Aliceon 작품을 살펴보면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한 움직임, 특히 기계 '생명체'라는 요소가 드러나고 있는데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생명이라는 것은 식물이던, 동물이던 움직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대상이 살아있고, 반응하고, 변화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움직임 입니다. 그것에 집중해서 많은 실험을 해왔습니다.


Aliceon 타 생태계의 생명체간의 교류는 존재합니다. 동종과의 교류와는 다르게 다른 종들과 무언가를 교류하고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은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 예가 작품에서의 인터렉션일텐에요, 인간과 작품간의 교류 혹은 작품 내부 기계 생명체간의 접촉과 교류에 관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물리적 인터렉션 자체를 유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영화란 매체를 보면 두 시간 동안 관객을 꼼짝없이 앉혀놓고도 감동과 웃음을 전달합니다. 지금의 저는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제가 인터렉션이랍시고 실험삼아 했던 것으로부터 배웠던 것은, 관객과 작품 간의 소통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낸다는 시도에서 확고한 신념이 없을 경우 그것은 하나의 장난감처럼 되어 버린다는 점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작품의 작동원리를 아는 순간, 이해와 소통은 지점에서 멈추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오히려 방해가 되어 버렸습니다. 작가가 인터렉션에 대한 확고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는, 차라리 공연처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방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방식에 구체적 설명과 증거자료를 덧붙여 그것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관객이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작품 앞에서 제가 구성한 설명과 스토리를 읽으며, 그것을 마치 기사처럼 받아들이며 이것이 진짜 있나? 라고 착각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들이 잠깐동안 현실로 받아들이는 그 순간이 바로 제가 즐거워하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하며 관객들에게 묻혀져 있던 것, 존재하지 않던 것, 동떨어져 있던 부분을 현실로 잠깐 존재하게끔 하는 것, 이것이 제가 진행하고 있는 관객과 소통이라면 소통입니다. 아름답게, 새로운 이미지로 환기시킬 수 있는, 상식을 살짝 뒤집어서 덮혀있던 있던 부분들을 건드려보고 싶습니다.




Ūnā Lúmĭno .
학명 :  Anmopispl  avĕárĭum cirripédĭa URAM
크기; 430(l)*520(h)*430(w)cm   제작년도 : 2008년
재료;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스틸, 플라스틱, 서보모터(270개) , 컨트롤 PC


Aliceon 직접 작품이 반응하는 것이 아닌 닫힌계 사이의 관찰을 통해 환기시키는 작업인지요?

네, 인간이 바라보는, 인간 종이 아닌 아닌 다른 생명체의 아름다움에 관한 작업이며, 착각을 섞은 작업입니다.


Aliceon 기계 생명체가 존재하며 그 존재인 작품, 그리고 그 존재가 있음직하게 생각되게 하는 여러 설정들을 만들어 나가고 계십니다.

기존 생태계 이외에 새로운 기계 생태계, 즉 가상의 세계관을 창조하고 계신데, 이에 대한 흐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특정하게 유도하는 흐름 혹은 방향이 있는지요.
그 흐름을 정해놓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보다는 기술의 정도에 따라, 여러가지가 복합되어 제가 활용할 수 있는 팔의 길이에 맞춰 나가고 있으며 그것이 진화하고 있다라고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숙제가 있다면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것인데요.


Aliceon 하나의 덩어리 느낌에서 집합적 군체로의 흐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방향 설정에 대한 진화를 의도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제가 계속 해보고 싶었던 것이 나타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할 수 없었던 것이 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 방향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 진화의 흐름은 주로 외형적으로 성장해 왔고 내부적으로-정신적으로- 스스로 변한 부분이 없는 것 같아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러한 변화의 흐름이 보였다는 것은 다행인 것 같습니다. 기계 작업의 단점은 기술과 비용이라는 외부적 요소에 구애받고, 기계라는 매체 자체에 매달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자꾸 내부보다는 외향적으로 흐른다는 것이 문제인데, 다시금 내부를 바라보고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비 하드웨어적이고 감성적, 정신적 부분에 대하여 더 집중해보고 싶습니다.



최우람 작가의 스케치 (Urbanus Male)


Aliceon 설정하신 기계 생명체들은 도시라는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명 활동에 대한 의미는 어떤 것인지요

도시라는 것은 인간의 문화, 역사와 모든 활동의 집합체입니다. 그 안에서의 통합된 감성이 볼록하게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과정과 결과물이 제 작품입니다. 리버풀에서의 작품 역시 도시를 살펴보고 그 도시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며 리버풀이라는 도시에서 느낀 감각을 가지고 만들어 낸 작업입니다. 하늘에서 텅 하니 떨어진 물건이 아니라 그것이 살아가게 될 공간과 생태학적 환경을 기반으로 발생했다고 설정한 작업이기에 리버풀 시민들 역시 많은 호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모습을 보았고요.^^


Aliceon 진행하신 작업들은 굉장히 기술 집약적 결과물입니다. 조소적 요소 이외에도 각 파츠의 전자적 제어, 코딩 등 많은 부분에서 진행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셨고 어떤 부분들을 필요로 했는지요?

10년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해결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후 3년간 몸담았던 마이크로 로봇이라는 회사에서 많은 전문가들을 만났습니다. 공장도 많이 알게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 여건이 되니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자연스레 부탁하게 되었고요. 전자 제어에 대해 해결해 보고자 학원을 다녀보았는데 전문가들을 따라가는데만 몇년 걸릴 거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런 생활 가운데 인프라가 조성되었습니다. 작업실 규모가 커지면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를 영입했습니다. 재미있던 것은... 수치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머의 사고방식과 추상적이고 이미지적인 사고방식 사이에서의 저의 대화입니다. 처음은 힘들기만 했고 서로가 원하는 방향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의 언어를 알게 되고, 그도 저의 이미지적인 설명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함께 모방하고 싶은 생명체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리버풀 비엔날레부터 계획하고 진행해 나가는 것인데, URAM United Rearch Arima Machine이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Aliceon 협업에 있어 어떤 것이 중요할까요?

이런 건 있을 거 같아요.결국 결과물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협업이라는 과정과 모습이 중요하고 단체로서 공유하는 거에 대해 이질감이 없습니다. 집단 내에서 작가의 위치가 중요하겠지요. 영화감독과 비슷하지 않을까... 혼자 하는 것은 힘들어졌으니


Aliceon 몇해 전 미디어 아트 작품들, 특히 인터렉티브 작품들이 유행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고 잠깐의 유행에 그쳤었는데요, 움직임과 상호작용, 디지털 매체 이용한 작품에 있어 너무 매체나 기술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과정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은 늘 새로운 사고와 이미지를 추구하며, 기술 발전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매체들은 작가들의 실험 대상입니다. 그게 유행이었던 지금에 와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건 그러한 과정이 없이 오늘의 반성이 있을 수 없겠지요. 그런 면에서 다양한 작가 개개인들의 모든 시도들은 너무다도 중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것이 나오고... 그런 일련의 흐름은 순리인 것 같기도 하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 자체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합니다.



Opertus Lunula Umbra
학명 : Anmopial pennatus lunula uram
크기; 490(l)*500(h)*360(w)cm
재료;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스틸, 플라스틱, 기계장치 (BLDC motor motion control system)


Aliceon 작업들을 살펴보면 작업의 이름, 학명이 있는데 그러한 학명들을 만드는 방법과 의미는 무엇인지요.

학명은 독립된 생명체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습니다. 기계계안에 동물계와 식물계가 있는데 그 약자 따서 앞의 첫 음절 만듭니다. 그리고 형태를 이루는 물질, 주된 움직임, 소재를 따서 다음 음절이 나오는 식이에요. 라틴어가 그 골격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름은 그 모습을 지칭합니다. 예컨데 Penatus는 날개달린이라는 뜻이고 Lumula는 반달의 형태, Penatus Lumula는 날개달린 반달이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발견자의 이름을 붙입니다. Penatus Lumula URAM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지요.




Aliceon 기존의 작품들과 다르게 이러한 미디어 작업들, 특히 작가님의 작업의 경우 구동, 동작부가 많아 유지와 보수의 문제가 더욱 빈번하고 심각하게 대두될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해 진행하고 계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일단 자동차, 티비, 컴퓨터와 같이 수리가 가능한 기기에 대한 표준같은 시스템을 채용해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부품이 교체 가능하며 반영구적인 재료를 많이 사용하고, 예컨데 모터의 성능이 100이면 30의 부분만을 사용하도록 설계하여, 잉여적으로 파워를 남기는 등의 부품 수명 관리도 병행합니다.
또 한가지는 메인터넌스 메뉴얼, 즉 유지관리 메뉴얼을 만듭니다. 현재 그 매뉴얼에 대해 정비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부품들이 언제까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고, 고장났을 경우 어떤 조치통해 해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합 매뉴얼입니다. 이제까지는 작가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이런 매뉴얼을 잘 정비하고 공을 들일수록 엔지니어들만으로도 부품교체하고 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작가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Aliceon 앞으로의 작업 진행 방향이 궁금합니다.

리버풀에서의 비엔날레 전시가 끝난 이후는 당분간 텅 비워놓고 있을 계획입니다. 앞에 놓인 계단이 위로 올라갈지 내려갈지 옆으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스텝을 밟고 싶습니다. 너무 달려오며 살아서 많이 막힌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그것을 해소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으려 합니다. 전시 이외에도 생물에 대한 여러가지 관찰들을 연구하고 기록하며 생각해 내는 생물학 책 같은 것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Aliceon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우람작가 웹페이지